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는 여전히 미완의 도시다. 도시 곳곳에선 신축 중인 건물들이 뼈대를 드러낸 채 내일의 번영을 꿈꾸고 있다. 관광객들이 한창 붐비는 대형 호텔 한 모퉁이에서도 ‘공사 중’이라는 푯말은 쉽게 볼 수 있다. 몸집을 불리고 있는 것이다. 작고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오직 대규모의, 상상할 수 없는 초대형만이 살아남는다는 경쟁이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도시 외관만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라스베이거스를 움직였던 동력도 바뀌고 있다. 어쩌면 이미 완성됐던 도시가 동력의 변화로 리모델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의 도시라는 시선을 거부하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 모두 라스베이거스와 카지노를 직접 연결하는 데에 심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라스베이거스의 참모습을 모르고 하는 말이란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는 아직도 카지노의 도시다. 라스베이거스 전체 객실의 28%를 점유한 최대 호텔 MGM그룹의 전체 매출 가운데 48%가 카지노 수입이라는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라스베이거스 초입에서부터 숙소인 호텔은 물론 라스베이거스를 떠나기 위해 찾은 공항에까지 들어선 카지노 기계는 라스베이거스의 정체성을 그대로 표현해주고 있다.
다만 새로운 성장 동력에 의해 지금까지의 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음은 분명하게 다가온다. 향후 5년 안에 48%에 이르는 카지노 수입이 30%선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 MGM그룹 관계자의 말은 이를 시사하고 있다.
그동안 라스베이거스를 지탱해온 카지노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은 컨벤션산업이다. 도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대형 ‘공사 중’이라는 푯말도 컨벤션 공간과 비즈니스맨들을 확보하기 위한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의 5개년 비전 플랜의 일환이다. 지난해 3860여만 명의 방문객을 오는 2009년 4300만 명으로 끌어올리는 게 그 목표다.
줄어드는 카지노 수입
현재 라스베이거스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사우스홀(South Hall) 확장, 만달레이 베이의 4만2000여 평 컨퍼런스센터와 5만600여 평의 ‘샌드 엑스포 컨벤션센터’를 포함해 25만3000여 평의 컨벤션 및 미팅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2005년 한 해 동안 2만2154건의 컨벤션이 개최돼 617만여 명이 참가함으로써 전체 방문객 3860만여 명의 16%를 차지했다. 이들 컨벤션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은 76억달러. 특히 2004년보다 컨벤션 개최는 132건이, 참가자 수는 44만여 명이 줄었지만 수익은 69억달러에서 7억달러가 더 증가했다.
크리스 마이어(Chris Meyer)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부사장은 “호텔과 교통비를 합해 컨벤션 방문자 1인당 평균 1505달러를 소비한다”며 “개인이 관광으로 방문했을 때와 비즈니스 출장으로 컨벤션 참석을 위해 방문했을 때 사용하는 1인당 소비 금액을 비교하면 비즈니스 출장 때가 훨씬 많다”고 덧붙인다. 즉, 비즈니스 출장의 경우 호텔과 교통비는 회사 경비로 보전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인 소비 금액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라스베이거스가 카지노에서 컨벤션으로 성장산업을 변경하고 있는 배경을 엿볼 수 있다.
카지노만으로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던 라스베이거스가 컨벤션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더 많은 방문객,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였다. 당장의 성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꾸준히 미래 성장산업을 찾는 노력이 시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컨벤션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당시 라스베이거스는 주말 도시에 불과했다. 관광청 조사 결과 인근 캘리포니아 남부에서만 30%의 관광객이 주말에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다. 또 호텔 객실의 90%도 주말 이외에는 텅 비어 있었다. 주중 공동화 현상이었다. 결국 주중 방문객 확보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와 놀이문화가 발달한 도시였으므로 주중 방문을 유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때 떠오른 산업이 일과 놀이를 하나로 묶는 컨벤션이었다. 즉 비즈니스 출장으로 컨벤션에 참석한 방문객들이 컨벤션 이외의 시간에 카지노와 놀이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후 라스베이거스 시정부 차원에서 컨벤션은 정책적으로 집중 육성, 지원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산업을 이끌고 있는 컨트롤 타워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컨벤션의 대부분이 이곳을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 뿐 아니라 미국 서남부 컨벤션의 심장부라는 자부심까지 드러낸다.
1959년 4월29일 약 572평의 면적에 원형 천장의 홀, 18곳의 회의실 및 2529평의 전시실을 갖추고 공식 개장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는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이 운영하고 있다. 1973년 첫 확장 공사를 시작으로 2001년 5만6200여 평의 사우스 홀 개장까지 모두 14번에 걸친 확장 공사 끝에 현재 9만여 평에 달하는 전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총 부지면적은 17만6000여 평으로 로비 길이만도 400m가 넘는다. 단일 컨벤션센터로는 시카고(약 19만3913여 평)와 올랜도(약 14만6173여 평)에 이어 미국 내 세 번째 규모다.
그러나 홍보담당자 제레미 핸델은 “같은 컨벤션이라 하더라도 참가율이 시카고에 비해 18% 정도가 더 높다”며 “비즈니스 효과를 따진다면 사실상 첫 번째”라고 단언한다.
