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캔틀레이(미국)가 9월 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 포즈를 취했다. 단상 위 트로피는 페덱스컵이며 손에 든 퍼터는 투어 챔피언십 트로피인 ‘컬래머티 제인(Calamity Jane)’ 퍼터다. 아마추어 시절 미국 골프의 황금 세대 가운데 선두 주자였던 캔틀레이는 프로 데뷔 초기 기나긴 허리 부상을 딛고 올 시즌 4승과 함께 1500만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 EPA연합뉴스
패트릭 캔틀레이(미국)가 9월 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 포즈를 취했다. 단상 위 트로피는 페덱스컵이며 손에 든 퍼터는 투어 챔피언십 트로피인 ‘컬래머티 제인(Calamity Jane)’ 퍼터다. 아마추어 시절 미국 골프의 황금 세대 가운데 선두 주자였던 캔틀레이는 프로 데뷔 초기 기나긴 허리 부상을 딛고 올 시즌 4승과 함께 1500만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 EPA연합뉴스

우승자에게 1500만달러(약 176억원)의 돈벼락을 안기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은 세계 골프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미국 PGA투어에서 ‘8말 9초(8월 하순~9월 초순)’는 휴가 시즌이 끝나고 인파가 끊긴 바닷가처럼 썰렁했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컬슨 같은 스타 선수들이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지는 4대 메이저 대회가 끝나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며 휴가를 떠나기 때문이었다. 스타가 없는 스포츠 이벤트는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미디어도 거의 다루지 않는다. PGA투어의 가을에 열리는 대회들을 ‘폴 시리즈(Fall Series)’라 불렀는데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시즌 상금 순위 125위까지 주어지는 미 PGA투어 카드를 지키기 위한 중하위권 선수들의 피눈물 나는 분투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뤘지만, 대중을 자극하는 폭발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2007년 창설된 페덱스컵은 지루하던 PGA투어의 가을을 골프 사상 유례없는 돈 잔치로 바꿔 놓는 데 성공했다. 대회 포맷은 그동안 자주 바뀌었지만, 핵심은 막대한 보너스(공식 상금에는 포함하지 않는다)를 걸고 몇 개의 대회를 플레이오프 대회로 지정해 정규 시즌 상위 125명에게 출전권을 주고 대회를 거칠 때마다 점차 생존자를 줄여나가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은 30명에게만 문을 열어주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플레이오프 제도는 NBA(미국 프로농구)와 MLB(미국 프로야구) 등이 정규 시즌보다 더 뜨거운 플레이오프 시즌을 운영하는 것을 참고했다고 한다. 현재 대회 운영 방식은 ‘2019년 개정판’을 따르고 있다. 페덱스컵은 정규 시즌 대회마다 순위에 따라 페덱스컵 순위 포인트를 주고 이를 모두 합산해 정규 시즌 순위를 결정한다. 그중 상위 125명만 플레이오프에 출전할 수 있다. 1차전인 노던 트러스트 대회 성적에 따라 70명이 2차전 BMW 챔피언십에 진출하고,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는 최후의 30명만 나설 수 있다. 플레이오프 대회 1·2차전 우승자에게는 페덱스컵 포인트를 정규 대회의 4배인 2000점을 부여해 급격한 순위 변동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2018년까지는 노던 트러스트, 델 테크놀로지 챔피언십, BMW 챔피언십, 투어챔피언십 등 4개의 플레이오프 대회를 치렀다. 대회의 흥미를 끝까지 유지하도록 플레이오프 우승 가산점을 높여 극적인 뒤집기가 가능하게 했다. 또 예전엔 투어 챔피언십 우승자와 시즌 전체 페덱스컵 우승자가 다른 경우가 많아 관심이 분산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자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의 성적에 따라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의 출발선을 다르게 했다.

2021년 대회 우승자인 패트릭 캔틀레이(미국·29)는 10언더파의 보너스 스코어를 안고 출발해 합계 21언더파로 2위 욘 람(스페인·27)을 1타 차로 제쳤다. 람은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4위여서 6언더파로 출발했다.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만 놓고 보면 캔틀레이가 11언더파 269타였고, 람은 14언더파 266타였다. 예전 같으면 페덱스컵 우승자와 투어 챔피언십 우승자가 달랐을 수 있지만 이제는 한 명의 챔피언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는 시스템이 됐다.

