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난 콘크리트 벽이 조금은 딱딱하고 차갑게 보이는 실내건축 & 디자인사무소 코어핸즈 김부곤 소장의 집에는 ‘재미’가 있다. 그를 꼭 닮은 그의 ‘집’ 이야기를 들어본다.

 사무공간과 주거공간이 함께하는 구조

 우리가 흔히 ‘집’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이 살기 위해 지은 건물’을 뜻하지만, 김부곤 소장의 집은 이런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난다. 엣더몬(At the morn)으로 건물 이름을 붙인 그의 집이자 사무소인 코어핸즈 (COREhands). 코어핸즈는 너른 마루가 있는 1층, 코어핸즈 식구들의 작업공간인 2층, 그리고 김부곤 소장의 주거공간과 사무공간이 함께 있는 3층과 옥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집은 주거공간과 사무공간이 한 곳에 있는 아주 독특한 구조일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작은 전시와 공연을 볼 수 있고, 여러 사람과 함께 파티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즉 그의 집은 단지 살기 위한 공간이 아닌 그의 사무실 식구들, 그리고 그를 찾는 손님과 소통(疏通)하는 공간이다.

 

 현대적 감각과 전통미가 어우러진 공간

 요즘처럼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단절을 뜻하는 문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 소장의 집에는 ‘문’이 없다. 거실에서 작업실로, 그리고 또 다른 방으로…, 모든 공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심지어 가장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과 욕실조차도 문은 없다. 그렇다고 방이 몽땅 개방되어 있는 건 아니다. 어느 방에서든 다른 방을 한눈에 볼 수 없도록 디자인한 마치 미로 같은 통로와 구조는 색다른 재미를 가져다준다.

 문이 없다는 건 어찌 보면 꾸밈없는 모던감각의 집을 한층 더 모던한 분위기로 보이게 하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 소장이 집 안에 문을 만들지 않은 것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녹아 있는 열린 구조, 즉 ‘소통(疏通)’을 의미한다고 한다. 한옥 집의 앞뒤가 뻥 뚫린 대청마루처럼…. 이뿐만 아니라 집 안 곳곳에서 그의 디자인 특징인 한국적 아름다움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한지로 장식한 벽, 한지로 마감한 와인바, 작업실 천장에 매달린 큼직한 등 등…. 이 또한 사람과 자연의 소통을 의미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저 모던하고 차가운 콘크리트 벽과 딱딱한 직선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지만, 그 안에 배어 있는 한국 전통의 소박함과 디자인은 공간을 더욱 친근하고 아름답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