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부동산시장의 주요 변수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8·31 부동산 종합대책 후속 입법 내용, 판교 분양(3월 예정), 강북뉴타운 본격 분양 등을 꼽는다. 그 중 강북뉴타운의 성공 여부는 강남과의 지역 불균형 해소라는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주목된다. 지난 2005년 12월9일, 은평뉴타운을 찾았다.
 신내를 지나 왼쪽으로 갈현동을, 오른쪽으로 불광동을 가르는 통일로를 따라 박석고개를 넘었다. 구파발 일대가 한눈에 펼쳐졌다. 길 양쪽의 풍경이 사뭇 살벌했다. 도로 양편으로 심어진 은행나무 가로수 숫자만큼은 됨직한 울긋불긋한 만장이 철지난 단풍을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업보상 133만원 말도 안 된다.’

 ‘선한 사람을 악인으로 만들지 말라.’

 공공기관이 토지와 건물을 일괄 사들여 개발하는 방식(수용개발)에 으레 있을 법한 보상가격을 둘러싼 공방을 가로수 사이사이에 나부끼는 만장이 대신 말해 주고 있었다. 구파발역 출구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상가 옥상에는 얼기설기 엮은 망루까지 보였다. 주민비상대책위원회의 관계자는 “쥐꼬리만한 보상금 주고 내쫓으면 영세상인은 어디 가서 살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은평뉴타운 3지구에 해당하는 이곳은 시행사인 서울도시개발공사(SH공사)가 수용 대상 주민들과 보상가격을 결정한 뒤, 구체적인 물건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지역. 상가 입주자와 상가 주인들은 영업 손실에 따른 보상가격을 문제 삼고 있었다. 보상가격 합의가 끝나야 철거와 터 파기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데, 보상가격에서 보이는 입장 차이 여부에 따라 공사 진행이 차질을 빚을지도 모를 상황.

 구파발역 기점으로 지나 벽제 방향으로 이어지는 통일로와 북한산성 유원지 방면으로 향하는 북한산길로 나뉜다. 야트막한 야산을 중심으로 한 진관근린공원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자, 북한산의 대표적인 봉우리인 백운대와 인수봉 등이 병풍처럼 다가섰다. 공사장임을 알리는 가림막이 도로 오른쪽으로 이어졌다.



 순조로운 공사 현장 VS 보상금액 놓고 갈등

 “은평뉴타운 지역은 구파발역을 중심으로 진관내동, 진관외동, 구파발동 일대 108만7000평에 달해요. 그 중 지금 터 파기 공사를 하고 있는 이 지역이 제 1지구에 해당됩니다. 전체적으로 녹지율이 35%나 되고, 용적률도 130~150%에 불과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인 주택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정보분석팀장)

 함 팀장의 설명이 아니라도 은평뉴타운 지역 중에서도 제 1지구는 북한산국립공원의 주요 봉우리들을 배경 그림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발 빠른 투자자나 내 집 마련 계획이 있는 이들에게 집중 관심을 받는 지역이다. 터 파기 공사에 착수한 만큼 늦어도 2006년 상반기에는 분양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평뉴타운 지역 가운데 가장 빠른 진행을 보이는 지역인 셈이다. 1지구는 크게 3개 공사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A공구는 롯데건설과 삼환기업, B공구는 현대산업개발과 태영, C공구는 대우건설과 SK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공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함 팀장은 “착공 시기가 비슷해 분양 시기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A지구는 상반기, B와 C지구는 하반기에 분양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추운 날씨에도 터 파기를 비롯한 토목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현장 입구를 드나드는 트럭 행렬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작업 현장에서 다시 구파발역 삼거리 방면으로 향했다. 통일로와 북한산길로 나뉘는 삼각지에는 공영주차장이 자리해 있고, 주차장 안쪽에 ‘은평뉴타운 전시관’이 위치해 있었다. 철시 중인 전시관 안에 있는 1지구 주민대책위원회를 찾았다.  오영현 총무는 “1지구만 해도 주민 수가 많지 않았던 데다, 보상가격도 주민들이 받아들일 만한 가격이라서 비교적 순탄하게 토지 수용 작업이 이뤄진 셈”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재래시장을 비롯해 군소 상가 등이 밀집한 2지구와 3지구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고 했다. 1지구가 전형적인 주택지역인 것에 반해, 2, 3지구는 상가와 주택이 혼합된 시가지 형태를 이루고 있어 주택과 토지에 대한 보상 외에 상가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을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2지구는 보상가가 확정되고 물건 조사까지 완료된 상황이라 일부는 철거가 진행되고 있지만, 3지구는 영업손실 보상금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었다.



 평당 분양가 1300만원대 예상

 3지구 도시개발공사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찾았다. 건물 안에는 수용 대상 물건 자료를 정리하는 아르바이트 대학생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 학생이 “직원들은 모두 물건 조사하러 나갔다”고 했다. 3지구 쪽을 돌다가 물건 조사 중인 도시개발공사 직원과 학생들을 만났다. “작업이 빨라지려면 물건 조사가 빨리 끝나야 하는데, 건물은 있되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작업이 더디기만 하다”고 했다. 그는 “지역개발공사와 지역 주민 사이에 보상가가 협의되지 않은 상황이라 조사를 다니다 보면 자칫 물리적인 마찰을 빚을 뻔하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5~6명을 대동하고 다니는 이유가 짐작이 갔다.

