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민들이 환경 보호와 반(反)자본주의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2021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민들이 환경 보호와 반(反)자본주의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자본의 미스터리
에르난도 데 소토│윤영호 옮김│세종│1만8000원│288쪽│6월 23일 발행

남미는 1820년대 스페인에서 독립한 이래 여러 차례 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반짝 성공’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제난과 시장 부패 등 부작용 때문에 번번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정책을 포기해야 했다. 비단 남미뿐만이 아니다. 몇몇 예외를 제외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구에 엄청난 부(富)를 안겨다 주었던 자본주의가 다른 지역에도 똑같은 부를 안겨주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서구인은 제3 세계에서 자본주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갈 때마다 기업가 정신 부족이나 시장에 소극적인 태도, 심지어 식민지 문화의 잔재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미국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대표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저자 에르난도 데 소토(Hernando de Soto)는 ‘소유 시스템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이런 상상을 해 보라.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주소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으며,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고, 자산을 손쉽게 돈으로 전환할 수 없으며, 주식을 발행해서 소유권을 분할할 수 없고, 자산을 기록하는 기준이 확립되지 않아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없으며, 재산을 관리하는 법이 지역마다 천차만별로 다른 아주 이상한 나라가 있다고 말이다. 이 이상한 나라는 바로 개발도상국들이나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이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연구팀과 함께한 실험을 소개했다. 페루 리마 외곽에 작은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페루 정부 허가를 얻기까지 연구팀은 날마다 여섯 시간씩 그 일에 매달린 끝에 289일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었다. 그 공장은 직원이 한 명뿐인 영세한 규모였지만, 사업자 등록에 지출한 비용은 직원 한 달 최저 임금보다 31배나 많았다.

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다른 나라들 역시 상황이 별반 나을 게 없었다. 이집트에선 국유지에 속한 사막 지역에 정식으로 토지를 구입하고 등록하려는 사람들이 31개소에 달하는 관공서와 사설 기관에서 최소 77개 행정 단계를 거쳐야 했다. 이 과정을 다 통과하려면 통상 5~14년이 소요된다. 아이티에선 평범한 국민이 국유지에서 합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먼저 정부에서 5년 동안 토지를 임대한 후 매입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평균 2년 이상 관공서를 꾸준히 드나들며 65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더욱이 그 토지를 매입하기까지는 다시금 12년 동안 111단계를 다 통과해야 한다. 합법적으로 토지를 소유하는 데만 총 19년이 걸리는 셈이다.

반면 자본주의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서구에선 소유권과 재산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 서구 국가에선 자산이 지닌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소유권으로 명시해 기록으로 보관하고, 전체 과정을 법률로 명시해 철저하게 보장되도록 한다. 그 덕분에 서구 자본주의하에서 사람들은 합법적인 재산 기록과 소유권을 통해 모든 자산에 대한 경제적 개념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자산을 통제할 수 있다. 저자는 원래 ‘머리’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자본(capital)’이라는 단어가 가축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가축은 우유, 양모 등을 비롯한 다른 상품을 생산하고, 그것이 시스템이라는 연결망을 통해 거래 대상이 될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고 했다. 즉, 자산은 시스템을 통해 잉여가치를 창출해야 자본이 되는데 시스템의 부재로 잉여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자산은 자본이 되지 못하고 ‘죽은 재산’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비 서구 사회에서 자본주의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2000년에 첫 출간된 책이지만, 저자의 주장은 아직도 설득력이 있다. 특히 무형물의 소유권을 명확히 설명해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와 블록체인을 20여년 전에 예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가 절판된 이 책은 최근 독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중고 시장에서 1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가 결국 재출간으로 이어졌다.


인생의 전환점에 선 자들을 위한 심리학
오십, 인생의 재발견
구자복│더퀘스트│1만7500원│304쪽│6월 3일 발행

평범한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왔던 저자는 40대 중반에 퇴직이라는 날벼락을 맞고 고군분투하던 중 자신과 비슷한 좌절을 겪고 불안해하는 수많은 중년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퇴직 선배’로서 조만간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할 동년배들을 위해 쓴 이 책에는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위한 조언이 담겨있다.


당신을 중국 전문가로 만들 안내서
딥 차이나
박승찬│클라우드나인│2만원│364쪽│6월 15일 발행

주중대사관 경제통상관,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저자가 30년이 넘는 기간에 3000여 개 기업과 함께 중국 곳곳을 직접 발로 뛰며 만나고, 체험하고, 습득한 사례를 담은 진짜 중국에 대한 가이드이자, 분석서다. 특히 50개의 생생한 실제 글로벌 사례를 통해 겉핥기가 아닌 진짜 중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사와 인문이 만나다
인문 고사성어
신동열│말그릇│1만5000원│392쪽│6월 14일 발행

“고사(故事)가 주는 현대적 의미를 풀어 사유를 키우고자 한 것은 여느 고사성어 책들과 차별된다. 고사성어 앞에 인문(人文)을 붙인 이유다.” 저자가 머리글에서 밝힌 문장은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잘 설명한다. 30년간 기자 생활을 한 저자는 동서양의 철학적 사유를 고사성어에 녹여냈다. 다채로운 일화와 설명도 곁들여 재미를 더한다.


현명한 여자들을 위한 재테크 지침서
리치 우먼
킴 기요사키│박슬라 옮김│민음인│1만6800원│388쪽│6월 22일 발행

1997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 전 세계 109개국에서 출판돼 총 4000만 부(국내 400만 부) 이상 판매된 재테크 분야 최고 밀리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의 여성판이다. 이 시리즈의 공동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의 아내 킴 기요사키가 쓴 여성 맞춤형 재테크 지침서인 ‘리치 우먼’은 여성을 위한 재테크 원칙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백을 기회로 만드는 법
블랭크
자일스 페일리-필립스, 짐 댈리│김정희 옮김│서울문화사│1만5000원│256쪽│6월 7일 발행

누구든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잘 풀리지 않고 어려운 순간, 즉 공백(블랭크·blank)을 갖게 될 때가 있다. 다들 예기치 않게 겪게 되는 순간이지만, 뒤이어 공허함, 허망함 등의 감정적 공백도 따라오기 때문에 대부분 이를 부정적인 상황으로 인식하고 외면하려 한다. 저자는 공백을 성공의 기회로 만든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모든 스포츠 스타는 경제학자처럼 사고한다
스포츠 게임 보러 간 경제학자(An Economist Goes to the Game)
폴 오이어│예일대 출판사│25달러│216쪽│7월 12일 발행

세계적인 여성 골퍼는 왜 한국에 집중돼 있을까?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마라톤 메달을 휩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설적인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은 왜 승부를 결정짓는 슛을 위해 스티브 커에게 패스할까? 경제학 교수인 폴 오이어는 스포츠 비즈니스의 폭넓은 주제를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분석했다.

오윤희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