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켈튼 미국 스토니브룩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 스토니브룩대
스테파니 켈튼 미국 스토니브룩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 스토니브룩대

적자의 본질
스테파니 켈튼|이가영 옮김|비즈니스맵
1만7800원|416쪽|2월 22일 발행

“우리가 재정 적자를 보고 다룰 때 쓰는 낡은 방식은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하다. 점점 더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것을 막고 모두가 잘사는 경제를 만들려면, 균형 재정이라는 잘못된 목표를 좇을 게 아니라 현대화폐이론(MMT·Modern Monetary Theory)에서 말하는 나랏돈, 즉 주권 통화(Sovereign Currency)를 활용해 경제 균형 달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

‘적자의 본질’은 스테파니 켈튼 미국 스토니브룩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가 강조하는 MMT가 핵심이다. 대부분 재정 적자를 일반 가정이 진 빚처럼 생각해 위험하고 없애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심지어 부채와 적자가 가정을 무너뜨리듯이 국가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여긴다. 저자는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정치인이나 정책 결정권자 사이에서 재정 적자가 위험하고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는 편견과 고정 관념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른바 적자 공포증이다.

저자는 이렇게 생각하기 전에 놓친 전제가 하나 있다고 강조한다. 바로 국가는 민간 부문과 다르게 돈을 만드는 주체라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화폐 발행자인 국가도 화폐 사용자인 민간 부문처럼 적자를 두려워해야 하는지 묻는다.

저자는 MMT는 화폐 주권이 있는 국가는 모두 자국의 화폐를 발행해 필요한 곳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도 빈털터리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필요한 만큼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국가가 망할 리 없다는 것이다. 또 누구나 부당한 불완전 고용에 피해 보지 않고, 공공의 보호 아래 살 수 있는 ‘국민을 위한 경제 실현’을 강조한다.

MMT는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인플레이션(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저자는 정부 지출을 철저히 관리하는 동시에 세금 징수 등 시중에 풀린 돈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MMT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이 막대한 돈을 풀면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1조9000억달러규모 역대급 부양책을 예고했다.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 투입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적자 공포증에 빠진 정치권은 재정 확대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하지만, 바이든의 과감한 재정 정책은 확고해 보인다. 저자는 바이든이 이러한 결단을 내린 배경에 MMT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바이든의 경제 정책)를 설계한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도 MMT를 정책에 적용할 수 있을까? 저자는 정부가 금융 시장과 외환 시장의 반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율적인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강한 화폐 주권을 가진 국가라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경기 부양을 위한 일시적인 재정 확대가 아닌, 무한정으로 막대한 돈을 푸는 MMT는 현 경제학계에서 이단으로 취급된다.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MMT를 ‘재앙의 레시피’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국 산업의 미래 제언
탄력성장
김원준 외|스마트북스
1만7000원|232쪽|2월 3일 발행

코로나19 사태에서 볼 수 있듯, 21세기 위기는 거대화·복합화·일상화되고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위기를 하나의 재난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재난이 파도처럼 연쇄적이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밀려온다는 의미에서 ‘블랙타이드(Black Tide)’라고 명명한다. 위기가 거대화·복합화·일상화되는 블랙타이드 시대,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앞으로 블랙타이드가 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고, 발생 직후 대비할 시간은 더 촉박해질 것이다.

저자들은 회복 국면에서 위기 이전으로의 복귀가 아닌,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 회복 이상의 성장, 즉 탄력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기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 산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에 대한 현실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청사진까지 담았다. 총 2부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블랙타이드와 탄력성장의 의미와 우리가 갖춰야 할 성장 모멘텀을, 2부에서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취약점과 나아갈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라본다.


아름다운 이세계(異世界) 여행
겨울이 지나간 세계
아사다 지로|이선희 옮김|부키
1만6000원|432쪽|1월 29일 발행

소설 ‘철도원’으로 국내에 알려진 아사다 지로의 신작이다. 정년퇴직을 맞이한 예순다섯 살의 주인공 다케와키는 송별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뇌출혈로 지하철에서 쓰러진다. 애틋한 가족과 잊었던 친구가 잇달아 병문안을 오던 그때, 병실에 누워 있던 다케와키에게 미스터리한 방문자들이 찾아온다. ‘마담 네즈’와 함께 병실을 빠져나가서 도쿄의 밤 풍경을 바라보며 고급스러운 저녁을 먹고, 갑자기 젊은 육체를 얻어 하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시즈카’와 한여름의 바닷가를 거닐기도 한다. 심지어 같은 처지의 옆 침대 환자 ‘가짱’과 같이 목욕탕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포장마차 안에서 따뜻한 정종을 마시는 등 꿈도 망상도 아닌, 이세계(異世界)를 여행한다. 이 과정에서 겉보기엔 지적인 엘리트, 성공한 비즈니스맨 같았던 다케와키의 비극적인 과거, 불행으로 얼룩진 인생이 드러난다.

일본 문단에서 ‘탁월한 이야기꾼’이라 손꼽히는 작가답게 흥미진진한 환상 여행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진한 인생 이야기, 그리고 위로와 감동으로 눈물을 쏟게 하는 아사다 지로의 새로운 대표작이다.


과잉 혼돈과 질서
질서를 넘어(Beyond Order)
조던 피터슨|포트폴리오
29달러|432쪽|3월 2일 발행

저명한 심리학자인 조던 피터슨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2018년 쓴 ‘12가지 인생의 법칙’의 속편이다. 저자는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사소하지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12가지 원칙을 제안했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편리한 게 아니라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라’ ‘세상을 비난하기 전에 우선 자신의 집을 완벽하게 정돈하라’ 등이다.

저자는 ‘질서를 넘어(Beyond Order)’에서 이 12가지 원칙을 뛰어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현 세상을 혼돈과 불안정 그리고 고통의 시기라고 전제한 후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 사람은 이런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이 있고, 이를 실현해 나가면서 성장한다.

저자는 특히 세상은 혼돈과 질서가 공존하고 이 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잉 혼돈은 불확실성을 야기하면서 우리를 위협하지만, 과잉 질서는 호기심과 창의 부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