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의 안목이 한국경제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켰다는 평가가 있을 만큼 한국 소비자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욕구 수준이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한국시장을 테스트 마켓(test market)으로 중요하게 인식하고,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한국에 진출한 수많은 해외 브랜드 중 한국인만 특히 좋아하는 미스터리 브랜드들도 있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에게 합격점을 받은 브랜드들의 성공 비결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본다.
 유니레버의 폰즈 클리어 훼이스

 클렌징에 올인… 매출 100억원



 렌징의 대명사로 불리는 ‘폰즈 클리어 훼이스(Pond's Clear Face)’는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의 화장품 라인 브랜드다. 우리나라에서 ‘폰즈’는 클렌징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외국시장에는 색조 제품부터 기초화장품까지 다양한 폰즈 계열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에는 클렌징 제품에만 주력하고 있는데, 박현규 코스메틱 영업본부장은 “국내 유통구조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는 화장품의 고급 이미지, 즉 감성적인 요소를 중시해 광고를 비롯한 프로모션 전략이 중요했고, 방문판매 등 독특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출 당시 폰즈는 시장상황이나 영업력에서 기존 화장품 업체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 계열보다는 브랜드 파워가 강했던 클렌징 제품에 주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니레버는 전통적으로 생활용품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생활용품 유통채널인 마트를 클렌징 제품 판매처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할인마트들이 급성장하면서 클렌징 제품 매출에서 마트가 차지하는 부분이 2~3배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클렌징에 집중한 결과, 폰즈는 기존 클렌징과 마사지 복합 상품에서 클렌징과 마사지 기능을 분리하여 제품을 세분화시켰고, 최근 런칭한 ‘청’의 경우, 하나의 클렌징브랜드로 클렌징크림, 훼이셜폼, 스크럽폼, 오일 등 아홉 가지 종류의 제품이 출시되는 등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 우수한 제품력과 함께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콘셉트의 프로모션 등에 힘입어 현재 폰즈 단일 브랜드 매출액이 1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에서 개발 출시된 제품들이 해외시장에 진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니레버 코리아에서 개발한 ‘클리어 페이스 청’의 스파 라인의 경우에는 일본에 수출해 11월1일에 출시되었는데, 벌써 연간 목표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앞으로 중국과 대만 등에도 출시할 예정인데, 한류열풍과 맞물려 ‘청’이란 이름 대신 ‘한’이라는 브랜드로 수출할 예정입니다.”

 한때 2만4000개까지 확장되었던 화장품전문점이 최근 8000여개로 줄어드는 등 화장품 유통에 큰 변화가 일고 있는 만큼, ‘폰즈’도 새로운 유통채널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결국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택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기본에 충실한 전략이 절실할 것이다.



 동일드방레의 라코스테

 2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한 스테디셀러



 랑스 의류브랜드 ‘라코스테(Lacoste)’가 한국에 들어온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도입 당시 골프브랜드로 진출해 현재 고급 캐주얼브랜드(TB : Traditional Brand)로 탈바꿈한 라코스테는 진출국 120개국 중 한국 매출액 규모가 8위(2004년 매출 기준)를 차지할 만큼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홍천 영업이사는 “70년 전통의 Sourcing력에서 비롯된 내공 때문”이라고 인기비결을 꼽았다.

 “라코스테에는 디자인부터 디스플레이, 제품 포장에서 판매까지 70여년의 노하우가 있어요. 디자인은 심플하되 색상을 다양화하여 라코스테만의 고급스러우면서도 깔끔한 이미지를 구축했는데, 고객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면서도 라코스테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유지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세계 공통의 Taste로 검증된 제품들이다 보니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했던 것 같습니다. 또 60:40 정도의 비율로 프랑스 본사에서 개발한 제품 외에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제품으로 구성되는데, 국내에서 개발한 제품들은 한국인 체형과 기호에 맞게 재디자인되어 본사 개발제품에 비해 시장 반응이 더 좋습니다.”

