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마장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걸음을 뗄 때마다 다리가 흔들린다. 고요함으로 가득한 오후의 보광사와 봄의 신록으로 가득한 벽초지문화수목원 풍경. 사진 최갑수
왼쪽부터 마장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걸음을 뗄 때마다 다리가 흔들린다. 고요함으로 가득한 오후의 보광사와 봄의 신록으로 가득한 벽초지문화수목원 풍경. 사진 최갑수

어디론가 긴 여행을 떠나기 부담스러운 분들께, 그래도 한나절 아니, 반나절만이라도 훌쩍 떠나고 싶은 분들께 파주를 권해드린다. 보광사, 용미리 석불, 마장호수, 벽초지문화수목원 등 알찬 여행코스가 만들어져있다. 고즈넉한 산사 마당을 거닐어보고 출렁다리도 건너보자. 한옥 베이커리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도 좋다. 돌아올 때는 자유로를 선택해도 된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과 파주출판단지도 시간을 보내기 좋다. 베이커리, 부대찌개, 막국수, 잔치국수, 숯불장어구이 등 맛있는 먹거리도 기다리고 있다.

첫 코스는 보광사다. 우리나라에는 보광사라는 이름의 사찰이 많다. 창건 연대가 밝혀진 보광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고찰이 파주 고령산 기슭에 안겨 있는 보광사다. 894년(신라 진성여왕 8년) 왕명에 따라 도선국사가 비보사찰로 창건했다.

대웅전이 멋있다. 정교하고 화려하게 조각된 공포와 퇴색한 단청이 고풍스러운 멋을 풍긴다. 외벽도 흥미롭다. 다른 사찰과 달리 외벽을 흙벽이 아니라 목판으로 처리했는데 여기에 아름다운 민화풍의 벽화를 그려놓았다. 대웅보전(大雄寶殿) 편액은 영조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보광사 목어는 이외수 산문집 ‘하악하악’ 표지에 실린 그것이다.

보광사 근처에 용미리 석불이 있다. 고려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불(보물 제93호)로 천연 암벽을 몸체로 하고 그 위에 목, 얼굴, 갓을 조각해 얹어놓았다. 왼쪽은 미륵불이고 오른쪽은 미륵보살이란다. 미륵은 석가모니불의 뒤를 이어 56억7000만년 후에 도솔천으로부터 인간세계로 내려와 석가모니불이 미처 구제하지 못한 중생을 구제할 미래의 부처다. 미륵불 곁에 서 있는 미륵보살의 합장이 간절하다.

봄을 느끼기에 좋은 곳은 벽초지문화수목원이다. 국내 대부분의 수목원이 산을 끼고 있는 반면 벽초지문화수목원은 들판에 위치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탐방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수목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한가운데 자리한 호수 ‘벽초지’다. 연못가에는 수양버들이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고 수면에는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란다. 연못 한쪽에는 정가 ‘파련정’이 있고 그 앞으로 통나무 다리인 ‘무심교’가 지난다. 호수 가장자리에 기대어 있는 나룻배도 운치를 더한다.

파주에는 출렁다리가 두 개 있다. 먼저 마장호수 출렁다리. 광탄면 기산리에 자리한 마장호수는 ‘아시아의 레만’으로 불린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는 길이 220m, 폭 1.5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이름 그대로 다리에 올라서면 다리가 출렁거린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돌풍과 지진에도 끄떡없도록 안전하게 설계되었다.

광탄면에서 나와 파주 북쪽으로 더 가면 감악산이 있다. 가파른 계단을 10분 정도 올라가면 까마득한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길이는 150m, 폭 1.5m, 지상에서 높이는 45m에 달한다. 마장호수에 다녀왔다면 어느 출렁다리가 더 무서운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유로운 봄날을 즐기는 파주 드라이브.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옥 카페 아티장베이커스와천연 암벽으로 만든 용미리 석불, 싱그러운 식물로 가득한 앤드테라스. 사진 최갑수
여유로운 봄날을 즐기는 파주 드라이브.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옥 카페 아티장베이커스와천연 암벽으로 만든 용미리 석불, 싱그러운 식물로 가득한 앤드테라스. 사진 최갑수

다양한 만큼 음식 스펙트럼도 넓은 도시

파주는 희한한 도시다. 도시는 문산 등 구도시와 운정과 교하 등 신도시로 명확히 구분된다. 구도시는 말 그대로 오래됐다. 실향민도 많이 산다. 신도시는 아파트촌이다.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고 있다. 정치적 성향도 극단적으로 나뉜다. 파주에는 출판단지와 헤이리가 있다. 문산에는 LCD(액정표시장치) 단지도 있다. 명품 아웃렛도 2곳이나 있다. 인구도 50만 가까이 된다.

