유신일 한국산업양행 회장은 미국 골프 산업 전문지인 ‘골프Inc’ 최신호에서 선정한 ‘2020 아시아의 골프 영향력 인물 톱 10’에서 2위에 올랐다. 1위는 김영재 스카이72 대표, 3위는 김영찬 골프존문화재단 이사장이었다. 사진 한국산업양행
유신일 한국산업양행 회장은 미국 골프 산업 전문지인 ‘골프Inc’ 최신호에서 선정한 ‘2020 아시아의 골프 영향력 인물 톱 10’에서 2위에 올랐다. 1위는 김영재 스카이72 대표, 3위는 김영찬 골프존문화재단 이사장이었다. 사진 한국산업양행

“김시우 선수가 우승하는 모습을 골프장 대표로서 현장에서 지켜보는 건 감동이었습니다. 제가 2020년 1월 PGA웨스트를 인수하고 처음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였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죠. 골프는 근면하고 성실하고 우수한 한국인이 경기와 경영에서 모두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21세기엔 대한민국이 골프 최강국으로 뜰 수 있다고 100% 확신합니다.”

유신일(69) 한국산업양행 회장은 1월 25일 김시우(26)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 PGA웨스트 스타디움 코스에서 열린 미국 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우승하던 모습에서 ‘골프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았다고 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코스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첫 PGA투어 대회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미국에서 16개, 일본에서 9개 등 모두 25개 골프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25개 골프 코스의 보유 홀 수는 모두 522개 홀로 국내외 한국인을 통틀어 가장 많다. 그를 아는 이들이 그를 ‘흙수저 출신 골프왕’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PGA웨스트 인수 후 첫 대회, 김시우 우승

특히 2020년 1월 인수한 PGA웨스트는 미국의 서부를 대표하는 명문 골프 클럽 가운데 하나로 6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다. 코스 디자이너로 한 시대를 풍미한 고(故) 피트 다이가 설계한 스타디움 코스(퍼블릭)를 비롯해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니클라우스 토너먼트 코스(퍼블릭)와 니클라우스 프라이빗 코스(회원제), 아놀드 파머가 설계한 파머 코스(회원제), 그렉 노먼이 설계한 노먼 코스(퍼블릭), 톰 웨이스코프가 설계한 웨이스코프 코스(회원제) 등 골프의 전설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설계한 코스로 구성돼 있다.

김시우가 우승한 스타디움 코스는 미국 PGA투어 대회가 매년 열리고 오랫동안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이 열렸던 곳으로 이름 높다. 이런 PGA웨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고 한다. 시민권도 없는 동양인의 인수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던 탓이다. 그는 “매각 측 회사 중역들을 일본에서 운영 중인 지바 이즈미 골프장으로 초청했어요. 일본의 2500개 골프장 가운데 16년 연속 ‘최고 서비스 골프장’에 오른 골프장이죠. 그 골프장 상태를 보고 난 뒤로 인수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라고 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PGA웨스트는 프라이빗 코스가 3개, 퍼블릭 코스가 3곳입니다. 우리는 프라이빗 코스 18홀에 회원들을 평균 350명씩 받아요. 이전엔 3곳을 다 합쳐 600~700명 정도였는데 이젠 1000여 명이 가득 차서 빈자리가 없어요. 회원들이 보내는 감사 메시지를 받을 때면 뿌듯합니다. ‘6명의 오너가 거쳐 갔는데 이렇게 골프장에 관심을 가진 오너가 없었다’는 내용도 있었어요. 회원과 골프장 직원 모두 만족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도 직원 해고는 없었다고 한다.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골프 클럽 가운데 하나인 PGA웨스트는 3개의 회원제 골프장과 3개의 퍼블릭 골프장으로 이뤄져 있다. 사진은 잭 니클라우스 프라이빗 코스로 골프 매거진이 선정하는 세계 100대 골프 코스에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다. 사진 에반 실러(Evan Schiller)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골프 클럽 가운데 하나인 PGA웨스트는 3개의 회원제 골프장과 3개의 퍼블릭 골프장으로 이뤄져 있다. 사진은 잭 니클라우스 프라이빗 코스로 골프 매거진이 선정하는 세계 100대 골프 코스에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다. 사진 에반 실러(Evan Schiller)

골프가 좋아 골프 사업가로 변신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가 미국과 일본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골프 사업가가 된 과정도 흥미로웠다. 유 회장은 1982년 현대상선 일본 지사 근무 시절 일본 거래처 담당자가 골프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골프를 시작했다고 한다. “독학으로 골프를 배워 거래를 텄어요. 골프가 정말 좋아 매일 골프만 칠 수 있다면 머슴살이도 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라고 했다. 유 회장은 1988년 좋아하는 골프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산업양행을 설립했다. 일본 지사 생활 경험을 살려 야마하골프 카트와 코스 관리 장비 브랜드인 바로네스의 판매를 맡았는데 국내에 골프 붐이 일며 빠르게 사업을 키워 나갔다.

2003년부터 일본의 골프장 버블 붕괴로 헐값에 나온 골프장을 사들이기 시작해 도쿄 인근 지바현의 요네하라와 이즈미, 나가사키현의 페닌슐라 오너즈 등 9개 골프장을 인수했다. 유 회장은 “돈이 아니라 일본 골프계의 신뢰를 얻은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하다 국내 곤지암 골프 클럽과 자매교류를 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었던 일본 지바의 회원제 골프장 요네하라 골프장이 매각 절차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요네하라의 오너가 회원권을 가진 주주 50%의 동의를 얻으면 일본 민사재생법을 이용해 부채를 95% 탕감할 수 있으니 인수해보라고 한 것이 골프장을 운영하게 된 계기였어요. 골프장을 과거처럼 가치 있게 만들겠다는 약속으로 2000억원짜리 골프장을 100억원에 살 수 있었죠”라고 설명했다. 골프 관련 장비 사업을 통해 익힌 노하우와 인맥을 바탕으로 골프장 경영에도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2019년부터 미국에서도 골프장 인수에 나섰다. 미국에서 그가 운영하는 골프장이 2년 만에 16곳으로 늘었다.


한국인이 맡으니 잘한다는 말 듣고 싶어

그는 상류층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미국 회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갖게 된 계기는 ‘저 사람도 골프 마니아구나’ 하는 공감대를 형성한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PGA웨스트를 인수하고 회원들과 첫 만남에서 이런 연설을 했다고 했다. “한국에서 골프를 치러 가다가 차가 완파될 정도로 큰 사고가 났는데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골프는 칠 수 있을까’였고, 제일 먼저 한 행동이 ‘빈스윙’을 해본 것이었다고 하자 모두 저를 반겼어요. PGA웨스트를 제가 생각하는 대로 바꿔 나가는 과정에서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있어요.”

미국과 일본의 골프 시장에도 한국처럼 ‘코로나 특수’가 불었을까? “미국과 일본은 2000년대 이후 골프장 경영이 어려웠는데 코로나 영향으로 엄청난 호황으로 바뀌었어요. 로스앤젤레스는 아침에 일어나서 친구들끼리 골프 치러 갈까 하면 어디든 가서 칠 수 있었지요. 지금은 당일 예약은 힘들어요. 일본도 지난해 12월부터 최대 내장객을 찍고 있어요.” 그는 미국과 일본에서 인수한 골프장 가운데 한 곳도 팔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의 지역 커뮤니티로부터 한국인이 골프장을 맡더니 정말 좋아지더라는 인정을 받는 게 목표라고 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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