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댄 히스
사진 댄 히스

살다 보면 우리는 자주 하류에서 허우적댄다. 원인은 상류에 있는데, 하류에서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려 해결하려고 아우성을 친다. ‘반복되는 문제의 핵심을 뚫는 힘’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책 ‘업스트림’은 세계적인 경영 리더 댄 히스의 야심작이다.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예측 지점을 찾아 단호하게 대처하는 행동 전략인 ‘업스트림’은 원시시대부터 위험에 반응만 해온 인류에게는 새로운 행동 모형이다.

무엇보다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이라는 대조적인 지정학은 확실히 우리의 시야를 바꾼다. 우리가 대체 어디서 헤매고 있는가를 각성시킨다고나 할까? ‘적당히 수습하는 삶에서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삶으로의 전환’을 위해 댄 히스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댄 히스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행동 설계의 힘을 다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스위치’를 저술했다.


업스트림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상류다. 예를 들어 당신이 친구와 강가의 하류에서 소풍을 즐기고 있는데 아이가 떠내려온다고 치자. 곧장 뛰어들어 구해내겠지. 그런데 또 다른 아이가 떠내려온다. 점점 두 사람이 구하기 벅찰 정도로 더 많은 아이가 물에서 허우적댄다. 그 순간, 당신 친구가 물 밖으로 나가버린다. ‘구조하다 말고 어디 가?’ 그때 친구가 말한다. ‘상류로(upstream)! 가서 아이들을 물 속에 던져넣는 놈을 잡아야지.’ 그가 가리키는 곳, 그가 하는 행동이 업스트림이다.”

훌륭한 예화다. 모든 일을 단절된 덩어리가 아니라 연결된 흐름(스트림)으로 바라본 관점이 좋다. 행동경제학 전문가로서 당신은 어떻게 ‘업스트림’에 관심을 두게 되었나.
“궁금했다. 왜 사람들은 힘만 빼는 실속 없는 시도를 계속할까? 반복되는 문제의 진짜 원인은 따로 있지 않을까? 문제의 발생 지점에서 조금 더 앞으로 가서 그 문제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찾아 나섰다. 반응을 멈추고 더 앞으로 간 사람들을.”

더 앞으로 간다는 것은 실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소방관이나 경찰관, 응급구조대원 등 궁지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는 ‘다운스트림’의 영웅은 위대하다. 그러나 업스트림의 영웅은 애초에 궁지에 빠지지 않도록 조용히 시스템을 고친다. 그들은 화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스마트한 건물 법규를 만들고, 10대의 멘토가 되어 아이들이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지 않게 지켜주고, 구조대원들에게는 수영장을 더 효과적으로 스캔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상류로 간다는 건, 다들 물만 보고 있을 때, 눈을 들어 물의 흐름을 본다는 것이다. 우리 각자가 일상생활에서부터 그런 ‘업스트림 사고와 활동’을 훈련할 수 있다.”

일상에서 어떻게 업스트림을 적용할 수 있나.
“일상을 미시적으로 분석해보라. 반복되는 짜증스러운 문제는 무엇인가? 가령 나는 집에서 사용하던 노트북 전원 코드를 뽑고 다른 장소에 다시 꽂아야 할 때 항상 불편을 겪었다. 이 고질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전원 코드를 하나 더 사서 가방에 넣고 다녔다. 그 이후 내 작업 환경은 말할 수 없이 쾌적해졌다. 업스트림 활동은 이토록 간단하다.”

그 정도로 간단하다면 왜 우리는 쉽게 그런 방식의 문제 해결을 시도하지 않나.
“문제 불감증과 터널링 때문이다. 사람들은 문제를 문제 삼지 않는 타성에 익숙해져 있다. 대체로 한꺼번에 많은 문제를 겪기에 그걸 전부 해결하려는 노력을 포기한다. 그리고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은 제한적인 시야가 되고 만다. 장기적인 계획도 전략적인 우선순위도 없다. 터널링은 우리를 단기적이고 반응적으로 사고하게 한다.”

인간의 뇌는 단기 위험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유능한 설계자가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개입해야 한다는 ‘넛지’가 한때 미국의 행동경제학계를 휩쓸었다. 업스트림적 세계관은 넛지의 세계관과 어떤 점이 다른가.
“‘넛지’는 사람들이 다른 선택을 하도록 은근히 유도하는 개입 방식이다. 가령 정부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장기 기증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장기 기증 시 특정한 선택을 취해야 하는 ‘옵트 인’을 장기 기증을 기본으로 삼는 ‘옵트 아웃’ 시스템으로 바꿀 수 있다. 사업가인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종료되는 구독 서비스가 아니라 자동으로 갱신되는 구독 서비스로 고객을 유도할 수도 있을 거다. 여러분도 업스트림 방식을 유도할 수 있다. 가령 재활용을 장려하는 건 쓰레기가 쌓이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업스트림 사고는 그보다 더 광범위하고 근본적이다. 불을 끄거나 응급 사태 때문에 서두르는 등, 뒤늦게 대응하는 상황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인류의 가장 큰 승리 중 하나는 천연두 바이러스 박멸이었다. 그건 넛지가 아니다. 수백만 명의 죽음을 예방한 대규모 업스트림 노력이었다.”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든 방식을 통찰한 책, 댄 히스의 ‘업스트림’. 사진 웅진지식하우스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든 방식을 통찰한 책, 댄 히스의 ‘업스트림’. 사진 웅진지식하우스

댄 히스는 책에서 자신이 연구한 다양한 업스트림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가령 졸업률이 52.4%로 낮았던 시카고 공립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이 입학 후 1년간 핵심 과목에서 낙제하지 않으면 졸업률이 3.5배 높아진다는 데이터에 근거해서, 그전까지 고학년에 집중하던 지원을 저학년으로 돌렸다. 4년 후 이 학교의 졸업률은 78%로 치솟았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회사인 반무프는 운송 과정에서 파손되는 자전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장 상자 라인으로 갔다. 평면 스크린 TV와 비슷한 상자를 만들어 거기에 평면 스크린 TV와 비슷한 이미지를 인쇄했다. 그 결과 물품 파손율이 80%까지 줄었다.

