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의붓딸 엘라 엠호프는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니트 디자이너다. 사진 엘라 엠호프 인스타그램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의붓딸 엘라 엠호프는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니트 디자이너다. 사진 엘라 엠호프 인스타그램

1월 20일, 푸른 빛이 감도는 퍼플색 정장에 진주 목걸이를 한 카멀라 해리스가 취임 선서를 읊자 전 세계가 주목했다. 그는 자메이카 출신 흑인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미국 최초의 흑인이자 아시아계 부통령’이 된 인물이다. 미국 헌정사상 첫 여성 부통령으로, 여성 정치 지도자 시대를 여는 부통령이 될 것이란 기대도 한 몸에 받았다.

미국 역사에 남을 해리스 부통령 취임식에서 그만큼 뜨거운 주목을 받은 패셔니스타가 있었다. 바로 해리스 부통령 옆에 서 있던 22세 의붓딸 엘라 엠호프다. 그는 호박색 스톤으로 장식된 체크무늬 미우미우(miu miu) 코트와 바체바(Batsheva)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특유의 곱슬머리를 살린 채 헤어밴드를 하고 안경을 낀 스타일이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었다. 

엘라 엠호프는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니트 디자이너다. 신선한 패션 감각으로 소셜미디어(SNS)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스타일 아이콘이기도 하다. 유명 모델 에이전시 IMG는 해리스 부통령 취임식 직후 엘라 엠호프와 계약을 했고, 엘라 엠호프는 뉴욕 패션 위크의 프로엔자 스쿨러 패션쇼에 모델로 데뷔하게 됐다. 이반 바트 IMG 모델스 회장은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엘라 엠호프와 계약을 위해 접촉했었다”며 “엘라 엠호프가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매력을 발산했다”고 평가했다. 

엘라 엠호프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왜 패션계가 그에게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중성적인 매력, 곱슬머리, 안경, 18개의 문신, 직접 디자인한 니트를 이용한 개성 넘치는 스타일링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엘라 엠호프’만의 스타일이다. 인형같이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 또는 성형으로 복제된 얼굴, 비싼 명품으로 도배한 스타일이 넘쳐나는 시대, 엘라 엠호프의 스타일은 기묘하면서도 독보적이다.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04년생)’와 패션계는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엘라 엠호프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엘라 엠호프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신체 긍정)’ 운동을 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우리는 엘라 엠호프의 SNS를 통해 그가 자연스럽게 체모를 드러낸 사진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여성이 체모를 말끔하게 제모해야 한다’는 뷰티 상식에 반박하는 보디 포지티브 운동 중 하나로, 마돈나와 그의 딸 루데스 레온, 레이디 가가도 참여하고 있다. 엘라 엠호프는 자신만의 개념 있는 패션과 뷰티 스타일로 새로운 미의 기준으로 떠올랐다. ‘전통적인 미’에 식상해진 패션계와 젊은 세대는 그에게 열광했다.


이브 잡스는 아름다운 얼굴,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탠퍼드대에 재학 중이며 승마 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 이브 잡스 인스타그램
이브 잡스는 아름다운 얼굴,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탠퍼드대에 재학 중이며 승마 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 이브 잡스 인스타그램

엘라 엠호프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패셔니스타는 이브 잡스다. 이름에서 예측할 수 있듯, 이브 잡스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딸이다. 올해 23세의 이브 잡스는 명문 사립대학 스탠퍼드대에 재학 중이며, 뛰어난 실력의 승마 선수다. 승마 전문 매체 ‘홀스 스포츠(Horse Sport)’에 의하면, 25세 미만 세계 대회에서 다섯 번째로 우수한 승마 선수다.

그는 최근 미국의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Glossier)’의 광고 모델로 등장하며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5년에 탄생한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는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고 개발되며 동물성 성분을 함유하지 않은)’ 화장품으로 전 세계 MZ 세대에서 자연스러운 피부와 컬러 연출로 사랑받는 ‘핫’한 브랜드다. ‘글로시에’ 광고 속의 이브 잡스는 거품이 가득한 욕조에 앉아 와인잔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처음엔 건강하면서 자연미 넘치는 이 모델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후 광고 속 매력적인 모델이 스티브 잡스의 막내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패션 관련 매체들이 앞다투어 이브 잡스를 소개했다. 스티브 잡스의 딸로 명문 스탠퍼드대에 재학 중인 배경도 화려하지만, 금발에 아름다운 얼굴,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패션계의 새로운 ‘잇 걸(it girl·트렌드를 이끄는 시대의 아이콘이 되는 여성)’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엘라 엠호프와 다르게 이브 잡스는 심플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캘리포니아 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플라워 프린트 드레스, 청바지와 티셔츠 하나로도 충분히 세련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패션은 승마로 다져진 건강한 몸매를 더 빛나게 한다는 찬사를 받는다. 이브 잡스는 잡스 패밀리의 상속녀로 재력, 지성, 미모를 갖췄고 패션 감각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그가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매인 ‘켄달’과 ‘카일리 제너’, 슈퍼모델이자 패션 인플루언서인 ‘지지 하디드’와 ‘벨라 하디드’를 잇는 슈퍼모델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미국 부통령의 의붓딸인 엘라 엠호프와 스티브 잡스의 딸 이브 잡스는 금수저를 뛰어넘는 다이아몬드 수저 태생이다. 물론 부모의 후광 효과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굳이 부모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아도 그들은 스스로도 빛나는 재능을 지니고 있다. 또 자신의 배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개성과 열정을 세상과 공유하고 있다. 엘라 엠호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직접 디자인한 니트를 판매하고 있는데, 디자이너이자 예술가로서의 재능도 뛰어나다고 인정받는다.

패션계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혼돈과 침체의 시간을 보내왔다. 이 가운데 엘라 엠호프와 이브 잡스 같은 새로운 패션 아이콘의 탄생이 패션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화려한 명품으로 도배하거나 뽐내지 않고,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상반된 스타일의 엘라 엠호프와 이브 잡스. 그들이 이전과 다른 새로운 패션 아이콘의 시대를 열어 주길 기대해본다.


▒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케이 노트(K_note)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