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 되는 곳만 취항한다면 항공사의 비약적 성장은 애당초 힘들다. 안 되면 되게 하고 장애가 생기면 이를 돌파하는 불굴의 정신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의 신규 도시 취항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때마다 이종희(64) 총괄사장이 입버릇처럼 주장하는 말이다. 그는 안전하게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취항을 결정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항공업계의 위기도 “고객의 다양한 여행 욕구에 부합하는 신노선 개척을 통해 수익 창출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객이 가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대한항공은 취항도 하고 수익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여객영업 분야에 몸담은 전문가로 신규 노선 개척 때마다 저돌적인 추진력을 보여 왔던 것도 이 같은 스타일의 반증이다. 지난 1993년 카이로 노선 개척 때의 일화는 유명하다. 취항 거리가 너무 멀고 비즈니스 수요도 뒷받침되지 않아 사내 반대가 심했지만 이 사장은 밀어붙였다. 그러나 초기 탑승률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이 사장은 직접 주요 교회를 찾아다니며 성지순례 영업을 하는 등 적극적인 판매활동에 나서 카이로 노선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최근 1~2년 사이 중국 황산, 피지, 터키 이스탄불 등으로 잡았던 신규 및 재취항 항로가 소프트랜딩에 성공한 이후 이 사장의 기수는 이제 미주 노선으로 향하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라스베이거스가 가지고 있는 도박의 도시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더 일찍 취항했어야 했는데 늦은 감이 있다는 목소리로 양분됐지만 이 사장은 취항을 밀어붙였다. 특히 반대 측에서 ‘돌아오는 노선은 LA를 경유해서라도 오자’고 했지만 이 사장의 의지는 단호했다. 라스베이거스 탑승객들을 LA공항에서 1시간30분 동안 기다리게 하는 반쪽짜리 직항노선이 된다는 이유에서 였다. 오히려 LA공항에서 출발하는 고객을 라스베이거스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사장은 자신하고 있다.
“LA지사장 시절 가족들과 함께 예닐곱 번을 갔다. 라스베이거스에는 훌륭한 쇼 프로그램과 다양한 컨벤션 등으로 비즈니스 기회가 풍부하다. 가족들은 물론 나 역시 만족했다.”
이 사장이 인천↔라스베이거스 노선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LA에서 귀국하려던 승객들도 직항이 있으니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쇼 등을 보고 귀국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의 비즈니스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라스베이거스 직항노선이 인천공항을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허브(HUB)공항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내비쳤다.
이 사장은 1969년 대한항공 공채 1기로 입사해 30여 년간 정비, 자재, 기획, 영업 등 항공사의 전문경영인이 되는데 필요한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특히 20여 년간 몸담았던 여객영업 분야에서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전문가로 통한다.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업무에 있어 직관력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며 뛰어난 업무 장악력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이 라스베이거스 직항노선을 개설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9월22일 취항하는 라스베이거스는 대한항공이 미주 지역에서 13번째 취항하는 도시입니다. 대한항공의 이번 취항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을 염두에 두고 결정한 사항입니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승객의 수송을 통해 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또 각종 컨벤션이 연중 활발히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취항을 통해 국내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취항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점적으로 고려했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하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이 조사한 설문 자료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를 다녀온 여행객 중 95%가 여행에 대해 만족해했으며, 94%가 재방문을 원했습니다. 또 방문 목적도 가족 여행이 33%로 가족 휴양지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볼거리 위주의 가족 관광지와 상품을 개발했으며, 앞으로도 고객의 소리에 계속 귀 기울여 이를 마케팅 활동에 적극 활용해 라스베이거스 노선 활성화에 힘쓸 것입니다.
-현재 예약률은 어느 정도이며, 연간 이용객 및 수익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아시아권과 라스베이거스 간 연간 수요는 26만여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중 대한항공은 25% 정도인 6만5000여 명의 승객을 수송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노선의 9~10월 예약률은 87%로 이 시기가 전통적인 항공여행 비수기인 점을 감안할 경우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월 이후에도 자동차 부품전 등 각종 컨벤션 참가 단체 예약 등 꾸준한 예약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취항은 그동안 로스앤젤레스를 거점으로 했던 미국 서부 지역 여행에도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라스베이거스 노선에 대해 어떤 영업 전략을 가지고 계신지요.
