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아구스타의 ‘브루탈레 1000 RR’은 998cc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해 208마력의 최고 출력을 낸다. 사진 양현용
MV아구스타의 ‘브루탈레 1000 RR’은 998cc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해 208마력의 최고 출력을 낸다. 사진 양현용

콤팩트한 사이즈에 대비되는 거대한 존재감을 지닌 하이퍼 네이키드. 이 바이크를 접하는 순간 ‘압도적이다’라는 표현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네이키드 바이크는 스포츠 바이크를 기반으로 카울(외장 덮개)을 벗기고 포지션을 편하게 만든 모델을 뜻한다. 하지만 그러한 네이키드 바이크의 정의를 가볍게 무시하는 바이크가 바로 ‘브루탈레 1000 RR’이다. 이 바이크는 2020년 최첨단에 서 있는 동시에 과거에 머물러있는 모델이다. 엔진의 배기량이 바뀌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각종 요소가 채워졌지만, 2001년 처음으로 선보였던 ‘브루탈레 750’부터 지금까지 설계의 기본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대에 뒤처졌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MV아구스타의 디자인이 그만큼 앞서 있었다는 이야기다. 첫 등장부터 완성형이었던 디자인이기에 큰 변화는 주지 않으면서 조금씩 디테일만 더해왔다.

브루탈레 1000 RR은 양산 모델이지만, 타 브랜드였다면 한정판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디자인이 뛰어나다. 외장의 대부분을 카본으로 두르고 고급 부품으로 무장했다. 여기에 콘셉트 모델에서나 볼 법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특히 악마가 입을 벌린 듯 거대한 존재감의 테일램프(후미등) 디자인은 양산형 바이크에서 보기 어려운 과감하고 섹시한 디테일이다. 애로우와 협력해 제작한 네발의 배기 시스템은 후면 디자인에 독특함을 더한다. 여기에 바이크의 심장은 MV아구스타의 슈퍼바이크인 ‘F4’로부터 물려받은 998㏄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해 출력을 208마력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 최고 속도는 시속 300㎞를 넘나드는, 제정신이 아닌 하이퍼 네이키드가 탄생했다.


애로우와 협력해 제작한 배기 시스템은 후면 디자인에 독특함을 더한다. 사진 양현용
애로우와 협력해 제작한 배기 시스템은 후면 디자인에 독특함을 더한다. 사진 양현용

도로 위의 레이스 머신

시동 버튼을 가볍게 눌러주는 것으로 엔진이 깨어난다. 아이들링(공회전) 소리가 어금니를 꾹 다물고 으르렁거리는 맹수 소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니다. 계기반 회전계의 눈금은 3000rpm부터 표시된다. 이 바이크를 탈 땐 3000rpm 이하의 회전수는 쓰지 말라는 의미로, 옛날 레이스 머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테일이다. 엔진이 예열을 마칠 때까지 친절하게 엔진 온도가 낮다는 경고가 화면에 표시된다.

우선 타이어의 열도 올릴 겸 저회전으로 달렸다. 부드러운 토크와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누구나 다룰 수 있는 바이크처럼 유순하다. 도로의 흐름을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새 계기반의 경고 문구가 사라졌다. 때마침 앞에 차들도 없이 뻥 뚫려 있는 도로로 접어든다. 때가 됐다. 주행 모드를 레이스로 바꾸고 스로틀(가속 레버)을 크게 열었다. ‘Brutale’ 이탈리아어로 ‘잔인한’이라는 뜻의 이름에 어울리는 폭력적인 가속감은 지금까지 타본 바이크 중 가장 공포스러웠고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엔진이 1만3000을 넘길 때 터지는 가솔린 엔진의 포효는 뒷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순정 상태로도 배기음은 환상적이다.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4’ 안에서 최대의 사운드와 필링을 뽑아낸 느낌이다.

포지션은 독특하다. 풋패그는 뜻밖에 편안한 위치에 있지만, 핸들이 멀고 낮은 탓에 상체를 제법 숙여야 한다. 짧은 주행시간에도 엉덩이와 손바닥이 저릿저릿하다. 포지션도 만만치 않지만, 시트의 쿠션은 단단하고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은 더 단단해서 완전히 레이스 머신을 타고난 느낌이다. 이렇게 운전자를 몰아붙이는 네이키드는 처음이다.


‘브루탈레 1000 RR’은 외장의 대부분을 카본으로 두르고 고급 부품을 장착했다. 사진 양현용
‘브루탈레 1000 RR’은 외장의 대부분을 카본으로 두르고 고급 부품을 장착했다. 사진 양현용
후미등 디자인은 양산형 바이크에서 보기 어려운 과감하고 섹시한 디테일이다. 사진 양현용
후미등 디자인은 양산형 바이크에서 보기 어려운 과감하고 섹시한 디테일이다. 사진 양현용

새로운 도전 과제

바이크에 처음 올랐을 때부터 이 섹시한 바이크가 코너에서 어떠한 움직임을 보여줄지 기대가 됐다. 일단 1415㎜의 짧은 앞뒤바퀴 거리는 민첩함을 기대하게 하는 수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코너의 탈출구만 쳐다봐도 알아서 돌아나가는 느낌의 요즘 바이크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섀시가 지나치게 단단해서 뻣뻣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도 코너를 하나씩 지날 때마다 조금씩 의도대로 달릴 수 있었다. 몸에 익는 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린다. 달릴수록 페이스는 조금씩 올라가지만 한계는 무척 높아서 불안함은 없었다. 그동안 너무 바이크에 모든 걸 맡기는 주행을 해왔구나 싶을 정도로 브루탈레 1000 RR은 정확한 주행을 요구했다. 솔직하게 스스로의 주행을 평가하자면 테스트를 마칠 때까지 100%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데는 실패했다. 약간의 패배감과 도전의식이 마음에 불을 지른다.

바이크를 타기 전 이 바이크의 진짜 무대는 트랙이 아닌 도로 위라고 생각했다. 사실 트랙을 재밌게 타려면 더 저렴하고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바이크들이 많다. 슈퍼카를 트랙에서 타려고 사는 게 아니듯 그저 멋진 가죽 재킷을 걸치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뽐내며 달리는 것이 가장 어울리는 바이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이크를 타 본 뒤 이 바이크의 진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트랙에서 달려보고 싶었다. 208마력의 엔진 출력이 단지 아우라를 만들어주기 위한 스펙이 아니라 빠르게 달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직 완성하지 못한 브루탈레 1000 RR과의 주행을, 더 완벽하게 정복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양현용 월간 ‘모터바이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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