그만큼 음식의 스펙트럼도 넓다. 옛날부터 장어와 복으로 유명했다. 오래된 중국집도 있고 맛있는 막국숫집도 여럿 있다.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고 주말이면 헤이리 등으로 수도권에서 여행자들이 몰리는 탓에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음식집도 많이 들어서 있다. 요즘 유행하는 거대한 공장형 카페도 많다. 군부대가 많은 탓에 부대찌갯집도 많다.

심학산 주변에 맛있는 집이 많다. 곤드레밥집, 두붓집, 청국장집, 파스타·피자를 파는 식당들이 모여 있다. 주말이면 사람들로 붐빈다. 심학산에도 잠깐 올라보자. 해발 194m의 낮은 산이다. 정상까지는 불과 760m 거리다. 30분이면 오른다. 낮은 산이라고 얕보지 말 것. 정상에 오르면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드는 시원한 서쪽 풍광은 비길 만한 상대가 없을 정도다. 동쪽으로는 고양과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과 북한산이 펼쳐지고, 남쪽과 서쪽으로는 한강과 김포, 북쪽으로는 운정신도시와 통일전망대, 그 뒤편으로 임진강까지 조망된다. 한강과 임진강의 합수머리 뒤편으로 보이는 땅은 개성이다.

돌아오는 길은 자유로를 선택한다. 자유로 끝에 자리한 평화누리공원은 이스터섬의 모아이상을 연상시키는 작품과 수천 개의 바람개비가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하는 곳. 공원 옆에 자리한 자그마한 놀이동산은 동심을 일깨운다.


▒ 최갑수
시인, 여행작가. ‘우리는 사랑 ‘밤의 공항에서’ 저자


여행수첩

먹거리 ‘오두산막국수(031-941-5237)’는 파주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막국숫집이다. 원래 유명한 집이었는데 허영만의 ‘식객’에 소개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녹두빈대떡도 맛있다. 돼지비계 기름으로 지져내 고소한 맛을 낸다. ‘장원막국수’는 교하 신도시에 있다. 100% 메밀을 쓴다. 주문을 받아야 반죽에 들어가기 때문에 나오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린다. 물막국수, 비빔막국수, 들기름막국수가 있는데 들기름막국수를 추천! 들기름을 넉넉하게 뿌리고 김가루와 깨소금을 얹어낸다. 문산 읍내의 ‘삼거리부대찌개’는 50년 내공의 부대찌갯집이다. 쑥갓이 올라가며 잘 익은 김치를 썰어 얹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심학산 ‘두부마을’은 ‘퉁퉁장’을 판다. 우렁이가 들어간 강된장이다. 콩나물무침, 꽈리고추 멸치볶음, 느타리버섯볶음, 취나물무침 등 밑반찬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다.

파주 카페 투어 파주에는 요즘 유행하는 ‘대형’ 카페들이 많다. ‘앤드테라스’는 요즘 파주에서 가장 ‘핫’한 카페다. 5000㎡의 실내를 온갖 식물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3층에는 건물을 가로지로는 구름다리도 놓여 있다. 마장호수 출렁다리 입구에 ‘레드브릿지’는 마장호수의 풍경을 바라보며 맛있는 빵과 커피를 맛볼 수 있는 ‘풍경 맛집’, 마장호수 입구에 자리한 ‘아티장베이커스’는 한옥 카페로 여름에 특히 운치 있는 ‘분위기 맛집’이다. 파주에는 최북단 카페 ‘포비 DMZ’가 있다. 자유로를 끝까지 타고 가면 닿는다. 포비 DMZ는 사방이 통유리로 된 단층 건물이다. 건물 앞에서 철책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경험이 이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