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형에 강하다!” 한동안 유행했던 모 전자업체의 광고 카피다. 한국의 지리적 특성을 공략한 이 카피로 해당 전자업체의 제품은 그해 히트상품이 됐다. 그렇다면 변동성이 큰 ‘한국 증시에 강한 주식형펀드’는 없을까? 냄비장세로 대변될 만큼 변동성이 큰 한국 증시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주식형펀드를 소개한다.

 난해 하반기부터 지칠 줄 모르고 가파르게 상승했던 증시가 연초 들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58% 이상 상승한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월16일 1421포인트를 정점으로 하락, 1개월 반 만에 10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변동성도 갈수록 커져 일일 40포인트를 오가는 롤러코스트 장세가 빈번히 연출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기관투자가들마저 정신을 차리기 힘든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종합주가지수가 크게 하락하면서 수익률 고공행진을 펼쳤던 주식형펀드들도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간 수익률 상위권을 자랑했던 대부분의 주식형펀드들이 올 들어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다. 펀드 수익률도 냉온탕을 오가는 시황에서 출렁인 것. 그렇다면 강세장은 물론 약세장에서도 좋은 실적을 올리는 주식형펀드는 없을까?



 한국운용, 한국 증시에 강했다

 한국 증시에 강한 주식형펀드를 찾기 위해 <이코노미플러스>는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와 함께 전체 233개의 펀드 수익률을 조사했다. 조사기간은 증시가 크게 올랐던 지난해 하반기(2005년 7월~12월, 종합주가지수 35% 상승)와 증시가 하락한 연초 이후 2월 말까지(종합주가지수 1.7% 하락) 이다.

 두 기간의 수익률 상위 30개 펀드를 조사한 결과, 두 기간 모두 순위권에 올라 한국증시에 강한 면모를 보인 펀드는 5개뿐이었다. 5개 펀드는 한국투신운용(이하 한국운용)의 ‘한국부자아빠삼성그룹주식1’,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 ‘한국골드적립식삼성그룹주식1’ 등 3개의 ‘삼성그룹주펀드’와 대한투신운용(이하 대한운용)의 ‘대한퍼스트클래스에이스주식’, 대신투신운용(이하 대신운용)의 ‘대신꿈나무적립주식1’.

 이 중 한국증시에 가장 강한 펀드는 한국운용이 운용하는 ‘삼성그룹주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3개의 삼성그룹주펀드는 지난해 하반기 강세장에서 48%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 상위권에 들었는데 이어 연초 이후 하락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1~2위를 석권했다.

 이 펀드는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14개 회사를 선별,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최초의 ‘그룹 섹터펀드’이기도 한 이 펀드는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에만 집중 투자해 안정성은 물론 고수익도 추구한다. 한국운용은 과거 15년간의 주가를 이용하여 100여 가지 이상의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포트폴리오를 도출해  2004년 7월 펀드를 출시했다.

 이에 김범석 한국운용 사장은 “삼성그룹주펀드를 출시할 당시만 해도 특정 그룹에 전체 자산을 투자한다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인재를 중시하는 삼성그룹의 특성상 삼성계열사들은 적어도 10년 이상은 국내 산업을 대표하는 업종 대표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고 펀드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예측한 대로 펀드가 우수한 성과를 보이면서 하락장에서도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향후 1~2년 안에 국내 최고 대형펀드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삼성그룹주펀드가 한국운용의 대표펀드로 투자자의 자산을 불리는 것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대항마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 강세장에서 48.16%의 수익률을 기록했던 ‘한국골드적립식삼성그룹주식1’은 올 들어 2월 말까지 2.32%의 수익률을 올려 7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1.7% 가량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우수한 실적이라는 평이다. 실제로 전체 233개 주식형펀드 중 올 들어 2월 말까지 수익률이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는 펀드는 21개에 불과한 상태며, 이 중 수익률이 2% 이상인 것은 9개뿐이다. 2004년 7월20일 설정 이후 ‘한국골드적립식삼성그룹주식1’의 수익률은 94.49%에 달한다. 판매사는 제일은행.

2004년 7월6일 설정된 삼성그룹주펀드의 맏형인 ‘한국부자아빠삼성그룹주식1’은 지난해 하반기 48.13%의 수익률을 기록, 상위권을 차지했고 연초 이후 2월 말까지는 수익률 2.74%로 1위를 차지했다. 강세장은 물론 약세장에서도 단연 돋보인 것. 이 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93.24%, 판매사는 한국증권이다.

