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디오대여점 ‘블록버스터’는 디지털 기술 진보에 따른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2010년 파산했다. 2013년 미국 텍사스에 남아있던 마지막 매장이 폐업을 앞두고 마감 세일에 들어갔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비디오대여점 ‘블록버스터’는 디지털 기술 진보에 따른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2010년 파산했다. 2013년 미국 텍사스에 남아있던 마지막 매장이 폐업을 앞두고 마감 세일에 들어갔다. 사진 블룸버그

챌린지컬처
나이젤 트래비스|홍유숙 옮김|처음북스
1만5000원|387쪽|2018년 12월 7일 출간

“아마존도 파산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1월 8일 미국 시애틀 본사에서 열린 전체 직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올해 10월 파산한 시어스(Sears) 백화점을 언급하며, 유통업의 미래에 대해 묻는 직원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시어스처럼 망하지 않으려면 고객 중심 혁신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혁신’해야 한다는 경영서가 쏟아진다. 하지만 정작 조직 구성원들을 혁신적으로 움직이게 바꾸는 방법론을 논하는 책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도전 문화(The challenge culture)’라는 제목의 경영 서적이 주목받고 있다. 저자인 나이젤 트래비스 던킨 브랜드 회장은 말단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파파존스 사장과 던킨도너츠 사장에 이어 회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 책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대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조직의 구성원이 나서서 조직의 미래를 고민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도전 문화’란 조직 내에서 구성원이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문화를 뜻한다.

그렇다고 직원들에게 도전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얼리티 TV쇼인 ‘어프렌티스’에서 유행시킨 ‘당신은 해고야’라는 말을 인용하며, 이 같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원하는 대로 회사는 흘러가고, 견디다 못한 인재는 조직을 떠난다고 전한다.


주제에 집중하는 성숙한 토론 문화

저자의 경영 철학에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저자는 20년 전 버거킹에서 인사 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있을 때 물품 배달 트럭 운전사와 면담했던 일화를 끄집어낸다. 그는 트럭 운전사들이 보상과 수당만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들이 앞장서서 배달의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논해 놀랐다고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대부분의 직원은 본인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회사가 잘되기를 바란다고 결론을 내렸다.

저자는 영국 미들섹스대를 졸업한 후 1972년 크래프트푸드 인사 담당 직원으로 입사했고, 미국 비디오 대여점 ‘블록버스터’ 총괄운영책임(COO)을 거쳐 2005년 파파존스 사장, 2009년 던킨도너츠 사장에 올랐다. 책 내용 중에 저자가 몸담았던 블록버스터의 실패사를 조목조목 풀어낸 대목이 눈길을 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때문에 ‘블록버스터’가 망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그러나 블록버스터가 2002년 넷플릭스를 단돈 1달러에 살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를 거절하고 전자제품 유통 업체인 ‘서킷시티’를 사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는 책에서 회사에 도전 문화를 심는 성숙한 토론 스킬을 알려준다.

“도전하는 것이 토론의 주제가 돼야지 사람이나 특정 그룹이 돼서는 안 된다. 토론은 서바이벌 게임이 아니다.”


제조업은 죽지 않는다. 변신할 뿐이다
넥스트 레볼루션
리처드 다베니|한정훈 옮김|부키
1만8000원|416쪽|2018년 12월 7일 출간

HP·GE·지멘스 등 글로벌 제조사들이 디지털화를 통해 부활을 준비 중이다. 이 책은 제조업을 변화시킬 기술을 소개하고, 그 기술을 활용해 제조 기업이 어떻게 변신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지를 조망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미국 항공기 제조사 록히드마틴이다. 록히드마틴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F35 전투기를 3개월 안에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전투기 한 대를 만드는 데 2~3년씩 걸렸다. 미국 자동차 제조 스타트업인 ‘로컬모터스’는 세계 최초 3D 프린팅 자동차 ‘스트라티’를 개발했다. 로컬모터스는 50개 부품으로 44시간 만에 자동차를 만들어낸다.

저자는 기술 진보로 제조업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함께 충족시킬 수 있게 됐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앞으로 소프트웨어 실력을 갖춘 제조 기업이 구글·애플·페이스북 같은 소프트웨어 영역을 장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적층가공(AM·Additive Manufacturing) 기술은 쌓아 올린다는 뜻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학술적으로 표현한 용어다.


경제가 쪼그라드는 암울한 시대가 온다
수축사회
홍성국|메디치미디어
1만8000원|388쪽|2018년 12월 10일 출간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미루어 짐작한다는 사자성어다. 이 책에 따르면 앞으로 이 사자성어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온다. 책 제목인 ‘수축사회’는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정치·경제·환경 등을 비롯한 사회 모든 영역이 수축되는 현상을 말한다.

저자는 성장이 정체된 세계 경제와 불안한 국제정세를 ‘수축사회’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책은 지금까지 전 세계 경제가 늘어나는 ‘팽창사회’였다면, 앞으로 경제와 인구가 쪼그라드는 ‘수축사회’가 될 것이니, 대비할 것을 권고한다. 제한된 재화를 사람들이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에 분쟁이 잦아질 테고, 그렇기 때문에 분배를 위한 사회적 원칙과 합의가 중요하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수축사회 진입을 늦추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그는 수축사회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미래에 집중해 사회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인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CEO)은 대한민국 1세대 애널리스트로 꼽힌다. 1986년 대우증권에서 시작해 30여 년을 리서치 분야에 있었다.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쾌락독서
문유석|문학동네
1만3500원|264쪽|2018년 12월 12일 출간

작년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이라는 신문 칼럼으로 유명세를 탄 문유석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독서 에세이를 출간했다. 칼럼에서 ‘우리가 남이가 하지 마라, 남이다’라는 직설 화법으로 2030 젊은 독자의 취향을 저격했던 저자는 이번에도 맛깔난 문체로 자신만의 독서 철학을 풀어나간다.

그는 실용적인 목적을 내세우며 엄선한 ‘양서’를 읽도록 강요하는 독서 문화에 반기를 든다.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 당할 자 없고, 세상 모든 것에는 배울 점이 있다. 있어 보이고 싶어서, 혹은 누가 읽으라고 해서 어려운 책을 골라 들었다가 독서의 재미를 잃어버리지 말고, 자신이 신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먼저 고르라고 조언한다.

저자가 사춘기 때 ‘야한 장면’을 목적으로 집에 있는 한국문학전집을 샅샅이 뒤져 읽었다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이효석의 ‘화분’, 송병수의 ‘쇼리 킴’, 조해일의 ‘아메리카’. 저자가 나열한 한국문학전집의 장편소설 제목을 보니, 십수 년 전 작은방 서재의 누런 책장에서 풍겨 오던 퀴퀴한 책 곰팡이 냄새가 떠오른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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