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관광대국으로서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만도 300여개를 보유할 정도로 엄청난 관광자원을 지니고 있는 만큼, 중국의 관광산업에 대한 개안(開眼)은 한국은 물론 세계 관광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5년 중국 국제여유교역회(China International Tourism Market)가 쿤밍에서 열렸는데, 그 규모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식전 행사로 각국 여행업자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팸 투어를 개최하는 등 세계인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국 하면 떠오르는 색상은 단연 ‘붉은 색’이다. 오성홍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중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빨간 바탕에 황금색 글씨의 간판과 현액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것은 중국의 극히 일부만을 보고 인상지어진 선입견임을 이번 중국 여행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귀저우성은 한 폭의 수묵화로 다가왔다. 차분한 회색 톤에 초록색의 둥글둥글한 카르스트 산봉우리들이 구름 속에 가렸다 나타나는 듯, 끊임없이 이어지며 멋진 산수화를 그려냈다. 산과 산 사이의 골짜기와 평지는 계단식 밭들로 일궈져 자연도 저렇듯 정교한 아름다움을 자아낼 수 있음을 보여주며,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여 거대한 산과 대지를 이루는 지층의 단면들은 아주 먼 옛날 이곳이 바다였다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솟아올랐음을 입증해 주었다.

 해발 1500여미터의 윈구이고원(雲貴高源)에 위치하고 있는 귀저우성은 산지 면적이 총면적의 87%를 차지하고 있고, 그 중 카르스트 지형이 73%로 거대한 규모의 석회석 동굴과 웅장한 협곡들이 곳곳에서 장관을 연출해 낸다. 여기에 푸른 산과 온천, 폭포와 호수 등이 성 전체를 공원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때문에 베이징이나 상해같이 현대화된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숨어 있는 자연의 멋에 흠뻑 취할 수 있다.

 귀저우성의 자연이 담백한 수묵화라고 한다면, 그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은 저마다 화려한 색깔과 개성을 뽐내는 유화 같다. 지구상에 이렇게 현란한 색상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옷과 장신구는 부릴 수 있는 최대한의 기교를 부리고 있다. 그들의 생김새나 옷차림, 풍습 등을 보노라면, 중남미 안데스고원에 사는 인디오, 아메리칸 인디언, 동남아와 인도 등지의 인디언들 조상과 이들의 조상이 실은 동일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워 버릴 수 없게 한다. 더욱이 기계주름보다 더 촘촘한 주름치마와 섬세한 무늬의 직조, 정교한 은 세공술…. 이 모두가 다 그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핸드메이드라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중국에는 55개 소수민족이 있는데, 이 중 귀저우에만 49개 소수민족이 저마다의 독특한 생활풍습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묘족, 부이족, 동족, 토가족, 이족, 가로족, 수족, 회족, 백족, 요족, 장족, 모난족, 몽골족, 머로족, 강족, 만족…. 이들 소수민족의 생활 모습은 귀저우의 주요 관광자원 중 하나에 포함될 만큼 필수 관광 코스에 속한다.

 애주가들은 귀저우성은 몰라도 모우타이주(茅台酒)란 이름은 익숙할 것이다. 중국의 국주라 할 만큼 유명세를 자랑하는 모우타이주가 바로 귀저우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19세기 말부터 그 이름이 높다. 모우타이주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짝퉁 모우타이주도 나오고 있는데, 반드시 ‘귀저우모우타이주(貴州茅台酒)’란 상표를 확인해야 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귀저우 관광에 나서 보자.

 

 귀저우의 2대 관광자원 : 자연과 소수민족

 귀저우성의 성도(省都) 귀양(貴陽)에서 서남쪽으로 127㎞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롱킹(龍宮)은 국가급 명승지다. 총면적 60㎢, 동굴의 길이는 15㎞(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거리는 5㎞)로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크게 4개 풍경 구역으로 나뉘며, 32개의 명승지가 있어, 가는 내내 감탄사가 절로 나게 한다. 밀가루가 쏟아지는 듯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의 장관에 일단 감탄사가 나오고, 명호에서 나룻배를 타고 기기묘묘한 종유석 동굴을 감상할 때는 자연의 위대함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용궁과는 45㎞, 귀양에서 137㎞ 떨어진 곳에 있는 황궈수(黃菓樹) 폭포는 높이 74m, 너비 81m로 동양 최대를 자랑한다. 폭포 주변은 분재원과 고급 레스토랑, 숙박 시설을 갖춘 리조트 단지로 쾌적하게 꾸며져 있는데, 이는 귀저우 출신인 후진타오 주석이 특별히 5억위안의 관광개발자금을 지원한 결과라고 한다. 황궈수 폭포를 보러 가려면 1㎞는 족히 돼 보이는 에스컬레이터(편도요금 3위안, 왕복요금 5위안)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이 또한 장관이다. 조금 더 수고로움을 더해 폭포 뒤까지 가면 길이 134m의 천연 종유석 동굴이 있는데, 마치 폭포 휘장이 드리워진 듯한 아늑함을 맛볼 수 있다.

