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로비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지도록 유도하고 이윤 창출을 위해 비윤리적인 결정도 서슴지 않는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다.
기업들이 로비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지도록 유도하고 이윤 창출을 위해 비윤리적인 결정도 서슴지 않는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다.

타일러 코웬의 기업을 위한 변론
타일러 코웬|문직섭 옮김|한국경제신문
1만7000원|371쪽|12월 2일 발행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미국이지만, 역설적으로 미국인이 기업에 품고 있는 반감과 불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 뿌리가 깊다. 1986년 제너럴모터스(GM)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미국 동부 미시간주의 소도시 플린트가 몰락의 길을 걸어야 했던 뼈아픈 사건이 있었고, 1999년에는 콜로라도 리틀톤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끔찍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그 배후에 총기를 더 쉽게 살 수 있도록 정치 로비를 한 미국의 무기 제조사들이 있었다는 점이 지적되며 지탄을 받았다. 국민적 분노를 산 사건의 이면에는 언제나 수익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부도덕함이 있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오늘날 뉴스,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우리가 늘 접하는 미디어는 기업을 대부분 탐욕스럽고 부도덕하며 윤리의식이 결여된 집단으로 묘사한다.

신간 ‘타일러 코웬의 기업을 위한 변론’은 이 같은 익숙한 통념을 흔드는 질문을 던진다. 과연 기업이 ‘악(惡)’한 존재로서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 냉정하게 따져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기업을 두고 흔히 하는 비판 대부분이 면밀한 검토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예컨대 미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받아 주주 이익을 저해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비판이다. 이에 저자는 “오늘날 거대 기업을 운영하려면 어느 때보다 많은 역할이 필요하다”며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만한 자격이 있는 CEO 후보자의 수가 제한적이며 수요와 공급의 기본 원칙에 따라 이들에 대한 연봉이 급격히 오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1980년부터 2003년까지 CEO의 연봉이 6배 오르는 동안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도 약 6배 늘어났다는 통계치를 제시하며 성과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기업이 단기 실적에만 급급하고 장기 목표를 등한시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때로는 단기적 문제가 더 해결하기 쉽고 중요하며 장기적 성공에 이르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저자는 미국 국세청의 택스 갭(tax gap·제때 납부되지 않은 세금의 규모) 자료를 인용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기준 기업의 택스 갭(약 410억달러)이 개인의 택스 갭(2640억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제시하며 기업의 준법 의식이 개인보다 더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비영리기업이 노골적인 사기 행위를 서슴지 않고 회계 장부를 조작하고 있는 반면, 영리기업은 더욱 엄격한 잣대로 감시받고 투명성을 요구받는다는 점에서 더욱 정직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용기 있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보면 그동안 기업을 향해 품어왔던 반감이 다소 맹목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언젠가 마주할 마지막 순간을 위한 안내서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
로라 프리챗│신솔잎 옮김│빌리버튼
1만5000원│308쪽│11월 29일 발행

죽음은 우리 인생에서 수없이 접하는 자연의 섭리지만 그럼에도 마주할 때마다 부자연스럽고 당혹스럽고 절망적인 비극으로 다가온다. PEN USA 문학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소설가인 저자는 우리 스스로의 죽음은 물론 타인의 죽음까지 지금보다 더 성숙한 자세로 받아들일 방법을 제시한다.

‘죽음을 상상하고 연습하는 것’이 그 첫번째 방법이다. 스스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죽음의 상황을 생각하고 방향을 잡아두자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며 자신의 삶에 편지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한다.

저자는 죽음을 앞둔 타인과는 진정으로 공감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섣불리 고통을 추측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곁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경청하면서 겸손함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궁극적으로는 마음을 활짝 열어 상실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역설적으로 상실로 인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창업 시작부터 성공에 이르는 필수 과정
창업의 과학
다도코로 마사유키│한빛미디어
2만5000원│308쪽│12월 9일 발행

매년 수십만 개의 신생 기업이 창업하지만 이 중 3분의 1은 1년이 채 안 돼 사라지고 5년을 버티는 기업은 4곳 중 한 곳에 불과하다는 통계청 조사 결과가 있다.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제대로 안착해 사업을 이어가는 곳은 매우 드물다. 저자는 스타트업이 성장해 가는 과정마다 스타트업 스스로가 무엇을 실현해야 할지 판단 기준이 없다는 점을 포착했다. 일반 기업이라면 매출, 영업이익 등이 경영 방침을 정하는 지표로 활용되지만 스타트업은 최초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긴 여정이 필요한 것. 또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업 구조의 변화, 기업이 판매하는 채널 변경 등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피벗(pivot)’도 기술이 필요하다.

저자는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발굴한 1단계부터 아이디어 검증, 고객 인터뷰, 프로토타입 제작, 제품 제공, 지속적인 사용자경험(UX) 개선, 피벗, 사업 확장 등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의 발전 과정을 20단계로 나누고 단계마다 목표를 설정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찾다
중고품: 새로운 세계 중고 시장 여행
(SECONDHAND: TRAVELS IN THE NEW GLOBAL GARAGE SALE)
애덤 민터│블룸스버리
25.20달러│320쪽│11월 12일 발행

유럽의 중고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저렴하게 사고파는 차원을 넘어 자원 재활용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고자 하는 정신이 담겨 있다. 이런 이유로 스웨덴의 경우 중고 시장 90% 이상을 비영리단체가 운영한다. 시민으로부터 중고품을 기부받고 그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식이다.

저자는 전 세계 다양한 형태의 중고 시장을 다니면서 겪은 생생한 체험담을 담았다. 어떤 이유에서든 중고 시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중고품 거래가 활성화할수록 미래 세대를 위해 더 좋은 지구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국 남서부의 중고품 가게나 일본 도쿄의 빈티지 가게, 동남아시아의 벼룩시장, 가나에 있는 중고품 매매 기업을 소개한다.

저자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새것을 갈망하고 헌 물건을 버리는 것은 기업마케팅에 의해 유도된 행위일 뿐 우리 본성에 따르면 그런 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