라스베이거스 주요 관광지 일대를 여행하는 단독상품과 함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등을 포함한 연계 패키지상품을 개발해 판매 중에 있습니다. 또, 수요 계층별 맞춤 여행을 위한 에어텔, 온라인 호텔패스, VI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칼팍(KALPAK)상품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ON-OFF LINE) 여행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출국 수요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입국 수요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수요와 마케팅 전략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타 도시에 비해 한인동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출발 승객 유치를 위해 필리핀, 중국 등 아시안계와 호텔을 위주로 한 기업체 수요 개발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라스베이거스를 경유한 피닉스, 덴버, 오스틴 등 인근 도시 연결수요 유치에도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로스앤젤레스 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여정을 마치는 다양한 상품 개발을 통해 탑승객 증대에 힘쓸 계획입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라스베이거스 직항편을 운항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북아 및 동남아 여행객을 흡수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은 무엇입니까.
아시아에서 인천을 경유해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대한항공 직항편을 이용할 경우 로스앤젤레스 또는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미국 국내선을 이용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간소한 CIQ(세관, 입국, 검역) 절차를 거치게 됨으로써 최종 목적지까지의 시간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적극 홍보할 예정이며 일본, 중국 등에 소재한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및 네바다주 관광청과의 공조로 다양한 판촉활동을 통해 아시아 여행객 유치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아시아권과 라스베이거스 간 연간 수요는 26만여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중 대한항공은 25% 정도인 6만5000여 명의 승객을 수송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노선의 9~10월 예약률은 87%로 이 시기가 전통적인 항공여행 비수기인 점을 감안할 경우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라스베이거스 및 네바다주 관광청과 포괄적 협력관계를 수립하고 공동 프로모션 실시와 판매 다각화 노력에 합의했습니다. 현재 함께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나 향후 계획하고 있는 사업을 소개해 주십시오.
한국 시장에서 대한항공,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네바다주 관광청 3자간 ‘우선 협력(Primary Partnership)’을 통해 지속적인 공동 프로모션을 실시키로 이미 합의했습니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공동 마케팅을 통해 라스베이거스 노선 판매 활성화에 최대한 협력해 나갈 방침입니다. 이미 지난 7월 말에 국내 주요 여행 대리점을 대상으로 공동 설명회를 개최했고, 향후 국내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각 홈페이지에서 이벤트를 실시할 때 상호 지원할 예정이며, 특히 라스베이거스 및 네바다주 관광청이 보유하고 있는 VIP 고객들을 활용하는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등을 적극 펼쳐 나갈 계획입니다.
-사장님이 추천하는 라스베이거스의 볼거리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라스베이거스는 인공미와 자연미가 조화된 이상적인 관광·상용 목적지입니다. 저마다 고유한 테마를 가진 유명 호텔뿐만 아니라 이들 호텔에서 펼쳐지는 멋진 쇼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또한 그랜드캐니언을 비롯한 자이언, 브라이스 등 3대 캐니언 또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대한항공은 신규 취항지마다 질 높은 광고 홍보를 통해 마케팅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번 라스베이거스의 광고 홍보 콘셉트는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대한항공의 광고는 특별한 취항지들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일어나는 고객들의 모습과 특별한 이야기들을 통해 고객은 항상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왔습니다. 이러한 광고들에 사용된 취항지들 또한 마케팅적으로도 많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금 새로 만들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광고 또한 앞에서 언급한 광고의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흔히 ‘라스베이거스=도박’이라는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라스베이거스는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컨벤션의 개최가 잇따르면서 세계적 비즈니스 도시로 바뀌고 있고, 유명한 공연들과 리조트 등으로 인해 가족 휴양지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이번 광고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테마파크인 라스베이거스의 모습을 ‘비즈니스’편과 ‘가족 여행’편 두 편에 담고 있습니다. 두 편 모두 대한항공 고객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느낄 수 있는 ‘날아갈 듯’ 즐거운 순간들을 대한항공의 슬로건인 ‘Excellence in Flight’와 연계해 보일 것입니다.
-고유가로 인해 전 세계 항공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한항공은 지속적으로 노선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가가 항공사 수익의 결정적 요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체 비용 가운데 30%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신목적지 추구, 수요 계층 다변화 등 고객의 다양한 여행 욕구에 부합하는 신노선 개척을 통한 수익 창출이 현 항공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타개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 고유가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적극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취항 준비 중에 있는 도시들과 전체적인 노선 확충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구체적인 목적지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대한항공이 주도하는 항공사 동맹체인 스카이팀(SkyTeam) 회원사와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한 비즈니스 목적지를 확충할 예정입니다. 또, 향후 2~3년 내에 예상되는 미국 비자 면제에 대비한 관광지 등도 개척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