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돈은 빅 브라더가 지배한다
클라우드머니: 화폐의 최후
브렛 스콧│장진영 옮김│쌤앤파커스│1만9000원│452쪽│10월 20일 발행

구글 클라우드는 10월 11일(현지시각) 미국 최대 암호 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제휴해 내년 초부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결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클라우드 업체 가운데 암호 화폐로 결제를 허용하는 것은 구글이 처음이다.

같은 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뉴욕멜론은행(BNY멜론)도 암호 화폐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이 200년 전 설립한 BNY멜론은 다른 금융 기업의 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수탁 은행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NY멜론이 전통적 투자 자산과 디지털 자산을 같은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미국 최초 대형 은행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렇듯 암호 화폐 등 디지털 화폐가 주류로 급부상하면서 기존 화폐인 현금은 점차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아마존 고(Amazon Go)’ 같은 무인(無人) 매장의 확산, 사람들 손을 많이 타는 동전이나 지폐가 청결하지 않다는 우려 역시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의 도래를 앞당기고 있다. 언론에 거의 매일 등장하는 디지털 화폐 관련 뉴스는 금융 디지털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무언의 압력을 넣는다. 그런데 현금이 사라진 사회가 반드시 더 진보적이고 바람직한 사회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그는 자신이 ‘클라우드 머니(cloudmoney)’라고 이름 붙인 모든 종류의 디지털 화폐로 인해 우리가 돈의 소유·통제권을 잃어버리게 됐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인간과 돈의 관계는 기술에 대한 인간의 애착보다 훨씬 더 깊고 심오하다”고 썼다. 사람들은 은행 잔고가 거의 바닥나 시장 접근성을 잃을 것이라 생각하면 공황 상태에 빠진다. 돈은 우리가 생존을 위해 의존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접근을 가능케 하는 존재이며, 고로 돈은 우리의 궁극적 의존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금이 멸종된 사회에선 우리는 돈을 직접 관리할 수 없다. 은행 계좌에 찍힌 디지털 화폐는 은행이 통제하는 원거리 데이터센터에 존재하고, 우리는 스마트폰, 컴퓨터, 결제 카드 등을 통해 은행의 데이터센터와 소통할 뿐이다. 그러니 현금 없는 사회란, 우리가 우리의 금융 거래 능력을 자발적으로 금융기관 및 그들과 손잡은 구글 등 대형 위탁 기술 업체에 완전히 양도한 사회를 의미한다.

이런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선 것은 현금 없는 사회에서 가장 이득을 보게 될 은행이다. 주요 은행의 주된 수입원은 이자와 수수료다. 신용카드는 이자와 수수료를 발생시키고, 현금카드는 수수료만 발생시킨다. 은행 연차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은행 디지털 결제 담당 부서는 수익을 발생시키는 이익의 중심지다. 반면 고객들이 현금을 인출하는 ATM 기기는 은행의 돈만 빼갈 뿐이다. 은행이 앞장서는 ‘현금과의 전쟁’에 은행 계좌들 사이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결제 회사와 은행 및 결제 회사가 제공하는 금융 인프라에 의존하는 핀테크 회사가 결탁해 자연스럽게 반(反)현금 연대를 구축한다.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드는 이 흐름에 저도 모르게 올라타게 된 개개인은 자신의 모든 정보를 금융기관에 노출시킨다. 나의 거래 내역, 자금 이동 등이 모두 추적·기록되기 때문이다. 이는 나아가 ‘빅 브라더(big brother)’로 대변되는 감시 사회로 이어질 우려까지 있다. 정부가 조세 모니터링을 목적으로 은행, 결제 회사 등에 개인 데이터 제공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막기 위해 저자는 현금 사용을 장려한다. 그는 “우리가 무관심한 시스템의 팽창 논리로 움직이는 아바타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현금을 보호해야 한다”고 썼다.

시대에 뒤처진 기술 혐오자의 주장이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영국 금융혁신연구소 선임 연구원, 영국 브릭스턴 파운드 지역통화 자문그룹 위원, 비트코인캐시 협회 의원 등을 역임한 화폐 시스템 전문 금융 저널리스트라는 저자의 이력을 보면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주장이다. 

‘NFT 미래수업’의 저자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디지털 화폐가 가져올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썼다.


21세기 기술 패권을 차지할 자는 누구인가
카이스트 미래전략(2023)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김영사│2만5000원│632쪽│10월 28일 발행

매년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메가트렌드를 전망하고 미래 전략을 제시하는 ‘카이스트 미래전략’은 2023년 주제로 기술이 국제 정치의 패권을 정한다는 ‘기정학’을 선정했다. 기술이 세계 정세를 좌우하는 21세기 상황부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6G,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세상을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과 기술 패권 시대를 헤쳐나갈 네 가지 전략까지 모두 한 권에 담았다. 


지속적 성장을 위한 단 하나의 원칙
목적으로 승리하는 기업
프레드 라이켈트, 다르시 다넬, 머린 번즈│도지영 옮김│콘텐츠랩오늘│2만4500원│428쪽│9월 30일 발행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기업이 오래 지속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20여 년 전 존재하던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50%가 사라졌고, 현재는 기업의 수명이 더욱 짧아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에 걸쳐 뛰어난 성과를 유지하는 기업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그런 기업들은 단 하나의 목적, 즉 ‘고객 사랑’을 따르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는 경영 시스템을 통해 목적을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승자의 전략을 완벽히 분석하다
역설계
론 프리드먼│이수경 옮김│어크로스│1만7000원│376쪽│9월 13일 발행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혁신적 제품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애플 매킨토시는 복사기 회사 제록스가 만든 개인용 컴퓨터 ‘알토’를 역설계한 것이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알토의 장점을 간파하고 기능・특성・디자인까지 세세한 부분을 분석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 윈도와 애플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제품의 잠재성을 꿰뚫어보고 개선한 여러 역설계 사례를 담았다.


위기 때마다 경쟁 업체를 압도하는 삼성의 힘
뉴삼성의 시대가 온다
박광수│미래북│1만6000원│284쪽│10월 14일 발행

전직 삼성맨으로 미국과 일본 주재원을 지냈던 저자는 책에서 세계 1위 전자 회사로 우뚝 선 삼성전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삼성전자의 리더들이 이끈 독창적 경영 정신, 재직 당시 삼성전자가 경쟁 업체를 앞지르고 나갈 수 있었던 비결, 이건희 회장 사후 경영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 경영’까지 삼성에 대한 모든 면을 포괄적으로 정리했다.


‘파친코’의 뒤를 이을 한국인의 이야기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박소현 옮김│다산책방│ 1만8000원│612쪽│9월 28일 발행

‘제2의 파친코’라는 찬사를 듣는 이 소설은 대한민국의 독립 투쟁과 격동의 세월 속에 휘말려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재미교포 작가가 쓴 소설은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인류를 하나로 묶어줄 사랑과 공감, 연민 등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작가는 “백 년쯤 전, 멀리 떨어진 작은 땅에 살았던 한국인들에 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인류 전체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시각적 사고(Visual Thinking)
템플 그랜딘│리버헤드 북스│24.99달러│352쪽│10월 11일 발행

이 책은 우리가 ‘똑똑함’이나 ‘성공’을 정의하는 방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사람을 언어적 사고를 하는 부류와 이미지에 근거해 시각적인 사고를 하는 두 가지 부류로 나눈다. 하지만 기존 교육 체계는 두 번째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능력을 활용할 기회를 배제시켜 창의적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걸 막아버린다. 기존 교육 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오윤희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