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링크인터내셔널의 김일주(왼쪽) 회장과 볼레로의 프랭크 볼레로 대표. 사진 드링크인터내셔널
드링크인터내셔널의 김일주(왼쪽) 회장과 볼레로의 프랭크 볼레로 대표. 사진 드링크인터내셔널

샴페인 중에 우리나라 브랜드가 있다고?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프랑스가 웬만해선 타국 브랜드를 위해 샴페인을 만들어줄 리 없어서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다. 샴페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도 샹파뉴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만들면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그 정도로 정통성을 중시하는 프랑스가 인정한 우리나라 샴페인 브랜드 골든 블랑, 과연 어떤 와인일까?

1 볼레로 샴페인 셀러에서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프랭크 볼레로. 2 볼레로의 샴페인 셀러에 보관된 와인들.3 골든 블랑. 4 아이스버킷에 담긴 골든 블랑. 적정 음용 온도가 되면 레이블의 페가수스 마크가 핑크빛으로 변한다.5 볼레로 퀴베 마거리트. 사진 드링크인터내셔널
1 볼레로 샴페인 셀러에서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프랭크 볼레로. 2 볼레로의 샴페인 셀러에 보관된 와인들.3 골든 블랑. 4 아이스버킷에 담긴 골든 블랑. 적정 음용 온도가 되면 레이블의 페가수스 마크가 핑크빛으로 변한다.5 볼레로 퀴베 마거리트. 사진 드링크인터내셔널

골든 블랑은 드링크인터내셔널이 작년에 새롭게 출시한 샴페인 브랜드다. 드링크인터내셔널은 2019년에 설립된 신생 기업이지만 구성원이 모두 주류업계에서 내로라하는 경력을 자랑한다. 대표를 맡고 있는 김일주 회장은 1983년부터 베리나인골드를 시작으로 발렌타인, 윈저, 임페리얼 등을 성공시켜 ‘위스키의 대부’로 알려진 인물이다. 드링크인터내셔널은 무통 카데(Mouton Cadet)와 로스 바스코스(Los Vascos) 등 유명 와인도 수입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왜 자체 브랜드를 가질 생각을 했을까? 마케팅을 담당하는 홍성은 상무에게 문의해 보았다. 

“그동안 여러 와인을 수입하며 국내 시장에서 많은 성공을 경험했다. 기쁨도 컸고 보람도 느꼈다. 하지만 늘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 브랜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름도 짓고 패키지도 디자인하고 홍보에도 큰 비용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 우리도 브랜드를 갖자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브랜드라면 향후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으니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

골든 블랑은 외관부터 남다르다. 화려한 금빛이 멀리서도 금방 눈에 들어온다. 레이블에는 바로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은 페가수스가 그려져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감의 원천’ 페가수스는 골든 블랑의 뮤즈이자 적정 음용 온도를 알려주는 심벌이다. 골든 블랑을 차게 식혀 마시기 좋은 온도에 다다르면 은색 페가수스가 핑크빛으로 변한다.

골든 블랑에는 3스타, 4스타, 5스타의 세 가지 종류가 있다. 프리미엄급인 5스타는 샹파뉴 지방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샴페인이다. 피노 누아(Pinot Noir),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 샤르도네(Chardonnay)를 블렌딩해 만든 이 와인은 38개월간 숙성을 거쳤다. 샴페인의 최소 숙성 기간인 15개월을 훨씬 뛰어넘는 긴 시간이다.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오래 숙성시켰다는 것이 드링크인터내셔널 측의 설명이다. 맛을 보면 사과, 레몬, 복숭아, 멜론 등 과일 향이 풍성하고 크림처럼 고운 기포가 입안을 부드럽게 감싼다. 피노 누아 100%로 만든 5스타 로제 샴페인은 이미 지난 2월 밸런타인데이에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선홍빛 색상이 영롱하고, 딸기, 라즈베리, 크랜베리 등 달콤한 아로마가 마시는 내내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골든 블랑 4스타는 크레망(Crémant)이다. 샴페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었지만 샹파뉴가 아닌 부르고뉴(Bourgogne)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다. 부르고뉴는 로마네 콩티(Romanée-Conti)와 몽라셰(Montrachet) 등 특급 와인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와인 산지다.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에 알리고테를 블렌딩해 만든 4스타 크레망에서는 깊은 맛과 함께 생동감이 느껴진다. 4스타 로제 크레망도 살구, 레드 커런트, 라즈베리 등 화사한 과일 향과 섬세한 기포가 일품이다. 골든 블랑 3스타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기포를 생성시켜 만든 프렌치 스파클링 와인이다. 병 안에서 기포를 발생시키는 샴페인이나 크레망에 비해 생산 시간과 숙성 기간이 짧아 과일 향이 신선하고 기포가 활기찬 것이 특징이다.

골든 블랑은 어떤 음식과 즐기면 좋을까? 피자, 치킨, 탕수육 등 캐주얼한 음식에는 3스타 프렌치 스파클링이 잘 맞는다. 와인의 탁월한 청량감이 기름진 입맛을 개운하게 씻어준다. 4스타 크레망은 장어나 백숙 같은 보양식에 곁들이기 좋다. 음식의 진한 맛과 와인의 풍부한 과일 향이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한정식이나 서양식 코스요리에는 5스타 샴페인이 제격이다. 향긋하고 우아한 샴페인의 풍미가 품격 있는 정찬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그런데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골든 블랑은 누가 만들까? 그 주인공은 놀랍게도 샹파뉴 지방에서 6대째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볼레로(Vollereaux)다. 1805년에 설립된 볼레로는 40만㎡(약 12만 평)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직접 기른 포도로만 와인을 만드는 정통 샴페인 하우스다.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볼레로 가문은 ‘나누고 함께하는 것’을 철학으로 삼고 있다. 골든 블랑이 샴페인협회로부터 브랜드 인증을 받는 데 볼레로가 큰 힘이 되어준 것도 샴페인이 주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고 한다.

볼레로의 샴페인은 현재 국내에도 여러 종이 수입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리저브 브뤼(Reserve Brut)와 퀴베 마거리트(Cuvee Marguerite)가 있다. 리저브 브뤼는 엔트리급이지만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는 샴페인이 가장 소중하다고 믿는 볼레로이기에 어느 샴페인보다 리저브 브뤼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이 수입사인 드링크인터내셔널의 설명이다. 리저브 브뤼는 올해 조선비즈 주최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도 스파클링 와인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해외 와인 품평회와 미디어 등 여러 곳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퀴베 마거리트는 6대손인 프랭크 볼레로의 할머니이자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에서 볼레로를 지켜낸 마거리트 여사를 기리는 샴페인이다. 포도 작황이 탁월한 해에만 생산되는 빈티지 샴페인으로 8년이라는 긴 숙성을 거친 뒤 출시된다. 최상급 샴페인답게 섬세한 기포와 우아한 향미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여름에 즐기기 좋은 스파클링 와인. 이왕이면 우리 브랜드로 불볕더위를 날려보는 것은 어떨까? 더 큰 시원함이 지친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김상미 와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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