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봄방학을 원 없이 즐기고 싶은 청춘 남녀 대학생 16명이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고, 멕시코 최대의 휴양지 칸쿤에 모여든다. 하늘만큼이나 파란 바다, 환상적인 볼거리와 이벤트로 가득 찬 바카라 호텔에서의 설레는 일주일. 낮에는 버라이어티한 이벤트로, 밤에는 열정적인 파티로 그야말로 파라다이스를 몸으로 느끼는 청춘 남녀들은 고민도 다양하고, 연애관도 다양하다. 매일매일 벌어지는 파티 속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각각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갈등….’
청춘 남녀 16인의 7일간에 걸친 생생한 라이브 스캔들을 다룬 릭 데 올리베이라 감독의 2003년도 다큐멘터리 로맨스 영화 <리얼 칸쿤>의 줄거리다.
멕시코 칸쿤으로의 여행은 <리얼 칸쿤>에서의 주인공을 꿈꾸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들이 보여주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갈등은 없다 하더라도 바다가 제공하는 지구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푸르름, 그리고 녹색 빛을 만날 수 있다. 또 밤이 되면 수많은 호텔 주변지역에 산재한 세계적인 규모의 디스코텍들, 지구상의 별미요리들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들과 즉석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재즈나 피아노 음악이 있는 바에서는 또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고, 전통 밴드인 마리아치 밴드를 만끽할 수도 있다.
환상적인 지리적 위치, 연중 내내 온화한 날씨, 카리브 해 연안의 눈부시게 흰 모래사장 등은 마치 천국의 해변을 눈앞에 펼쳐놓은 듯하다. 특히 산호가루로 형성된 순백색의 해변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때문에 미국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한 리서치에서는 칸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은 곳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빼어난 천연의 자연과 어우러진 각종 위락시설로 인해 칸쿤은 이상향의 세계인 파라다이스, 무릉도원, 유토피아, 엘도라도 등에 비유되기도 한다.
마야어(語)로 ‘뱀, 뱀의 둥지, 금(Gold)뱀’을 의미하는 칸쿤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햇빛에 물든 섬이 마치 금빛 뱀을 연상시키며 밀가루와 같은 미세한 모래해변에서는 뇌쇄적인 여인들의 유희가 여행객의 눈길을 묶어놓는다. 하루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칸쿤의 호텔들은 각 호텔별로 별도의 부두를 갖추고 있으며 각종 해양 레포츠 시설까지 완비해 호텔 내에서 이를 즐길 수 있는 것도 한 특징이다. 특히 칸쿤에 인접해 있는 무훼리스(Mujeres) 섬은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많은 연인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세계 제일의 해저경관
칸쿤은 요트 여행 중이던 미국의 은행 대부호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휴양지로 개발할 생각이었으나 대규모 자본투입을 감당하지 못하고 멕시코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개발을 제안, 대통령 특별령에 의해 개발됐다고 한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남단, 카리브 해에 위치해 있으며 내륙의 호수와 카리브 바다의 중간에 떠 있다.
