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지구의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홀연히 날아왔다. 클래식, 재즈, 일렉트로닉, 민요를 망라하는 단단한 기본기와 탱고의 자유로운 감성으로 무장하고, 대한민국을 탱고의 선율에 녹아들게 만들 ‘오리엔탱고’의 서니(30)와 지니(30)는 이번 공연을 끝으로 서울을 떠나 세계무대에 선다.
 2000년 7월의 어느 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의 미망인 라우라 에스칼라다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유는 감히 동양의 젊은이 둘이 탱고를 하겠다며 국립극장 무대에 선다는 것 때문이었다. “어디 두고보자.” 그녀는 국립극장 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두 시간여의 공연이 끝나고 난 뒤, 그녀는 ‘오리엔탱고’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혼구멍을 내주겠다는 애초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동양의 감성과 아르헨티나의 리듬이 한데 섞인,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던 ‘새로운 탱고’였다. 자신의 남편이 수많은 비난을 감내하며 추구하던 ‘누에보(새로운) 탱고’였다.



 “탱고는 바로 우리 자신의 음악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유럽의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 탱고는 바로 그 이민자들이 만든 아르헨티나의 전통음악이다. ‘오리엔탱고’의 서니(성경선)와 지니(정진희)는 중학교 시절 아르헨티나로 떠난 이민자들이다. 아르헨티나에선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향할 때도 탱고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탱고가 이민자의 음악이라는 이유 때문일까? 아이러니하게도 ‘탱고’의 리듬과 감성 속에서 그들은 떠나온 한국을 느낄 수 있었다. 전공했던 클래식음악을 잠시 접어 두고 그들은 탱고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오리엔탱고’는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 우리나라 최고의 무대에 모두 서 봤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선 일부러 400석 규모의 작은 무대를 골랐다. 관객들과 보다 가까이에서 탱고를 느끼고 호흡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그들이 이제껏 해왔던 모든 장르의 음악을 보여주려고 한다.  클래식에 재즈, 민요 그리고 그들의 주무기(?)인 탱고에 이르기까지. 여기에 2005년 예술의전당 공연 앙코르 곡으로 첫선을 보여 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바이올린을 위한 탱고(El Tango Para Violin)와 같은 일렉트로닉 음악도 곁들이려고 한다.



 “이번 공연의 제목은 <서울에서의 마지막 탱고>입니다”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그들은 한국을 떠나 세계무대로 나선다. 이미 일본에서의 쇼케이스 일정도 정해졌다. 유럽 공연도 추진하는 중이다. 이번 공연의 제목이 <서울에서의 마지막 탱고>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다다르려면 비행기로만 36시간이 걸린단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서울까지 오가는 것이 너무도 힘들다며 투덜대던 그들이지만, 자신들의 음악을 들어 주는 관객이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2월24일부터 26일까지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한다. 문의 02-324-3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