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는 5월 24일 PGA챔피언십에서 공동 17위로 상금 16만8000달러를 받아 통산 상금 1000만달러를 돌파(1016만5846달러)했다. 최경주, 위창수, 김시우에 이어 한국 선수 네 번째다. 2018년 10월 세이프웨이오픈에서 데뷔한 이후 87개 대회 만에 이룩한 성과다. 임성재는 자신의 PGA투어 통계에서 보완점을 찾아내 훈련하는 방식으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사진 AP연합
임성재는 5월 24일 PGA챔피언십에서 공동 17위로 상금 16만8000달러를 받아 통산 상금 1000만달러를 돌파(1016만5846달러)했다. 최경주, 위창수, 김시우에 이어 한국 선수 네 번째다. 2018년 10월 세이프웨이오픈에서 데뷔한 이후 87개 대회 만에 이룩한 성과다. 임성재는 자신의 PGA투어 통계에서 보완점을 찾아내 훈련하는 방식으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사진 AP연합

“제가 존경하는 재계의 어른이 계신데, 이분은 자신의 모든 샷을 기록하세요. 특히, 그린 주변에서의 다양한 상황과 거리, 샷 방법과 그 결과를 자세히 기록하고 그 데이터를 정리해서 분석 기록지를 만들어 다음 라운드 때, 그것을 참조해서 샷을 하세요. 그러니 정말 정확하게 잘 치시고, 2년 전쯤 에이지 슈트(자신의 나이보다 적은 타수를 기록하는 것)를 하셨어요.”

국내의 대표적인 빅데이터 전문가인 이상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겸 서울대 지능형 커머스 연구센터장에게 주변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골퍼를 예로 들어달라고 하자 이런 답을 내놓았다

빅데이터라고 하면 거창한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렇게 자신이 평소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세세하게 기록하는 것이 그 출발이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황을 정확하게 들여다본 뒤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오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임성재 빅데이터 연습 덕 실력 쑥쑥

20대 초반 나이에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스타로 떠오른 임성재(23)는 2019년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PGA투어 신인상을 차지하고, 2020년 마스터스에서는 공동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그의 빠른 성공 비결은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정확하게 찾아내 체계적으로 보완하는 연습 방법 덕분이다. 임성재는 지난 동계 훈련 기간 그린 주변 10야드 이내의 스크램블링(온 그린을 하지 못했을 때 파나 파보다 좋은 스코어를 작성하는 것) 능력을 높이는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PGA투어는 그린을 놓쳤을 경우 깊은 러프와 벙커, 페널티 구역 등 위험 지역이 많아 파를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20년 임성재의 10야드 이내 스크램블링 확률은 83.47%로, 투어 전체 선수 중 하위권인 공동 110위에 그쳤다.

동계 훈련 기간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벙커 샷과 러프 샷 훈련을 거듭한 끝에 2021시즌에는 10야드 이내 스크램블링 성공률 93.33%로 25위를 달리고 있다. PGA투어 선수들은 이렇게 자신의 모든 샷을 기록해주는 샷링크 시스템 덕분에 보완할 점을 세밀하게 파악하기 쉽다. 임성재는 “통계 수치를 보면서 훈련 내용과 시간 배분을 결정한다. 실력이 더 빨리 향상되는 것 같다”고 했다.

빅데이터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가 경쟁자들보다 어떤 샷을 얼마나 잘했는지도 알기 쉽게 보여준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우즈가 PGA투어에서 펼친 경기를 이득 타수(Strokes-Gained)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우즈는 전체 투어 평균보다 라운드당 3.20타를 잘 쳤다. 그중 롱게임(티샷, 어프로치샷)에서 2.08타를, 쇼트게임에서 0.42타, 퍼팅에서 0.70타를 앞섰다. 우즈의 경쟁력이 퍼팅보다는 샷 메이킹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빅데이터는 이렇게 무엇이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는 연관성 분석에 유리하다. 또 하나의 장점은 두 개의 집단을 구분 짓는 대표적 특성을 찾아보는 비교 분석이 쉬워진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윙 로봇 엘드릭(LDRIC)은 시속 130마일의 클럽 헤드스피드에서 평균 300야드를 넘는 비거리와 5m 이내 퍼팅 적중률이 60%에 이르는 능력을 지녔다. 골퍼 1만7000명의 샷을 학습해 타이거 우즈의 스팅어 샷 등을 흉내낼 수 있다. 사진 골프다이제스트
스윙 로봇 엘드릭(LDRIC)은 시속 130마일의 클럽 헤드스피드에서 평균 300야드를 넘는 비거리와 5m 이내 퍼팅 적중률이 60%에 이르는 능력을 지녔다. 골퍼 1만7000명의 샷을 학습해 타이거 우즈의 스팅어 샷 등을 흉내낼 수 있다. 사진 골프다이제스트

