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터넷의 바다엔 두 개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과 ‘헝그리어답터’가 그것이다. 이 말이 생소하다면 당신은 이미 ‘올드보이’다. 어느 개인방송국의 BJ(방송자키)는 자신의 방송에서 홈쇼핑을 진행해 한 달에 무려 1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하고, 헝그리어답터들이 몰린 중고 IT기기의 인터넷사이트 거래액이 무려 750억 원에 달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를 잘 이해만 하면 큰 재미를 볼 수 있다.
트렌드1 개인방송
공중파만 방송이 아니다
남경표씨(27). 연예인은 아니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선 이미 그는 스타다. 신문과 인터넷 포털에 그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면서 이제는 공중파방송국들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고 있다. 이제 갓 군복무를 마친 그는 ‘남들이 알아봐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 빨간 원피스를 차려입고 기타를 치며 침대 위를 뛰어다니며 만든 ‘망고’나 ‘BC카드’ 같은 광고패러디로 떴다. 이 패러디 는 ‘인터넷 개인방송’의 여러 꼭지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건 <경표방송>이라는 개인방송을 본격 시작한 것은 군 제대 두 달 후인 작년 8월. 군에 가기 전 독립영화에 얼굴을 내밀었던 그였지만, 제대하고 나니 막막했단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으면 아무도 찾지 않는’ 연예계에서 2년의 공백은 큰 것이었다. 제대 후 취미삼아 틈틈이 하던 인터넷개인방송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경력도 쌓고, 재미도 보기 위해서다. 사용된 돈은 고작 40만 원 정도. 스튜디오는 물론 그의 방이었다.
“처음엔 매일 인터넷에 올라온 재미있는 동영상들을 소개하는 코너를 운영했는데, 이 동영상들을 위해 아침부터 방송이 시작되는 저녁 8시까지 꼬박 자료를 찾는 날이 많았습니다.”
경험이 늘면서 그는 광고패러디와 같은 장난스런 방송이 아닌 연기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진지한 방송에 도전했다. 외화를 틀어놓고 직접 더빙을 하거나, 방송을 보고 있는 네티즌들이 상황을 설정해주면 거기에 맞춘 즉흥연기를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개인방송을 하는 동료들끼리 모여 <쌩쑈방송>이라는 방송국도 만들었다.
“함께 기획회의도 하고 편성표도 짜고, 방송국과 마찬가지예요.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 아마추어라는 거죠.”
작년 말에는 노트북과 캠코더를 들고 대학로에 나가 공개방송을 하기도 했다.
그가 진행하고 있는 경표방송의 순간 최대 시청자수는 1500여명. 가수 ‘키스피아노’의 데뷔공연 때이다. 하지만 이 방송을 녹화한 동영상의 클릭건수는 30만 건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실시간 인터넷 개인방송툴인 ‘W플레이어’를 공급하는 나우콤에 따르면 W플레이어는 하루 평균 400개 채널이 열리고, 동시접속자수는 평균 3만여 명, 일일 평균 방문자수는 15만 명에 달한다.
W플레이어의 보급 초기만 하더라도 최신영화나 TV프로그램,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저 스스로 생산해가는 제작물이 늘면서 콘텐츠가 진화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크래프트’나 ‘카운터스트라이크’와 같은 게임방송이다. 초기에는 케이블TV의 게임방송에서 방영되었던 콘텐츠를 유저들이 틀어주는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신의 게임화면을 보여주며 초보자들에게 게임의 팁을 직접 설명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웨스터 에버클랜’과 같은 게임동호회에서 대회를 열면, 게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해설자와 입담 좋은 아나운서를 유저들 스스로 뽑아 대회모습을 중계 방송할 정도다.
개인방송국의 콘텐츠는 공중파나 케이블TV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명희의 내 멋대로 방송>은 20대 여성인 명희씨의 모든 일상을 생방송하는 한국판 <트루먼쇼>와 같다. 일상을 떠나 그녀가 방송에 참여해 시청자와 ‘노는’ 시간은 불과 하루에 한두 시간에 지나지 않지만 팬들은 그 시간을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시청자들은 스스로를 그녀의 ‘애완동물’로 부르며 그녀의 한마디에 울고 웃는다.
<음치 노래방 방송>은 온라인 노래방 화면을 틀어놓고 친구들끼리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면, 시청자들이 화면 옆의 채팅창을 통해 점수를 준다. 변성기 남학생들의 찢어질 듯 한 목소리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다.
아예 TV홈쇼핑처럼 1인 홈쇼핑을 꾸미기도 한다. 김도형씨(29)의 <주인장닷컴>은 창업 5개월만에 하루 주문건수 300개, 월 매출 1억 원을 올리고 있다. 그의 상품목록은 사탕자판기, 펭귄미니정수기, 음성변조기 등 이색적인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판매비결은 개인방송을 활용한 ‘재미’의 창출. ‘정확한 2대8 가르마’에 콧수염을 붙이고 시청자들을 배꼽 빠지게 하는 그의 방송은 팬 카페가 생길정도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는 “창업 후 한 달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개인홈쇼핑을 시작한 뒤 매출이 100배 정도 올랐다”며 “비록 사업이긴 하지만 내가 하는 방송에 바로 반응하는 시청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즐겁다”며 웃는다.
