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골프 시장은 2030 젊은층과 여성 골퍼가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국내 골프장에 발길이 몰리자 폭리 영업과 질 낮은 서비스, 부킹난도 이어졌다. 사진은 KLPGA투어 경기를 앞둔 연습 그린 풍경. 사진 민학수 기자
올해 국내 골프 시장은 2030 젊은층과 여성 골퍼가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국내 골프장에 발길이 몰리자 폭리 영업과 질 낮은 서비스, 부킹난도 이어졌다. 사진은 KLPGA투어 경기를 앞둔 연습 그린 풍경. 사진 민학수 기자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는 매년 국내 레저 산업 시장을 대표하는 골프, 리조트, 스키장, 콘도미니엄, 테마파크 산업 등의 매출액, 이용객 수 등의 자료와 일본의 통계자료를 함께 담은 레저 백서를 펴낸다. 지난 5월 펴낸 ‘레저백서 2020’이 스무 번째였다. 그동안의 노하우가 축적된 레저 산업 한국통계 도표가 327개 수록돼 있는데, 그중 골프 산업은 본문과 부표를 포함해 250쪽에 달한다. 서천범 소장은 1999년 2월 레저 산업연구소를 만들기 전까지 대기업 경제연구소에서 일했다. 그룹계열 건설 회사에서 의뢰한 ‘한국과 일본의 레저 산업 비교’ 용역 연구를 맡은 게 계기가 됐다. 일본의 레저 산업은 크게 성장하는데,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통계도 없었다. 1997년 ‘2000년대의 레저산업’ 책자를 발간한 이후 오늘에 이르렀다.

서 소장은 “올해 골프 산업은 2월 중순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확산하면서 다른 업종들이 큰 어려움을 겪은 데 반해 예상 밖의 호황을 누렸다”며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젊은 팬들이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골프장 영업 폭리 논란이 빚어진 것은 국내 골프장의 브랜드 신뢰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저 백서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내년 골프 산업 트렌드 4가지를 꼽아보았다.


COLORFUL│2030과 젊은 女 골프 열기

올해 골프 산업 호황의 특이한 점은 20~30대 여성들이 골프장을 많이 찾고 있다는 점이다. 골프는 연습장에서 3개월 정도의 연습과 골프채 구입 그리고 4명이 모여야 한 팀을 이뤄 필드에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꽤 높은 스포츠다. 그런데 스크린 골프가 확산하면서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졌고 이 때문에 대면접촉을 못 해 ‘집콕’만 하던 20~30대 여성들이 골프장을 많이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골프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골프장에서 10명 중 2명 정도를 차지했던 여성 골퍼가 지금은 3~4명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국내 골프인구는 약 470만 명인데 20~30대는 18.2%로, 5명에 1명꼴이었다. 올해 골프인구는 약 5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20~30대 골프인구는 지난해 85만4000명에서 올해는 11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골프 인스타그램에서 #골프를 검색하면, 상위 게시물 12건 중 10건이 젊은 여성이 골프장에서 셀카를 찍은 것이거나 샷을 날리는 자세를 잡은 사진들로 넘쳐난다. 해외 여행지나 바닷가, 수영장에서 사진을 찍어 올리던 인스타그래머나 인플루언서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골프장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많이 찍는다는 것이다.

여성 골퍼 중 90%가 사진을 찍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성 골퍼들은 골프웨어에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으며 옷차림도 예전보다 훨씬 경쾌하고 세련미 넘친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골프 관련 제품의 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8.2% 늘었는데, 여성 골프 제품은 21.4% 급증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 사진 민학수 기자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 사진 민학수 기자

COLD WIND│대중제 골프장에서 ‘대중’ 혜택이 사라지면

올해 그린피 상승은 대중제 골프장이 주도했다. 대중제 골프장의 주중 그린피는 지난 10월 14만6000원으로 2019년 5월 이후 13.4% 급등했고 토요일 그린피도 9.3% 인상됐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골프존카운티 안성W는 토요일 그린피를 17만5000원에서 25만원으로 7만5000원 올렸다. 경기도 여주 캐슬파인CC와 강원도 횡성 알프스대영CC는 각각 6만원씩 올렸다.

