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3열 시트는 넓고 편안하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3열 시트는 넓고 편안하다. 사진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타 봤어? 어때?”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어젠 자동차에 전혀 관심 없는 친구까지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이 질문을 던졌다. 과연 인기는 인기인가 보다. 출시 열흘 만에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누적 계약 대수는 2만6000대를 넘었다. 이 중 사전 계약 대수가 2만 대 이상이다. 이 추세라면 출시 한 달 만에 3만 대도 넘을 기세다. 현대차도 이 정도의 ‘대박’은 예상 못 한 모양이다. 월 2000대 정도로 잡았던 판매 계획을 부랴부랴 수정하고, 긴급 증산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팰리세이드는 7~8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29만원을 더 내면 2열 시트 가운데가 비어 있는 7인승 모델을 살 수 있다. 8인승 모델은 2열 시트 가운데 보조 시트 같은 시트가 끼어 있다. 사실 7~8명을 한 차에 태울 일은 많지 않다. 7~8명을 한꺼번에 태우기엔 SUV보다 미니밴이나 승합차가 나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두툼한 미니밴이나 승합차는 폼이 나질 않는다. 태권도 학원이나 유치원 기사로 오해받을 소지도 다분하다. 그래서 아빠들은 실제로는 자신의 폼을 위해서지만 겉으로는 가족을 배려한다는 핑계로 커다란 SUV를 기웃거린다. 팰리세이드는 그런 아빠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넉넉한 팰리세이드의 3열 공간

하지만 아무리 폼이 좋대도 3열 공간이 형편없으면 7~8인승 SUV의 쓸모가 없어진다. 3열에 사람이 제대로 앉지도 못할 시트를 달아놨다면 그 차를 살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팰리세이드의 3열은 얼마나 괜찮을까. 아울러 다른 7~8인승 SUV의 3열 공간은 어떨까.

일단 팰리세이드의 3열은 공간 부문에서 합격이다. 2열 시트를 뒤로 바짝 밀어도 키 180㎝ 성인 남자가 다리를 잔뜩 오므릴 필요가 없다(무릎이 앞좌석 등받이에 닿기는 한다). 바닥이 높아 허벅지가 위로 솟긴 하지만 등받이를 뒤로 10도까지 젖힐 수 있어 제법 등을 편하게 기대고 앉을 수 있다. 2열 시트를 한 단계만 앞으로 밀면 무릎 공간이 꽤 여유로워진다. 2열 시트 어깨 부분에 시트를 앞으로 밀 수 있는 버튼이 있어 등을 잔뜩 굽히지 않고도 편하게 3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시트 양옆에 놓인 팔걸이에는 컵홀더도 두 개씩 있다. 2열과 3열을 전동으로 접고 펼 수도 있는데(69만원짜리 패밀리 옵션에 포함된다), 이 옵션을 고르면 3열 시트 등받이도 전동으로 조작할 수 있다. 단, 성인 남자 셋이 앉기엔 비좁다. 디젤 모델은 덜덜거리는 진동이 엉덩이를 꽤 괴롭힌다. 그래도 무늬만 9인승인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에 비하면 안락하고 편안한 3열이다. 이 정도 3열이라면 “장인, 장모님 모시고 어디 갈 때 차 두 대로 갈 필요가 없잖아”라며 아내를 설득할 수 있다.

팰리세이드가 등장하기 전까지 7~8인승 SUV 시장을 주름잡은 모델은 포드 익스플로러다. 올해 신형이 출시되니까 이제 끝물인데도 매달 수입차 판매 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릴 만큼 인기가 꾸준하다. 익스플로러는 팰리세이드보다 길이가 한 뼘 남짓 길다. 3열 무릎 공간은 반 뼘 남짓 넓다. 하지만 어깨 공간이 한 뼘 정도 짧아 성인 남자가 앉았을 때 좁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3열에 탈 때 팰리세이드는 버튼만 누르면 2열 시트가 앞으로 스르륵 움직여 편하지만 익스플로러는 시트 아래 레버를 당긴 다음 위로 들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팰리세이드처럼 바닥이 높지 않아 앉았을 때 자세가 편하다. 시트도 온전한 모양이다. 버튼이 아닌, 손으로 해야 하지만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있다. 팰리세이드처럼 3열 시트 양옆에 큼직한 컵홀더와 수납 공간도 있다. 단, 옆 창이 팰리세이드 반 정도로 작아 답답하다. 익스플로러는 디젤 모델이 없다. 그래서 덜덜거리는 진동이 엉덩이를 괴롭히진 않지만 2.3ℓ 에코부스트 모델도 공인 복합연비가 리터당 7.9㎞에 불과하다. 참고로 팰리세이드 디젤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1.5~12.6㎞다. 정리하자면 앉았을 때 조금 편하다는 것만 빼면 팰리세이드의 3열이 익스플로러의 3열보다 낫다. 지금 익스플로러를 고민 중이라면 2019년 말 신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다.


팰리세이드보다 크지만 불편한 포드 익스플로러. 사진 포드코리아
팰리세이드보다 크지만 불편한 포드 익스플로러. 사진 포드코리아

혼다 파일럿, 푸근한 승차감이 특징

팰리세이드 출시에 즈음해 혼다가 안팎으로 디자인을 매만지고 편의장비를 더한 파일럿을 출시했다. 하지만 3열 공간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이전 모델처럼 2열 시트 어깨 뒤쪽에 있는 레버를 당기면 시트가 앞으로 움직여 3열로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다. 2열 시트 등받이 위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등받이가 접힌다. 단, 팰리세이드처럼 앞으로 스르륵 움직이진 않아 손으로 밀어야 한다. 파일럿의 3열은 팰리세이드처럼 바닥이 높아 앉았을 때 허벅지가 위로 솟지만 무릎이나 머리 공간은 셋 중 가장 여유롭다. 승차감도 가장 푸근하다. 3열 시트가 계단식으로 조금 높아 시야가 좋다. 시트 양옆 팔걸이에는 컵홀더가 세 개나 있다. 하지만 3열에 에어컨이나 히터 송풍구가 없다(팰리세이드는 3열 천장에 에어컨 송풍구가 있다). USB 포트도 없다. 전반적으로 3열을 위한 편의장비가 부족하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3열 시트를 전동으로 접을 수 없다는 거다. 팰리세이드는 옵션으로, 익스플로러는 기본으로 전동으로 접을 수 있는 시트를 챙겼다. 3열만 놓고 봤을 때 승차감과 개방감은 파일럿이 좋지만 나머지 부분에선 파일럿이 뒤진다.

지금까지 시승한 7~8인승 SUV 가운데 3열이 가장 편안했던 건 볼보 XC90이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3열에 온전하고 푸근한 시트와 다양한 수납 공간을 챙겼지만 달릴 때 뒤가 너무 출렁거려 멀미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XC90은 공간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달릴 때 승차감이 안정적이고 푸근했다. 하지만 두 차의 값은 모두 1억원에 육박한다. 3열만 따진다면 풀옵션 모델이 5000만원을 넘지 않는 팰리세이드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 이 값에 이런 3열을 누릴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