그의 홈쇼핑 프로그램은 각각의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한번은 어떤 시청자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전자사전을 주문했는데 옥스퍼드영한사전이 배달됐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진행하던 방송을 멈추고 시청자들과 30분 동안 대응책 마련에 시간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포토샵이나 컴퓨터프로그래밍 강좌, 각종 상담프로그램, 심지어는 종교단체의 포교방송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 방영 시간은 30분에서 2시간 내외. 홈쇼핑이나 강좌처럼 BJ 혼자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가는 경우엔 시간이 좀 짧은 편이고, 중계방송이나 상담프로그램처럼 특정한 주제가 있을 때엔 길어진다. 물론 일상생활을 그대로 보여주는 트루먼쇼 류의 방송은 24시간 동안 계속해서 진행될 때도 있다.
‘팟캐스트’를 뛰어 넘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선 ‘창조성’을 화두로 삼았다. 포럼에선 ‘창조성’의 일환으로 최초로 ‘팟캐스팅’을 통해 일부 포럼의 상황을 중계했다. 팟캐스팅이란 애플사의 ‘아이포드’와 ‘방송’의 합성어로 ‘개인 오디오 플레이어로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이나 유사한 프로그램의 디지털 녹음’을 뜻한다. 온라인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현재 팟캐스팅을 통해 개인방송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 10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만 개인방송과 관련한 광고시장이 2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기술수준만 놓고 본다면 국내 개인방송은 팟캐스팅에 비해 분명 진일보해있다. 팟캐스팅은 음성정보위주로 직접 내려 받아 ‘저장’을 해야 하는 반면 국내 개인방송은 음성과 영상정보를 함께 담고 있는 콘텐츠가 주를 이루며 저장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다.
현재 국내 개인방송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개인방송툴을 이용해서 자신의 컴퓨터화면에서 처리되는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라이브’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휴대폰이나 캠코더로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업체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스트리밍 - 인터넷에서 음성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법 -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온디맨드’방식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지원하고 있는 국내의 주요기업들로는 나우콤, 판도라TV, 다모임, 씨디네트웍스 등이 있다. 판도라TV는 라이브방식과 온디맨드방식 모두를 지원하고, 나우콤은 라이브방식에 주력한다. 다모임 그리고, 씨디네트웍스와 조선일보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엠군은 온디맨드형식에 주력하고 있다. 진범신 다모임 과장은 “현재 라이브방식의 개인방송을 검토 중에 있으며 3월내에 결정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엠군 역시 라이브방식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라이브방식이건 온디맨드 방식이건 국내의 개인방송의 규모가 점차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개인방송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는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말한다.
첫째는 트렌드의 변화다. 안준수 나우콤 팀장은 “‘P세대’니 ‘프로슈머’니 하는 말처럼 기기와 매체를 활용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적극적으로 표출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텍스트나 이미지로 자신을 나타내던 네티즌들이 동영상처럼 보다 직관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나타내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둘째는 세계 최고수준의 서버관리기술이나 초고속인터넷망 보급률과 같이 잘 갖춰진 한국의 IT인프라를 들고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보다 쉽게 제작하고 시청할 수 있는 수단도 늘어나고 있다. 휴대전화, DMB, 와이브로, IPTV 등이 그것이다. 앞서 말한 남경표씨가 했던 공개방송의 예처럼 휴대폰이나 노트북 하나를 들고 방송을 진행하면, 시청자들은 PDA나 PMP같은 무선인터넷단말기를 통해 쉽게 방송을 볼 수 있게 된다. 더불어 DMB의 콘텐츠 부족 문제도 인터넷 개인방송으로 해결 가능하다.
지난해 8월 엠파스를 필두로 야후, 다음, 네이버 등이 선보이고 있는 동영상검색서비스도 인터넷 개인방송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방송을 만들어 데이터베이스에 올리면, 포털의 검색기능을 통해 그의 방송을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1월 이른바 ‘황 교수 죽이기 음모론’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동영상 <동네수첩>은 새벽부터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들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며 황우석 논란을 재점화했다. 판도라TV 자체 집계에 따르면 자사 사이트에서만 30만 회가 클릭됐다. 당사자들 간의 합의로 별 물의 없이 끝나긴 했지만, 소비자 고발 형태의 개인방송을 진행하던 한 BJ는 인터넷포털로 방송을 본 기업체에게 소송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포함한 UCC(사용자제작 콘텐츠)는 이미 공중파방송의 인터넷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들의 클릭 횟수를 넘어서고 있다. 개인방송 서비스 관련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동영상데이타베이스 중 30%정도가 개인방송을 포함한 UCC로 이뤄져있다.
하도율 엠군 팀장은 “공중파방송 MBC의 콘텐츠 클릭수가 한 달에 1000만 회 정도 되는데, 지난해 11월 말에 정식으로 런칭한 엠군에서 보유한 동영상자료들의 클릭수는 3000만 회에 달했다.” 며 “그중 30%정도가 사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라고 귀띔했다.