코로나 사태로 골퍼들이 몰려든 5∼10월 사이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는 주중 8.7%, 토요일 6.9%를 올려 사상 최고의 상승률을 보였다. 충북 충주에 있는 임페리얼레이크CC의 토요일 그린피는 19만9000원에서 26만9000원으로 7만원, 충북 진천의 골프존카운티 화랑CC, 충주 로얄포레CC,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CC는 각각 6만원씩 올렸다.

대중제 골프장이 개별소비세와 재산세 등에서 회원제 골프장보다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것은 올해 총 82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중제 골프장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리거나 예전처럼 그린피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코로나19 백신이 안정적으로 보급돼 내년 하반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해외골프여행이 가능해지면 폭리 영업을 하던 국내 골프장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대중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33.2%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4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중제 같지 않은 대중제 골프장이 늘면서 골프장 회원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효과도 나오고 있다.


CART│“세계에서 가장 비싼 렌터카” 이제 그만

골프장 전동 카트는 골프장에서 더 많은 골퍼를 받기 위해서 운용하는 만큼 최소 비용을 받거나 받지 않아야 한다. 5인승 전동 승용카트 구입비는 약 1300만원 정도인데, 6~7개월이면 투자비를 뽑는다. 국내 골프장 팀당 카트피는 9만원 안팎이다.

지난해 153개 골프장의 카트피 수입 비중은 전체 매출의 15.7%에 달했다. 그래서 사주의 아는 사람 회사를 통해 아웃소싱하면서 카트피를 빼돌리는 골프장도 있고 회원제 골프장이 부도나면 제일 먼저 카트를 다른 사람 이름으로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급 승용차로 통하는 벤츠의 월 렌트비는 114만원인데 하루 3만8000원인 셈이다.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6시간(대기시간 포함)으로 계산하면 9500원에 불과하다. 현재 골프장의 팀당 카트피가 9만원, 1인당 2만2500원으로 벤츠 렌트비보다 2.4배 비싸다. 그래서 국내 골프장 카트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렌터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카트피 징수 방식도 팀당이 아닌 1인당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카트피를 1인당으로 계산하는 골프장은 14군데에 불과하다.


CADDY│캐디 선택제 본격화된다

골프장 캐디(경기 도우미)는 내년 7월 1일부터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개인사업자로 신고하면 사업 소득세와 보험료 납부 등으로 실질 소득이 2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골프장 캐디 수는 지난 5월 기준 3만1840명으로 업계에서는 골프장 대비 캐디 3000~5000명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로 캐디 수입이 줄고,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는 캐디가 늘면 캐디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앞으로 아웃소싱 업체와 계약을 통해 캐디를 공급받는 골프장, 캐디를 개인사업자로 신고해 근무하도록 하는 골프장, 노 캐디·마샬 캐디 등 캐디 선택제를 도입하는 골프장 등 여러 형태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캐디 선택제를 실시하는 골프장은 148개소로 28%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12만원이던 팀당 캐디피는 올해 13만~14만원으로 올랐다. 일부 골프장에선 15만원까지 받는다. 2016년 국내에 도입된 마샬 캐디는 골프채를 뽑아주지 않고 그린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만 빼고 일반 캐디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마샬 캐디피는 7만~8만원으로 하우스 캐디피의 3분의 2 수준이다. 골프를 칠 줄 아는 경력단절 여성이나 퇴직자들이 마샬 캐디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골프장의 경우, 대부분 노캐디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캐디가 꼭 필요한 골프장들은 정규직으로 채용해 월급을 준다. 캐디피는 1인당 3만5000원 정도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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