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타이거 우즈(오른쪽)와 그를 키워낸 아버지 얼 우즈. 사진 골프다이제스트
어린 시절 타이거 우즈(오른쪽)와 그를 키워낸 아버지 얼 우즈. 사진 골프다이제스트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강조한다. 아웃라이어는 보통 사람의 범주를 넘어서 뛰어난 성공을 거둔 사람을 뜻한다. 글래드웰은 작곡가나 야구 선수, 소설가, 스케이트 선수, 피아니스트 그밖에 어떤 분야에서든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정교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루 3시간씩 훈련한다면 꼬박 10년의 세월이 걸린다.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파했다. “빌 게이츠와 비틀스, 체스 게임 챔피언들은 한결같이 창의적(creative)이고, 창조적(inventive)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창의와 창조는 일정한 시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창의적인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음악에 숙달해야 한다. 탁월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려면 먼저 바이올린을 잘 다뤄야 한다. 그냥 일반적인 차원이 아니라 대단히 전문적인 수준에서 숙달돼야 한다. 지식의 기초가 있어야 창의와 창조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 이것이 1만 시간 법칙이다. 특별한 일을 하기 위한 훈련 단위다. 타이거 우즈는 탁월하게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골퍼이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 매일 아침 일어나 골프 훈련을 통해 창의적인 골프를 하는 데 필요한 기초를 쌓아온 것이다.” 


타이거 우즈가 디오픈 2라운드 18번 홀에서 스윌컨 브리지를 건너며 관중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작년 2월 교통 사고 이후 불굴의 의지로 필드에 복귀한 우즈에게 관중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사진 EPA연합
타이거 우즈가 디오픈 2라운드 18번 홀에서 스윌컨 브리지를 건너며 관중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작년 2월 교통 사고 이후 불굴의 의지로 필드에 복귀한 우즈에게 관중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사진 EPA연합

‘골프 황제’ 우즈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아버지 얼 우즈가 기획하고 정교하게 만들어낸 작품처럼 보인다. 아버지 얼은 열광적인 야구팬이었다. 아메리칸 리그에 진출한 첫해에 얼은 주전 포수가 되었고 캔자스주립대 첫 흑인 선수로 주목받았으나 인종차별에 시달리다 꿈을 접고 직업 군인이 된 한을 갖고 있었다. 자신이 못다 이룬 운동선수의 꿈을 아들이 이뤄주기를 간절히 바란 얼은 우즈를 “미국에서 성장한 최초의 흑인 골프선수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야구는 팀워크로 해야 하지만 골프는 혼자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처럼 수모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얼은 타이거가 의자에 앉을 수 있는 때가 되자 높은 의자에 앉혀놓고 자신이 골프 하는 모습을 보게 했다. 우즈는 아버지가 차고에 그물을 쳐 놓고 골프공을 때리는 것을 보행기에 앉아 쳐다보면서 자랐다. 우즈는 두 살 때 골프채를 잡고 아버지의 골프 스윙을 흉내 내기 시작했고 여섯 살 때 처음 홀인원을 했다. 

얼은 미군 특수부대인 그린베레 출신으로 베트남전에 두 번이나 참전하고 뉴욕시립대에서 ROTC 교관도 지냈다. 심리전 교관으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우즈가 어떤 환경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한 골퍼로 키우기 위해 심리적 위협을 받는 상황을 설정하고 샷을 하는 훈련을 하게 했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소음을 만들고 듣기 거북한 말이나 욕설까지 하는 훈련이다. ‘나의 의지는 산도 움직인다’ ‘나는 그것에 나의 모든 것을 집중한다’ 같은 문구를 벽에 붙여놓았다. 골프 레전드인 잭 니클라우스의 기록도 침대 머리맡에 붙여 놓고 늘 그를 능가하는 골퍼가 되겠다는 꿈을 갖도록 이끌었다. 넉넉한 살림이 아니었는데도 우즈는 열 살 때부터 스포츠 심리학자와 정기적으로 만나고 주니어 시절 이미 당대 최고의 스윙 코치였던 부치 하먼에게 배울 기회를 얻게 됐다. 