수익모델의 창출과 개인방송이 나아갈 길
아직까진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개인이나 관련 서비스기업들이 창출하는 수익모델은 기존 인터넷업체나 방송국의 수익모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가장 큰 차이는 ‘광고’다. 방송 시작 전에 10~15초 정도 광고를 넣든지, 동영상플레이어 안에 배너광고를 넣는 형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엠파스 같은 인터넷포털이나 레인콤 등의 IT업체, 영화 등의 광고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대한항공과 같은 대기업의 참여도 늘고 있다. 판도라TV 관계자는 “광고가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릴 수 있는 TV와 달리 개인방송은 반드시 광고를 봐야하기 때문에 주목도가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개인방송 서비스업체들은 방송을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 고심 중이다. 나우콤의 경우 개인 홈쇼핑사업자를 모아 입점료를 받는 ‘온라인마켓플레이스’를 구상 중이다. 또 개인방송 제작자나 시청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약간의 ‘이용료’를 받는 방안도 연구 중에 있다. 온디맨드 서비스의 경우엔 방송을 위한 저장용량을 늘여준다던지, 라이브 서비스의 경우엔 보다 고화질로 방송을 볼 수 있게 하거나 기술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끊김 현상을 없앨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한편 개인방송국들이 공중파나 케이블TV 등의 제작물, 영화 등을 그대로 방영하다가 저작권 시비에 휘말리거나, 음란물과 같은 불법적인 콘텐츠를 방영·제작하는 폐해도 늘고 있다. 서비스 업체들의 모니터링 요원수는 5~10명 수준에 불과해 500개 채널이 동시에 열리는 라이브서비스나 6만~30만개 수준의 동영상데이터를 가진 온디맨드서비스를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라이브 방송시 채팅창을 통해 근거 없는 비난을 일삼는 일명 ‘찌질이’들도 개인방송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남경표씨가 소속해 있는 방호석 쌩쑈방송 국장은 “많은 사람들이 개인방송을 시작했다가 상처를 받고 떠나는 이유가 바로 그런 근거 없는 비방을 일삼는 사람들 때문”이라며 “혼자서 그런 사람들에게 대응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던 것도 우리가 모인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요즘 부상하고 있는 인터넷 개인방송이 이 같은 문제점들을 잘 해결하고 뉴미디어시대의 새로운 지평을 열지 관심거리다.
용어해설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 음악 재생은 물론 동영상 재생이나 디지털카메라 기능까지 갖춘 휴대형 멀티미디어 재생기.
와이브로(WiBro) 이동하면서도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무선 휴대인터넷.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제공되는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
P세대 사회 전반에 걸친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열정과 힘을 바탕으로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세대. P는 참여(participation)·열정(passion)·힘(potential power),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세대 (paradigm-shifter) 등 P로 시작되는 4개의 영어 단어를 뜻한다.
프로슈머(prosumer)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 남들이 제작하거나 상업용으로 제작한 음악, 게임, 영화 등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인 동시에 스스로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나 기기를 이용해 콘텐츠의 제작자가 되기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Plus Tip
헝그리어답터들을 잡아라
LG경제연구원은 헝그리어답터들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으로 크게 세 가지를 소개했다. 첫째는 이들의 움직임을 주목해 사업의 기회를 찾으라는 것. 대표적 사례로 디지털카메라,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즐기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테크노가방’을 들었다. 테크노가방은 이미 수년 전 유행했던 하드타입의 가방이다. 둘째는 보상판매나 중고시장을 활성화해 이들의 소비활동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이미 레인콤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중고장터를 개설하고 결제대행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셋째로는 펀(fun)마케팅이다. 소비를 통해 재미를 추구하는 헝그리어답터들의 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트렌드2 헝그리어답터
돈드는 얼리어답터는 ‘이제 그만’
이지헌씨(30)가 작년에 온라인중고시장을 통해 거래한 물품은 기타, 오디오, 게임기, MP3플레이어, 카메라, 컴퓨터부품 등 어림잡아 20여 개 품목. 그는 몇 가지 원칙을 갖고 중고품을 거래한다. 첫째, 제품의 교환주기를 빨리할 것. “중고품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지죠. 그래서 흥미가 떨어졌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과감히 중고시장에서 처분해요. 다른 사람들이 재밌다고 하기에 중고게임기를 사봤는데 저와는 맞지 않는 것 같더군요. 산지 1주일 만에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에 올려 산값 그대로인 15만 원을 받고 팔아 그 돈으로 옥션에서 12만 원을 주고 MP3플레이어를 샀어요.”
둘째, 중고시장의 인기제품을 살 것. “신제품의 소비자가격은 비슷해도 중고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천차만별 이예요. 소비자들이 제품을 알아보는 거죠. 제품을 써본 사람들의 평이 좋지 않으면 가격은 확 떨어져요. 또 ‘명품’ 취급 받는 물건들은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죠.”
셋째, 싸게 사서 제값에 팔 것. “같은 물건이라도 중고품거래사이트나 동호회게시판 등을 꼼꼼히 찾아보면 중고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된 가격보다 좀 싸게 나오는 물건이 있어요. 그런 물건을 사서 쓰다가 지겨워지면 시장가에 맞게 다시 파는 것이죠. 어차피 중고품이니까요.”
