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찾는 사람 입장에서 연봉은 직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기업마다 연봉제가 확산되면서 개별 기업의 연봉을 파악하는 일은 ‘보안 사항’을 확인하는 일처럼 어려워지고 말았다. 여기에 각종 성과급이 성과에 차등해 주어지면서 같은 연차, 직급이라 하더라도 받는 연봉은 적잖은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기 이르렀다.
그러나, 이직과 전직 과정에서 개별 기업의 연봉 정보가 스카우트 시장에 모이고, 이를 통해 대략적인 연봉의 윤곽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코노미플러스는 국내 최대 연봉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연봉공개 사이트인 페이오픈과 공동으로 30대 그룹 560개 개별 기업의 연봉 데이터를 통해 30대 그룹의 업종별 평균 임금, 30대 그룹 전체의 직급별 평균 연봉 데이터를 산출해 냈다. 같은 그룹이라 하더라도 업종별로 편차가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여전히 그룹의 일반적인 평균 연봉은 직장인의 연봉을 가늠하는데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통계표를 작성했다.(PART1)
아울러 한국의 2004년 한국과 일본 양국의 대표적 직업간 연봉 비교도 시도했다. 양국의 대표적인 직업 60개를 통해 양국 개별 직업군의 임금 수준과 직업간 격차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PART2)
PART1 국내 30대 그룹 직급 및 업종별 연봉 비교
‘얕보지마’역시 공사가 최고
은행.보험.증권, 전 직급 걸쳐 상위 랭크
국내 30대 그룹사(총 매출액 기준, 공사 포함) 중 대졸 초임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중공업(3697만원)으로 나타났다. 연봉조사 전문업체 ‘페이오픈’이 최근 국내 30대 그룹 560개 계열사 연봉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을 제치고 신입사원 연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2위부터 5위까지를 공사가 차지했다는 점이다. 한국전력공사(2918만원), 대한주택공사(2800만원), 한국토지공사(2800만원), 한국가스공사(2750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
삼성그룹의 대졸 초임은 2494만원으로 30대 그룹 전체에서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담당한 이주원(34) 페이오픈 기획실장은 “같은 그룹 소속이라고 해도 업종간 임금 수준이 다른 데다 최근엔 개별 계열사들이 연봉이나 복지제도를 자체적으로 책정하는 흐름이 강하기 때문에 같은 그룹사라고 해도 편차는 꽤 있는 편”이라고 했다.
30대 그룹 중 불명예스러운 꼴찌를 기록한 곳은 한국철도공사다. 30대 그룹 중 유일하게 대졸 초임이 1000만원대인 1850만원을 기록했다. 한국철도공사 덕에 꼴찌를 겨우 면한 곳은 대우건설. 대졸 초임이 2027만원으로 2000만원대에 간신히 턱걸이를 했다.
과장 초임 주택공사·토지공사·현대중공업 순
직장생활 3년차 이상의 대리급 연봉에 이르면 그룹별 순위가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30대 그룹 중 대리급의 데이터가 집계되지 않은 두 곳(한국가스공사, GM대우)을 제외한 28개 그룹을 조사한 결과, 한국전력공사(3971만원), 대한주택공사(3940만원), 한국토지공사(3935만원)가 1~3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대우조선해양(3860만원), 현대자동차(3761만원)가 이었다. 대졸 초임 1위를 차지했던 현대중공업은 현대자동차에 이어 6위에 올랐다(‘페이오픈’은 이번 통계가 현장 생산직이 아닌 사무직만을 대상으로 작성되었다고 밝혔다).
30대 그룹 대리급 사원의 평균 연봉은 3500만원선. 가장 적은 연봉을 받는 곳은 CJ그룹으로 2835만원으로 집계되었다. 대졸 초임 꼴찌를 기록했던 한국철도공사의 대리급 연봉은 3000만원으로 한국도로공사와 CJ를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과장.차장급의 연봉 전체 순위는 대리급 순위와 별반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전력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연봉 ‘빅3’는 과장.차장급에서도 꾸준히 상위권(5위 이내)을 유지했다. 다만 직급이 달라지면서 순위의 변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차장.부장급 이르면 대한주택공사가 1위로 올라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장급의 연봉 서열을 보면 연봉 빅3를 형성하는 3개 공사의 틈바구니에서 현대중공업이 2위(7000만원)를 기록했고 현대자동차(6656만원), 포스코(6580만원), 신세계(6200만원), SK(6106만원), CJ(6000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 30대 그룹의 부장급 연봉 수준은 5000만원 후반대에서 6000만원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부장급 연봉은 5900만원으로 30대 그룹의 중간급 정도를 형성하고 있다.
대졸 초임은 법률.회계.광고.R&D가 높아
30대 그룹을 업종별로 분류해보면 보다 색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그룹 중에서도 어느 업종이 가장 돈을 많이 받는가’를 알려준다(도표 참조).
대한상공회의소의 20개 업종별 분류 기준에 맞춰 분석해본 결과 대졸 초임은 서비스 부문으로 분류되는 법률곂린?광고.R&D 분야가 2800만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분류되었다. 제조 부문의 자동차 .운송장비.조선/선박.중장비 업종이 2793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고, 건설.토목.건축이 2788만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대졸 초봉이 많기로 소문난 금융.보험.증권 업종은 2691만원으로 4위에 올랐다.
대졸 초임이 짠 업종으로는 서비스 부문인 인력공급.시설유지.TM(용역도급) 부문이 2067만원으로 가장 낮았고 역시 같은 서비스 부문인 숙박.음식.관광/여행.호텔 부문이 2232만원으로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제조부문은 식음료.식품가공 업종이 2232만원으로 역시 하위에 랭크되었다.
