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8 퍼스트 에디션’은 BMW 모토라드가 다시 크루저 시장에 도전하는 바이크다. 사진 양현용
‘R18 퍼스트 에디션’은 BMW 모토라드가 다시 크루저 시장에 도전하는 바이크다. 사진 양현용

‘R18’은 BMW 모토라드가 크루저(장거리 운행 모터사이클) 시장에 도전하는 두 번째 바이크다. BMW는 1997년 ‘R1200 C’로 크루저 시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하지만 레트로 모터사이클 붐을 이끈 R90 시리즈의 성공으로 새롭게 자신감을 얻은 BMW 모토라드는 R18로 크루저 시장에 다시 도전한다. 할리데이비슨으로 대변되는 크루저 시장은 북미는 물론 유럽에서도 개척할 만한 가치가 있는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R18의 디자인은 존재감과 세련미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덕분에 어디를 가든지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디자인의 모티브는 과거의 유산인 ‘R5’에서 가져왔다고 하지만, 그 결과물은 전형적인 아메리칸 크루저의 모습이다. 두툼한 덮개가 포함된 프런트 포크나 연료탱크에서부터 시트, 리어펜더로 이어지는 실루엣은 아메리칸 크루저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 ‘V트윈’ 엔진이 아니라 큼직한 박서 엔진이 올라가니 R18만의 개성이 돋보인다. R18을 타고 다니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이건 크루저지만 타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기존 크루저와는 달라 보이고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디자인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 차체를 구성하는 부품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높고 페인팅 품질이나 크롬의 질감도 완성도를 높여준다. 엔진 둘레에 거추장스러운 케이블이 보이지 않는 점도 좋다. 게다가 이 모델은 일반 모델이 아닌 ‘퍼스트 에디션’이다. 이름 그대로 처음 등장을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 양산 모델에 비해 좀 더 멋지게 치장한, 일종의 초회 한정 모델이다. 엔진 둘레와 캘리퍼 핸들바·그립 등 차량 전반에 번쩍이는 크롬을 두르고 독일 공장의 장인이 손으로 그려서 만드는 줄무늬 장식이 더해진다.

여러 면에서 BMW 모토라드의 고민이 느껴지고 시장을 분석해 타협한 부분도 보인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와 클러치 레버는 아메리칸 크루저 라이더에게 익숙한 두툼한 타입을 사용한다. 차체 전반에 금속을 사용하는 등 경량화와는 거리가 멀게 구성했다. 차체를 낮게 깔아 맵시 있는 실루엣을 만드는 대신 코너에서 기울일 수 있는 각도의 한계도 낮아졌다.


BMW 모토라드 ‘R18 퍼스트 에디션’에는 이 바이크만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배기량 1802㏄, 공랭 오버헤드밸브(OHV) 엔진이 탑재됐다. 사진 양현용
BMW 모토라드 ‘R18 퍼스트 에디션’에는 이 바이크만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배기량 1802㏄, 공랭 오버헤드밸브(OHV) 엔진이 탑재됐다. 사진 양현용
‘R18 퍼스트 에디션’은 앞바퀴 뒷바퀴 거리가 1731㎜인 바이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코너를 가볍게 돈다. 사진 양현용
‘R18 퍼스트 에디션’은 앞바퀴 뒷바퀴 거리가 1731㎜인 바이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코너를 가볍게 돈다. 사진 양현용
‘R18 퍼스트 에디션’은 연료탱크에서부터 시트, 리어펜더로 이어지는 실루엣 등 전형적인 아메리칸 크루저의 모습을 갖췄다. 사진 양현용
‘R18 퍼스트 에디션’은 연료탱크에서부터 시트, 리어펜더로 이어지는 실루엣 등 전형적인 아메리칸 크루저의 모습을 갖췄다. 사진 양현용

존재감 넘치는 엔진

엔진은 R18만을 위해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것이다. 압도적인 엔진의 크기도, 1802㏄의 배기량도, 밸브 구동 방식이 고전적인 오버헤드밸브(OHV)라는 점도 놀랍다.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 5’를 앞둔 2020년에 공랭OHV 엔진을 새롭게 개발하고 출시했다는 점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다.

R18의 시동을 걸면 깜짝 놀랄 것이다. 엔진의 회전축이 세로로 배치된 박서 엔진은 엔진이 갑자기 돌아가면 그때의 반동으로 차량이 좌우로 흔들린다. 이를 토크 리액션이라고 하는데, R18 엔진은 지금까지의 어떤 바이크보다 강력한 토크 반응을 보여준다. 1802㏄의 배기량부터 피스톤, 미션까지 회전하는 부품들의 질량이 역대 가장 무겁기 때문이다. 특히 시동이 걸리는 순간 엔진의 회전수가 확 높아졌다가 낮아지는데 이때 방심하면 순간 움찔하며 놀라게 될 정도다. 이는 단점이라기보다 박서 엔진의 특성을 이용한 의도된 연출이고 이것이 상당히 박력 있는 첫인상을 만든다.

엔진의 회전 감각은 독특하다. 커다란 쇳덩이가 움직일 때 느껴지는 박력이 엔진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진동도 살아있고 엔진 안에서 열심히 피스톤질을 해대면 그것이 동력으로 바뀌어 바이크를 움직이는 느낌이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코너에서 핸들링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앞바퀴 뒷바퀴 거리가 1731㎜의 바이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가볍게 돌아간다. 핸들링의 경쾌함과는 다르게 뱅킹(기울임) 한계는 상당히 낮다. 코너를 조금만 빠르게 들어가도 풋패그 끝의 뱅킹센서가 노면에 벅벅 긁히는 소리를 낸다.

주행 포지션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엔진 위치 때문에 발을 앞으로 뻗는 포워드 컨트롤 자세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리를 쭉 뻗는 포워드 컨트롤은 다른 장르에는 없는 크루저의 상징 같은 자세다. 그래서 이 자세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운전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위안이 되는 점은 시선을 살짝만 내리면 보이는 좌우로 툭 튀어나온 엔진의 존재감이다. 지금까지 어떤 크루저 바이크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강력한 존재감은 포워드 컨트롤의 부재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렇다면 크루저 클래스의 원조격이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아메리칸 크루저들과 비교는 어떨까? 스타일이나 구조적인 부분들을 고려하면 R18은 할리데이비슨에서는 ‘소프테일’ 라인업과 비교될 수 있고, 인디언 모터사이클에서는 ‘치프 다크호스’ 정도가 경쟁 모델이 되겠다. 엔진의 배기량이나 실린더 직경, 스트로크, 푸시로드가 있는 OHV 방식까지 설정이 유사하다. 재미있는 점은 무게나 출력, 토크 등의 스펙상 성능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능보다는 주행 감각의 차이와 스타일 그리고 브랜드가 선택 기준이 된다.

아메리칸 크루저 장르 안에서 이미 다양한 취향에 맞춰 수많은 라인업을 갖춘 할리데이비슨과 인디언에 대항하기엔 BMW 모토라드의 라인업은 빈약하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자의 출현이 정체돼 있던 크루저 시장에 오히려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양현용 월간 ‘모터바이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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