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알로이 GP125는 주행 성능은 아쉽지만, 노면 충격을 잘 흡수하고, 묵직한 차체 덕분에 안정적이다. 사진 로얄알로이
로얄알로이 GP125는 주행 성능은 아쉽지만, 노면 충격을 잘 흡수하고, 묵직한 차체 덕분에 안정적이다. 사진 로얄알로이

클래식 스쿠터의 미덕은 무엇일까. 고성능? 첨단기능? 다양한 편의장비? 적어도 클래식 스쿠터는 이런 관점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조금 느리고 불편해도 멋이 최우선이라면 관심 가져 봐도 좋을 로얄알로이 ‘GP125’를 소개한다.

스쿠터, 그중에서도 클래식 스쿠터는 전 세계적으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스쿠터의 기동성과 편리함, 아름다운 디자인은 단순히 탈것을 넘어 패션의 영역까지 보완하니 인기가 없는 것이 이상하다. 이번에 출시된 로얄알로이의 GP125는 1970년대 그랑프리 125를 그대로 복각해 요즘 엔진을 넣어 만든 클래식 스쿠터다. 모델명도 그랑프리에서 따온 약자를 사용한다. 디자인은 클래식 스쿠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길가에 서 있으면 한 번 더 눈이 가는 그런 디자인이다. 마치 오리 부리처럼 삐죽 튀어나온 앞 펜더(바퀴 덮개)는 귀여운 느낌과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언뜻 생각하면 옛날 방식대로 만드는 건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제조단가가 문제 되는 경우가 많다. GP125는 차체의 대부분을 플라스틱이 아닌 철판으로 만든다. 철은 비싸고 원하는 모양대로 가공하기 어렵다. 최신 스쿠터들이 못생긴 강철 파이프 프레임에 플라스틱 덮개로 모양을 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GP125는 강성이 좋은 철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방패 카울부터 센터 플로어까지 한 장으로 이어지는 옛 디자인을 그대로 살릴 수 있었다. GP125의 우아한 옆모습의 비결인 셈이다. 무작정 과거에 매달려 있지도 않다. 발광다이오드(LED) 포지션 램프와 방향 지시등을 사용하는 등 클래식의 틀 안에서 나름 현대적인 요소를 더해 오래된 느낌을 지웠다.


아쉬운 운동 성능

옛날 방식으로 만들었을 때 생기는 단점도 있다. 차량 구조 설계와 운동 성능이 과거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GP125는 생김새뿐 아니라 성능도 고전적이다. 최신 고성능 125㏄ 스쿠터와 비교해 출발 가속부터 꽤 느긋하다. 온통 철로 만들어진 차체에 엔진 출력은 9.6마력이니 당연한 결과다. 반응도 빠르지 않다. 저속에서의 핸들링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바이크를 기울이기 시작할 때 차가 반대로 서려는 것 같은 반발력이 신경 쓰인다. 이렇듯 저속에서의 운동 성능은 요즘 125㏄ 스쿠터를 생각하고 접근하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반대로 1970년대 올드 모델과 비교하면 어떨까? 수동 변속기 대신 자동 변속기가 내장됐고 진동이나 소음이 적다. 시동도 한 번에 잘 걸린다. 엔진 출력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다.


엔진 출력은 9.6마력으로 출발 가속도 늦고 반응도 빠르지 않다. 사진 로얄알로이
엔진 출력은 9.6마력으로 출발 가속도 늦고 반응도 빠르지 않다. 사진 로얄알로이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

저속에서의 아쉬운 주행 성능에 비해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꽤 만족스러운 주행을 할 수 있다. 노면의 충격이 서스펜션(충격 흡수 장치)과 프레임에서 고르게 흡수된다. 묵직한 차체가 주는 안정감도 더해진다. 기본적으로 서스펜션 세팅은 단단하다. 만약 차체가 가볍다면 그냥 딱딱했을 텐데 GP125의 묵직한 무게 덕분에 단단하게 느껴진다. 저속에서는 토크를 내기 위한 세팅 탓에 가속의 경쾌함이 부족한 것 같다. 다만 주행 중 토크는 충분했다. 가파르기로 유명한 이태원 해방촌 언덕길에서 성인 두 명과 짐까지, 총 160㎏의 무게에도 무리 없이 올라갔다.


로얄알로이 GP125는 전형적인 클래식 스쿠터의 모습을 갖췄다. 특히 차체 대부분을 철로 만들었다. 사진 로얄알로이
로얄알로이 GP125는 전형적인 클래식 스쿠터의 모습을 갖췄다. 특히 차체 대부분을 철로 만들었다. 사진 로얄알로이

독특한 서스펜션 구조

링크 방식을 쓰는 프런트 쇼크는 GP125의 큰 특징이다. 일반적인 스쿠터는 제동 때 프런트 서스펜션이 눌리며 차량이 앞쪽으로 기우는 ‘노즈다운(nose down)’ 현상이 생긴다. 하지만 GP125는 노즈다운이 없고 충격에 의해서만 서스펜션이 압축된다. 덕분에 제동 때도 차체를 훨씬 안정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브레이크는 뜻밖에 만족스러웠다. 리어 브레이크가 프런트와 함께 작동되는 전후 연동 브레이크를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래서 왼쪽 레버를 잡는 것만으로 꽤 강력한 제동력을 보여준다.

의외의 장점이 또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좌우의 프런트 쇼크에 가해지는 초기 하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쿠터 중에 순정 상태로 프런트 프리로드 조절이 가능한 모델은 상당히 드물다. 그럼 이 좋은 방식의 프런트 서스펜션을 왜 요즘에는 쓰지 않는 걸까? 구조가 복잡한 만큼 제조 단가가 비싸고, 무겁다. GP125는 오리지널 디자인을 최대한 복각하기 위해 서스펜션 방식도 옛날 방식 그대로 채택했다.


수많은 단점 상쇄하는 장점은 디자인

GP125는 단 하나의 장점이 모든 단점을 덮는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스쿠터 중에서 디자인이 가장 클래식하면서 신차로 출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클래식 스쿠터라면 꼭 갖춰야 할 미덕이다.

반세기를 넘어 여전히 사람을 홀리는 디자인이라니. 그 시공간의 초월이 놀라울 뿐이다.

양현용 월간 ‘모터바이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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