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가운데)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2014년 9월 알리바바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기념하는 타종 행사에 참석해 기뻐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마윈(가운데)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2014년 9월 알리바바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기념하는 타종 행사에 참석해 기뻐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신뢰 이동
레이첼 보츠먼|문희경 옮김|흐름출판
1만6000원|448쪽|3월 29일 출간

2014년 9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을 때 첫날부터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단숨에 세계 4위로 올라섰다. 록스타라도 된 듯 엄청난 환호 속에 거래소에 등장한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오늘 치솟은 건 돈이 아니라 신뢰”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 경영대학원 초빙교수로 공유경제 전문가인 저자 레이첼 보츠먼은 관시(關係), 즉 인맥을 중시하는 중국에서 알리바바가 이룬 성공은 기술을 통한 ‘신뢰 이동’의 전형적인 예라고 주장한다.

알리바바 설립 당시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전체 인구의 1%에 못 미쳤다. 저자는 마윈이 곧 닥쳐올 기술 진보를 확신했으며, 중국 문화에서 신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알리바바는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의 80%, 온라인 결제 시스템의 70%를 장악하면서 기술력과 시스템을 앞세워 ‘관시’의 벽을 넘어섰다.

신뢰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단순하다. “신뢰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연결해주는 다리”이며 “미지의 대상과의 확실한 관계”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 역사를 세 단계로 구분한다.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지역적 신뢰’의 시대와 계약과 법제도, 상표 등을 통해 구축된 ‘제도적 신뢰’의 시대를 지나 이제 ‘분산적 신뢰’ 시대의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와 기성 미디어에 쏠려 있던 신뢰의 무게중심이 네트워크와 플랫폼 또는 시스템 혁신을 통해 곳곳으로 퍼지는 것이 분산적 신뢰 시대를 특징짓는 현상이다.


공유경제 확산은 ‘분산적 신뢰’시대 돌입 증거

‘신뢰 독점’ 붕괴를 가속한 굵직한 사건들의 예는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만큼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오랫동안 자본주의의 한 축을 지탱해 온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진 사건이었다.

에드워드 스노든과 위키리크스의 폭로 사건은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과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에 큰 흠집을 냈다. 소니와 야후 등의 개인정보 유출과 국제축구연맹(FIFA)의 비리도 ‘신뢰 추락’을 거들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사건들로 인해 기업과 정부, 전문가집단 등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것 보다 이들에 대한 신뢰가 가족과 친구, 동료, 심지어 ‘낯선 이들’에게로 급속히 옮겨간 것에 더 주목한다. 우리가 낯선 사람의 차에 올라타고(차량 공유 서비스), 여행 중 낯선 사람의 집에 머물며(숙박 공유 서비스), 암호화폐를 사용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도는 말을 믿는 것 등이 분산적 신뢰 시대에 돌입한 증거라는 것이다.

책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신뢰는 어떻게 구축되는지, 변화된 신뢰를 구축하는 요인은 무엇인지 등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블록체인에 대한 언급도 관심을 끈다. 블록체인이 “가치를 교환하는 방식과 신뢰의 대상을 바꾸어 놓을 것”이며 시간이 흐르면 “인터넷처럼 당연한 것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마케팅은 ‘너그러운 행위’
마케팅이다
세스 고딘|김태훈 옮김|쌤앤파커스
1만8000원|368쪽|3월 27일 출간

수잔 피버라는 명상 강사가 있었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물었다. “집에서도 계속 배울 방법이 없을까요?” 그녀는 방법을 고민하다 ‘오픈 하트 프로젝트’라는 온라인 명상 사이트를 만들었다. 오픈 하트 프로젝트는 유료 회원 수만 2만 명이 넘는 세계적인 명상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세계적인 마케팅 대가인 저자 세스 고딘은 신간 ‘이것이 마케팅이다’에서 “마케팅이란 다른 사람이 문제를 풀도록 돕는 너그러운 행위”라고 정의한다. 그가 생각하는 마케팅의 출발점은 공감이다. 사람들의 결핍을 공감함으로써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목적의식이 싹트기 때문이다.

저자는 돈을 들여서 고객의 주의를 끄는 현재 마케팅 전략은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이 혼란스러운 마케팅의 시대에 길을 잃은 기업인들에게 근본적인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고딘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구루 중 한 명이다. 야후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과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 스퀴두의 최고경영자(CEO) 등을 역임했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역사책
디저트의 모험
제리 퀸지오|박설영 옮김|프시케의숲
1만6800원|316쪽|4월 5일 출간

과거엔 달콤함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특권이었다. 설탕이 값비싸고 희귀한 ‘약재’였기 때문이다. 신대륙 식민지 노예들의 노동력이 사탕수수와 사탕무 재배에 대거 투입되면서 비로소 설탕 가격이 내려갔고, 설탕 소비는 치솟았다. 1720년대 영국에선 1인당 연간 섭취량이 3.5㎏였지만, 18세기 말엔 6㎏까지 늘었다. 이 같은 변화 속에 과거 왕과 귀족만 즐겼던 디저트는 19세기를 지나면서 ‘일반인의 음식’이 됐다. 2013년 3000억원대였던 국내 디저트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2000억원대로 커졌다.

책은 디저트의 기원과 종류, 진화과정 등을 살핀다. 시대별로 유행을 선도한 디저트에서 오븐이나 냉장고 등 관련 주방용품과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디저트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달콤하게(?) 풀어낸다. 디저트의 양대 산맥이라 할 ‘크림(아이스크림 포함)’과 ‘케이크’는 각각 별도로 챕터를 할애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다이어트 중에는 읽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저자 제리 퀸지오는 다양한 음식의 역사를 주로 다루는 작가로 옥스퍼드 백과사전 집필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기업들에 바치는 헌사
빅 비즈니스(Big Business)
타일러 코웬|세인트마틴
18.89달러|272쪽|4월 9일 출간

미국 조지메이슨대 경제학 교수이자 정치·외교·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형 지식인’으로 불리는 타일러 코웬이 수세에 몰린 거대 기업들에 바치는 헌사(獻詞)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 심화로 미국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세대) 사이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서 시기적절한 기획이란 의견이 많다.

저자는 차분하면서도 확신에 찬 어조로 미국의 거대 기업들이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에 막중한 역할을 감당해 왔음을 역설한다. 또한 급속한 기술 발전과 촘촘한 규제 등으로 기업 경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름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프로스포츠계의 수퍼스타만큼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웬 교수는 국내에서 ‘거대한 침체’ ‘경제학 패러독스’ 등의 저서로 널리 알려졌다. 2011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선정 ‘최근 10년 내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뽑혔고, 이듬해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선정한 ‘세계 100대 사상가’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