최근 이씨처럼 큰돈을 들이지 않고 중고시장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경험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헝그리어답터(Hungry Adopter)’들이다. 헝그리어답터란 중고품을 계속해서 사고파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신제품을 가장 먼저 사용해보고 이를 전파하는 ‘얼리어답터’에서 파생된 말이다.
<이코노미플러스>가 인터넷포털 엠파스를 통해 2월9~13일까지 5일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총 1117명 중 58%가 ‘중고거래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고거래경험자들 중 84%는 ‘옥션’이나 ‘파인드올’과 같은 온라인마켓플레이스에서 주로 거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10회 이상 거래하는 헝그리어답터들은 1000명중 26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헝그리어답터들은 설문(응답자 886명 중 34%)에서도 나타났듯이 주로 휴대폰, 카메라, 컴퓨터 등의 첨단기기들을 거래대상으로 삼는다. 현재 옥션에서 거래되는 중고품 중 IT관련기기는 약 30%, 거래액수는 약 75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옥션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IT 제품을 구입한 뒤 3개월 이내에 되판 회원이 1만6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품직거래사이트 ‘파인드유즈드’에서 거래된 IT관련기기의 비율은 약 50%. 파인드유즈드의 작년 한 해 동안 등록된 누적매물 건수는 20만 건 정도로 사이트 내에서만 약10만 건의 IT기기가 거래되고 있다. 노트북이나 디지털카메라가 주로 거래되는 ‘디시인사이드’의 중고장터에선 하루에만 500~800건이 거래되고 있다.
헝그리어답터들은 20대와 30대 남성이 가장 많다. 본지 조사에서도 중고거래를 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77%가 20대와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옥션 내에서 이뤄진 중고노트북거래에서 20대의 비중은 약 30% 정도를 차지한다. 김선옥 디시인사이드 팀장은 “30대 직장인의 비율이 가장 높다”며, “인터넷에 익숙한 이 세대가 대체로 IT제품에 관한 관심도도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헝그리어답터들은 이제 세대, 성별, 제품의 벽을 넘어서고 있다. 하루 600건 정도의 오디오와 생활용품이 거래되는 ‘와싸다’의 중고장터에선 40대의 비중이 높다. 서인규 와싸다 과장은 “오디오의 경우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도 중고거래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들은 다른 디지털 기기와는 달리 과거의 명기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와싸다에서 추정하는 하루 거래액은 6000만 원에서 1억 원 수준.
여성 헝그리어답터의 비율도 늘고 있다. 파인드유즈드에 따르면 여성들이 주된 구매층이 되는 패션잡화는 2004년 1만2340건에서, 2005년에는 3만7120건으로 세 배 가량 거래량이 증가했다. 여성 헝그리어답터들은 또 오프라인 중고시장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30~40대 여성 거래자의 비율이 80% 이상인 ‘아름다운 가게’의 중고물품거래량은 2004년 230만 점에서 2005년 325만 점으로 30%가량 증가했다.
헝그리어답터들이 거래하는 품목은 이제 IT제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파인드유즈드에선 전체 카테고리 중 스포츠·헬스용품 매물등록이 지난해 4만5029건으로 1만1980건에 불과했던 2004년 대비 네 배가량 늘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옥션에선 인라인스케이트, MTB자전거 등 스포츠·레저용품의 비중도 2005년 전년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본지조사에서도 책, 음반, 의류, 유아용품 등 ‘기타’항목을 택한 응답자가 전체의 39%로 가장 높았다.
헝그리어답터의 특징은 ‘극단적 가치소비’, ‘체험소비’, ‘말없는 프로슈머’로 정의할 수 있다. 헝그리어답터는 가치소비를 넘어 극단적 가치소비의 모습을 보인다. ‘가치소비’란 밥값, 차비는 아껴도 사고 싶은 물건은 실용성 여부를 떠나 기어코 구매한다는 소비경향이다. 가치소비자들은 가치소비를 위해 꼼꼼한 가격비교와 정보수집을 한다. 이를 테면 200~300만 원짜리 명품가방을 사면서 5천 원짜리 쿠폰 하나에 울고 웃는 것이다. 삶을 위해 소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헝그리어답터는 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물건의 가격마저도 아끼려 한다. 그들이 중고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새로운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헝그리어답터는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험’하기 위해 소비한다. 자신에게 필요 없다고 생각되거나 흥미가 떨어진 물건은 가차 없이 중고시장에 내다판다. 그래서 헝그리어답터들은 제품설명서나 포장박스까지도 고이 보관하거나 물건에 난 작은 흠집 하나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고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기위해서다.
헝그리어답터는 말없는 ‘프로슈머’이기도 하다. 프로슈머가 활발한 리뷰활동으로 제품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헝그리어답터는 중고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으로 제품을 평가한다. 그들 사이에서 한번 입소문이 난 제품은 중고시장에서 신제품가격과 중고가격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중고장터에 물건이 나오기만 하면 바로 구매자들이 몰린다. 와싸다의 중고장터에서 인기를 끌었던 앰프 AA-77이 그 대표적인 예다.
