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LPGA투어 개막전인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십(미 플로리다주 올랜도 인근 포시즌스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김세영이 티샷을 하는 모습. 사진 민학수 기자
지난 1월 미국 LPGA투어 개막전인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십(미 플로리다주 올랜도 인근 포시즌스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김세영이 티샷을 하는 모습. 사진 민학수 기자

프로와 주말 골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30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버샷, 그린에 맞은 뒤 백스핀이 걸리는 공, 자유자재로 공을 갖고 노는 듯한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 등 주말 골퍼에게는 꿈과 같은 수준 높은 프로의 샷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연습량이 많고 적고 상금의 유무 등 여러 차이점도 있다. 하지만 라운드 도중 가장 다른 점을 꼽으라면 프로는 철저하게 골프룰을 준수하며 위반할 경우 페널티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주말 골퍼는 ‘티샷을 실수하고도 벌타 없는 멀리건’ ‘라이가 안 좋으면 옮겨 놓고 치기’ 등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거나 아예 자유방임으로 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20~30대 젊은 골퍼들과 여성 골퍼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대한골프협회를 비롯한 골프 단체에 골프룰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스크린 골프를 통해 골프를 처음 접하거나 체계적으로 골프룰에 대한 설명을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골프룰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공정성’을 중시하는 세대의 특성과 연결지어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골프룰은 프로도 헷갈려서 경기위원에게 해석을 의뢰할 정도로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스포츠 종목 가운데 가장 큰 경기장을 사용하는 데다 티잉 구역과 페널티 지역 등 구역마다 적용되는 룰도 다르고 사용하는 클럽 수도 14개나 되기 때문이다. 골프룰은 규칙과 사례를 모아놓으면 두툼한 책 한 권이 나온다. 대한골프협회는 최근 팬들의 문의가 많은 골프룰 15가지를 꼽았다. 구민석 대한골프협회 과장은 “골프는 매너와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공정한 경기를 위해 규칙을 알고 싶다는 팬들의 요구는 반가운 일이다”라며 “평소 까다롭다고 생각한 골프룰도 거기에 담긴 원칙과 논리를 알고 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알쏭달쏭한 골프룰의 세계를 대한골프협회와 함께 다섯 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첫 번째 편은 라운드가 시작되는 티잉 구역에서 알고 있어야 하는 룰이다. 


배꼽 나오면 2벌타…그럼 다시 치는 샷은 몇 타째?

티잉 구역이란, 홀을 시작할 때 반드시 플레이해야 하는 구역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2개 티마커 바깥쪽을 연결한 가상의 선, 뒤로는 자신이 가진 클럽 중 퍼터를 제외한 가장 긴 클럽 2개 길이, 측면은 각 티마커 바깥쪽 가상의 선이 경계가 된다. 사진 대한골프협회
티잉 구역이란, 홀을 시작할 때 반드시 플레이해야 하는 구역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2개 티마커 바깥쪽을 연결한 가상의 선, 뒤로는 자신이 가진 클럽 중 퍼터를 제외한 가장 긴 클럽 2개 길이, 측면은 각 티마커 바깥쪽 가상의 선이 경계가 된다. 사진 대한골프협회

공 한 번 쳐보기도 전에 초보티를 내고 체면을 구기는 곳이 바로 라운드를 시작하는 최초의 공간인 티잉 구역이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습관적으로 티잉 구역보다 조금 앞에서 티샷을 날리는 골퍼들이 있는데 이처럼 티잉 구역보다 공이 앞에 나와 있는 걸 흔히 ‘배꼽이 나왔다’고 표현한다. 이런 룰 위반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엄밀하게 적용하면 실격까지 당할 수도 있다. 티잉 구역의 정의는 홀을 시작할 때 반드시 플레이해야 하는 구역이다. 티잉 구역의 범위는 앞으로는 2개의 티 마커 바깥쪽을 연결한 가상의 선이다. 뒤로는 자신이 가진 클럽 중 퍼터를 제외한 가장 긴 클럽 2개 길이만큼이다. 측면은 각각 2개의 티 마커 바깥쪽 가상의 선이다.

모든 티샷은 이 티잉 구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기준은 공이 된다. 즉, 공의 일부라도 티잉 구역 안에 있으면(선에 닿는 것까지 포함) 발을 비롯한 스탠스는 티잉 구역 밖에 있어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티잉 구역을 벗어난 티샷은 잘못된 장소에서 샷을 하기 때문에 일반 페널티(2벌타)를 받게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다시 날리는 티샷은 세 번째 샷이 된다는 점이다. 왜 2벌타를 받았는데 네 번째가 아니고 세 번째 샷일까. 티잉 구역 밖에서 친 샷은 인플레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 공을 스트로크한 모든 타수와 벌타는 포함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티잉 구역 밖에서 친 샷이 OB 구역으로 갔어도 1벌타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치는 샷은 티잉 구역 잘못에 대한 페널티만 포함한 세 번째 샷이 된다.

만약 티잉 구역 밖에서 티샷을 날린 뒤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 다음 홀을 시작했거나 마지막 홀의 경우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면 ‘실격’이 된다. 티샷 자체가 인플레이가 아니므로 홀아웃이 인정되지 않는데 다음 홀을 플레이했기 때문이다.


‘애걔’ 티샷한 공이 티잉 구역을 못 벗어났는데

초보자의 경우 있는 힘껏 스윙을 했는데도 공이 제대로 맞지 않아 티잉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티를 낮게 꽂는 파3 홀에서 이런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대부분 동반자들은 무벌타로 다시 칠 것을 권한다. 골프 규칙에서는 “플레이어의 인플레이 공이 스트로크 후에도 ‘해당 티잉 구역’에 있는 경우 공을 있는 그대로 플레이할 수도 있고, 페널티 없이 그 공을 집어 올려 해당 티잉 구역 어디에서든 티 위에 올려놓고 플레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을 빗맞힌 경우뿐 아니라 티샷한 공이 근처 나무나 바위 등을 맞고 다시 티잉 구역 안으로 들어온 경우에도 벌타 없이 티 위에 공을 올린(티업) 후 샷을 할 수 있다. 이 룰을 이용하면 공을 있는 상태 그대로 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샷을 할 수 있다. 굳이 처음 샷을 했던 지점을 고집할 필요 없이 티잉 구역 안이라면 다른 곳에 티를 꽂고 플레이를 해도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티 위에 공을 올린 후 샷을 한다고 해도 해당 스트로크가 1타째가 되는 건 아니다. 이전 스트로크가 인정되기 때문에 2타째가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여기서 ‘해당 티잉 구역’이라는 말에 주의해야 한다. 화이트 티잉 구역에서 친 공이 레드 티잉 구역에 정지했다면 이는 ‘해당 티잉 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이 룰을 적용할 수 없다. 또한 3번 홀을 플레이하고 있다면 4번이나 5번 등 다른 홀은 해당 티잉 구역이 아니다. 티잉 구역에 적용되는 규칙은 플레이 중인 홀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