 삼성그룹주펀드의 막내인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은 지난해 하반기 48.09%, 연초 이후 2월 말까지 2.64%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했다. 이 펀드는 삼성그룹주펀드 중 가장 늦은 2004년 11월1일 설정됐지만 규모는 1816억원으로 가장 크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80.03%, 판매사는 외환·우리·부산은행 등이다.

    

 대한·대신운용도 펀드 명가 확인

 대한운용과 대신운용의 주식형펀드도 한국 증시에 강한 펀드로 선정돼 펀드 명가로서의 자존심을 살렸다.

 대한운용의 ‘대한퍼스트클래스에이스주식’은 코스닥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국 증시에 강한 펀드로 선정됐다. 이 펀드는 지난해 하반기 54.26%의 수익률을 기록, 10위를 차지했고, 올 들어 2월 말까지 하락장에서도 -0.07%의 수익률로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대한퍼스트클래스에이스주식’은 종합주가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일반 성장주식형 펀드로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 운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즉, 톱다운(Top-down)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거시경제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섹터, 테마 등을 선정해 투자한다. 따라서 거래소 시장, 코스닥 시장을 자유롭게 오가며 대형주, 중소형주를 탄력적으로 선별해 운용하는 동시에 시장 변화에 따라 주식 편입비나 업종 비중을 신축적으로 조정한다.

 주식시장 상승기에는 업종 대표주뿐만 아니라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30% 수준까지 올림으로써 공격적인 운용 전략을 사용해 초과수익을 낼 수 있도록 운용하고 있다. 하락기에는 업종 대표주 및 대형 우량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주식편입 비중을 낮춤으로써 보수적으로 수익률을 방어하는 운용전략을 활용한다.

 대한운용은 “거시경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 상품은 펀드매니저와 함께 주식투자전략팀이 그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며 “거시경제 분석을 통해 주식편입 비중을 조절하는 동시에 각 산업 전망에 따라 업종 비중을 결정하게 되며 각각의 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있어 마켓 타이밍에 의존하지 않고, 리서치에 근거한 펀더멘털 및 기업가치 분석을 통해 종목을 선정하여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124.76%, 판매사는 대한투자증권이다.

 대신운용의 ‘대신꿈나무적립주식1’은 지난해 하반기 동안 55.28%의 수익률을 기록, 한국증시에 강한 펀드로 선정된 5개 상품 중 가장 높은 실적을 올렸다. 또 올 들어 2월 말까지 하락장에서도 0.60%의 수익률을 올려 상위권에 랭크됐다. 이 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무려 102.48%에 달하며 판매사는 대신증권이다.

 ‘대신꿈나무적립주식1’은 청소년들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설계된 펀드로 대형주에 90% 이상 투자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성장주와 가치주의 비중을 탄력적으로 편입한다. 이 펀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량주와 국내 시장지배력이 우수한 우량주 60여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이 특징. 따라서 삼성전자, 국민은행, 현대차, LG전자 등 시총 상위 기업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며, 펀드의 20% 정도는 모멘텀 관련주와 테마주에 투자하고 있다.

 펀드의 리스크 관리와 관련, 대신운용은 자체 애널리스트 4명과 펀드매니저 5명이 수시로 기업탐방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고,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의 도움도 받고 있다. 또 주가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어 주가지수선물 헤지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헤지 비중은 현재 순자산의 5% 가량이다.

 이에 최인선 대신운용 주식운용담당 상무는 “대신꿈나무적립주식펀드는 국내 글로벌기업 중에서도 바이오, IT 등 성장 동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여타 펀드에 비해 규모가 작아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과 선물 헤지로 개별 종목과 시장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대신운용은 대신꿈나무적립주식펀드를 회사의 스페셜펀드로 육성, 앞으로 리테일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미래에셋 펀드, 하락장엔 맥 못 춰

 이번 조사결과 주식형펀드 부문의 강자로 불리는 미래에셋, 마이다스, KB, 피델리티운용의 상품들이 하락장에서는 부진한 실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펀드는 강세장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하락장에서는 맥을 못 춰 ‘반쪽자리’ 상품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강세장에서 수익률 30위권에 10개의 상품을 랭크시켰던 미래에셋은 올 들어 하락장에서는 단 1개의 상품만 순위권에 올려 업계 최강자로서의 자존심을 구겼다.

