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수록 기업 간 ‘전쟁’은 피가 튀긴다. CEO(최고 경영자)들이 전시 작통권자라면, 현장의 전투는 세일즈맨들이 책임진다. 난세에 영웅난다고 했던가. 전쟁이 치열할수록 전쟁의 승자, ‘판매왕’들이 스타로 부각되는 요즘이다. 소위 억대 연봉에 샐러리맨 신화로 떠오른 대한민국 판매왕들. 그들은 어떻게 ‘불황때 가장 잘 파는 사람들’이 됐을까. 그들을 따라 배우면 나도 세일즈 9단이 될 수 있을까.

요즘 판매왕들은 젊다. 기자가 만난 ‘영업왕’ 5인의 평균 연령은 36.6세다. 과거 40대 베테랑급 영업왕 시대는 끝난 셈이다. 평균 근속연수도 11.4년으로 짧아졌다. 실제 5인 중 3명의 직급이 과장이다.

명문대 출신이 없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대기업 임원의 절반이 넘는다는 소위 ‘SKY파(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는 단 한 명도 없다.

과거 판매왕들의 고정 레퍼토리였던 ‘자나 깨나 영업만 한다’는 전통도 깨졌다. 오히려 ‘잘 쉬는 것도 영업’이라는 게 더 맞는 표현인 듯 했다. 판매왕 5인 중 4인의 평균 귀가 시간이 밤 9시로 일반 직장인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이코노미플러스>가 인터뷰한 판매왕 5인은 1회성 영업왕이 없다. 소위 ‘보험왕’은 푸르덴셜생명 3년 연속 챔피언을 차지했고 ‘자동차왕’도 업계 입문 때 신인왕부터 매년 판매왕 타이틀을 보유중이다.

불황기 영웅들로 떠오른 ‘대한민국 판매왕’, 그들의 비법은 따로 있을까.



Ⅰ자동차-김경하 현대차 과장                                           

“휴대폰 요금만 월 45만원 썼죠”

“영업맨에게 꼭 필요한 요소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정’(情)을 들겠습니다.”

현대자동차 판매왕인 김경하(36) 부천남부지점 과장은 고객을 부르는 호칭이 ‘형님’이다. 한 번 관계를 트면 ‘일회용 만남’은 사절이다. 고객과 ‘친구’가 됐던 게 판매왕 비결일까.

김 과장이 지난해 판매한 차량은 총 280여 대. 휴일을 빼면 하루 한 대꼴이다. 매출액으로 치면 56억원가량. 올해 8월 말까지 160대를 팔아 오히려 지난해보다 페이스가 빠르다. 연말 판매량이 가장 많은 자동차 영업 특성상 올해엔 300대 고지도 바라본다.

대우도 나이에 비해 ‘특급’이다. 지난해 연봉만 1억5000만원을 상회한다. 각종 포상금을 더하면 2억원에 육박한다.

소위 억대 연봉에 ‘판매왕’ 타이틀을 거머쥔 오늘의 김 과장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1997년 3월 입사한 당시 영업 초년생 김경하씨가 겪은 일화 한 토막.

자신을 ‘자동차 농사꾼’에 비유

“연수 끝나고 막 필드에 나갔는데 IMF가 터지더군요. 너무 안 팔려 포기할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때 만난 고객 중 과수원 사장님이 계셨죠. 그분도 ‘죽겠다’는 겁니다. 너무 안쓰러워 제가 300만원을 털어 사과 150박스를 샀습니다. 그 사과를 당시 제가 가망 고객으로 뽑아놨던 고객 150분에게 돌렸고요. 승용차로 안 돼 포터 트럭을 구해 실어 날랐죠. 그때 그 분들이 ‘경기가 좋을 땐 선물 싸들고 오는 영업직들이 그리 많더니, 불황에 찾아온 사람은 당신뿐’이라고 한 말을 가슴속에 새겼습니다. 지금은 그 분들이 모두 고객을 물어다줍니다.”

자동차 영업에 데뷔한 1997년 그는 그렇게 ‘신인왕’에 올랐다. 영업을 인간‘관계’에서부터 배운 셈이다. 이후 3년간 지역부 판매왕(1999년, 2000년, 2002년)을 거쳐 2004~2005년 연거푸 현대자동차 판매왕에 오른 ‘김경하표 무용담’의 시작이다.

그는 평소 영업직의 상식을 깼다. ‘한 달에 몇 대 팔겠다’는 식의 영업 목표치가 없다는 점이다. 그는 “목표 달성 시 받는 인센티브 함정에 빠진 ‘밀어내기 영업’은 영업맨 최고의 적”이라고 말한다. 자칫 고객에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쯤 되면 인센티브는 보약이 아닌 독약이 되는 셈이다. 대신 김 과장은 “농부가 봄에 씨 뿌리는 심정으로 길게 보고 영업을 한다”고 말한다.