3만 명 스윙 3D 분석이 보여준 프로와 아마 차이

실력이 뛰어난 정상급 프로골퍼와 100타를 오가는 속칭 ‘백돌이·백순이’의 스윙 차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2017년 골프 분석 및 교육 전문기업인 골프텍(GolfTec)에서 정상급 프로골퍼부터 100타 이상 치는 초보자까지 다양한 실력의 골퍼 3만 명의 스윙을 3D 기술로 분석해 차이점을 발표했다.

프로는 백스윙 시 히프가 회전하는 반면 아마추어는 옆으로 밀렸다. 프로가 백스윙을 할 때는 왼쪽 어깨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회전했는데, 아마추어는 오른쪽으로 수평 이동을 했다. 임팩트 때 프로의 히프는 목표 방향 쪽으로 36도 열려 있었던 반면 아마추어는 19도 열려 있었다. 피니시 자세도 프로가 가슴을 하늘로 향한 채 수퍼맨이나 원더우먼처럼 당당한 자세를 취하는 반면 아마추어는 가슴이 아래를 보고 웅크린 자세였다.

아마추어 골퍼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날수록 프로의 스윙 특징과 가까웠다.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불리는 인공지능(AI)과 직결된다.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하는 데 필요한 풍부한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골프 로봇 엘드릭이 우즈 이길까?

올해 1월 SBS가 신년특집으로 방송한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에서 박세리와 ‘엘드릭(LDRIC)’이라는 이름의 스윙 로봇이 대결을 벌이는 장면도 나왔다. 장타 대결에서 엘드릭이 한국 산악 지형의 바람을 제대로 읽지 못해 OB(아웃오브바운즈)가 나 패했지만, 홀인원과 퍼팅 대결에서는 우세한 결과가 나왔다. 엘드릭의 정식 명칭은 ‘지능형 회로장착 지향성 발사 로봇(Launch Directional Robot Intelligent Circuitry)’이다. 타이거 우즈의 본명 엘드릭 톤트 우즈와 발음이 같다.

엘드릭은 2016년 PGA투어 피닉스 오픈 대회의 프로암에서 158야드짜리 파 3홀인 16번 홀에서 5번의 시도 만에 홀인원을 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프로골퍼의 홀인원 확률 3000분의 1이나, 아마추어 골퍼의 홀인원 확률인 1만2000분의 1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이다. 똑같은 조건에서 미세 조정을 통해 샷의 정확성을 높이는 능력을 비교한다면 천하의 우즈라도 로봇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이 교수는 “골프 로봇을 단순 기계적 장치가 아닌 AI라고 부르려면 풍향이나 풍량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 없이 주변 나무의 움직임만을 시각적으로 봐서 바람을 판단할 수 있고, 비전 기술로 그린의 굴곡을 읽고 세기와 방향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능력은 연구가 더 필요한, 쉽지 않은 문제다”라고 말했다.

‘AI 캐디’는 좀 더 빨리 실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크린 골프의 샷 측정 장치를 활용하거나 직접 코스에서 드론이나 센서를 이용해 샷의 장단점과 특징을 파악한다면 내 실력과 상황에 맞게 AI 챗봇이 이어폰을 통해 기대 이득이 높은 최적의 공략 방법을 조언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외국에서 이와 비슷한 제품이 나와 구입했다. 곧 테스트해볼 계획이다”라고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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