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클래식카 이벤트인 콩코르소 델라간차. 사진 황욱익
세계적인 클래식카 이벤트인 콩코르소 델라간차. 사진 황욱익

자동차 산업은 단순 제조업뿐 아니라 다양한 관련 산업을 거느리고 있다. 한 대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부품의 개수는 약 4만여 개. 공정이 단순해지는 만큼 부품 수도 줄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제조업을 비롯해 유통, 해운, 소재 등 다양한 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신차 중심의 완성차 시장은 굉장히 탄탄하고 체계적이다. 상품 기획부터 설계, 제작, 애프터서비스(AS), 렌터카, 중고차 시장, 다양한 금융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일 뿐 아니라 전문적이고 높은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국에서 운송 수단 혹은 산업에 영향을 주는 기계로서의 자동차 산업은 탄탄할지 몰라도 관련 문화 산업은 여전히 체계조차 없다. 특히 클래식카 분야는 일정한 기준도 체계적인 교육기관도 없고 심지어 경험을 판매할 수 있는 사람도 매우 부족하다.

클래식카는 사실 완성차 시장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다루는 상품의 연식만 차이가 있을 뿐 시장 구조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클래식카와 관련된 다양한 직업군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가깝게는 동네에 있는 특정 차종 전문 숍부터 멀게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차들을 감정하고 가치를 책정하는 전문 감정사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분야까지 고려하면 클래식카 관련 산업은 완성차 못지않다. 또한 희소가치와 부가가치까지 생각하면 시장 잠재력은 생각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한국의 자동차 판매 대수를 생각했을 때 앞으로 클래식카 시장의 잠재력을 매우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에는 제대로 된 클래식카 관련 직업군을 찾기 힘들다. 반면 클래식카 관련 직업군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클래식카 관련 직업군을 알아보자.


직업 1│클래식카 감정사

일반적인 중고차 감정사와는 다르다. 단순히 자동차의 값어치를 책정하는 직업이 아닌 대상 차종에 대한 이력, 원형, 차대번호, 부품번호 등을 모두 확인해 최종 가격이나 값어치를 결정하는 직업이다. 중고차 감정사와 같이 가격을 직접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근거 자료를 만들고 관리한다. 쉽게 설명해 미술품 감정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자동차 역사뿐 아니라 전쟁사와 산업사에 대해 빠삭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주로 대형 클래식카 경매 담당자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주는 브로커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직업 2│엔진, 하체 및 하드웨어 복원 관련

기계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직군이다. 일반적인 정비는 물론이고 오래된 차의 엔진과 하체 등 하드웨어를 담당한다. 어찌 보면 클래식카 분야의 꽃이라고 불리는 이 직군은 기계식 엔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하고 종사자를 가장 많이 거느리고 있기도 하다. 특히 카뷰레터(공기와 가솔린을 혼합하는 기화기) 엔진을 다룰 줄 알고 필요에 따라서는 부품을 새로 제작하거나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줄 알아야 한다. 외국의 경우 특정 세대의 자동차만 다루는 전문 숍도 많고 특정 국가의 자동차, 특정 메이커의 자동차만 다루는 숍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하드웨어 복원과 더는 구할 수 없는 부품을 직접 제작하고 취급한다.


얼바인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 사진 황욱익
얼바인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 사진 황욱익

직업 3│도색, 판금 외형 복원 및 디테일링

클래식카 분야에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분야다. 클래식카에서 도색, 판금 등 외형 복원은 섬세한 감각과 색에 대한 센스가 필요하다. 요즘 차와 달리 1970년대 이전의 차들은 페인트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고유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색했을 경우 가치 하락을 최대한 줄일 수 있어야 한다. 판금과 외형 복원은 더욱 복잡하다. 요즘 차보다 디자인이 강조된 모델이 대부분인 클래식카는 표면 굴곡과 도색을 올렸을 때 빛의 반사 등의 이유로 일반적인 판금 작업 이상으로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디테일링은 전체적인 내외장 관리를 뜻한다. 단순한 세차가 아닌 이 작업은 소재에 따른 관리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휠, 타이어, 차체, 유리, 고무 등 오래된 차에서 취약한 부분을 전문 관리한다. 전문 약품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작업자에 따라 공개되지 않은 노하우를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직업 4│내장재 복원 및 인테리어

클래식카에서 실내는 매우 중요하다. 가죽과 나무를 사용한 내장 부품은 대부분이 다루기가 까다롭고 관리가 힘들다. 외국에는 자동차 내장재만 전문으로 다루는 가죽 전문숍도 있는데 이들은 연식을 알려 주면 거기에 맞는 혹은 그 시대에 사용했던 소재를 직접 구해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는 가장 생소한 분야이기도 하다. 내장재 복원 및 클래식카 인테리어 전문점은 대부분 예전 방식인 공방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소재에 대한 지식 못지않게 시대에 따른 자동차 지식도 매우 중요한 분야다.


직업 5│클래식카 이벤트 기획자

테마에 맞는 클래식카를 고르고 이벤트를 기획하는 직업군이다. 국내에서 가장 생소한 직업군 중 하나인 클래식카 이벤트 어드바이저는 차에 대한 이해, 테마 선정 등 보이지 않는 부분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직종이다. 대부분은 자동차와 관련 있는 시계나 명품, 혹은 대중적인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올리는 역할을 한다. 또 대규모 클래식카 이벤트나 클래식카 랠리를 기획하기도 하며 전시 이벤트 큐레이팅도 담당한다. 이 분야는 무엇보다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전통적인 클래식카 이벤트 참가 경력도 필요하고 관람객이 아닌 기획자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며 클래식카의 성격과 테마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