 3지구의 도로변 상가 쪽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 다섯 군데의 중개업소 가운데 두 곳만 점포 문을 열어 놓고 있었다. 은평부동산의 이달영 대표는 “실수요자 위주로 전화 문의는 꾸준히 오고, 가끔 지역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찾는 정도”라고 했다. 이 대표는 8·31대책 발표에서 ‘재개발 물건도 주택으로 간주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정해진 후로 거래가 거의 없어 주변 가게들은 휴점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현장 주변에서는 분양 일정을 빠르면 2006년 2월, 늦어도 6월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가장  궁금해 하는 분양가에 대해서는 평당 1300만원 이상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근거로는 “토지와 건물 수용 비용이 평당 700만원에서 800만원 정도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반 분양이 되는 33평형의 경우 분양가가 4억8900만원인 셈이다. 함 팀장은 “생각보다 예상 분양가가 높지만, 북한산국립공원이라는 훌륭한 환경 입지와 지하철 3호선과 가까운 점 등을 볼 때 분양이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무엇보다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한 뒤에는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투자자에게는 유리한 조건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은평뉴타운의 단점으로는 구파발에서 서대문으로 이어지는 주요 간선도로가 상습 정체 구간이란 점이다. 연신내를 지나 서대문에 이르는 도로는 주변 상권이 발달해 도로를 넓힐 수 없는데, 뉴타운이 완성될 경우, 주민 숫자가 현재의 두 배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대로라면 자동차 이용 추세가 줄어들지 않는 한, 도심 출·퇴근자들에게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과학고등학교 온다” 소문 무성

 은평뉴타운은 기존 노후된 주택과 도로망을 재정비하는 다른 뉴타운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린벨트 지역이 많고 수용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공간 활용의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주택 밀집형인 다른 뉴타운 지역과는 구별이 된다.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를 혼합 배치하는 소셜 믹스 형태로 분양이 이뤄지는데, 임대아파트도 18평형부터 33평형까지 평형이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청약예금 가입자 외에 청약저축 가입자들에게도 1순위 청약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함영진 팀장)

 은평뉴타운의 성공 여부는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강북 재개발이라는 큰 밑그림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민원발생 소지가 적은 데다가, 환경친화적이라는 이점을 안고 있는 은평뉴타운의 분양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다른 뉴타운 개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환경과 교통입지 외에도 수요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교육 여건이에요. 서울시가 강북에 과학고등학교, 외국어고등학교와 같은 특수 목적고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은평뉴타운 지역도 그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입니다.”(함영진 팀장)

 현재 은평뉴타운 개발 계획에는 유치원 여섯 곳, 초등학교 다섯 곳, 중학교 두 곳과 고등학교 세 곳을 새롭게 짓는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뉴타운 지역 안에는 신도초등학교와 은평웹미디어고등학교밖에 없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 여건을 만드는 문제가 환경 여건과 교통보다 더 시급한 사안인 것이다. 은평뉴타운 개발 지역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과학고등학교 두 곳이 들어온다는 얘기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큰 뉴스”라고 전했다.

 계획대로라만 은평뉴타운은 2008년 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1지구(2002년~2006년), 2지구(2004년~2007년), 3지구(2005년~2008년) 순으로 진행될 경우, 늦어도 2008년에는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은 주택시장이 조정되는 시기라 내 집 마련 실수요자에게는 ‘기회’입니다. 매수 타이밍은 보유세와 양도세 등 세금 회피성 매물이 나오는 시점으로 잡는 게 좋을 것 같아요. 1차는 6월, 2차는 11~12월입니다. 상대적으로 가수요자나 투자수요자는 시장 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해요.”(함영진 팀장)

 함 팀장은 은평뉴타운에 대한 투자 여부도 2006년 전체적인 투자 요건을 감안한 상태에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주거조건이 양호한 만큼 1주택자는 높은 분양가의 부담을 안고도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쓰레기 적하장, 하수처리장, 열공급 설비가 모두 지하에 조성이 되고, 지상에는 체육공원, 운동장이 조성될 겁니다. 기존의 자연환경 조건이 우수한 데다, 친환경 개념이 대폭 가미되기 때문에 미래가치가 상당히 높은 셈이에요.”(함영진 팀장)

 구파발에서 연신내로 방면 도로 우측에는 산기슭의 기자촌과 진관내동이 자리해 있다. 2지구에 해당되는 이곳은 이미 건물과 토지 보상이 끝난 상태라서 일부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지 부동산업자들은 “지구에 단독 주택단지는 고급 주택단지로 개발될 경우, 우수한 자연 여건을 고려할 때 평창동 고급 주택단지처럼 조성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취재가 끝나갈 무렵, 고양시와 양주시로 이어지는 통일로 너머로 짧은 겨울해가 숨차게 넘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짧게는 두 달, 길게는 여섯 달 안에 이 오래된 동네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