그의 특기는 ‘무심코 방문’이다. 지나가다 한 번씩 들러보는 식이다. 고객이 “어쩐 일이냐”고 물으면 “그냥 왔다”는 싱거운 답변. 김 과장은 생일 때 선물 주는 ‘이벤트’보다는 평소 얼굴 한 번 더 보는 ‘발품’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부담 없는 얼굴에 친근한 어투의 자신을 밉지 않게 본다는 게 김 과장의 자평이다.

사실 그는 인맥관리에 도가 텄다. 그가 든 동호회만 15개가 넘는다. 관리 고객숫자는 3500명을 헤아린다. 그러다보니 영업 섹터는 ‘대한민국 전국구’다. 한 때는 휴대폰 요금이 한달 45만~50만원씩 나왔다고 했다. 걸려오는 전화만 잡아도 거의 매일 밤 약속이 잡힌다. 김 과장은 “이게 내 영업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그가 단순히 ‘인맥’으로 1등이 됐다고 보면 오산. 그는 자동차 면허는 없는 게 없다. 1종 면허에 특수 렉카, 추레라, 지게차, 굴삭기 면허까지 죄다 땄다. 취미 생활인 ‘잠수’를 위해선 스킨스쿠버(마스터)에 레스큐(인명구조) 자격증까지 섭렵했다.

“자동차 영업을 잘 하려면 차를 잘 알아야죠. 고객에 맞는 정확한 정보 제공자야말로 좋은 영업맨이죠.”

어머니는 ‘보험왕’ 출신

단점은 없을까. 그는 본인 성격을 “한번 내뱉은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손실(?)을 볼 때가 많다”고 말한다. 주위에선 “요즘 사람답지 않게 약지 못하다”는 평가를 한다. 그러나 김 과장은 이게 오히려 자신의 매력으로 본다. 당장 거래에서는 손해를 봐도 길게 보면 득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리 시절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날 고객 한 분이 저녁이나 하자고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 한 분과 함께 오시더니 그 집에서 가장 비싼 걸로 주문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2차도 가자고 하더군요. 오가는 술잔 속에 지갑에 ‘멍’좀 많이 들었죠. 그냥 잊고 있었는데…. 그 다음날 그 고객에게 전화가 온 겁니다. ‘리베로 7대만 주문할게’라면서요. 지금도 형, 동생 하며 지냅니다.”

오랜 기간 신뢰를 쌓다보니 영업 성사율은 90%라고 강조한다. 영업맨은 평소 ‘때(계약 타이밍)’가 올 때까지 꾸준히 관리만 하고 있으면 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사실 그는 “사람 관계부터 고객 관리 등 영업은 어머니한테 다 배웠다”고 말한다. 김 과장 어머니는 현직 메트라이프생명 설계사로 판매왕만 5번 올랐던 영업왕 출신.

김 과장이 들려준 ‘부자 엄마’의 영업 비결은 명쾌했다. ‘처음부터 명함을 들이대지 말라’는 것. 먼저 ‘친구’가 되는 게 우선이고 상품은 나중이라는 철칙이다.

::  김경하 과장은  :::::::::::::::::::::::::::::::::::::

연간 판매량   280여대(2005년)

연수입   1억9000만원

영업 철학   ‘씨를 많이 뿌려라’

판매왕 경력  현대차 신인왕(97),

                     지역판매왕(99, 2000, 2002년),

                     판매왕(2004,2005년)

특징   동호회만 15개 활동

관리고객 수   3500여명

자기 관리법   주말엔 스킨스쿠버로 스트레스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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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보험-권효곤 푸르덴셜생명 LP                                       

하루 1건 계약하는 ‘판매 제조기’

보통 보험사에서는 1주에 3명에게 보장상품을 전달하는 LP(라이프플래너)를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현재 푸르덴셜생명엔 3W를 295주째 달성한 사람이 있다.

입사 후 줄곧 3W를 진행 중인 권효곤(35) LP가 주인공. 공군 대위 출신인 그는 2000년 5월 보험 영업 입문 때부터 신기록 행진을 벌이고 있다.

그는 푸르덴셜 내에선 벌써 ‘유명인사’다. 데뷔한 첫해 보험업계 명예의 전당격인 MDRT(백만달러 원탁회의 회원)를 최연소, 최단기로 달성하더니 이듬해인 2001년 TOT(Top of the Table)를 역시 최단기, 최연소로 이뤄냈기 때문이다. TOT란 MDRT 실적의 6배를 올린 최고의 보험맨을 상징하는 호칭. 아예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챔피언을 3연패하는 등 권 LP의 실적은 당대 최고다.

