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5월 27일 세계 최초로 5시리즈와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 내·외관 변경 모델을 공개하는 행사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열었다. 사진 BMW
BMW는 5월 27일 세계 최초로 5시리즈와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 내·외관 변경 모델을 공개하는 행사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열었다. 사진 BMW

모름지기 행사는 사람이 북적여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았느냐?’가 행사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아무리 행사를 잘 치렀어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으면 실패한 행사나 다름없다. 자동차 행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홍보 담당자들은 행사가 열리는 날 아침까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행사에 꼭 참석하도록 당부한다. 화려한 조명과 빼곡히 들어앉은 사람들, 자유롭고 흥겨운 분위기. 2월 12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의 ‘A 클래스’ 세단과 ‘CLA’ 세단 출시 행사도 그랬다. 널찍한 행사장에는 두 차를 보러 온 기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기자들과 벤츠 담당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고 행사장 분위기는 활기찼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었다. 그날 이후로 이런 자동차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자동차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그나마 열린 행사도 이전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규모가 축소된 것은 물론 기자들끼리의 동석과 동승도 제한됐다. 보통 시승행사는 두 명이 한 조로 한 차에 타는 게 기본인데, 지금은 혼자서만 탈 수 있다. 행사장에서도 나란히 앉는 게 금지돼 띄엄띄엄 앉아야 한다. 지난 3월 열린 르노삼성 ‘XM3’ 시승행사는 오전과 오후로 시간을 나누고, 각 시간대별로 열 명 남짓한 기자들만 불러 일주일 동안 진행했다. 점심도 마주 앉아 먹지 못하게 했고, 밥과 반찬을 개인 쟁반에 차려 나눠 먹지 못하게 했다. 식사를 마친 기자들은 각자 마스크를 쓰고 조용히 차에 탔다. 이전의 떠들썩하고 활기찬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온라인을 활용한 행사도 부쩍 늘었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7세대 ‘아반떼’와 4세대 ‘쏘렌토’를 온라인에서 출시했다. BMW는 ‘i4 콘셉트’를 공개하기 위해 디지털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폴크스바겐은 실제 모터쇼 부스를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버추얼 모터쇼를 운영했다. 그런데 요즘 온라인을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자동차 브랜드가 있다. 이들이 주목한 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다.

르노삼성은 르노의 ‘캡처’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자동차 극장 콘셉트를 활용했다. 서울 양재동의 더케이호텔에 커다란 스크린을 세우고 신형 캡처를 모아놓은 것이다. 참가자들은 캡처 안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르노삼성이 진행한 행사를 즐겼다. 차와 관련된 설명도 차 안에서 들었다. 설명이 끝나고 가수 스텔라장과 정재형의 공연도 펼쳐졌다. 정재형의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가 차 안 스피커로 흘러들었고, 참가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호응을 보냈다. 신형 캡처는 2013년 국내에 출시된 르노삼성 ‘QM3’의 후속 모델이자 르노 캡처의 2세대 모델이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QM3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2세대 모델이 르노 엠블럼을 달면서 본래 이름인 캡처를 되찾았다.


BMW는 5월 27일 인천 영종도에서 세계 최초로 5시리즈와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 내·외관 변경 모델을 출시하는 행사를 열었다. 사진 BMW
BMW는 5월 27일 인천 영종도에서 세계 최초로 5시리즈와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 내·외관 변경 모델을 출시하는 행사를 열었다. 사진 BMW
현대차는 5월 22~24일 사흘간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 주차장에서 드라이브인 콘서트를 했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는 5월 22~24일 사흘간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 주차장에서 드라이브인 콘서트를 했다. 사진 현대차
르노삼성은 르노 캡처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자동차 극장 콘셉트를 활용한 행사를 5월 14~15일 이틀간 개최했다. 사진 르노삼성
르노삼성은 르노 캡처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자동차 극장 콘셉트를 활용한 행사를 5월 14~15일 이틀간 개최했다. 사진 르노삼성

코로나19에도 즐길 건 즐긴다

현대차도 드라이브인 콘서트를 열었다. 이 시국에 자동차 회사가 무슨 콘서트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이 콘서트는 지난해 처음 시작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스테이지 X’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콘서트를 열었는데, 밀레니얼 세대(1981~96년 출생)와 소통하기 위해 콘서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히며 앞으로 매년 콘서트를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콘서트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차 안에서 공연을 즐기는 방식을 택했다. 공연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주변의 킨텍스 제2전시장 주차장에서 진행됐다. 5월 22~24일 사흘 동안 넓은 주차장엔 커다란 무대가 세워졌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응모한 사람 중 하루에 차량 300대씩, 모두 900대의 차가 이 색다른 콘서트에 초청됐다. 첫날엔 가수 김태우와 에일리, 백아연 등이 출연하는 K팝(K-pop)공연이, 둘째 날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배우들이 공연하는 갈라쇼가, 셋째 날에는 금난새가 지휘하는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공연이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자동차 극장에서처럼 무대 앞에 차를 세우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 공연을 즐겼다. 평소 무대라면 관객의 함성과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을 테지만 이 무대에선 차밖에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관객들은 박수 대신 경적을, 함성 대신 비상등을, 환호 대신 상향등을 번쩍거리며 호응을 보냈다. 공연자도 관객도 모두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공연을 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하루였다.

BMW는 세계 최초로 ‘5시리즈’와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 페이스 리프트(외관 변경) 모델을 출시하는 행사를 5월 27일 한국에서 가졌다. 행사장은 인천 영종도에 자리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 마련됐다. 자동차 극장처럼 꾸민 무대 앞에서 참가자들은 차 안에 앉아 새 차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이후 각자가 타고 있던 차를 운전해 BMW가 마련한 드라이브 스루 극장으로 이동했다. 천장이 뻥 뚫린 극장 벽에는 새 차와 관련한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 새로운 5시리즈가 전시됐다. 차에 탄 채로 보느라 자세히 살필 순 없었지만 새 차를 구경하는 신박한 방법이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자동차 행사도 새로워졌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행사가 솔깃하지만 그래도 난 이전의 북적이는 행사가 그립다. 언제쯤 그런 행사가 열리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