여행 전문 사이트 익스피디아는 콜센터로 폭주하는 전화량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통화 내용을 분석한 결과 여행 일정표를 얻기 위한 내용이 가장 많았다. 이에 자동 안내 시스템에 일정표 트랙을 추가하고, 일정표 이메일이 스팸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 결과 콜센터로 전화하는 비율이 58%에서 15%로 줄었고, 1억달러(약 1200억원)를 절감할 수 있었다.

회수한 어망으로 카펫을 만들어 파는 인터페이스 프로젝트도 그 발상의 전환이 놀라웠다. 실제로 쓰레기를 삼켜서 죽는 고래보다 버려진 어망에 걸려 죽는 고래가 훨씬 더 많다는 걸 알고는 경악한 적이 있다.
“인터페이스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 산업용 카펫을 만드는 이 회사는 기본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을 했다. 나일론을 주재료로, 화석 연료를 사용해서 제품을 만드니, 환경에는 이중 타격이다. 하지만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뒤늦게나마 뼈저린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내가 남길 유산이 지구를 오염시켜서 번 돈뿐이라면?’ 그는 모든 걸 전환했다. 인터페이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모든 사업 형태를 바꿨다. 바다에 버려진 어망을 회수해서 카펫을 만드는 방식으로. 그리고 큰 성공을 거뒀다. 업스트림은 이렇게 생태적인 사고로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신은 연구 결과 업스트림 활동에 겸손이 필수라고 했는데, 왜 겸손이 중요한가.
“겸손은 완벽한 해결책을 만드는 것에 대한 집착을 막는다. 문제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 후 작은 것부터 시작하도록 돕는다. 오늘 노숙자에게 식사를 나눠주면 곧장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노숙자가 되는 걸 막기 위한 방법을 알아내는 데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일리노이주 록퍼드시는 명단부터 파악해서 노숙자들에게 거처를 제공했다. 한 번에 1㎝, 1m, 그다음 1㎞를 가다 보면 흐르듯이 시스템이 바뀐다. 금연 캠페인 활동가 헌든이 주 교육구의 10분의 1을 금연 구역으로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 결국 겸손과 지구력의 승리였다.”


‘업스트림’이라는 새로운 행동 모델을 설계한 댄 히스. 사진 댄 히스
‘업스트림’이라는 새로운 행동 모델을 설계한 댄 히스. 사진 댄 히스

댄 히스는 물의 흐름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이 문제의 원인은 아니지만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선언을 했다고 한다. 그는 “나는 그런 감정이 고귀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야기하지 않은 문제와 맞서 싸우기 위해 함께 뭉치겠다는 생각, 그게 바로 인간성의 최고봉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제껏 당신이 경험한 가장 인상적인 업스트림 조직과 인물은 누구인가. 가령 나는 ‘최고의 복지는 유능한 동료’라고 한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업스트림적 경영’의 대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존경하는 리더는 인텔의 전 CEO인 앤디 그로브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능력이 있다. 곧 닥칠 경쟁과 위협을 예민하게 감지하려고 한다. 그는 조직에 도움이 되는 ‘카산드라’의 필요를 인정했다. 약간 편집증적이고 변화에 예민한 사람들을 곁에 두었다.”

업스트림 세계관을 가진 리더들에게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울 수 있나.
“나는 업스트림 리더들이 큰 문제를 세분화해서 해결하는 걸 보고 감명을 받았다. 대개 말 그대로 개인 단위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만성적인 참전용사 노숙 문제를 미국에서 처음으로 해결한 록퍼드시의 경우, 지역사회의 모든 노숙자 명단을 작성하고 그 명단을 중심으로 노력을 펼쳤다. 노숙자 문제를 대규모 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마이클’ ‘켄’ ‘데이비드’ 같은 각각의 개인을 한 번에 한 명씩 도우려 한 거다. 시카고 공립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중퇴를 막기 위해, 뉴잉글랜드의 일부 지역사회에서는 가정 폭력 사태가 확대하는 걸 막기 위해 똑같은 전략을 썼다. 문제에 가까이 다가가면 강력한 힘이 생긴다. 한 사람을 돕는 방법을 알기 전에는 1000명 혹은 100만 명을 도울 수 없다.”

마지막으로 업스트림으로 나아가려는 한국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조언을 부탁한다.
“이건 ‘완벽한 복근을 얻을 수 있는 간단한 비결’을 약속하는 인터넷 광고와는 다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힘들게 노력해야 하는 걸까? 항생제, 백신, 깨끗한 물, 사회 안전망과 공교육⋯. 그런 승리 중 어느 것도 쉽지 않았지만, 싸울 가치가 있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해 보라. 업스트림 작업은 다음 10년, 혹은 다음 세기가 지금보다 좋아지도록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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