‘3할 타자’가 목표

직업 군인에서 보험 판매왕으로 변신한 그는 전통적인 영업맨과 조금 거리가 있다. 담배는 아예 안하고 술도 약한 편이다. 영업직이라면 이력이 배었을 ‘접대’도 그는 모른다.

현재 그가 관리하는 보험 고객수는 무려 1500여 명. 일반사망보험금 기준으로 따진다면 계약 금액만 2000억원에 달한다. 평균 1년에 250명, 1주당 6명씩 계약을 해왔다는 계산이다. 회사 관행상 수입은 ‘노코멘트’라고 했지만 보험업계에 인센티브가 많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

그렇다면 하루 1개꼴로 영업을 성사시킨 ‘보험 계약 제조기’인 권 LP만의 특기는 뭘까. 그는 “한마디로 남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표현한다.

“야구에서 3할 타자면 수준급 타자 아닙니까. 제 목표가 ‘3할 타자’입니다. 10명 만나면 3명 이상 고객으로 만들기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방법은 하나가 있죠. 더 많은 고객을 접해 안타수를 늘리는 겁니다.”

그의 영업 모토도 ‘하루 10명 고객을 만나자’다. 술 접대가 더 이상 영업직 전유물이 아니라는 건 권 LP가 보여준 실적으로 이미 증명이 끝난 셈이다.

대신 그는 ‘관리의 달인’이 되려고 노력한다. 남들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시간 관리가 첫째다. 남들이 시간 단위로 약속을 짠다면 그는 30분 단위로 계획을 짠다. 보통 회사원들이 출근하는 아침 9시면 벌써 첫 번째 미팅을 시작하는 게 일상사다.

둘째 몸매 관리다. 그는 밤 12시에 퇴근해서도 집 근처 공원에서 1시간씩 걷고 뛴다. 보험도 알고 보면 ‘건강’을 판다는 생각에서다. 셋째 ‘정보 관리’다. 그는 “상품 정보뿐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밝아야 다방면의 고객과 대화가 통한다”고 말한다.

틈날 때마다 경제신문은 기본이고 각종 주간, 월간 경제지 등을 빼놓지 않고 챙겨본다. 책도 기자가 만나본 판매왕 중 가장 많이 읽는다. 한달 평균 7권.

그러나 무엇보다 권 LP가 강조한 덕목이 있다. 바로 영업맨 스스로 자기 상품에 대한 ‘확신’의 크기다.

다음은 푸르덴셜 입사 후 초년병 시절 경험담. 군 장교 때 상관으로 모셨던 공군 중령을 상담하러 갔을 때다. 보험의 필요성을 못 느꼈지만 열심히 설득한 끝에 계약에는 일단 OK. 당초 권유한 상품 대신 금액을 대폭 낮춘 대타성 상품. 3년 후인 2003년 그 분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떴다. 그때 권 LP는 땅을 치고 후회했다. ‘상담을 잘해 좀 더 보장이 큰 걸 전했더라면 유가족에게 훨씬 도움이 됐을 텐데….’

그때부터 권 LP는 생각을 바꿨다. 특히 고객의 거부가 아닌 자기 자존심 때문에 영업을 포기하는 일은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지금까지 계약한 고객 중 벌써 4명이 사망했고 그때마다 ‘확신’ 커져갔다.

권 LP는 요즘 “일일일선(一日一善)하는 기분으로 고객을 만난다”고 말한다. 실제 하루 평균 1명씩 고객과 계약하는 게 평균 영업 실적이다.

지금까지 그가 계약한 고객숫자만 1500여명. 그가 1년 365일 꼬박 하루 10명씩 만나도 관리고객을 4년여 세월이 들어가는 숫자다. 신규 고객 만나랴 기존 고객 챙기랴 바쁜 가운데서도 그는 하루 6시간 수면 원칙을 지킬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한 게 장점.

반면 수시로 ‘이쯤 했으면 됐겠지’ 하는 나태해지려는 마음도 불쑥불쑥 찾아온다. 그는 “영업직 최고의 적은 게으름”이라며 “습관이 운명을 바꾸듯 한두 번 나태가 영업을 망칠 수 있다”며 스스로 동기 부여한다.

