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 오거스틴의 월드 골프 빌리지에 있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건물. 600년 골프 역사와 골프의 전설들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2007년 가입한 박세리 덕분에 태극기도 휘날린다.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 오거스틴의 월드 골프 빌리지에 있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건물. 600년 골프 역사와 골프의 전설들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2007년 가입한 박세리 덕분에 태극기도 휘날린다.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가 내년에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다.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입회 심사위원회는 우즈가 위원 투표에서 75% 이상 찬성표를 얻어 내년 입회가 확정됐다고 3월 12일(한국시각) 밝혔다.

우즈는 그동안 입회 조건을 충분히 채우고도 나이 제한 때문에 가입을 못 했지만 올해부터 입회 자격을 기존 50세에서 45세로 낮추면서 첫 수혜자가 됐다. 은퇴 후 5년이 지나면 나이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은퇴 후 3년으로 완화했다. 명예의 전당은 “전 세계의 위대한 골퍼들이 더 적극적으로 인정받고 축하받을 수 있도록 입회 기준을 바꿨다”고 밝혔다.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World Golf Hall of Fame)은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 오거스틴의 월드 골프 빌리지 안에 있다.

지난 1월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에 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본부에서 남쪽으로 30분 정도 차를 몰고 가니 명예의 전당 건물이 나왔다. 2007년 가입한 박세리 덕분에 태극기도 함께 휘날리고 있었다.

명예의 전당 박물관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는 골프 600년 역사를 머릿속에 담아 놓은 듯 화려한 입담을 과시했다. 전시실 입구에 있는 2m 길이 커다란 모형 드라이버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면서 방문객들은 흥미로운 골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이곳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골프의 전설은 특이하게도 미국 유명 코미디언이었던 밥 호프(1903~2003)였다. 골프 실력은 별로였다지만 골프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3년 입회했다. 1965년부터 2011년까지는 그의 이름을 딴 밥 호프 클래식이 열리기도 했다.

그의 전시관에는 은색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아이언 하나가 전시돼 있다. 1971년 아폴로 14호를 타고 달에 착륙했던 앨런 셰퍼드가 인류 최초로 달에서 휘둘렀던 채다. 셰퍼드는 당시 세 번의 샷을 했는데 첫 번째는 헛스윙, 두 번째 샷은 섕크(shank)가 났고, 세 번째 샷은 무려 900m를 날아갔다고 한다. 달에서 골프 스윙을 하면 흥미로울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낸 이가 호프였다.

4대 메이저를 한 해에 석권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보비 존스의 전시관을 지나니 역사관이 나왔다. 골프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클럽과 각종 그림과 문서 그리고 트로피 등이 전시돼 있다. 흑인들의 골프 도전사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시대 흐름을 반영해 스크린골프 타석도 마련돼 있는데 국내 업체인 골프존이 기증했다.


1971년 아폴로 14호를 타고 달에 착륙했던 앨런 셰퍼드가 달에서 휘둘렀던 아이언.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1971년 아폴로 14호를 타고 달에 착륙했던 앨런 셰퍼드가 달에서 휘둘렀던 아이언.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박세리를 포함해 2007년 가입한 멤버들 사진과 부조, 박세리 라커룸이 있다.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박세리를 포함해 2007년 가입한 멤버들 사진과 부조, 박세리 라커룸이 있다. 사진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은 전 세계 26개 골프 단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원하는 기구다. 명예의 전당 가입자는 남녀 선수, 공헌자 부문 등 3개 카테고리로 구분된다. 남자는 통산 15승 이상(미국, 유럽, 일본, 남아공, 아시안, 호주 투어) 또는 메이저 대회(4대 메이저 대회+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최소 2승 이상을 거둬야 한다. 여자의 경우에는 통산 15승 이상(미국, 유럽, 일본, 한국, 호주 투어) 또는 5대 메이저 대회에서 2승 이상 거둔 선수여야 한다.

매년 남녀 선수 각각 4명, 공헌자 2명을 합해 총 10명이 후보로 선정된다. 각 후보들은 20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 멤버들의 75%인 15표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입회가 결정된다. 선정위원회는 명예의 전당 멤버(4명), 주요 골프 기구 대표로 구성된 세계골프재단 이사회 멤버(7명), 미디어(7명), 기타(2명)로 구성돼 있다.

현재 한국 선수 중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는 2007년 이름을 올린 박세리(43) 한 명뿐이다. 박인비(32)는 2016년 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만 헌액됐다.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가입 조건도 갖췄고 선정위원회 투표도 통과할 가능성이 크지만 연령 조건이나 은퇴 이후 3년 경과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LPGA투어 명예의 전당은 1998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편입되면서 자동으로 세계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었다. 하지만 2014년 변화가 생겼다. 세계 명예의 전당 멤버십 카테고리가 PGA 투어, LPGA 투어, 인터내셔널, 베테랑 등의 부문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남자, 여자, 공헌자 3개 부문으로 구분된 것이다.

LPGA 투어 카테고리가 사라지면서 다시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 LPGA 투어 입회 조건은 △10년 이상 투어 활동 △메이저 대회, 베어트로피, 올해의 선수상 중 최소 1회 수상 △27포인트 이상 획득(일반 대회 우승은 1점, 베어트로피나 올해의 선수상 수상 1점, 메이저 우승 2점)이다.

박세리 얼굴은 부조상을 모아놓은 방에서 만나게 된다. 입회 연도가 아닌 알파벳 순서로 정렬돼 있어 매년 새로운 입회자가 나올 때마다 자리가 바뀐다. 헌액자의 라커에는 그들이 기증한 개인 소장품을 모아 놓았다. 박세리의 라커 상단에는 그를 표지로 삼은 골프 잡지 책 한 권과 동료 선수들과 찍은 기념사진, 몇 개의 공과 장갑이 있었고, 하단에는 박세리가 초창기에 사용하던 골프백과 클럽 그리고 대회 때 입었던 셔츠가 있었다. 박세리는 “골프인으로 명예의 전당에 가입할 수 있었던 건 최고의 영예였다”라고 했다.

월드 골프 빌리지 내에는 2개의 수준급 코스와 골프 아카데미가 운영되고 있다.

‘킹 앤드 베어 코스’는 ‘킹’으로 불렸던 아널드 파머와 ‘황금 곰’이란 애칭을 가진 잭 니클라우스가 협력해 만든 최초이자 유일한 18홀 코스다.

‘슬래머 앤드 에스콰이어 코스’는 ‘슬래머’로 불렸던 샘 스니드와 ‘에스콰이어’ 별명을 가졌던 진 사라센이 설계 과정에 컨설턴트로 참여한 곳이다. 명예의 전당 건물 뒤편에 TPC 소그래스의 17번 홀을 본따 공을 쳐볼 수 있도록 해 놓은 곳도 있다.

골프 명예의 전당은 골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장대한 스케일로 조명하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