보너스 분배 방식도 승자독식 구조에 가깝다. 캔틀레이는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500만달러를 거머쥐었다. 겨우 1타 차 2위인 람은 500만달러(약 59억원)를 받는 데 그쳤다. 둘의 상금 차이가 무려 117억원이다. 3위를 차지한 재미교포 케빈 나(한국 이름 나상욱)는 400만달러(약 47억원)를 받았다. 4위는 300만달러(약 35억원), 5위는 250만달러(약 29억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4대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207만달러)와 PGA챔피언십(216만달러), US오픈(225만달러), 디오픈(207만달러) 등의 우승 상금이 200만달러(약 23억원)를 약간 넘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규모의 돈벼락이다. 투어 챔피언십 꼴찌인 30위도 39만5000달러(약 4억6000만원)를 받는다. 페덱스컵의 스폰서인 미국의 운송 회사 페덱스는 이런 돈잔치를 위해 대회 보너스로만 모두 7000만달러(약 822억원)를 내놓는다. 페덱스컵 최종 순위에 따라 1위부터 150위까지 150명에게 이 보너스가 돌아가는데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하는 126위부터 150위에게는 7만달러(약 8000만원)씩 돌아간다.

페덱스컵은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법칙’을 따르고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애니타 엘버스 석좌교수는 10년 동안의 다양한 현장 조사와 사례 연구 등을 종합해 2013년 ‘블록버스터 법칙(BLOCKBUSTERS)’이란 베스트셀러를 펴낸다. 이 책은 “제작비를 생산라인 전역에 얇게 뿌리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비용을 아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될 성싶은 블록버스터에 집중하고 ‘2류 작품’에는 성의 표시만 하는 전략이 쇼 비즈니스(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성공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파한다.

엘버스 교수는 블록버스터의 대표적인 사례로 워너 브러더스를 꼽는다. 1999년 워너브러더스의 사장 겸 영화·TV 스튜디오 경영 책임자로 임명된 앨런 혼은 연간 25편의 후보작 가운데 폭넓은 호소력을 지닌 4~5개 작품을 골라냈다. 그리고 총생산비와 마케팅 예산의 상당 부분을 떼어내 이들 작품에 집중 투자했다. 그는 이런 작품을 사업의 근간이라는 뜻에서 ‘텐트기둥(tent-pole)’ 또는 ‘이벤트 영화’라고 불렀다. 워너브러더스는 해마다 그런 영화를 4~5편씩 개봉했다. 혼이 지휘봉을 잡았던 12년 동안 워너 브러더스는 할리우드 6대 영화사 중 11년 연속 매출 10억달러(약 1조1740억원)를 넘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가 책임자로 있던 마지막 해인 2010년의 경우 ‘인셉션’ ‘타이타닉2’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 등이 이벤트 영화였다.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영화 시리즈인 ‘해리 포터’ 8편은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77억달러(약 9조398억원)를 거두어들였다.


첫 대회 타이거 우즈 우승하며 관심 폭발

페덱스컵은 스타 선수들의 참가를 이끌어내며 9월 초까지 PGA투어를 뜨겁게 만들었다. 가을 대회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2007년 첫 페덱스컵 우승자가 돼 당시 1000만달러(약 117억원)의 보너스를 거머쥐었다. 우즈는 2009년에도 우승컵을 안았다. 차세대 우즈의 선두 주자로 꼽히던 로리 매킬로이가 2016년과 2019년 우승하면서 지금까지 2회 이상 우승자는 두 명으로 늘었다. 미국 골프의 황금 세대라 불리는 조던 스피스가 2015년, 저스틴 토머스가 2017년에 우승한 데 이어 캔틀레이가 2021년 대망의 우승을 차지하면서 페덱스컵은 점차 초가을 스포츠를 상징하는 이벤트가 되고 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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