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는 워낙 많은 대회에 출전해 ‘아이언 맨’이라 불린다. 1부투어 시드가 없던 2018년 2경기에 뛴 것을 시작으로 2018-2019시즌 PGA 투어 한 시즌 최다 출전인 35개 대회, 코로나로 한때 투어가 중단됐던 2019-2020시즌 26개 대회, 2020-2021시즌 35개 대회를 뛰었다. 자신의 100번째 대회에서 통산 2승째를 거둔 임성재는 “‘한국 선수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 골프의 개척자 최경주가 PGA투어 492경기를 뛰었다. 사진 PGA투어
임성재는 워낙 많은 대회에 출전해 ‘아이언 맨’이라 불린다. 1부투어 시드가 없던 2018년 2경기에 뛴 것을 시작으로 2018-2019시즌 PGA 투어 한 시즌 최다 출전인 35개 대회, 코로나로 한때 투어가 중단됐던 2019-2020시즌 26개 대회, 2020-2021시즌 35개 대회를 뛰었다. 자신의 100번째 대회에서 통산 2승째를 거둔 임성재는 “‘한국 선수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 골프의 개척자 최경주가 PGA투어 492경기를 뛰었다. 사진 PGA투어

워낙 많은 대회에 출전해 ‘아이언 맨’이라 불리는 임성재(23)는 한국 골프 신기록 제조기다. 2018년 한국 선수로는 처음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인 콘 페리 투어 올해의 선수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19년 PGA투어 아시아 선수 첫 신인상을 차지했다. 2018-2019시즌과 2020-2021시즌, 나란히 35개 대회에 출전해 한 시즌 PGA투어 최다 경기 출전 기록도 세웠다. 2020년 마스터스에서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인 공동 2위에 올랐고, 2020-2021시즌엔 버디 498개를 잡아내 역대 PGA투어 한 시즌 최다 버디 기록을 세웠다. PGA투어 페덱스컵 30위 이내 선수만 참가하는 플레이오프 시리즈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 한국 선수로는 처음 3년 연속 진출했다.

임성재는 10월 11일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총상금 700만달러) 마지막 날 버디만 9개를 잡아내며 역전 우승을 차지해 2020년 3월 혼다 클래식 이후 1년 7개월 만에 PGA투어 정상에 복귀했다.

자신의 PGA투어 100번째 출전 대회에서 통산 2승을 달성한 임성재는 최경주(51)가 처음 물꼬를 튼 한국 선수의 PGA투어 우승 역사에 스무 번째 기념탑을 세웠다. 다음은 임성재 스스로 털어놓은 그의 이야기다.

이번 시즌 목표는 한국인 최초로 4년 연속 투어 챔피언십에 가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PGA투어에서 많은 기록을 세웠다. 그냥 열심히 하다 보니 보너스처럼 얻어진 기록이지만, 이런 기록을 갖게 되어 기쁘고, 또 나를 더 열심히 하게 하는 자극제가 된 것 같다.

언젠가는 마스터스 우승도 해보고 싶고, 최경주 프로님의 8승 기록도 깨보고 싶다. 무엇보다 갖고 싶은 기록은 한국인 중 가장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다. PGA투어에서 롱런해야 가능한 기록이다.

지난 시즌 최종 성적은 20위였다. 최고 선수들과 비교하면 샷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세이브 확률이 떨어진다. 러프나 벙커에 들어갔을 때 그날 컨디션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최고의 선수들은 그럴 때도 파 세이브를 잘하거나 흐름을 잃지 않는다. 중요한 순간에 넣어야 할 퍼트는 꼭 집어넣는다.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다. 나는 퍼트가 안 들어가면 그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좋은 흐름을 만들고, 그걸 계속 끌고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2020년 마스터스에서 2위라는 좋은 성적을 내면서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팬이 많이 늘었고, 외국인들도 나를 많이 알아봐 준다. 그렇게 되니까 더 욕심이 생겼고, 스스로 부담감을 짊어지게 됐다. 모든 대회에서 톱 15 안에 들어야 할 것 같고, 그러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투어가 중단됐다. 재개되는 시점에서 좋았던 흐름이 끊기며 한동안 고전했지만 잘 이겨내 다행이다. 지난 3년간 잘할 수 있었던 데는 콘 페리 투어 경험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코스도 익히고, 문화도 알게 되면서 PGA투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렇게 PGA투어에 올라오고 신인 때 성적이 나다 보니까 마음가짐도 바뀌고, 스타 선수들과 치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유명한 선수들과 치면 긴장이 되고 설레면서 좀 위축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시쳇말로 ‘쫄지 않고’, 내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임성재는 2020년 12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 덜루스에 집을 장만했다. 자택 구입 전까지 그는 호텔을 전전하며 투어에 참가했다. 임성재의 자택은 덜루스 TPC 슈거로프 안에 있다. TPC 슈거로프는 과거 PGA투어 AT&T 클래식을 개최한 코스 등이 포함된 골프장이다. 사진 PGA투어
임성재는 2020년 12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 덜루스에 집을 장만했다. 자택 구입 전까지 그는 호텔을 전전하며 투어에 참가했다. 임성재의 자택은 덜루스 TPC 슈거로프 안에 있다. TPC 슈거로프는 과거 PGA투어 AT&T 클래식을 개최한 코스 등이 포함된 골프장이다. 사진 PGA투어