칸쿤의 건축물은 국제적인 건축가들이 속한 대규모 회사들이 설계한 거대한 호텔 단지로 특징지어진다. 세계의 유수한 호텔들이 모두 칸쿤에 모여 있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이들 거대한 구조물들은 주위 자연환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그런가 하면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산호산맥이 칸쿤에서부터 온두라스까지 이어져 있어 세계 제일의 해저경관을 자랑한다. 내륙으로는 마야문명의 중심지이며, 울창한 정글이 함께 어우려져 세계 최고의 휴양도시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지난 2003년 제5차 WTO 각료회의가 이곳에서 열렸는데, 당시 한국 농민이 농업협상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다 할복자살한 곳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칸쿤 인근의 관광지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쉘하(Xel-Ha)와 툴룸(Tulum)이다. 마야어로 ‘큰물’을 뜻하는 쉘하는 히스패닉 이전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부두로 캐러비안 해의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곳으로 세노테스(Cenotes)를 형성하고 있다. 큰 웅덩이 형태의 세노테스 아래에는 지하동굴이 있어 스쿠버 다이빙 애호가들에게 최적의 스쿠버 다이빙 장소로 알려져 있다. 마야인들은 이곳을 ‘죽은 자들이 거주하는 다른 세계로의 입구’라 믿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툴룸에서 가장 인상적인 마야의 유적지는 해변으로부터 10m 높이의 절벽에 세워진 3층의 돌탑인 엘 카스틸로(El Castilo). 등대 역할을 했던 엘 카스틸로는 마야인의 고학적인 근거를 가늠케 해준다. 툴룸 지역에는 90m 길이의 암초군이 형성돼 있는데 엘 카스틸로 내의 바다 쪽으로 향해 있는 두 개의 유리창에 횃불을 밝히면 빛이 겹쳐지면서 바다 쪽에서 바라보면 암초 사이로 길을 밝혀준다. 이때 불빛이 한 쪽만 보이면 뱃머리를 돌리라는 준비신호이며 두 개의 불빛이 함께 보일 경우 안전지역으로 들어왔다는 신호로 사용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엘 카스틸로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산호초군과 캐리비안 해도 조망할 수 있다. 강이 없는 유카탄 반도에서는 모든 물이 지하로만 흐르는데 석회석에 의해 정화되는 물은 맑기로 유명하다.
금빛 뱀을 연상시키는 섬
지리적인 조건에 의한 자연미 외에 마야문명 유적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칸쿤에는 교통망이 잘 발달돼 있어 편리하고 신속하게 마야문명을 엿볼 수 있다는 박물관과 주변 유카탄 반도에 위치한 마야문명지로 관광객들을 안내한다.
마야 유적지로의 여행은 단연 치첸이트사에서의 일정이다. 마야어로 ‘우물가 이트사의 집’이라는 뜻의 치첸이트사는 200년 이상 유카탄의 예술 종교 경제의 중심지로, 당시의 영화를 짐작케 하는 장엄한 유적이 남아 있다. 유적군은 마야의 특징이 두드러진 6세기 경의 마야 고전기에 속하는 구 치첸이트사와 톨데카 문화와 융합한 10세기 이후의 후고전기에 속하는 신 치첸이트사 두 개 지역으로 나뉜다.
신 치첸이트사에서는 91계단의 피라미드를 의미하는 카스티요를 만날 수 있다. 스페인어로 ‘성’을 의미하며, 피라미드형 신전의 사방이 각각 91계단으로 이루어져 그 자체로 마야의 달력을 나타내고 있다.
‘1000개의 기둥을 가진 신전’으로 불리기도 하는 전사의 신전, 산 제물의 해골을 대중에게 드러낸 장소였던 솔반톨리, 마야인에게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강인함의 상징이기도 했던 재규어 신전, 풍요의 신에게 기원하는 종교의식이 치러졌던 길이 150m의 중남미 최대의 경기장인 구기장, ‘성스러운 샘’으로 유카탄 반도의 ‘비의 신’인 차크가 산다고 여겼던 세노테 등도 신 치첸이트사의 주요 관광 코스다.
이에 반해 구 치첸이트사에서는 ‘달팽이’라는 뜻으로 마야인들이 달·태양·별의 운행을 육안으로 관측했던 카라콜이 현재 3개의 관측용 창을 관광객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카스티요와 같은 피라미드형 신전도 볼 수 있는데 심하게 붕괴되어 원형은 알아보기 힘들다. 이 유적의 내부에서는 매장품이 발견되고 있는데 1985년 유카탄에 부임한 미국 영사 톰슨에 의해 5개의 위장 묘 아래에서 진짜 묘가 발견되기도 했다.
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천연자연의 해상공원인 스카렛에서는 땅 밑의 강에서 스노클링과 동물원, 돌고래 쇼, 민속춤 공연 등이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한 번 멕시코의 먼지를 맛본 사람은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그러한 평안을 얻지 못한다.”
칸쿤으로의 여행을 가장 잘 표현한 멕시코 속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