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열린 경매는 4회 중견작가전, 5회 하우스세일, 6회 기업소장품 하우스세일 등 저마다 특색 있는 기획을 통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작년 11월19일 열렸던 6회 열린 경매에서는 산수인물화가 내정가보다 165배 높은 가격에 낙찰돼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작가와 국가 그리고 시기가 불분명해 내정가 20만 원부터 시작된 이 작품은 컬렉터 8명의 경합을 가져왔고 결국 3300만 원에 낙찰되었다. 경매의 묘미가 비딩(Bidding)과 랠리(Rally)에 있음을 실감케 해준 순간이었다.
이번 7회 열린 경매는 봄 분위기에 맞는 소품, 판화, 드로잉 등으로 구성된 선물전이 이벤트로 개최된다. 또한 오윤과 서세옥의 작품들이 출품되어 이 작가들에 관심 있는 컬렉터들의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살림 때 녹아있는 인자함
이중 오윤의 판화 <할머니>는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 중 하나다. 오윤 특유의 날카롭지만 정감 어린 칼 맛이 잘 살아있는 목판화 작품으로, 주름진 얼굴에 한껏 웃음꽃이 핀 할머니의 모습을 표현했다. 칼로 나무를 깎아서 표현한 단순한 선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추상적인 할머니의 상이 아닌 ‘살림 때가 녹아 있는 인자한’ 할머니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갯마을>로 유명한 소설가 오영수의 아들인 오윤은 1946년 부산 동래에서 태어났다. 이후 1965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에 입학했고, 대학 4학년 때 ‘현실동인전’을 준비했으나, 당시의 분위기에 억눌려 무산되고 말았다. 졸업 후 한동안 전돌공장과 출판사에서 테라코타 작업과 잡지표지 작업을 하다가 1980년 ‘현실과 발언’ 창립전을 통해 현실비판적인 작업을 다시 전개했다. 이후 1983년부터 본격적인 목판화 작업을 시작하였고, 1986년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그림마당 민’ 개인 초대전을 가졌으나 간경화 등 지병으로 인해 같은 해 7월6일 세상을 등졌다.
하지만 우리에게 오윤은 우리 시대 리얼리즘 미술의 선구자이자 평범하고 세속적으로는 별 볼일 없는 인생들에게 강한 애정을 표현한 판화가이고, 누구와도 편하게 작품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감수성의 작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명징한 듯 투명하게
이에 비해 산정(山丁) 서세옥은 20세기 한국화의 대표작가다. 해방 후 1세대 작가의 기수인 그는 타고난 재능에다 후천적인 노력에 의하여 지(知), 정(情), 의(意)에 통하는 한국화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재와 능을 두루 겸비한 산정은 한국 현대 동양화의 커다란 구심점 중 한분으로 손꼽힌다. 항상 소란한 음악을 멀리하고 깊은 밤을 독서와 명상 그리고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하는 산정의 생활습관이 그림 속에 스며들어 그의 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을 이슬처럼 명징한 듯 투명하게 만들곤 한다.
또한 산정의 자유분방한 붓놀림과 활달한 형태의 표현이 시서화(詩書畵)에 고루 능한 작가의 문기와 결합하여 현대 문인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겠다. <복숭아와 소년>이라는 이 작품에서도 담묵과 농묵의 적절한 조화와 절제한 듯 강조되어 있는 담채가 어우러져 화창한 여름날의 정기를 보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한편 이 작품은 그의 <인간> 시리즈와 <군무> 등의 잘 알려진 작품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해학적이고 친근한 멋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는 1998년 한국 탁구의 대표 주자였던 김택수 선수가 중국의 류궈량을 맞아 32구 랠리를 펼치다가 극적으로 이기는 장면이 인기를 끌었고, 또 현재도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다. 숨가쁘게 펼쳐지는 탁구의 명 랠리 장면처럼, 이번 제7회 열린 경매에서는 어떤 작품이 컬렉터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비딩 랠리를 펼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3월8일(토) 오후 3시 인사아트센터 지하 전시장에서 이 궁금증이 해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