최근 한국형 얼리어답터, 헝그리어답터들이 새로운 마케팅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철저한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소비’ 그 자체를 즐기는 이들의 영향력이 개인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기업과 여타 소비집단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파만 방송이 아니다
남경표씨(27). 연예인은 아니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선 이미 그는 스타다. 신문과 인터넷 포털에 그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면서 이제는 공중파방송국들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고 있다. 이제 갓 군복무를 마친 그는 ‘남들이 알아봐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 빨간 원피스를 차려입고 기타를 치며 침대 위를 뛰어다니며 만든 ‘망고’나 ‘BC카드’ 같은 광고패러디로 떴다. 이 패러디 는 ‘인터넷 개인방송’의 여러 꼭지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건 <경표방송>이라는 개인방송을 본격 시작한 것은 군 제대 두 달 후인 작년 8월. 군에 가기 전 독립영화에 얼굴을 내밀었던 그였지만, 제대하고 나니 막막했단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으면 아무도 찾지 않는’ 연예계에서 2년의 공백은 큰 것이었다. 제대 후 취미삼아 틈틈이 하던 인터넷개인방송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경력도 쌓고, 재미도 보기 위해서다. 사용된 돈은 고작 40만 원 정도. 스튜디오는 물론 그의 방이었다.
“처음엔 매일 인터넷에 올라온 재미있는 동영상들을 소개하는 코너를 운영했는데, 이 동영상들을 위해 아침부터 방송이 시작되는 저녁 8시까지 꼬박 자료를 찾는 날이 많았습니다.”
경험이 늘면서 그는 광고패러디와 같은 장난스런 방송이 아닌 연기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진지한 방송에 도전했다. 외화를 틀어놓고 직접 더빙을 하거나, 방송을 보고 있는 네티즌들이 상황을 설정해주면 거기에 맞춘 즉흥연기를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개인방송을 하는 동료들끼리 모여 <쌩쑈방송>이라는 방송국도 만들었다.
“함께 기획회의도 하고 편성표도 짜고, 방송국과 마찬가지예요.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 아마추어라는 거죠.”
작년 말에는 노트북과 캠코더를 들고 대학로에 나가 공개방송을 하기도 했다.
그가 진행하고 있는 경표방송의 순간 최대 시청자수는 1500여명. 가수 ‘키스피아노’의 데뷔공연 때이다. 하지만 이 방송을 녹화한 동영상의 클릭건수는 30만 건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실시간 인터넷 개인방송툴인 ‘W플레이어’를 공급하는 나우콤에 따르면 W플레이어는 하루 평균 400개 채널이 열리고, 동시접속자수는 평균 3만여 명, 일일 평균 방문자수는 15만 명에 달한다.
W플레이어의 보급 초기만 하더라도 최신영화나 TV프로그램,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저 스스로 생산해가는 제작물이 늘면서 콘텐츠가 진화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크래프트’나 ‘카운터스트라이크’와 같은 게임방송이다. 초기에는 케이블TV의 게임방송에서 방영되었던 콘텐츠를 유저들이 틀어주는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신의 게임화면을 보여주며 초보자들에게 게임의 팁을 직접 설명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웨스터 에버클랜’과 같은 게임동호회에서 대회를 열면, 게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해설자와 입담 좋은 아나운서를 유저들 스스로 뽑아 대회모습을 중계 방송할 정도다.
개인방송국의 콘텐츠는 공중파나 케이블TV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명희의 내 멋대로 방송>은 20대 여성인 명희씨의 모든 일상을 생방송하는 한국판 <트루먼쇼>와 같다. 일상을 떠나 그녀가 방송에 참여해 시청자와 ‘노는’ 시간은 불과 하루에 한두 시간에 지나지 않지만 팬들은 그 시간을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시청자들은 스스로를 그녀의 ‘애완동물’로 부르며 그녀의 한마디에 울고 웃는다.
<음치 노래방 방송>은 온라인 노래방 화면을 틀어놓고 친구들끼리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면, 시청자들이 화면 옆의 채팅창을 통해 점수를 준다. 변성기 남학생들의 찢어질 듯 한 목소리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다.
아예 TV홈쇼핑처럼 1인 홈쇼핑을 꾸미기도 한다. 김도형씨(29)의 <주인장닷컴>은 창업 5개월만에 하루 주문건수 300개, 월 매출 1억 원을 올리고 있다. 그의 상품목록은 사탕자판기, 펭귄미니정수기, 음성변조기 등 이색적인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판매비결은 개인방송을 활용한 ‘재미’의 창출. ‘정확한 2대8 가르마’에 콧수염을 붙이고 시청자들을 배꼽 빠지게 하는 그의 방송은 팬 카페가 생길정도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는 “창업 후 한 달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개인홈쇼핑을 시작한 뒤 매출이 100배 정도 올랐다”며 “비록 사업이긴 하지만 내가 하는 방송에 바로 반응하는 시청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즐겁다”며 웃는다.