이렇게 영재 교육을 받으며 자란 우즈는 골프에 관한 한 완벽주의자였다. 임진한 프로는 “우즈가 방한해 레슨 프로그램을 함께 찍은 적이 있다. 우즈에게 ‘18홀을 돌면 드라이버나 우드로 14번을 티샷하는데 그중 마음에 드는 샷이 몇 개나 나오는가?’라고 물었다. 우즈는 10초 이상 생각하더니 ‘14번 중 한 번밖에 없는 거 같다. 다른 샷의 만족도는 70~80% 정도인 것 같다’고 했다. 늘 완벽할 수 없는 게 골프라지만 끝없이 완벽을 추구하는 대선수 우즈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미국프로골프투어(PGA) 사상 최다승 타이기록인 82승이 이런 마음가짐과 노력, 어릴 때부터 정교하게 다듬은 기본기에 뿌리를 두는 것이다. 

한국 증시에서 늘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투자자가 있다. ‘외국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외국 기관과 개인이다. 증시에서 매매 동향은 크게 개인, 외국인, 기관으로 나눈다. 여기서 개인은 국내 개인, 기관은 국내 기관을 이야기하고 외국인은 외국 개인과 외국 기관을 말하는데 외국 기관이 다수를 차지한다. 

외국 기관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이유는 대개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상 일정 비율을 투자하는 것이다. 외국인은 환차익이나 환차손 발생에 민감하기 때문에 환율이 매우 중요한 지표라는 특징이 있다. 거래 자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외국인의 추세적인 순매수는 확률적으로 국내 증시의 상승을 이끄는 경우가 많으며 추세적인 순매도는 그 반대의 경향이 있다. 

그런데 국내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개미지옥’에 빠져 숱하게 눈물을 흘릴 때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큰돈을 벌어들이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슈퍼개미’ 이정윤 세무사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성공적인 투자가 오랫동안 지속하는 이유를 살펴보자고 했다. 외국인들의 정보력과 기업 분석력이 개인 투자자들 혹은 기관과 비교해도 월등하다는 점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세무사는 외국인들의 투자 스타일이 훨씬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의 설명이다. “외국인들은 전체 포트폴리오 중 글로벌 투자 대상에 대해 자금 배분을 한 후, 나머지 일부분을 우리나라 증시에 투자하는 톱다운 방식을 이용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 국내 주식시장에서 종목 포트폴리오만 운용하는 보텀업 방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2017년 조선일보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외국인과 개미, 기관 투자자들의 수익률 성적표를 비교한 적이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미와 외국인 투자자, 기관 투자자들의 매매 비중(매수+매도)이 높은 30종목씩을 산출해 비교했다. 2007년 1월부터 6개월마다 지난 6개월간 거래 비중이 높은 30종목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10년 동안 투자했다고 가정해보니 개미의 수익률은 -74%였다. 반면 같은 기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78%였다. 연기금·펀드 등 기관 투자가들이 주로 거래한 30개 종목의 수익률은 9%로 집계됐다. 

우선 개미들과 외국인의 투자 종목이 판이했다. 외국인의 경우는 우량주를 중심으로 업종과 종목의 포트폴리오가 치밀했다. 30개 종목 가운데 한 종목도 겹치지 않았다. 

반면 개인 선호 30종목은 제약주가 상위권을 휩쓸다시피 했고 경영난에 몰렸거나, 경영권 변동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도 이름을 올렸다. 투자할 회사의 실적이나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뒷전이고,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 욕심에 호재나 트렌드에 영향을 많이 받는 변동성이 큰 종목에 투자했다. 투자 기간도 짧아 2015년 한국 투자자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8개월에 불과했다. 

이정윤 세무사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먼저 경기를 살펴 투자 시기를 조절하고 한국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업종을 파악해 가격이 가치에 비해 싸다고 평가받는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한다”며 “꾸준한 성적을 내는 스포츠 선수가 기본기에 충실한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