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하나가 충남 태안의 솔라고CC에서 최현 코치와 함께 스윙 궤도를 점검하고 있다. 2 ‘QUEEN of CASH(현금의 여왕)’란 글자가 새겨져 있는 장하나의 퍼터 커버. 민학수 기자
1 장하나가 충남 태안의 솔라고CC에서 최현 코치와 함께 스윙 궤도를 점검하고 있다. 2 ‘QUEEN of CASH(현금의 여왕)’란 글자가 새겨져 있는 장하나의 퍼터 커버. 사진 민학수 기자

지난 2월 동계훈련 중이던 충남 태안의 솔라고CC에서 만난 장하나(30)의 퍼터 커버에는 ‘QUEEN of CASH(현금의 여왕)’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한 타 차이에 따라 상금이 크게 차이 나는 프로 무대에서 여왕이 되기 위해선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실제 그는 상금의 여왕이다. 장하나는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사상 처음으로 통산 상금이 50억원을 돌파한 후 56억5246만원을 기록했다. KLPGA투어 15승을 기록 중인 장하나는 통산 상금 2위 이정민(37억2191만원)에게 20억원가량 앞서 있어 당분간 기록이 깨지지 않을 것 같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두며 받은 상금 262만5875달러(약 32억5345만원)까지 보태면 머지않아 통산 상금 1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상금의 여왕 말고도 장하나에게는 여러 별명이 있다. 어린 시절 한국을 방문한 타이거 우즈로부터 장타력을 칭찬받은 ‘장타 소녀’이자, 역전승이 많은 ‘역전의 여왕’이고, 가을만 되면 추수하듯 우승을 많이 하는 ‘가을의 여왕’이기도 하다. 흥과 활력이 넘쳐 ‘하나자이저(이름 하나에 건전지 브랜드인 에너자이저를 합친 별명)’라고도 불린다. 

여기에 ‘준비의 여왕’이란 별명을 붙여주고 싶다. 장하나는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우승(한국과 미국 투어 우승 합산)이란 대기록을 일궜다. 이런 꾸준한 성적은 매년 동계훈련에서 부족한 부분을 치밀하게 채워나간 덕분이다. 어떤 해는 쇼트 게임 보완에 집중하고, 어떤 해는 스윙을 간결하게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상금 여왕’ 장하나는 무슨 준비를 하고 있을까? 

그는 지난 2월까지 태안 솔라고CC에서 스윙 코치, 피지컬트레이너, 심리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며 훈련했고, 3월에는 KLPGA투어 대회가 열릴 대회 코스를 다니면서 코스 공략을 연구하고 있다. 그의 훈련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상금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하나 선수. 사진 민학수 기자
‘상금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하나 선수. 사진 민학수 기자

스윙·피지컬·멘털 코치와 동계 훈련

“코치님! 공이 맞아 나가는 느낌이 평소와 달라요. 아이언이 약간 엎어맞는 것 같아요. 한번 봐주세요.” 

장하나가 이렇게 말하면서 최현 코치 앞에서 스윙을 해보였다. 최 코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활약하는 임성재(25)가 고교 시절부터 함께하고 있고, 장하나와도 3년 전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다. 

공이 엎어맞는다는 건 주로 아마추어들이 하체로 스윙을 끌고 가지 못해 상체가 공 쪽으로 달려드는 잘못된 스윙을 할 때 쓰는 표현이다. 정상급 골퍼가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게 낯설게 느껴졌다. 장하나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프로 골퍼도 스윙 시퀀스(몸이 움직이는 순서)가 맞지 않아 엎어치는 동작이 나올 때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상급 골퍼의 엎어치는 스윙 문제점은 이렇게 고쳤다. 몸의 정렬을 돕는 얼라인먼트 스틱을 놓고 스윙하면서 클럽 헤드가 다니는 길을 바꾸었다. 그리고 고무 밴드를 골반에 묶고 스윙하면서 왼쪽 골반이 스윙을 끌고 가는 감각을 살리려고 했다. 이렇게 반복 연습을 하던 장하나의 표정이 밝아졌다. 공이 맞아 나갈 때 찰떡 때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임팩트가 정확해지고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장하나는 이렇게 말했다. 