그의 홈쇼핑 프로그램은 각각의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한번은 어떤 시청자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전자사전을 주문했는데 옥스퍼드영한사전이 배달됐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진행하던 방송을 멈추고 시청자들과 30분 동안 대응책 마련에 시간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포토샵이나 컴퓨터프로그래밍 강좌, 각종 상담프로그램, 심지어는 종교단체의 포교방송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 방영 시간은 30분에서 2시간 내외. 홈쇼핑이나 강좌처럼 BJ 혼자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가는 경우엔 시간이 좀 짧은 편이고, 중계방송이나 상담프로그램처럼 특정한 주제가 있을 때엔 길어진다. 물론 일상생활을 그대로 보여주는 트루먼쇼 류의 방송은 24시간 동안 계속해서 진행될 때도 있다.
‘팟캐스트’를 뛰어 넘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선 ‘창조성’을 화두로 삼았다. 포럼에선 ‘창조성’의 일환으로 최초로 ‘팟캐스팅’을 통해 일부 포럼의 상황을 중계했다. 팟캐스팅이란 애플사의 ‘아이포드’와 ‘방송’의 합성어로 ‘개인 오디오 플레이어로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이나 유사한 프로그램의 디지털 녹음’을 뜻한다. 온라인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현재 팟캐스팅을 통해 개인방송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 10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만 개인방송과 관련한 광고시장이 2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기술수준만 놓고 본다면 국내 개인방송은 팟캐스팅에 비해 분명 진일보해있다. 팟캐스팅은 음성정보위주로 직접 내려 받아 ‘저장’을 해야 하는 반면 국내 개인방송은 음성과 영상정보를 함께 담고 있는 콘텐츠가 주를 이루며 저장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다.
현재 국내 개인방송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개인방송툴을 이용해서 자신의 컴퓨터화면에서 처리되는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라이브’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휴대폰이나 캠코더로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업체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스트리밍 - 인터넷에서 음성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법 -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온디맨드’방식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지원하고 있는 국내의 주요기업들로는 나우콤, 판도라TV, 다모임, 씨디네트웍스 등이 있다. 판도라TV는 라이브방식과 온디맨드방식 모두를 지원하고, 나우콤은 라이브방식에 주력한다. 다모임 그리고, 씨디네트웍스와 조선일보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엠군은 온디맨드형식에 주력하고 있다. 진범신 다모임 과장은 “현재 라이브방식의 개인방송을 검토 중에 있으며 3월내에 결정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엠군 역시 라이브방식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라이브방식이건 온디맨드 방식이건 국내의 개인방송의 규모가 점차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개인방송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는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말한다.
첫째는 트렌드의 변화다. 안준수 나우콤 팀장은 “‘P세대’니 ‘프로슈머’니 하는 말처럼 기기와 매체를 활용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적극적으로 표출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텍스트나 이미지로 자신을 나타내던 네티즌들이 동영상처럼 보다 직관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나타내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둘째는 세계 최고수준의 서버관리기술이나 초고속인터넷망 보급률과 같이 잘 갖춰진 한국의 IT인프라를 들고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보다 쉽게 제작하고 시청할 수 있는 수단도 늘어나고 있다. 휴대전화, DMB, 와이브로, IPTV 등이 그것이다. 앞서 말한 남경표씨가 했던 공개방송의 예처럼 휴대폰이나 노트북 하나를 들고 방송을 진행하면, 시청자들은 PDA나 PMP같은 무선인터넷단말기를 통해 쉽게 방송을 볼 수 있게 된다. 더불어 DMB의 콘텐츠 부족 문제도 인터넷 개인방송으로 해결 가능하다.
지난해 8월 엠파스를 필두로 야후, 다음, 네이버 등이 선보이고 있는 동영상검색서비스도 인터넷 개인방송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방송을 만들어 데이터베이스에 올리면, 포털의 검색기능을 통해 그의 방송을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1월 이른바 ‘황 교수 죽이기 음모론’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동영상 <동네수첩>은 새벽부터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들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며 황우석 논란을 재점화했다. 판도라TV 자체 집계에 따르면 자사 사이트에서만 30만 회가 클릭됐다. 당사자들 간의 합의로 별 물의 없이 끝나긴 했지만, 소비자 고발 형태의 개인방송을 진행하던 한 BJ는 인터넷포털로 방송을 본 기업체에게 소송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포함한 UCC(사용자제작 콘텐츠)는 이미 공중파방송의 인터넷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들의 클릭 횟수를 넘어서고 있다. 개인방송 서비스 관련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동영상데이타베이스 중 30%정도가 개인방송을 포함한 UCC로 이뤄져있다.
하도율 엠군 팀장은 “공중파방송 MBC의 콘텐츠 클릭수가 한 달에 1000만 회 정도 되는데, 지난해 11월 말에 정식으로 런칭한 엠군에서 보유한 동영상자료들의 클릭수는 3000만 회에 달했다.” 며 “그중 30%정도가 사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라고 귀띔했다.
