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골프 선수캐머런 스미스가150회 디오픈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샷을 날리고 있다. EPA연합
호주 골프 선수캐머런 스미스가150회 디오픈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 EPA연합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Seiren)은 바다 한가운데 솟아있는 작은 섬이나 암초에 살았다고 전해지는 바다의 요정으로, 노랫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하고 배를 침몰시켰다고 한다. 여자의 얼굴과 새의 몸을 한 모습으로 형상화됐다.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17세기 노르웨이 판화에서 묘사된 세이렌의모습을 참고로 로고를 만들었다.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사람들을 홀리듯 커피를 마시게 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따르면 귀향길에 오른 영웅 오디세우스는 연인인 마녀 키르케(Circe)로부터 세이렌에 대한 이런 이야기를 미리 전해 들었다. 그는 세이렌이 있는 섬을 지날 때 부하들에게 귀를 밀랍으로 막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듣고 싶었던 그는 자기 몸을 돛대에 묶어 세이렌에게 홀려 바다에 뛰어들거나 그녀가 있는 섬으로 뱃머리를 돌리지 못하게 했다. 덕분에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매혹적인 노래를 듣고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트레이더들의 스승’이라고 불리는알렉산더 엘더. 사진 폭스뉴스
‘트레이더들의 스승’이라고 불리는알렉산더 엘더. 사진 폭스뉴스

세이렌의 치명적인 노랫소리를 극복한 오디세우스 이야기를 투자의 지혜로 연결 지은 사람은 ‘트레이더들의 스승’이라 불리는 의학박사 알렉산더 엘더다. 엘더는 구소련 정신과 전문의 출신으로 선의(船醫)로 일하던 중 아프리카에 정박한 소련 배에서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뉴욕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일했던 그는 트레이딩 심리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고, 여러 저서에서 위험을 통제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법과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는 법을 설파했다.

엘더는 군중심리를 세이렌의 치명적인 노랫소리에 비유했다. 그는 말한다. “많은 트레이더가 의아해하는 점이 있다. 바로 손실 난 주식을 싼값에 처분하고 나면, 왜 언제나 시장이 반전하는가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군중이 하나같이 두려움에 휩싸여 모두 동시에 처분하기 때문이다. 매도 광풍이 지나가면 시장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다시 낙관주의가 시장을 지배하면 군중은 두려움을 잊고 탐욕스러워져 마구 사들이기 시작한다.”

그는 군중의 바다에 뛰어들지 않으려면 신중하게 짜놓은 트레이딩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하며 가격 변동에 성급하게 반응하거나 행동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대단한 계획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군중은 원초적이므로 트레이딩 전략은 오히려 단순해야 한다. 트레이딩하기 전에 계획을 미리 적어두고 어느 가격에 진입하고, 어떤 조건에 청산할지 정확히 정해두고, 반드시 그 원칙에 맞는 것만 하면 된다. 

‘슈퍼개미’ 이정윤 세무사는 “엘더를 통해 기법(Method)과 함께 마인드(Mind) 컨트롤과 자금(Money) 관리 등의 3M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며 “엘더는 특히 초보자들이 자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2% 규칙과 6% 규칙을 통해 분명히 해두었다”고 말했다. 

2% 규칙은 1회 트레이딩으로 부담하는 위험이 계좌의 2%를 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계좌에 1억원이 있다면 2% 규칙에 따라 한 번의 트레이딩에 감수할 수 있는 최대 위험을 20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엘더는 상어가 운 나쁜 수영객을 단번에 물어 죽이듯 단 한 번의 처참한 손실로 계좌가 깡통이 되어버리기도 한다며,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만약 한 번의 거래 실수로 자산의 25%를 날려버렸다면 남은 자산으로 33%의 수익을 올려야 본전을 건질 수 있는데,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경고한다. 

또 6% 규칙을 이야기하면서는 열대 지방의 강에 서식하는 피라냐를 예로 든다. 피라냐는 손바닥만 한 물고기지만 이빨이 아주 날카롭고 떼를 지어 공격하는 특징이 있다. 엘더는 “인간은 수렁에 빠지면 더 세게 몸부림치게 마련이다. 손실을 봤다면 잠시 옆으로 빠져나와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게 바람직한데 손실을 보면 수렁에서 빠져나오려고 투자를 더 늘린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계좌의 한 달 손실을 최대 6%로 제한하는 것이다. 6% 규칙은 그달의 손실 총액이 자산의 6%에 도달하면 남은 일수 동안에는 새로운 트레이딩을 스스로 금지하는 것이다. 

이정윤 세무사는 “하락장이 끝나고 나면 엄청난 기회가 찾아오는데 이미 큰 손실을 봐 투자할 돈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엘더가 어떤 기법보다도 자금 관리를 강조한다는 점을 가슴 깊이 새기고 투자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골프는 어떤가? 임진한 프로는 “올해 골프의 고향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제150회 디오픈에서 우승한 캐머런 스미스는 자신의 강점인 퍼팅을 통해 어떻게 스코어를 지키고 줄여가며 경기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마지막 날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했으나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며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2위 캐머런 영을 1타 차로 따돌리고 디오픈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를 품었다. 

스미스가 기록한 20언더파 268타는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오픈 최다 언더파 우승 기록으로 종전 기록은 2000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19언더파 269타였다. 이런 엄청난 기록은 신들린 듯한 퍼팅 솜씨 덕분이었다. 그는 10~14번홀에서 5m 안팎 중거리 퍼팅이 포함된 5연속 버디를 잡아 선두가 됐다. 그리고 올드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17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이 짧아 깊이 1.8m의 그린 옆 벙커 앞에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지만 웨지 샷 대신 퍼트를 선택해 벙커 옆으로 20m를 지나가는 롱퍼팅을 한 후에 다시 3m 파 퍼팅을 성공했다. 그는 마지막 라운드 29개 등 디오픈 기간 하루 평균 30개의 퍼트 수를 적어냈다.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해 3위에 그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4라운드 퍼트 수는 36개로 스미스보다 7개나 많았다. 미국 골프닷컴은 “스미스 혼자 골프 홀이 아닌 농구 골대에 퍼팅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스미스는 근육질 몸매로 무장하는 PGA투어에서 평범한 체격(180㎝·78㎏)에 가깝다. 다부진 모습과는 거리가 먼 그는 티 샷 능력(비거리+정확성)이 140위권에 머물지만, 정교한 아이언 샷과 퍼팅을 앞세워 정상급 선수로 도약했다. 그는 “반복만이 준비된 선수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연습량이 많은 건 아니다. 하지만 기본과 감각에 초점을 맞춰 매일 퍼팅을 가다듬는다. 연습 도구인 ‘퍼팅 거울’을 이용해 세트업 자세를 매일 20분씩 가다듬고 라운드 때는 철저히 감각에 의존한다. 그는 연습 스트로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말이다. “사실 내 퍼팅에 놀라운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날그날 감에 의존하는데, 퍼팅 전에 공이 구르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보는 것과 퍼팅 후 공이 굴러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은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퍼팅에는 ‘43법칙’이 있다. 골퍼의 퍼트 수는 타수에 비례해 대체로 43%를 차지한다는 이야기다. 90타를 치는 골퍼는 대략 38~39번 퍼팅을 한다. 또 하나의 43법칙은 홀을 약 43㎝(17인치) 지나치는 힘으로 칠 때 성공률이 가장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보통 퍼터 길이(34인치)의 절반이다. 주말 골퍼라면 홀을 지나치더라도 부담 없이 ‘오케이’를 받을 수 있는 거리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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