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피오트의 작품인 이스라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 돔’. 사진 위키피디아
탈피오트의 작품인 이스라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 돔’. 사진 위키피디아

이스라엘 탈피오트의 비밀
제이슨 게위츠|윤세문 외 옮김|알에이치코리아
1만6000원|404쪽

우리나라 경상도만 한 면적인 이스라엘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달러를 돌파했고, 노벨상 수상자도 무려 12명이나 배출했다. ‘작지만 강한’ 이스라엘의 파워 뒤에는 군대가 있다. 사방이 적국으로 둘러싸여 있어 한국처럼 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은 남성 3년, 여성 2년의 의무병제를 택하고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은 군대가 시간을 소모하는 곳이 아니라 영재들이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리더십과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우는 ‘국가적 인큐베이터’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수 정예만 선발하는 최정예 특공부대 ‘탈피오트(Talpiot)’는 이스라엘의 핵심 인재들을 배출하는 곳이다. 탈피오트의 군인들은 무려 10년에 가까운 복무 기간 에 군사적 역량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 물리학, 컴퓨터공학 담당 교관으로부터 과학적 역량까지 훈련받는다. 이를 통해 그 어느 나라도 이스라엘을 물리적으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할 지식과 지혜의 무기를 마련한다. 탈피오트 출신 인재들은 군대에서 익힌 역량을 사회에 나가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스라엘 최고의 직장들이 ‘탈피오트 출신은 무조건 오케이’라며 구인하는 것도 매우 흔한 일이다. 


상상력 키우는 훈련 받는 이스라엘 전사들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하마스의 로켓포를 90% 이상 격추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 돔(Iron Dome)’을 만드는 데 주요 역할을 한 것도 탈피오트였다. 미사일 방어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복잡한 프로젝트로 꼽힌다. 설계자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수학, 물리학, 레이더 탐지, 추진력, 통신 등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설계된 방어 시스템이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적절한 곳에 잘 배치하는 능력도 필수다. 

탈피오트가 아이언 돔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천편일률적인 사고를 하는 기계 같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춰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프로그램은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한 방향으로 설계됐고, 이 때문에 같은 탈피오트 훈련생들 사이에서도 똑같은 생각을 가진 경우는 많지 않다. 다채로운 생각은 인터넷보안 방화벽이나 드론(무인기), 해수의 담수화, 원자력 안전 특허 등 자원이 없는 이스라엘을 살릴 산물로 재생산됐다. 

이스라엘의 특수 부대에 관한 이야기지만, 꼭 군대 이야기로만 볼 책은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을 역임하며 우리나라 대표 정보통신기술 전문가로 꼽히는 윤종록 현 가천대 석좌교수가 중간중간 경영에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정리해주고 있어 기업 경영 관점에서도 여러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경영에 예술이 필요한 이유
아트경영
홍대순|아카넷
1만4800원|268쪽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증강(增强) 현실 기기 ‘구글글라스’와 어딘지 조악해보이는 ‘셀카봉’. 사람들은 기술적으로 취약한 셀카봉에 환호하고 구글글라스를 외면한다. 저자는 구글글라스의 실패 요인을 인간의 본능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찾는다. 인간은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데, 렌즈를 통해 보임을 받게 했다는 점에서 본능을 거슬렀다는 것이다. 반대로 셀카봉은 자신의 표정과 몸짓을 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를 구현해줬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곳곳에서 예술이나 인문 관련 특강이 넘치지만 이를 기업 혁신에 실제 적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기업 경영에서의 도피처로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한 도구로 예술, 인문이 주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기업을 혁신하겠다며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는 노력이 병행되고 있다. 그러나 혁신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저자는 이론대로 돌아가는 경영과학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인간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이를 경영에 도입할 때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직원들은 노동자가 아닌 예술가가, 연구·개발(R&D) 엔지니어는 R&D 아티스트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소설은 어떻게 쓰이는가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정유정·지승호|은행나무
1만3000원|264쪽

인터뷰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가 소설가 정유정을 인터뷰한 책. 간호사로 5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9년 넘게 일하며 한 집안의 가장으로 이십대를 보낸 정유정의 등단 과정 같은 이야기도 있지만, 페이지 대부분은 일종의 ‘영업기밀’이라고 할 만한 소설 쓰기 노하우를 소개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소설가들은 어떤 단서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정유정은 어떤 질문이 턱 걸리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내 심장을 쏴라’는 대학 때 실습 나간 정신병원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한 남자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했다. 모자람 없이 평탄하게 살아온 남자의 삶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에 대한 의문이 소재가 됐다. ‘7년의 밤’은 아파트 게시판 실종자 전단지에 대한 의문이, ‘28’은 구제역 살처분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고 생명의 평등성에 대한 물음이 각각 소설을 쓰도록 부추겼다.

정유정은 ‘초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그는 ‘이야기란 등장인물의 삶에서 선택된 일련의 사건들로 구성된다’는 로버트 맥키의 말을 인용하며 선택을 잘하기 위해 선택할 재료인 초고에 공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본소득이 바꿀 세계 빈곤 문제
사람들에게 돈을 주자
애니 로우리|크라운
26달러|272쪽

핀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에서 진행했던 기본소득 실험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지만, 실업률을 개선하기 위한 도구로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기본소득 실험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빈곤선 이상의 생활이 가능한 돈을 개인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25~58세 실직자 17만명 중 무작위로 2000명을 뽑아 매월 560유로(약 74만원)를 현금 지급했다.

기본소득이 세계적으로 뜨거운 화두인 만큼 관련 신간이 쏟아졌지만, ‘읽는 재미’ 면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둔 책은 많지 않았다. 미국의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에서 경제 정책을 담당하면서 국민의 어려운 상황들을 세밀하게 취재해 공감대를 끌어낸 것으로 유명한 로우리가 낸 최근 신작은 심각한 이야기를 심각하지 않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 미국 언론은 “로우리는 세계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왜 기본소득이 필요한지를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본소득에 관한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