수익모델의 창출과 개인방송이 나아갈 길
아직까진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개인이나 관련 서비스기업들이 창출하는 수익모델은 기존 인터넷업체나 방송국의 수익모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가장 큰 차이는 ‘광고’다. 방송 시작 전에 10~15초 정도 광고를 넣든지, 동영상플레이어 안에 배너광고를 넣는 형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엠파스 같은 인터넷포털이나 레인콤 등의 IT업체, 영화 등의 광고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대한항공과 같은 대기업의 참여도 늘고 있다. 판도라TV 관계자는 “광고가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릴 수 있는 TV와 달리 개인방송은 반드시 광고를 봐야하기 때문에 주목도가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개인방송 서비스업체들은 방송을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 고심 중이다. 나우콤의 경우 개인 홈쇼핑사업자를 모아 입점료를 받는 ‘온라인마켓플레이스’를 구상 중이다. 또 개인방송 제작자나 시청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약간의 ‘이용료’를 받는 방안도 연구 중에 있다. 온디맨드 서비스의 경우엔 방송을 위한 저장용량을 늘여준다던지, 라이브 서비스의 경우엔 보다 고화질로 방송을 볼 수 있게 하거나 기술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끊김 현상을 없앨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한편 개인방송국들이 공중파나 케이블TV 등의 제작물, 영화 등을 그대로 방영하다가 저작권 시비에 휘말리거나, 음란물과 같은 불법적인 콘텐츠를 방영·제작하는 폐해도 늘고 있다. 서비스 업체들의 모니터링 요원수는 5~10명 수준에 불과해 500개 채널이 동시에 열리는 라이브서비스나 6만~30만개 수준의 동영상데이터를 가진 온디맨드서비스를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라이브 방송시 채팅창을 통해 근거 없는 비난을 일삼는 일명 ‘찌질이’들도 개인방송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남경표씨가 소속해 있는 방호석 쌩쑈방송 국장은 “많은 사람들이 개인방송을 시작했다가 상처를 받고 떠나는 이유가 바로 그런 근거 없는 비방을 일삼는 사람들 때문”이라며 “혼자서 그런 사람들에게 대응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던 것도 우리가 모인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요즘 부상하고 있는 인터넷 개인방송이 이 같은 문제점들을 잘 해결하고 뉴미디어시대의 새로운 지평을 열지 관심거리다.
용어해설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 음악 재생은 물론 동영상 재생이나 디지털카메라 기능까지 갖춘 휴대형 멀티미디어 재생기.
와이브로(WiBro) 이동하면서도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무선 휴대인터넷.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제공되는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
P세대 사회 전반에 걸친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열정과 힘을 바탕으로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세대. P는 참여(participation)·열정(passion)·힘(potential power),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세대 (paradigm-shifter) 등 P로 시작되는 4개의 영어 단어를 뜻한다.
프로슈머(prosumer)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 남들이 제작하거나 상업용으로 제작한 음악, 게임, 영화 등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인 동시에 스스로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나 기기를 이용해 콘텐츠의 제작자가 되기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Plus Tip
헝그리어답터들을 잡아라
LG경제연구원은 헝그리어답터들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으로 크게 세 가지를 소개했다. 첫째는 이들의 움직임을 주목해 사업의 기회를 찾으라는 것. 대표적 사례로 디지털카메라,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즐기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테크노가방’을 들었다. 테크노가방은 이미 수년 전 유행했던 하드타입의 가방이다. 둘째는 보상판매나 중고시장을 활성화해 이들의 소비활동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이미 레인콤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중고장터를 개설하고 결제대행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셋째로는 펀(fun)마케팅이다. 소비를 통해 재미를 추구하는 헝그리어답터들의 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트렌드2 헝그리어답터
돈드는 얼리어답터는 ‘이제 그만’
이지헌씨(30)가 작년에 온라인중고시장을 통해 거래한 물품은 기타, 오디오, 게임기, MP3플레이어, 카메라, 컴퓨터부품 등 어림잡아 20여 개 품목. 그는 몇 가지 원칙을 갖고 중고품을 거래한다. 첫째, 제품의 교환주기를 빨리할 것. “중고품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지죠. 그래서 흥미가 떨어졌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과감히 중고시장에서 처분해요. 다른 사람들이 재밌다고 하기에 중고게임기를 사봤는데 저와는 맞지 않는 것 같더군요. 산지 1주일 만에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에 올려 산값 그대로인 15만 원을 받고 팔아 그 돈으로 옥션에서 12만 원을 주고 MP3플레이어를 샀어요.”
둘째, 중고시장의 인기제품을 살 것. “신제품의 소비자가격은 비슷해도 중고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천차만별 이예요. 소비자들이 제품을 알아보는 거죠. 제품을 써본 사람들의 평이 좋지 않으면 가격은 확 떨어져요. 또 ‘명품’ 취급 받는 물건들은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죠.”
셋째, 싸게 사서 제값에 팔 것. “같은 물건이라도 중고품거래사이트나 동호회게시판 등을 꼼꼼히 찾아보면 중고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된 가격보다 좀 싸게 나오는 물건이 있어요. 그런 물건을 사서 쓰다가 지겨워지면 시장가에 맞게 다시 파는 것이죠. 어차피 중고품이니까요.”
