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경기하는 패트릭 캔틀레이. 사진 PGA투어
2021년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경기하는 패트릭 캔틀레이. 사진 PGA투어

미국 골퍼 패트릭 캔틀레이(29)는 아마추어 시절 55주간 세계 1위를 지낸 ‘미국 골프의 황금 세대’ 선두 주자였다. 2011년과 2012년, 프로로 전향할 때까지 그는 아마추어에게 주는 상을 휩쓸었다. 미국 골프는 1992년에 태어난 캔틀레이와 1993년생인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머스, 브라이슨 디섐보, 잰더 쇼플리(이상 미국)를 황금 세대라 부른다.

그러나 미국 PGA투어 데뷔 첫해인 2013~2014년 척추 스트레스 골절상에 시달리기 시작하며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하는 등 오랜 부진에 시달렸다. 그는 “등에 칼이 꽂힌 느낌”이라고 했다.

게다가 고교 때 함께 골프를 한 친구이자 캐디가 자신의 눈앞에서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숨지는 현장을 목격했다. 몸과 마음의 오랜 고통과 시련을 견뎌낸 캔틀레이는 2020-2021시즌 PGA투어 플레이오프 시리즈인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500만달러(약 1800억원)를 받았다. 그에게는 어떤 위기에서도 얼음장처럼 침착한 플레이를 한다는 뜻으로 이름과 아이스란 단어를 합성한 ‘패티 아이스(Patty Ice)’라는 별명도 붙었다. 인간극장의 주인공 같은 삶을 살아온 캔틀레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내가 PGA투어 프로로서 처음으로 큰 액수의 상금 수표를 받았던 그 순간이 기억난다. 2013년 페블비치에서 공동 9위를 했을 때다. 내게는 정말 큰 의미였다. 아마 그 여름에 아마추어로서 많은 투어 대회에 참가했을 거다. 나쁘지 않은 경기를 해냈다. 그때 어떤 기사를 봤는데 거기에 ‘당신이 프로 골퍼였다면, 이번 여름 40만달러(약4억8000만원)를 벌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쓰여 있었다. 그 순간에는 좀 놀랐다. 사람들이 ‘그 돈을 벌 기회를 잃은 건 아니냐’고 물어보곤 했는데, 그때 나는 아직 아마추어였고, 오직 돈을 위해 골프를 한 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웃기게 들리겠지만, 돈은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돈 때문에 골프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골프 대회에서 우승하고,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하고, 압박이 큰 상황에서 정말 훌륭한 샷을 치는 것, 이런 것들이 내가 열심히 연습하는 이유다. 내 인생을 바쳐 연습하는 이유. 그리고 골프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만큼 기쁘고 뿌듯한 순간도 없다. 나는 그저 내 모든 에너지를 바쳐 가장 멋지고 훌륭한 골프 경기를 하려고 한다. 나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돈은 그저 따라오는 결과물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운이 좋은 것도 맞다. 골드만삭스라는 정말 좋은 파트너와 함께하고 있고, 그들과 좋은 투자처를 함께 찾는 기회도 있으니까.

내가 자라면서 모든 일이 잘 풀렸다. 골프 실력도 점점 늘었고, 내 주변의 일들도 잘 풀렸다. 하지만 그러다가 정말 더 이상 최악일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을 쳤다. 정말 한동안 바닥을 친 기분으로 살았다.”

캔틀레이는 미 PGA투어 데뷔 첫해인 2013~2014년 5번밖에 대회를 뛰지 못했다. 척추 스트레스 골절을 입은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등에 칼이 꽂힌 느낌”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하루 24시간, 일주일에 7일을 꼬박 재활을 위해 노력했지만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골프를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사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육체적 고통보다 더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2014-2015시즌엔 단 1차례 출전에 그쳤다. 한 살 아래 스피스가 2015년 세계 1위에 등극하고 다른 황금 세대 멤버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부러워할 여유조차 없었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그는 2016년 2월 고교 때 함께 골프를 한 절친한 친구이자 캐디를 눈앞에서 뺑소니 사고로 잃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던 재활의 고통을 위로해주던 친구마저 잃은 그는 망연자실했다. 캔틀레이의 잿빛 같은 표정은 그렇게 생긴 것이다. 그는 “골프를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해야 하나 생각했지만 그렇게 골프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런 시간을 다 겪은 후에 좋은 점은, 더 좋고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는 거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골프를 그만두고 학업으로 다시 돌아갈 뻔했던 순간도 있었다. 지금 내가 이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내가 골퍼로 살아가는 동안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 힘든 순간에 항상 내 곁을 지켜준 가족과 친구들이 참 많다. 내가 궁금한 것이 생기거나 고민이 생기면 언제든 전화를 걸어서 물어볼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도 내 주변에 많이 있다.”


2021년 라이더컵에 출전한 패트릭 캔틀레이. 사진 PGA투어
2021년 라이더컵에 출전한 패트릭 캔틀레이. 사진 PGA투어
오랜 고통과 시련을 견뎌낸 패트릭 캔틀레이는 9월 6일 2020-2021시즌 미 PGA투어 플레이오프 시리즈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500만달러를 받았다. 사진 PGA투어
오랜 고통과 시련을 견뎌낸 패트릭 캔틀레이는 9월 6일 2020-2021시즌 미 PGA투어 플레이오프 시리즈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500만달러를 받았다. 사진 PGA투어

”고통도 한순간”이란 조언에 힘 얻어

그는 일곱 살부터 지금까지 스윙 코치를 맡고 있는 제이미 멀리건을 비롯해 멀리건이 가르친 선배 프로 골퍼들과 주변의 90대 노인에게도 인생의 지혜를 구했다고 한다. 캔틀레이는 “긴 삶의 안목으로 현재를 바라보면 고통도 한순간에 불과하다는 조언을 따르려고 했다”며 “나에겐 ‘24/7 게임(일주일에 7일 24시간을 노력한다)’을 즐길 줄 아는 윤리 의식이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재활하던 그는 2017년 11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PGA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내가 다시 고통 없이 우승을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면서도 “우승은 단지 과정의 결과이며 앞으로도 우승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드는 게 중요할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2019년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2승째를 거두었고 지난해 10월 조조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2020-2021시즌 4승을 거두며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아마추어 시절 황금 세대의 선두 주자 캔틀레이가 먼저 PGA 무대를 평정한 황금 세대 멤버들을 모조리 제치고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정말 최고의 1년이었다.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참 기쁘고 행복하다. 부상으로 겪은 고난의 시간 속에 내가 얻은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 만족스럽고, 그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 더 자랑스럽다. ‘패티 아이스’라는 별명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첫날 정말 많은 사람이 그 별명을 부르며 환호를 보냈다. 나는 그런 부담감이 괜찮더라. 내 성격과 잘 맞는 것 같다. 마음에 든다. 좋은 별명인 것 같고, 나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정말 큰 힘이 된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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