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왼쪽에서 두번째)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택이 있는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 재단 꿈나무 선수 13명을 불러 함께 동계 훈련을 했다. 재단 꿈나무들은 최경주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동계 훈련을 가장 소중한 시간으로 꼽는다고 한다. 사진 최경주 재단
최경주(왼쪽에서 두번째)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택이 있는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 재단 꿈나무 선수 13명을 불러 함께 동계 훈련을 했다. 재단 꿈나무들은 최경주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동계 훈련을 가장 소중한 시간으로 꼽는다고 한다. 사진 최경주 재단

한국 골프의 개척자인 최경주(51)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인 2007년 11월 “청소년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며 최경주 재단을 설립했다. 골프 꿈나무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후원하는 일은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최경주 재단의 역점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매년 장학금과 훈련 지원 및 대회 참가 기회가 주어지는 ‘최경주 재단 골프 꿈나무 장학생’이 지난해 12월 선발한 11기 7명을 포함해 11년간 104명에 이른다. 이들 꿈나무들이 가장 기대하는 시간이 미국 PGA투어에서 8승을 거둔 최경주에게 직접 노하우를 전수받는 동계 훈련이다.


최경주, 동계 훈련 함께하며 노하우 전수

최경주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2월까지 6주 동안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13명의 재단 꿈나무들을 초청해 동계 훈련을 함께했다. 한동안 중국 광저우에서 동계 훈련을 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렵게 되자 오랫동안 지역 커뮤니티와 좋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댈러스로 옮긴 것이다.

재단 이사장인 최경주를 비롯해 코칭 스태프까지 모두 19명이 숙식을 함께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최경주와 부인 김현정씨는 한창 클 때인 중고생 꿈나무들의 식사와 간식까지 뒷바라지했다.

꿈나무들은 매일같이 텍사스 최고의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돌고 클레이 연습장에서 마음껏 훈련했다. 특히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용하는 회원제인 바케로 골프장은 최경주와의 오랜 인연과 좋은 취지에 공감해 기꺼이 문을 열어 꿈나무들에게 라운드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동계 훈련에 참가한 범채원(18)군은 이렇게 말했다. “이 어려운 시국에 망설이지 않고 동계 훈련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최경주 재단에 매우 감사드리고, 스무 명 가까운 인원의 생활을 책임져주신 김현정 이사님, 고맙습니다. 최 프로님(이사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항상 저희를 생각해주시고 많은 걸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올해 좋은 성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경주 재단 꿈나무 동계 훈련에서 벙커 훈련은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골프의 기본 체력과파워, 샷의 정확성을 동시에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최경주 재단
최경주 재단 꿈나무 동계 훈련에서 벙커 훈련은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골프의 기본 체력과파워, 샷의 정확성을 동시에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최경주 재단

도움 대물림하는 최경주

최경주는 정글 같은 PGA투어에서 21년째 살아남기 위해 땀을 흘려야 하고, 세 아이를 키우는 가장으로서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골프 꿈나무 일이라면 앞장서는 이유가 있다. 완도 수산고에서 골프를 시작해 한국과 일본 투어를 거쳐 꿈의 무대인 PGA투어에 오기까지 주변의 많은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최경주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다.

최경주는 재단 꿈나무들을 ‘배터리’라고 부른다. “그 친구들을 통해 제가 ‘충전’이 되는 거죠. 제 옛날 생각도 나고. 어려운 환경에서 골프를 해온 친구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이 국가대표가 되고 프로 골퍼가 돼서 잘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어린 친구들이 기량을 연마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고, 그 친구들이 성장해서 어려운 환경에 있는 또 다른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의 이런 바람은 이미 결실을 맺고 있다.


박민지, 이재경 등 남녀 골프 스타들 배출

2021년에 활동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12대 홍보모델 10명 가운데 박민지(23)와 이가영(22) 두 명이 최경주 재단 꿈나무 출신이다.

국가대표 출신인 박민지는 2017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 데뷔한 지 10일 만에 삼천리 투게더오픈에서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4승을 거두며 스타 선수가 됐다. 역시 국가대표 출신인 이가영은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는 활약으로 많은 팬의 사랑을 받는 기대주다.

2018년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인주연(24)도 최경주 재단 꿈나무로 국가대표를 거쳐 프로 골퍼로 성장한 경우다. ‘여자 탱크’란 별명을 좋아하는 그는 “늘 겸손하라, 잡초 같은 사람이 돼라”는 최경주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다닌다고 한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영건 돌풍’을 일으키는 이재경(22)과 김민규(20)도 같은 꿈나무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다부진 눈매와 몸집이 비슷해 ‘리틀 최경주’란 별명이 붙은 이재경은 2019년 부산경남오픈에서 우승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지난해 KPGA투어에서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김민규는 2018년 유럽 2부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17세 64일)을 세우기도 했다. 최경주 재단 골프 꿈나무 1기인 박상하는 최경주 재단이 주최하는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KJ CHOI 파운데이션 주니어 챔피언십 1회 대회에서 우승하고 2019년 미국 오데사 대학에 전액 골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벙커 샷, 클레이 샷… ‘탱크 사단’의 상징

‘벙커 샷 훈련과 클레이 샷 훈련은 최경주 재단 골프 꿈나무들의 상징과도 같다. 세계에서 벙커 샷을 가장 잘한다는 평을 듣는 최경주는 벙커 훈련을 통해 기본 체력과 파워, 샷의 정확성을 동시에 기를 수 있다고 믿는다. 벙커 샷 외에 클럽으로 모래를 내려찍으며 앞으로 걷는 훈련도 있다.

‘클레이 샷’은 테니스 클레이 코트에 사용하는 점토를 바닥에 깔아서 하는 훈련이다. 정확한 디봇의 방향과 두께를 확인할 수 있어 샷을 찍어 치는지, 깎아 치는지 등을 파악하기 쉽다고 한다. 이번 동계 훈련을 위해 댈러스 집에서 승용차로 30분 떨어진 연습장에 3000만원을 들여 상설 ‘클레이 연습장’을 만들었다. 여기에 타이어 치기 훈련 등 고전적인 연습 방법도 활용한다.

재단 꿈나무 출신 선수들의 골프 스타일이 최경주의 별명 ‘탱크’처럼 저돌적인 것도 이런 훈련을 거친 덕분이라는 평을 듣는다.

최경주 재단은 매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가 주관하는 2개 대회를 주최한다. 이 대회에 남녀 10명씩의 한국 선수를 초청해 미국 무대를 경험할 기회를 준다. 이를 통해 미국 대학과 미국 투어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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