최근 이씨처럼 큰돈을 들이지 않고 중고시장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경험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헝그리어답터(Hungry Adopter)’들이다. 헝그리어답터란 중고품을 계속해서 사고파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신제품을 가장 먼저 사용해보고 이를 전파하는 ‘얼리어답터’에서 파생된 말이다.
<이코노미플러스>가 인터넷포털 엠파스를 통해 2월9~13일까지 5일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총 1117명 중 58%가 ‘중고거래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고거래경험자들 중 84%는 ‘옥션’이나 ‘파인드올’과 같은 온라인마켓플레이스에서 주로 거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10회 이상 거래하는 헝그리어답터들은 1000명중 26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헝그리어답터들은 설문(응답자 886명 중 34%)에서도 나타났듯이 주로 휴대폰, 카메라, 컴퓨터 등의 첨단기기들을 거래대상으로 삼는다. 현재 옥션에서 거래되는 중고품 중 IT관련기기는 약 30%, 거래액수는 약 75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옥션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IT 제품을 구입한 뒤 3개월 이내에 되판 회원이 1만6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품직거래사이트 ‘파인드유즈드’에서 거래된 IT관련기기의 비율은 약 50%. 파인드유즈드의 작년 한 해 동안 등록된 누적매물 건수는 20만 건 정도로 사이트 내에서만 약10만 건의 IT기기가 거래되고 있다. 노트북이나 디지털카메라가 주로 거래되는 ‘디시인사이드’의 중고장터에선 하루에만 500~800건이 거래되고 있다.
헝그리어답터들은 20대와 30대 남성이 가장 많다. 본지 조사에서도 중고거래를 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77%가 20대와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옥션 내에서 이뤄진 중고노트북거래에서 20대의 비중은 약 30% 정도를 차지한다. 김선옥 디시인사이드 팀장은 “30대 직장인의 비율이 가장 높다”며, “인터넷에 익숙한 이 세대가 대체로 IT제품에 관한 관심도도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헝그리어답터들은 이제 세대, 성별, 제품의 벽을 넘어서고 있다. 하루 600건 정도의 오디오와 생활용품이 거래되는 ‘와싸다’의 중고장터에선 40대의 비중이 높다. 서인규 와싸다 과장은 “오디오의 경우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도 중고거래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들은 다른 디지털 기기와는 달리 과거의 명기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와싸다에서 추정하는 하루 거래액은 6000만 원에서 1억 원 수준.
여성 헝그리어답터의 비율도 늘고 있다. 파인드유즈드에 따르면 여성들이 주된 구매층이 되는 패션잡화는 2004년 1만2340건에서, 2005년에는 3만7120건으로 세 배 가량 거래량이 증가했다. 여성 헝그리어답터들은 또 오프라인 중고시장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30~40대 여성 거래자의 비율이 80% 이상인 ‘아름다운 가게’의 중고물품거래량은 2004년 230만 점에서 2005년 325만 점으로 30%가량 증가했다.
헝그리어답터들이 거래하는 품목은 이제 IT제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파인드유즈드에선 전체 카테고리 중 스포츠·헬스용품 매물등록이 지난해 4만5029건으로 1만1980건에 불과했던 2004년 대비 네 배가량 늘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옥션에선 인라인스케이트, MTB자전거 등 스포츠·레저용품의 비중도 2005년 전년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본지조사에서도 책, 음반, 의류, 유아용품 등 ‘기타’항목을 택한 응답자가 전체의 39%로 가장 높았다.
헝그리어답터의 특징은 ‘극단적 가치소비’, ‘체험소비’, ‘말없는 프로슈머’로 정의할 수 있다. 헝그리어답터는 가치소비를 넘어 극단적 가치소비의 모습을 보인다. ‘가치소비’란 밥값, 차비는 아껴도 사고 싶은 물건은 실용성 여부를 떠나 기어코 구매한다는 소비경향이다. 가치소비자들은 가치소비를 위해 꼼꼼한 가격비교와 정보수집을 한다. 이를 테면 200~300만 원짜리 명품가방을 사면서 5천 원짜리 쿠폰 하나에 울고 웃는 것이다. 삶을 위해 소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헝그리어답터는 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물건의 가격마저도 아끼려 한다. 그들이 중고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새로운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헝그리어답터는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험’하기 위해 소비한다. 자신에게 필요 없다고 생각되거나 흥미가 떨어진 물건은 가차 없이 중고시장에 내다판다. 그래서 헝그리어답터들은 제품설명서나 포장박스까지도 고이 보관하거나 물건에 난 작은 흠집 하나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고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기위해서다.
헝그리어답터는 말없는 ‘프로슈머’이기도 하다. 프로슈머가 활발한 리뷰활동으로 제품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헝그리어답터는 중고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으로 제품을 평가한다. 그들 사이에서 한번 입소문이 난 제품은 중고시장에서 신제품가격과 중고가격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중고장터에 물건이 나오기만 하면 바로 구매자들이 몰린다. 와싸다의 중고장터에서 인기를 끌었던 앰프 AA-77이 그 대표적인 예다.
최근 한국형 얼리어답터, 헝그리어답터들이 새로운 마케팅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철저한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소비’ 그 자체를 즐기는 이들의 영향력이 개인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기업과 여타 소비집단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