18세부터 배운 최현 코치에게 고마워

난 사실 변화를 좋아하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미국에 있으면서 유명한 스윙코치한테 레슨을 받아보지 그러냐는 제안을 받곤 했는데,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레슨은 매우 세밀한 부분이라 스윙의 작은 부분, 섬세한 느낌을 서로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

아직 그렇게까지 영어가 편하지 않은 데다,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생각 정리에 더 도움이 된다. 지금 배우는 최현 코치님과는 18세 때부터 같이했으니 햇수로는 6년째다. 프로 되고 나서 계속 별 탈 없이 성적이 좋았고, 최 코치님이 현장에 오실 때마다 좋은 성적이 났다.

일본에서 월요일 예선전을 거쳐 경기할 때는 8언더파를 쳤고, 콘 페리 투어 파이널에서는 생애 베스트 스코어인 12언더파를 기록했다. 좋은 인연으로 서로 잘 맞는 느낌이다.

PGA투어를 뛰다보면 다양한 선수와 그 선수들의 다양한 샷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선수는 여러 가지 구질로 코스를 공략하면서 화려하게 친다. 보기는 멋있지만 나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 있는 한 가지 구질로 치면서 어느 쪽으로 실수하는지 알고, 코스의 한쪽을 막고 가는 경기를 하는 게 더 마음 편하다.

올해 변화를 준 부분은 전문 트레이너와 운동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피닉스 오픈 때부터 했다. 시합장에 가면 매일 트레이너를 만나 오전 30분, 오후 50분 정도 같이 운동한다. 시합이 없는 날은 조금 강하게 운동을 하고, 시합 당일에는 스트레칭과 밴드 운동 위주로 하면서 몸을 많이 풀어준다. 그 이전에는 가끔 허리가 뻐근해서 파스도 붙이고, 몸의 여기저기가 불편한 부분이 생기곤 했는데, 트레이너가 몸을 풀어주니까 스윙할 때 불편한 점이 없어졌다. 집에 있을 때는 오전에 온라인으로 한 시간 정도 같이 운동했다. 하루는 상체, 하루는 하체, 그다음 날은 밸런스, 이런 식으로 몸의 부위를 돌아가면서 운동한다. 트레이너가 가르쳐준 스트레칭을 하면 확실히 다르다. 이미 많이 알려진 얘기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로서 몸을 관리하는 것은 필수 사항이고, 부상 방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주니어 골퍼들이 임성재처럼 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미디어를 통해 전해 들었다. 나도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듣는 것이 어색하고 쑥스럽다. 그들이 성장해서 같이 투어에서 뛸 때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착실하고, 꾸준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나도 주니어 선수 과정을 거치면서 상도 받고, 우승도 해봤지만, 국가대표에서 특출난 선수나 에이스는 아니었다. 난 그저 잘하고 싶고, 잘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한국, 일본, 미국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몰아치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 강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주니어 선수들에게 말하고 싶다. 세계 정상에 있는 선수들을 보면 늘 계획을 짜고, 그것에 집중해서 연습한다. 오늘은 100야드 샷. 오늘은 벙커 샷, 이런 식으로 목표를 정해 집중해서 연습한다. 그들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말도 붙이기 어려울 정도다. 자기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을 계속 연습해 채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열심히 하다 보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는 부족하다. ‘난 이걸 꼭 할 거야. 내가 잘하고 말 거야’라는 의지와 정신력이 경기뿐만 아니라 연습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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