 중·장년층의 골프브랜드에서 젊은 감각의 고급 캐주얼브랜드로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 주요 고객층이 이전 4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까지 낮아진 만큼 TD 브랜드로서도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엄밀히 말해 라코스테는 엘레강스 스포츠라는 장르인데, 국내시장에는 이런 장르가 형성되지 않아 브랜드 성격을 정하기가 애매합니다. 또 백화점 위주의 유통구조에서 라코스테만 유일하게 남녀 토털 매장으로 꾸며져 있는데, 그러다 보니 남녀별로 다양한 제품을 특화시키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요. 내년부터는 남녀 매장을 분리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가 점점 물리적인 나이와 별개로 젊은 감각의 디자인을 선호하고 있는 만큼, 라코스테에게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요즘은 중·장년층도 어덜트캐주얼이나 마담브랜드보다는 고급 캐주얼브랜드를 선호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스타럭스의 레스포색

 실용성·디자인 두 마리 토끼 동시에



 2002년 1월 스타럭스에서 정식 유통계약을 맺고 한국에 수입된 레스포색은 매달 바뀌는 프린트를 수집하는 수집가가 생길 정도로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이 원산지인 레스포색이 진출한 아시아 나라들 중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년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이렇게 한국에서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를 받게 된 이유는 브랜드 콘셉트에 있다. 낙하산에 이용되는 립스탁 나일론(RipStop Nylon)을 소재로 하고 있는 레스포색은 가볍고 방수성이 뛰어나 실용성과 기능성을 모두 만족시켜 준다. 레스포색의 브랜드 매니저인 전정아 차장에 따르면, “한국에서 2001년부터 캐주얼 룩이, 2003년부터는 스포츠 룩이 선풍을 일으키면서 레스포색의 성장에 발판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당시 유행을 따르면서도 캐주얼 룩에 어울릴 수 있는 스타일의 가방 브랜드로는 레스포색이 유일무이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한국의 패션경향이 레스포색의 성장에 큰 몫을 했다고 말한다.

 기존의 브랜드 콘셉트를 지키고자 립스탁 나일론 소재의 가방만을 고집한 레스포색의 전략도 성공요인의 하나다. “물론 립스탁 나일론 소재의 가방 하나로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은 자칫 위협적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전 차장은 덧붙인다. 나일론 소재는 가죽과 같은 따뜻한 느낌보다는 가볍고 시원한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온이 낮은 나라에는 수출을 하기가 어려운 점이 그 대표적 경우다. 이 때문에 사계절을 지닌 한국에서는 겨울을 제외하고 큰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한국은 외국에 비해 보수적인 마켓으로 특정 상품이 품절될 때까지 유행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기가 좋은 프린트는 급속한 매출신장을 보인다는 게 전 차장의 설명. 2004년 출시돼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은 Girly프린트는 한국시장의 특성 반영한 대표적 히트상품.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 부드러운 색감의 프린트를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취향과 일러스트레이터 사라슈와츠(Sara Schwarts)가 잘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한 한국레스포색이 미국 본사 쪽으로 사라슈와츠와 함께 코웍한 프린트 요청을 하였다. 결국 2004년 ‘Girly’라는 프린트가 출시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단일 프린트로 최대 판매고를 올리게 된다.

 전 차장은 “이제 레스포색 본사에선 새로운 프린트 개발이나 제품 출시에 앞서 한국시장의 경향이나 흐름을 중요하게 반영한다”며,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네슬레의 테이스터스초이스 커피믹스

 본사조차 성공비결 연구하는 효자상품



  세계 커피믹스 판매량의 15%가 한국에서 발생할 만큼 한국의 커피믹스 시장 규모는 크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연간 5500억원 정도의 규모이며,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전체 커피 판매량 중 커피믹스의 비중이 보통 10%를 넘지 않는데, 한국은 50% 이상을 차지한다.

