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숫자 감각이 무척 떨어진다. 가계부를 써 본 적도 없고, 은행의 금리니 세율이니 이런 걸 따져 보지도 않는다.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그냥 골치가 아파 오기 때문이다. 내가 그만큼 돈에 무심할 정도로 여유가 있어서 그러냐면 절대 그건 아니다. 내게 있어 머릿속에서 계산이 가능한 수준은 소수점이 없는 숫자의 만 단위 정도이고, 그것도 더하기 빼기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해외여행을 할라치면 환율 문제 때문에 나의 돈 개념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지난 여름에 작가들을 위한 국제 창작 프로그램이 있어서 여행도 겸해서 처음으로 미국에 4개월 정도 체류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주최 측에서는 호텔을 제공하고 일용 잡비로 매일 40달러씩 계산하여 한 달에 한 번 통장에 넣어 주었다. 식비나 용돈을 해결하라는 의미였다.
나는 은행에 가서 현금을 찾아 날마다 지전을 침대에 펼쳐 놓고 정철의 <장진주사(將進酒辭)>에서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무진 먹세 그려’처럼(그 돈으로 무진무진 먹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10달러짜리 지전 하나씩을 한 끼로 계산하면서 나머지 10달러는 잡비, 하루하루 나머지 없는 깔끔한 나눗셈 문제 풀 듯이 잘 지냈다. 그 방식이 내가 생활과 돈을 연결하여 체감할 수 가장 적정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30여 개국에서 온 다른 나라 작가들은 대부분 가난한 국가 출신이었는데, 어떤 작가들에게 하루 40달러는 나와는 다른 개념이었나 보다. 그들은 그 용돈을 아끼는지 식당에서 외식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계절이 바뀌고 가을이 깊어져도 입던 옷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상점에서도 손으로 물건을 만지작거리기만 했지 돈을 쓰는 법이 없었다. 나중에 헤어질 때 보니 누구는 달러 얼마를 본국에 가져간다는 둥, 또 누가 보석가게에서 본국의 가난한 아내를 위해 굵은 순금목걸이를 샀다는 둥 하는 말이 들렸다. 금의환향이란 말이 떠올랐다.
어느 날 외국 작가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너희 나라에서는 책 한 권이 얼마냐”고 묻길래 뿌듯하게 그냥 대략 10달러라고 했다. 그 정도까지야 나도 계산이 된다. 누군가가 우리나라 서울의 아파트는 어느 정도 하냐고 물었는데 그때부터 머리가 꼬였다.
가만 있자. 평균 3억원이라고 치고, 그런데 그걸 달러로 나누면 (내가 출국할 무렵 환율은 달러당 1170원 정도였다) 0이 몇 개가 붙나? 30000000? 옳지! 300000000 나누기 1170 = @#%^&&? 종이도 없고 펜도 없이 머릿속 칠판은 점점 엉망이 되어 가고… 에라 모르겠다. 뭐 대충… “About 3 millon dollars…”
내가 대답하자 소련, 인도, 르완다, 우즈베키스탄, 볼리비아 작가들이 경이와 부러움에 찬 눈으로 모두 탄성을 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작가들이 날더러 그러면 1년에 작가로서 얼마나 버냐고 물었다. 나는 잔머리를 굴렸다. 복잡한 계산은 한 번으로 족하지. 뭐 대충… “10 percent of 3 millon dollars.” 그러자 작가들이 날더러 술 한 잔 사라며 등을 떠밀었다.
얼결에 무진무진 마시는 그들의 술값을 내고 숙소로 돌아와서 다음날부터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며 아까 영어로 말한 돈 계산을 종이에 다시 해보았다. 한국의 아파트 한 채 값 $3000000×1170=3510000000원, 35억? 거기다 그것의 10분의 일, 3억5000만원이 내 인세? 아무리 그들 앞에서 한국의 베스트작가인 척하고 싶어도 3억5000만원이라니! 말도 안 돼.
