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BH 옥션은 일반인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클래식카 경매로, 차종이 매우 다양하다. 사진 황욱익
일본 BH 옥션은 일반인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클래식카 경매로, 차종이 매우 다양하다. 사진 황욱익

한국에서는 클래식카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관련 시장도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중고차 시장이 클래식카 시장과 비슷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클래식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말이다. 클래식카 시장은 단순히 오래된 차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은 클래식카 안에서도 많은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시대별 또는 자동차 등급으로 나누기도 하며, 일반적인 중고차 시장의 틀 안에서 분류할 때도 있다. 생산 대수가 많고 개체 수가 많은 모델은 국가별로 시세가 형성되고 기념비적인 모델이나 희소가치가 높은 모델 역시 나름의 시세가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유명한 클래식카 전문 거래소와 경매장(옥션)이 있다. 일반적인 중고차 시장과는 다른 클래식카 전문 거래소와 경매장은 단순히 차를 사고파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비싸든 싸든,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든 없든 오래된 차를 취급한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차들이야 정보도 많고 생산량도 많지만, 1990년대 이전에 생산된 차들은 부품 수급이 어렵고 관련 정보도 생각보다 적다.

클래식카 경매장은 크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개적인 경매장과 특별한 사람이나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비공개 경매장으로 나뉜다. 미국의 베럿 잭슨이나 일본의 BH 옥션은 일반인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클래식카 경매로 차종이 매우 다양하다. 일반인이 참여하는 만큼 반드시 클래식 범주에 속하지 않더라도 오래되고 보존 상태가 좋은 차들이 출품되며 전화, 온라인 등으로도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베럿 잭슨과 BH 옥션은 보다 대중적인 클래식카를 다루기도 하는데 스포츠카와 튜닝카를 함께 출품하기도 한다. 누구나 경매장에 가거나 지정된 야적장에 가면 경매에 나오는 차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야적장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볼거리다.

비공개 경매는 말 그대로 제한된 사람, 혹은 주최 측에서 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만 참가할 수 있다. 물론 경매 결과는 경매가 끝나고 공개되지만, 입찰 참여 자체가 어려운 편이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경매와 달리 이쪽은 전문 자격을 갖춘 중개인이 주로 경매에 참가하는데,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이들은 출품 차종을 꼼꼼하게 살피는 일도 함께한다. 가장 유명한 곳은 RM 소더비와 본 햄스다. 매년 최고가를 경신하는 클래식카 대부분이 이 두 곳에서 나올 때가 잦다.

일반적으로 클래식카 경매와 그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누군가에게 클래식카는 여러 가지 용도로 매우 진귀한 보물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오래된 고철이나 중고 자동차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래식카는 다른 미술품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데 가치 역시 천차만별이다. 무조건 오래됐다고 비싼 가격,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미술품과 달리 클래식카는 복잡하고 구체적인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며,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인증도 필요하다. 차가 만들어졌을 때의 관련 서류와 검증된 히스토리가 있으면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RM 소더비의 경우 매년 최고가를 경신하는 클래식카가 나올 때가 잦다. 사진 황욱익
RM 소더비의 경우 매년 최고가를 경신하는 클래식카가 나올 때가 잦다. 사진 황욱익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클래식카는 같은 모델이라도 외관이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사진 황욱익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클래식카는 같은 모델이라도 외관이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사진 황욱익

컨디션에 따라 가치도 달라진다

모든 물건이 마찬가지겠지만, 자동차 역시 컨디션에 따라 그 값어치가 달라진다. 일반적인 중고차라면 이런 부분이 가격을 결정하는 데 더욱 강력하게 작용하고 기본 단가가 높은 클래식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반적인 중고차와 클래식카가 상태에 따른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약간 차이가 있다.

클래식카의 경우 컨디션 등급이 매우 세분화돼 있다. 이 중에는 일부 부품만 있거나 아예 손상된 상태의 것들도 있다. 실제로 2019년과 2020년 BH 옥션에서는 유명 클래식카나 기념비적인 모델의 별도 부품을 따로 경매에 출품하기도 했으며, 몇 년 전 본햄스에서는 물속에 70년 넘게 잠겨 있었던 부가티를 출품하기도 했다. BH 옥션은 클래식카 기념품이나 소품 같은 개념이었지만, 본햄스의 부가티는 부식되고 망가진 상태로 무려 3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역사를 간직하고 현대에서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가치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클래식카의 가치를 책정할 때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가장 중요한 사항은 오리지널리티(본질)다. 우선 원래 제조사가 아닌 다른 제조사에서 제작한 차는 레플리카(복제차)로 구분되며 섀시 번호와 원동기 번호를 확인한다. 여기서 통과되면 출시 당시의 모습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느냐 혹은 얼마나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느냐(사용 부품의 부품 번호 조회에 소재까지 확인)에 따라 차등적으로 가치가 결정된다. 소유자의 편의에 의해 개조된 차는 가장 먼저 걸러지거나 별도로 분류되는데 미국이나 일본은 이쪽도 폭넓게 수용하는 편이다. 이 부분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담당하는데 이들은 자동차 회사와 관련 제조 업체들을 통해 완성도를 확인한다.

재미있는 점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클래식카는 같은 모델이라도 전혀 다른 외관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대표적으로 페라리 ‘250’ 시리즈는 같은 250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스칼리에티, 피닌파리나, 비냘레, 기아(Ghia) 등 보디를 디자인하고 만든 회사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쉽게 생각하면 250 모델 안에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250이라는 모델명만 공유할 뿐 전혀 다른 디자인을 가진 차라고 할 수 있다.

폴크스바겐 ‘비틀’이나 쉐보레 ‘콜벳’은 뒤유리창의 형상(스플릿·스퀘어·라운드)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고 엔진 사양이나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또한 안전 규정이나 환경 규정 등 자동차 법률이 바뀌기 전의 모델도 컬렉터들에게 인기가 높다.

단순히 클래식카 경매를 차를 사고파는 시장쯤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복잡하고 체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클래식카 경매를 통해 역사적인 차들은 공식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그에 따른 시세 방어와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아직 클래식카에 대한 정확한 개념도 정립되지 않았고 전문성을 가진 시장이나 인력도 없다. 시세와 무관한 터무니없는 가격이 책정되기도 하고 이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클래식카를 단순히 오래된 중고차의 범주에서 볼 것이 아니라 정확한 가치를 책정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도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