비즈니스 효과 면에서는 1위
핸델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가 자랑하는 첫 번째 요소는 비즈니스다. 특히 바이어들이 대거 참여하는 트레이드쇼 기간 중에는 일반인의 입장까지 철저하게 제한을 하고 있다. 컨벤션 참가자들이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때 비즈니스 모델로는 1대1 마케팅을 권장한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용이한 접근성이 꼽힌다. 공항까지의 거리가 약 3.4km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 같은 장점을 앞세워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는 1959년 4월12일 항공기 관련 컨벤션 Wild Congress of Flight를 시작으로 지난 1999년 22만5000명이 참석한 최대 규모의 컨벤션으로 기록된 컴퓨터 관련 전시회 컴덱스(COMDEX: Computer Dealers Exposition)와 매년 15만 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In
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자동차 부품 및 용품 컨벤션으로 무역 비즈니스 박람회인 SEMA
(Specialty Equipment Market As
sociation) 등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그 결과 2005년 미국 전체 컨벤션 참가자 620만여 명 가운데 27%인 160만여 명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흡수되는 효과를 발휘했다. 마이어 부사장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성장률은 연평균 4%. 2003년 이후 불경기에서 빠져나오면서부터는 5.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의 컨벤션산업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로부터 시작될 뿐이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함께 3대 컨벤션센터로 불리고 있는 캐시먼 센터(Cashman Center)와 샌즈 엑스포센터(The Sands Expo Center)가 대규모 컨벤션을 유치하고 있으며 지난 2000년을 전후해서는 호텔들도 적극 뛰어들었다.
마이어 부사장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위력을 지켜본 호텔들이 경쟁적으로 컨벤션센터 건립에 나섰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위력이란 컨벤션 참가자들의 소비 능력을 일컫는다. 즉, 컨벤션 참가자들의 숙식 등 부대시설에 의한 수익에 만족해했던 호텔들이 스스로 컨벤션을 유치함으로써 발생되는 더 큰 수익에 눈을 뜬 것이다.
대표적인 호텔로는 만달레이 베이(Mandalay Bay)를 꼽을 수 있다. MGM그룹 계열의 만달레이 베이는 지난 2001년 5만여 평에 달하는 ‘사우스(South) 컨벤션센터’를 완공하고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사우스 컨벤션센터의 규모는 뉴올리언스, 애틀랜타에 이어 단일 컨벤션센터로는 미국 내 6위다.
사우스 컨벤션센터의 매니저 패트리샤 리는 “카지노와 쇼 등에 집중했던 마케팅이 비즈니스 방문객의 증가로 컨벤션에 주력하게 됐다”고 말한다.
‘재미있고 섹시하게’를 마케팅 콘셉트로 하고 있는 사우스 컨벤션센터는 특히 미국 내에서 가장 큰 2800평의 기둥 없는 연회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선 인터넷이 지원되는 등 최첨단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또 비즈니스 방문객 전용 호텔인 ‘디호텔(The Hotel)’도 함께 개장했다.
지난해 MGM그룹 전체 매출이 65억달러라고 밝힌 이베트 모네트(Yvette Monet) 그룹홍보담당 총괄매니저는 “이 가운데 카지노 수입이 48%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향후 5년 안에 30%선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벤션과 컨퍼런스로 역할 분담
이처럼 카지노산업의 축소에는 9.11테러 이후 외국인에 대한 입국심사가 강화되면서 방문객이 줄어든 것도 요인이 되고 있지만 정작 도박꾼들의 게임 습관 변화가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즉, 과거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찾은 도박꾼들은 일정한 금액을 정해놓지 않고 게임을 했다. 또 게임에서 벌어들인 돈은 외부로 가져가지 않고 다시 게임을 하는 데 지출했다. 그러나 요즘의 도박꾼들은 다르다. 그들은 일정한 금액을 정해놓고, 그 금액을 잃을 경우 더 이상의 게임은 하지 않는다. 또 게임에서 벌어들인 수익금도 카지노가 아닌 외부에서 소비해 버린다. 과거와 달리 현명해진 도박꾼들로 인해 ‘라스베이거스의 돈은 결코 라스베이거스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라스베이거스 호텔들에게 카지노는 더 이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산업으로는 매력이 사라져가고 있다. 때문에 컨벤션으로의 방향 선회는, 단순히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한 부대사업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가 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는 이들 호텔 컨벤션센터와 경쟁 관계가 아닌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컨트롤 타워로 컨벤션 중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청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호텔 컨벤션센터의 역할은 서로의 장점에 따라 일정하게 구분돼 있다. 즉, 호텔 컨벤션센터는 소규모 행사와 원스톱을 통한 방문객들의 편의시설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 대형 장비 전시 등 대규모 행사에는 부적절하다. 또 산만한 주변시설로 인해 비즈니스 마인드를 유지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대형 트레이드쇼와 같은 대규모 행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가, 대규모 장비 전시가 필요 없는 컨퍼런스 중심의 중소 규모의 행사는 호텔 컨벤션센터가 유치할 수 있도록 조절하고 있다. 호텔 컨벤션센터가 컨퍼런스센터로 불리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이어 부사장은 “호텔 컨벤션센터들이 많은 행사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채워주는 게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목표”라고까지 말한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는 호텔 컨벤션센터를 지원함으로써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1955년 네바다 입법부는 라스베이거스가 속한 클라크 카운티의 모든 호텔과 모텔에 대해 투숙 관광객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재정을 지원하도록 결의했다. 이 결의로 1959년 4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건축이 주민의 세금 부담 없이 건설될 수 있었고 이후에는 운영자금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모든 호텔과 모텔들은 지금도 투숙 요금의 9%를 관광청에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결국 호텔 컨벤션센터가 많은 행사를 유치하도록 함으로써 호텔은 물론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게도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포인트는 일과 놀이의 결합이다. 낮에는 비즈니스, 밤에는 카지노와 다양한 놀이문화가 동시에 가능한 도시라는 것이다. 컨벤션센터는 완벽한 비즈니스를 위한 제반 인프라를 제공하는 한편 라스베이거스는 개인 및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휴양지로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다. 컨벤션산업으로 동력을 전환하고서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