으이구. 나는 평생 부착해야 하고 분리도 안 되는 고물 계산기를 주먹으로 마구 때리는 수밖에. 맞으면 소리가 더 잘 나는 고물 라디오처럼 내 입에선 청아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런 내가 해외여행을 할라치면 환율 문제 때문에 나의 돈 개념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지난 여름에 작가들을 위한 국제 창작 프로그램이 있어서 여행도 겸해서 처음으로 미국에 4개월 정도 체류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주최 측에서는 호텔을 제공하고 일용 잡비로 매일 40달러씩 계산하여 한 달에 한 번 통장에 넣어 주었다. 식비나 용돈을 해결하라는 의미였다.
나는 은행에 가서 현금을 찾아 날마다 지전을 침대에 펼쳐 놓고 정철의 <장진주사(將進酒辭)>에서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무진 먹세 그려’처럼(그 돈으로 무진무진 먹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10달러짜리 지전 하나씩을 한 끼로 계산하면서 나머지 10달러는 잡비, 하루하루 나머지 없는 깔끔한 나눗셈 문제 풀 듯이 잘 지냈다. 그 방식이 내가 생활과 돈을 연결하여 체감할 수 가장 적정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30여 개국에서 온 다른 나라 작가들은 대부분 가난한 국가 출신이었는데, 어떤 작가들에게 하루 40달러는 나와는 다른 개념이었나 보다. 그들은 그 용돈을 아끼는지 식당에서 외식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계절이 바뀌고 가을이 깊어져도 입던 옷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상점에서도 손으로 물건을 만지작거리기만 했지 돈을 쓰는 법이 없었다. 나중에 헤어질 때 보니 누구는 달러 얼마를 본국에 가져간다는 둥, 또 누가 보석가게에서 본국의 가난한 아내를 위해 굵은 순금목걸이를 샀다는 둥 하는 말이 들렸다. 금의환향이란 말이 떠올랐다.
어느 날 외국 작가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너희 나라에서는 책 한 권이 얼마냐”고 묻길래 뿌듯하게 그냥 대략 10달러라고 했다. 그 정도까지야 나도 계산이 된다. 누군가가 우리나라 서울의 아파트는 어느 정도 하냐고 물었는데 그때부터 머리가 꼬였다.
가만 있자. 평균 3억원이라고 치고, 그런데 그걸 달러로 나누면 (내가 출국할 무렵 환율은 달러당 1170원 정도였다) 0이 몇 개가 붙나? 30000000? 옳지! 300000000 나누기 1170 = @#%^&&? 종이도 없고 펜도 없이 머릿속 칠판은 점점 엉망이 되어 가고… 에라 모르겠다. 뭐 대충… “About 3 millon dollars…”
내가 대답하자 소련, 인도, 르완다, 우즈베키스탄, 볼리비아 작가들이 경이와 부러움에 찬 눈으로 모두 탄성을 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작가들이 날더러 그러면 1년에 작가로서 얼마나 버냐고 물었다. 나는 잔머리를 굴렸다. 복잡한 계산은 한 번으로 족하지. 뭐 대충… “10 percent of 3 millon dollars.” 그러자 작가들이 날더러 술 한 잔 사라며 등을 떠밀었다.
얼결에 무진무진 마시는 그들의 술값을 내고 숙소로 돌아와서 다음날부터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며 아까 영어로 말한 돈 계산을 종이에 다시 해보았다. 한국의 아파트 한 채 값 $3000000×1170=3510000000원, 35억? 거기다 그것의 10분의 일, 3억5000만원이 내 인세? 아무리 그들 앞에서 한국의 베스트작가인 척하고 싶어도 3억5000만원이라니! 말도 안 돼.
으이구. 나는 평생 부착해야 하고 분리도 안 되는 고물 계산기를 주먹으로 마구 때리는 수밖에. 맞으면 소리가 더 잘 나는 고물 라디오처럼 내 입에선 청아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