 귀양 시에서 40여㎞ 떨어진 곳에 있는 칭얀고진(靑岩古鎭)은 1387년 명나라 때 건립된 고성(古城)이다. 성곽과 성 안의 담, 도로들이 모두 돌을 쌓아 만든 것으로, 600여년 전 모습이 거의 그대로 보존돼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실제로 이곳에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기념품점과 음식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소시지와 훈제고기, 온갖 두부 가공품, 청갓으로 만든 각종 장아찌, 오향족발 등이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진한 암모니아향이 코를 찌르는 삭힌 두부튀김은 쉽게 친숙해지진 않지만, 진한 양념의 돼지족발은 우리 입맛에도 딱 맞는다.

 그러나 칭얀고진이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해 역대 주석들이 종종 이곳에 있는 사찰 만수궁에서 기원을 하고 갔기 때문이다. 중국 유일의 홍정장원 조이형이  이곳 출신으로 수재의 고향으로 유명해졌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다.

 칭롱툰푸(天龍屯堡)는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변방의 반항 세력들을 진압하기 위해 파견한주둔군이 정착해 이룬 마을이다. 때문에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소수민족이 아닌 한족(漢族)으로 여성들의 복장과 머리 모양이 다른 소수민족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지붕과 벽, 도로 포장까지 얇은 돌을 이용했으며, 전쟁 방어와 일상생활을 겸비할 수 있는 주택과 명나라 초의 동전 무늬가 찍힌 하수도 뚜껑 등을 볼 수 있다. 목각제품이 이곳의 특산품.

 민속마을로 정해진 몇몇 소수민족 마을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관광객을 맞는 환영의식이 비슷비슷하다. 온 동네 사람들이 마을 어귀까지 나와 도열해 춤과 노래로 손님을 맞으며 자신들을 꼭 닮은 민속인형 목걸이를 걸어 준다. 동족의 경우 마을에 들어설 때까지 그들이 주는 술을 계속 받아 마셔야만 마을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술 좋아하는 이들에겐 더없이 좋겠지만,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요즘은 많이 봐 줘서(?) 입술만 축여도 된다. 비슷비슷한 목조기와집들 사이로 걸어 올라가면 마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조그만 광장이 나오고, 이곳에서 민속공연이 벌어진다. 춤의 형식은 거의 비슷비슷해서 가운데 높다란 기둥을 세워 두고 원을 그려 빙빙 돌며 춤을 추는데, 단순한 음악과 춤사위인데도 묘한 매력을 풍긴다. 모든 공연의 마지막에는 손님들을 공연에 끌어들여 흥겨운 춤판을 벌이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공연이 벌어지는 마당 한쪽에서는 동네 아낙네들이 자수와 직조를 실연하며 만든 민속품을 판매한다.

 이들 소수민족들은 남녀의 역할이 아주 명확히 구분돼 있다. 여성들이 대부분 모든 집 안팎의 일을 처리하고, 남자들은 여성들이 평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마을을 지키는 수호전사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전통은 민속공연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변발을 한 남성 무용수들은 그저 험악한 표정으로 총을 메고 서 있기만 해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낸다.



 봄의 도시 쿤밍

 귀저우성 서쪽에 있는 윈난성(雲南省)의 성도 쿤밍(昆明). ‘봄의 도시’란 애칭이 붙을 만큼 1년 내내 봄 날씨에 가지각색의 꽃들이 만발해 있고, 땅 색깔도 붉은 색이어서 다채로운 고장이란 느낌이 금세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선 특히 골퍼들의 사랑을 받는 도시인데, 중국 제일의 명성을 자랑하는 춘성골프장을 비롯, 양광골프장, 레이크뷰골프장, 향촌골프장 등이 있어 여행사마다 다양한 골프투어 상품을 내놓고 관광객을 모은다.

 쿤밍은 1999년 세계 꽃 엑스포를 개최하면서 중국의 5대 도시로 발돋움했다고 한다. 지금도 꽃 엑스포장은 필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데, 제주도 의 여미지식물원과 비슷한 구조이지만 규모 면에서 압도당할 만한다.

 쿤밍에서 남쪽으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석림(石林)은 말 그대로 돌 숲이 다. 2억7000만년 전에는 바다 밑이었는데, 이것이 지각 변동으로 인해 서서히 솟아올라 현재의 천태만상의 장관을 연출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석림과 소석림으로 나뉘며,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