 실제로 27개의 미래에셋 주식형펀드들은 연초 이후 하락장에서 단 1개의 펀드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중 16개의 펀드가 전체 주식형펀드 평균(-3.25%) 보다 수익률이 낮았다. 특히 ‘미래에셋솔로몬나이스주식형1’은 -11.73%라는 부진한 수익률로 전체 233개 펀드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마이다스자산운용도 부진했다. 지난해 하반기 강세장에서 60.44%의 수익률로 1위를 차지한 마이다스자산운용의 ‘마이다스액티브주식’은 올 들어 2월 말까지 하락장에서 -2.61%의 수익률을 기록, 124위로 추락했다. 

 KB자산운용도 마찬가지였다. 강세장에서 두각을 보였던 KB자산운용의 펀드들은 하락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이면서 모두 20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높은 실적을 보였던 주식형펀드들이 맥을 못 추고 추락한 것은 증시가 하락하면서 중소형주는 주가가 크게 떨어진 반면 업종 대표주 등 우량주는 주가가 오르거나 견조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박현철 한국펀드평가 펀드애널리스트는 “연초 이후 하락장에서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주가가 상반되게 움직였다”며 “이에 따라 중소형주를 집중 투자하는 펀드들은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고, 대형주·성장주 등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펀드들은 상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운용사별로는 한국운용이 단연 돋보였다. 연초 이후 하락장에서 한국운용은 30위권에 삼성그룹주펀드를 포함 무려 14개 펀드를 랭크시켰다. 이밖에 우리운용도 4개의 펀드가 상위권에 올라 하락장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INTERVIEW- 이영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장

 “주식형펀드 최적의 투자 시점은 바로 지금”



 국 증시에 강한 펀드로 뽑힌 ‘삼성그룹주펀드’를 운용하는 이영석(42) 한국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올 종합주가지수가 155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근 증시가 금리인상, 환율하락 등 대내외적인 악재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를 기반으로 한 경기 회복과 IT산업 호전, 증시 자금유입 등으로 하반기부터는 지수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영석 팀장은 “환율하락 등으로 인해 올 상반기까지는 국내 증시가 1200~1400포인트 사이의 박스권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며 “하지만 증시 약세의 결정적인 요소인 환율이 추가로 급락하지 않는다면 하반기부터는 내수경기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자금도 다시 증시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팀장은 종합주가지수가 1300포인트 초반까지 떨어진 지금이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적기라고 권고했다. 단, 증시가 상승하더라도 중소형주보다는 실적이나 성장성이 뒷받침되는 대형 우량주나 업종 대표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식형펀드도 이를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종 대표주들의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고 연초 이후 약세장에서도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이 같은 현상은 하반기 증시가 턴어라운드 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회복 시점에서는 무엇보다 업종 대표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지죠.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중소형주펀드보다는 대형주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봅니다.”

 이 팀장은 1억원의 투자자금이 있다면 5000만원은 ‘삼성그룹주펀드’와 같은 대형주펀드에, 2000만원은 ELS나 ELF 등 주가지수연동상품이나 해외펀드에, 나머지 3000만원은 유동성을 고려해 MMF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안했다.

 그는 “지난해 종합주가지수가 50% 이상 오르면서 주식형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올 증시는 지난해와 사뭇 다르기 때문에 수익률 기대수준을 낮춰야 한다”며 “따라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국내 최초로 그룹 섹터펀드인 ‘삼성그룹주펀드’를 만든 이영석 팀장은 ‘고수익 펀드매니저’로 불리는 1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실제로 이 팀장이 운용한 주식형펀드 중에는 ‘베스트’라는 꼬리표가 붙는 상품이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동원투신 시절 만들어낸 ‘초이스업주식펀드’와 ‘부자아빠정통고편입적립식펀드’. 이들 펀드는 100% 이상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으로 한국운용의 대표 주식형펀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은 가치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그의 운용 스타일 때문이다. 그는 기업의 내재가치와 성장성을 가장 중요한 투자 포인트로 여긴다. 삼성그룹주펀드가 출시될 수 있었던 것도 삼성그룹 사들이 내재가치나 성장성면에서 어떤 기업보다 뛰어날 뿐 아니라 안전하기 때문.

 그는 “어떤 투자나 마찬가지겠지만 기본은 기업의 내재가치나 성장성이 우선시 돼야 한다”며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특정 그룹에만 투자하는 삼성그룹주펀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이런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자신의 운용 스타일을 또 한 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펀드를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산업을 대표하고 시장지배력이 높은 업종 대표기업에만 투자하는 ‘한국의 힘’(가칭)이라는 펀드가 바로 그것. 그는 “운용 스타일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펀드를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는 펀드 규모를 키워 수조원대 대형펀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