과장급 연봉을 기준으로 업종별 임금을 보면 제조서비스 부문으로 분류되는 전기.가스.수도.에너지.화학.환경 부문 업종이 4907만원으로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토목.건축 부문이 3위, 금융.보험.증권 부문은 4위를 기록해 전 직급에 걸쳐 꾸준히 상위 연봉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 하위 업종으로는 부동산-임대업종이 3450만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섬유.봉제.가방.의류.패션.신발 업종이 3750만원으로 꼴찌를 면했다.
부장급 연봉을 중심으로 업종별 임금 차이를 보면 통계 데이터가 없는 섬유.봉제.가방.의류.패션.신발 업종과 영화.방송.공연.문화.스포츠.언론 부문을 제외하고 공공행정.경찰.기관.협회 업종이 6353만원으로 1위 업종에 올랐다. 그 뒤를 전기.가스.수도.에너지.화학.환경 부문 업종이 6257만원으로 2위를, 금융.보험.증권 부문은 6221만원으로 3위에 올랐다. 부장급 연봉이 가장 낮은 업종으로는 금속.비금속 광물제품 제조.철강 업종이 5048만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부동산.임대업 부문이 5200만원으로 최하위를 면했다.
전 직급에 걸쳐 고르게 상위(5위 이내)에 랭크된 업종으로는 금융.보험.증권 부문과 건설.토목.건축 부문, 전기.가스.수도.에너지.화학.환경 부문 업종(무순)이 꼽혔다. 이에 반해 부동산.임대업 부문, 식음료.식품 가공 업종은 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ART2 대표 직업군별 평균연봉‘한국-일본’비교
한국 기업체 임원·변호사·치과의사 순
일본 항공기조종사·의사·대학교수 순
직업간 연봉 격차 일본이 한국보다 커
한·일 양국을 비교하면 어느 직종의 어떤 직업이 가장 많은 돈을 벌까? 2004년 산업지도(한국), 2004년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일본)를 토대로 비교해보자.
먼저 한국의 고수입 랭킹 상위 직업은 일반적인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업체 임원, 변호사, 치과의사, 항공기조종사가 상위 1위부터 4위를 차지하고, 전통적인 고수입 직업인 한의사와 의사가 사이좋게 7와 8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60개 직업 분류상 고수입 직업은 항공기조종사, 근무의(의사), 대학교수가 차지했다. 이어 기자(4위), 고등학교 교사(5위), 항공기 객실승무원(6위), 진료방사선 기사(10위) 등으로 나타났다. 기타 상위 10위 안에는 전차 운전사(7위), 일급건축사(8위)가 포함돼 있다.
일본에서 상위 연봉을 차지하는 직업이 한국에서는 어디쯤 위치할까? 한국의 경우 대학교수는 17위, 기자는 71위, 고등학교 교사(한국은 분류상 중등교사)는 73위를 차지했다. 항공기 객실승무원은 85위, 방사선사는 155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분류 항목수가 일본에 비해 6배 이상 많은 376개 직업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배율(1/6)을 적용해도 랭킹에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학교수 한국 4500만원 vs 일본 1억원
연봉으로 비교하면 한·일간 연봉 격차는 통상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연봉 1위 업종끼리 비교해보면 일본의 항공기조종사가 1714만엔. 2005년 8월12일 매매기준 100엔당 923원의 환율을 적용하면 1억5800만원이다. 이는 한국 최고 연봉으로 조사된 직업인 대기업 임원(7400만원)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금액. 동종인 한국의 항공기조종사(5500만원)와 비교하면 약 3배 가량 차이가 난다. 물론 조사 대상의 평균연령, 경력 등에 따라 차이는 발생한다. 그러나 고수익 직업 순위에는 별반 변동이 생기지 않는다.
연봉 순위를 비교하기 전에 한국과 일본의 직업 분류에 대한 차이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직업 분류는 통상 60개 직종으로 분류된다(표2 참조). 일본과 같은 조사 방식으로 한국의 노동부도 매년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직종 분류가 10개의 대분류이므로 직업별 통계를 직접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매년 산업별, 직종별 변화 추이를 알아보는 ‘직업지도’ 통계에는 376개 직종까지 분류된다(한·일간 비교를 위해 그중 상위 60개 업종만을 표기했음. 표1 참조).
매년 직업지도를 작성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의 박천수 박사는 한·일간 직종 분류의 차이가 “한·일간 소득 방식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일본은 90% 이상이 직장인으로 업체에 고용돼 소득을 얻는 데 비해 한국은 자영업자의 비율이 30%가 넘을 정도로 많아 소득 분류가 보다 세밀해야 의미 있는 통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직업간 연봉 순위에서 흥미로운 것은 직업간 연봉 격차가 일본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1위와 10위만을 비교할 때 일본의 항공기조종사(1위)와 진료방사선, 뢴트겐선 기사(10위)의 격차는 3배 이상. 이에 반해 한국의 기업체 고위 임원(1위)과 투자 및 신용분석가(10위)의 차이는 0.5배 차이에 불과했다. 업종 평균 연봉이라는 점, 조사 방식의 차이를 감안한다 해도 일본의 직업간 연봉 차이는 한국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1위와 3배 격차가 생기는 직업은 143위에 올라 있는 평균 연소득 2460만원의 바닥재시공원으로 조사되었다.
주요 직종간 평균 연봉을 비교해보면 한·일간 연봉 차이는 더 뚜렷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