 20~30대 직장 여성 및 주부층을 타깃으로 지난 1989년 국내에서 처음 생산 판매를 시작한 테이스터스초이스는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기 이전부터 개별 수입업자들에 의해 수입, 유통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테이스터스초이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고급스럽고 세련된 브랜드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다른 브랜드들은 이를 견제하고자 저가전략을 펼쳤으나, 이는 오히려 테이스터이스초이스가 고급스런 외국 브랜드의 이미지로 굳어지면서 커피믹스 역시 판매량이 증가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커피와 설탕, 크리머가 혼합되어 있는 커피믹스 제품이 유럽 및 미국시장에 비해 유독 인기가 있다. 커피의 본고장인 유럽 및 미국 소비자들은 커피를 블랙으로 즐기거나, 커피와 크리머만을 혼합 또는 커피에 설탕만을 혼합해 즐기는 등 취향에 따라 좀더 다양하게 즐기기 때문에 커피믹스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하다.

 반면 간편하고 신속함을 원하는 한국인들은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 흔히 말하는 ‘다방커피’를 즐기는 편이라, 최고의 맛을 내는 비율로 제조된 커피믹스를 즐겨 먹는다. 하지만 테이크아웃 커피점의 등장과 함께 커피의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한국네슬레는 지난 2002년 VAX공법(Vacuum Aroma Extraction : 향 진공 추출 및 보존 공법)을 도입했다. 이는 커피향을 오래 지속시키면서 맛을 부드럽고 풍부하게 해준다. 한국네슬레는 점점 다양해지는 한국 소비자들의 커피 취향을 만족시키고자 테이스터스초이스 오리지널, 골든모카, 헤이즐넛, 디카프 커피믹스 등 다양한 종류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다이어트에 민감한 직장 여성들이 설탕량을 조절할 수 있는 포장을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테이스터스초이스 커피믹스 브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시장에서 유난히 인기 있는 커피믹스 제품은 한국네슬레의 효자상품으로, 네슬레 본사에서도 그 인기의 비결에 대해서 연구할 정도로 성공적인 토착화 사례로 꼽힌다”며, “한국네슬레는 앞으로도 점점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No Rules, Just Right’고객만족 철저



 4년 연속 한국표준협회 선정 서비스 품질지수 1위, 2005년 한국능률협회 선정 브랜드 파워 1위, 2005년 브랜드스톡 선정 대한민국 브랜드 스타.  1997년 4월, 매장 1개로 출발한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화려한 2005년 성적표다. 불과 채 10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성장한 아웃백 스테이크는 올해 매출 규모 2300억원으로, 패밀리레스토랑 업계 중 단연 1위다.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박계율 팀장은 아웃백의 급성장에 대해 거침없이 설명했다.

 “본국인 미국을 제외하고 현재 25개국에 150여개의 지점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70개 지점이 한국에 진출해 있어요. 전체 해외매출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에서 인기가 대단하지요. 런칭 당시에는 매장 1개의 작은 규모로 출발했지만,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해 내년에는 90개까지 매장 수를 늘릴 예정입니다.”

 엄청난 성장의 비결은 의외로 소박하다.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과 고객 감동 서비스가 그 비결이다. 거의 모든 재료를 냉장 재료로 사용하는데, 특히 스테이크와 치킨의 경우 신선하기로 유명하고, 사이드메뉴로 나오는 채소나 소스 등의 신선도에도 늘 신경을 쓴다.

 “사실 친절한 서비스는 이제 패밀리레스토랑의 기본이 되었지요. 그래서 아웃백은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고객 감동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에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업계 최초로 시행했고, 경쟁업체들이 음료수나 간단한 메뉴로 서비스 음식을 제한한 반면, 아웃백은 모든 메뉴를 Waiting 메뉴로 제공하지요.”

 김치볶음밥이나 갈비스테이크, 씨푸드스파게티 등 현지화 메뉴와 무료로 제공되는 김치서비스 등도 한국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 중·소도시 중심으로 새로운 매장을 꾸준히 여는 동시에, 신 메뉴도 지속적으로 출시할 것이라는 아웃백의 계획이 야심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