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이라는 엄청난 인구를 가진 인도는 속내를 파악하기가 정말 힘든 미묘한 나라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한다는 선인들의 충고처럼 그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해 없이는 절대 뛰어들어서는 안되는 나라가 인도다. 인도를 이해하기 위해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해 보자.
 바야흐로 인구가 무기인 시대다. 13억이라는 인구를 가진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한 것도 그 엄청난 인구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 인구 11억이라는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인도에 대해선 중국만큼 뜨거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나 국내의 이름 있거나 꿈을 품은 기업체들이 인도에 진출, 시장 개척에 서서히 열을 올리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모든 행보가 예상처럼 순조롭지만은 않다. 중국에서 성공한 기업보다 실패한 기업이 많은 것은 익히 알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인도에 대해 정통한 전문가들은 인도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경계의 끈을 늦추지 말라는 의도에서 “중국보다 더 사업하기 힘든 나라가 바로 인도”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한 신문에서 인도로 진출한 기업체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도인들의 식민지 근성을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는 강한 것이 인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가짐으로만 덤빈다면 인도와는 ‘필요에 의한 관계’ 이상으로 발전하기란 불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가진 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찌 인도인만의 모습이겠는가. 사회 전반의 지배 구조가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우리 경험으로도 이미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철저한 유교 사회인 우리도 양반을 돈으로 살 수 있던 시기가 있었던 것처럼 철저한 신분 계층인 카스트제도로 무장되어 있던 인도도 돈의 위력 앞에 지금은 무너져 버린 상황이다. 그럼에도 마치 여전히 인도에는 카스트제도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종교는 운명

 이러한 현상은 언론의 영향도 크다. 쓰나미 복구에 동원된 사람들이 카스트제도의 가장 하층 사람들이었다는 방송이 나간 것도 그 사례 중 하나다. 카스트제도의 하층 계급에 속했던 이들이 빈곤층으로 남아 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지만, 변화하는 사회를 옛 잣대로 바라보는 시각은 전근대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필요에 의한 관계를 넘어서 동반자적인 눈높이를 맞추고 성공적인 사업을 하기 위해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가 중요한 화두가 된다.

 인도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이해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들의 사고에 깊숙이 자리잡아 그들의 행동 규범이 되고 삶의 지표가 되는 기준들을 꿰뚫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결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들도 알 일이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첫번째가 그들의 종교관이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에 대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 또는 ‘엄청나게 많은 신들을 믿는 사람들’ 등 우리와 차별된 몇가지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우선 힌두교가 그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아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종교가 ‘선택’에 가깝다면 인도인들에게 종교는 ‘운명’이다. 자신이 선택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소를 신성시하는 그들 앞에서 소를 학대하거나 소고기를 먹은 사실을 자랑하는 비즈니스맨은 없으리라. 하지만 그들의 종교관에 대한 인식을 재무장하지 않고 인도 사회에 뛰어들었다가 인간적으로 배척당하는 것만큼 허망한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무수한 신이 존재하는 그들의 종교관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기에 종교적으로 그들이 민감해 하는 요소들을 챙기는 것이 인도 현지와의 소통을 준비하는 첫 단계가 된다.



 침묵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인도인들의 품성은 어떠할까. 인도에서 오랫동안 살아 온 사람들이 말하는 인도인들은 인내심·흡수력·임기응변에 뛰어난 사람들이란 말을 자주한다. 종교적인 요소에서 기인한 것이 많지만 그들의 생활 방식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오랜 옛날부터 무역이 빈번하고 여러 문명이 충돌하던 거점이기에 문화적인 상대성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 인도다. 다른 문화의 장점을 빠르게 흡수하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변칙에 능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인식도 이러한 품성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원리 원칙대로 하면 불가능한 것도 얼마 안되는 돈에 의해 쉽게 가능해지고, 때로는 이것을 악용하여 되는 것도 안된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도의 한국 기업체 사장이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리라.   

 상인 기질 또한 중국인이나 유태인에 못지않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사꾼이란 이야기를 들을 만큼 계산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일까. 인도가 정보기술(IT) 강국이 되고 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이러한 그들의 품성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돌이켜보면 유태인이나 중국인도 빠른 계산 능력과 뛰어난 임기응변, 그리고 조급해 하지 않는 품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 ‘침묵’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상대방이 입을 다물면 쉽사리 대응하기도 힘들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기에 꼼수를 내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인도인들과의 비즈니스를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원칙을 나름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준비가 철저하다는 인상이 없으면 그들에게 쉽사리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준선을 확보하고 상대방의 변화무쌍한 변칙 플레이를 때로는 침묵으로 피해 갈 수 있는 인내가 있어야 한다. 그들이 조금씩 몸이 달아오르면 생각보다 쉽게 그들과 일을 하기가 수월해진다.

 이제 11억의 거대한 시장이 기다리는 인도를 본격적으로 공략해야 할 시기다. 중국보다 더 어려운 시장이며, 극과 극을 달리는 자연 환경과 다양한 인종이 뒤엉켜 사는 말 그대로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이다. 따라서 전략도 중요하지만 전술이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한 시장이다. 세계 경제의 블랙홀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상대이지만, 인도를 점령하는 순간 세계를 정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비즈니스맨에겐 커다란 도전의 꿈을 가질 만한 매력적인 시장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