“다섯 살 때 아버지 따라 골프 연습장을 다니기 시작했으니 구력이 25년 이상 됐는데 갈수록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드레스와 스윙 시퀀스 등 기본을 다지고 또 다진다. 그래도 시즌이 시작되고 대회를 거듭하면 스윙이 흐트러지게 된다. 동계훈련 때 기초를 단단히 다질수록 덜 흔들리게 된다. 주말 골퍼도 늘 몸의 정렬과 어드레스 같은 기본에 신경 쓰는 분들이 빠르게 실력이 는다.” 

샷을 점검한 장하나는 최 코치가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함께 훈련하는 남자 골퍼들과 연습 라운드를 돌았다. 장하나의 240m에 이르는 드라이버 샷이 초크 라인(chalk line·분필 가루가 들어있는 케이스 안에 선이 감겨 있는 도구로 직선을 표시하는 데 사용)으로 그린 듯 똑바로 날아갔다. 주니어 시절부터 장타로 유명했던 장하나는 “거리 욕심은 내려놓았다. 원하는 위치에서 두 번째 샷을 할 수 있도록 드라이버 샷을 가다듬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장하나는 지난 시즌 평균 타수 69.90타로 유일한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라운드당 평균 버디 수도 3.92개로 한 라운드를 하면 대개 4개의 버디를 잡았다. 장하나는 아이언 샷의 정확성에서 발군이다. 지난 시즌 그린 적중률에서 78.94%를 기록해 최혜진(80.55%)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57위(73.66%)였던 것을 생각하면 러프에서도 뛰어난 아이언 샷을 구사했다는 걸 보여준다. 올 시즌 페어웨이 안착률까지 높아지면 버디 기회를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부담 없는 연습 라운드라고 하지만 장하나는 거의 매 홀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최 코치는 “대회 때는 아무래도 안전 위주로 치는 것 같다”며 “장하나가 연습 라운드 때처럼 공격적으로 경기하면 우승 횟수가 훨씬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다음 날 오전 8시. 솔라고CC 골프 연습장 2층의 한 방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경쾌한 음악과 달리 장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운동하고 있었다. 김성환 GPL 트레이너의 주문에 따라 단 1초도 눈 돌릴 새 없이 코어 근육 강화와 관절 가동 범위를 키우는 동작이 이어졌다. 이렇게 한 시간이 지나자 장하나의 입에서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렇게 동계훈련 기간 매일같이 땀을 흘렸다.

타이거 우즈는 “교통사고 이후 재활 과정에서 가장 힘든 건 스윙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골프 코스를 걸을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산악지형이 많은 한국 골프 무대에서는 걷는 능력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검도와 수영, 승마, 스키 등 여러 스포츠로 몸을 단련했지만 장하나는 발목과 무릎 부상을 자주 경험했다. 시즌 중에 피로가 쌓이면 다리가 부어오른다고 한다. 

김 트레이너는 “골프 선수 중 장하나처럼 운동 신경과 파워를 함께 갖춘 선수는 드물다”며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서 그에 맞춰 훈련 프로그램을 함께 구성해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하나는 지난해 롯데 오픈과 메이저대회인 KB금융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해 2승을 추가했다. 장하나는 프로 데뷔 2년째인 2012년 첫 승리를 시작으로 2016년과 2017년 LPGA투어 우승까지 포함해 2021년까지 10년 연속 우승했다. KLPGA투어 통산 15승으로 다승 4위다. 

공동 1위인 고(故) 구옥희 전 KLPGA 회장과 신지애(34)의 20승까지 5승 남았다. 장하나는 “은퇴 전까지 KLPGA투어에서 20승을 달성하고 싶다”며 “올 시즌 개막(4월 7일)까지 몸과 마음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