보험 영업 7년차인 권 LP는 “사실 요즘은 먹고 살기 위해 하던 영업은 끝났다”고 말한다. 이젠 직업보다는 ‘소명’으로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그는 “일 년에 몇 번씩 퍼스트클래스에, 호텔 스위트룸에 묵는 가족 보상여행을 다니는 행운도 누린다”고 말한다. 올해도 3월 말 프랑스 파리에 이어 7월엔 캐나다 밴쿠버에 다녀왔다. 권효곤 LP는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는 ‘온오프’(On-Off)를 잘한 게 비결”이라며 “자기 관리만 철저하다면 누구나 영업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 권효곤 LP는 ::::::::::::::::::::::::::::::::::::::

현 계약자 수
   1500여명

연수입   수억원대(노코멘트)

영업 철학   “매일 10명씩 만나자”

판매왕 경력  2003, 2004, 2005년 푸르덴셜 1위

특징   ‘술접대는 사양’

멘토   제임스 스팩만 한국푸르덴셜 전 회장

자기 관리법   한달 독서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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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은행-김교란 국민은행 팀장                                           

“어려운 고객을 ‘팬’으로 바꿔라”

국민은행 압구정동지점의 김교란(43) VIP팀장은 자격증이 8개다.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FP(금융자산관리사), AFPK(한국재무설계사), 국제금융역, 공인중개사, 생명보험대리점, 손해보험대리점, 변액보험판매 자격증 등이다.

은행, 증권, 보험은 물론 부동산 자격증까지 섭렵, 누가 봐도 PB 전문가임을 알 수 있다. 2005년 국은인상을 수상한 판매왕 비결도 자격증에서 나왔을까.

김 팀장은 딱 잘라 “아니오”라고 말한다. 대신 그는 “영업 실적은 고객 ‘관계’가 좋기 때문”이라는 답안을 내놓는다. 특히 ‘나를 어렵게 하는 고객을 팬으로 만들면 영업은 쉬워진다’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

“지난해 여름이었죠. 상당히 까다로운 고객이었는데 한번은 종합소득세 신고서가 잘못 계산된 것을 바로잡아 신고서를 작성(종합소득세 감소)해 드렸더니 그 후로 순한 양처럼 변하시던데요. ‘아! 영업은 이런 거구나’ 다시 한 번 깨달았죠.”

지난해 신규 영업만 500억대

김교란 팀장의 지난해 영업 실적은 신규만 따져 약 500억원을 상회한다. 투신상품 100억원을 비롯, 수신 380억원, 방카슈랑스 30억원, 여신 40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60여억원(평잔 기준) 판매 실적을 유지중이다. 은행 차장 연봉에 인센티브를 합치면 1억원 연봉에 육박, 은행 내 ‘스타 여행원’ 대접을 받고 있다.

입행 23년차 베테랑 뱅커인 김 팀장은 노하우를 묻자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왔다”는 ‘평범’한 답변을 한다. “은행 영업은 개인보다는 팀플레이 성격이 짙다”며 공을 팀원들에게 돌리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그런 김 팀장에게도 나만의 영업 철칙이 있다. 눈앞의 영업(상품 판매)보다는 고객 관리 측면(사후 관리)에 중점을 둬왔다는 게 김 팀장 말이다.

“고객 관계는 신뢰가 출발점이고 종착점도 신뢰입니다. 10년 후 그 고객이 나를 기억하고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지요.”

김 팀장이 영업의 멘토로 삼고 있는 사람은 아버지다. 부친이 특별히 영업의 귀재라서가 아니다. 항상 선과 정직 등 ‘기본’을 지켰던 분이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은행영 업에 비춰 ‘튀는’ 영업보다는 꾸준함과 성실 등 기본 덕목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팀장이 하루에 만나는 고객 숫자는 약 15명 안팎. 은행 영업 특성상 대부분 내방객들이다. 그러나 틈틈이 하루 10명 이상 통화를 하는 게 습관이 됐다.

하루 평균 최소 25명 이상과 그가 강조한 ‘신뢰’를 쌓는 셈이다. 특히 만기일과 기념일 관리는 철저히 신경 쓰는 편이다.

“특별한 날에 전화를 걸면 고객들이 ‘자신을 알아주는 구나’라고 더 느끼는 것 같습니다. 보통 소비자들은 큰 것 ‘한방’ 보다는 작은 것에 감동을 많이 받거든요.”

VIP팀 특성상 요즘엔 ‘찾아가는 서비스’도 시도중이다. 주로 지점 인근인 한양아파트와 압구정 현대 아파트 고객들이다. 현재 압구정동 지점 VIP팀에서 관리하는 고객수는 400여명 수준. 그는 “VIP 영업은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며 인터뷰 내내 팀플레이를 강조했다. 최근 김 팀장이 읽은 책도 리더십 관련 도서인 ‘하이파이브’다.

하루 종일 고객들과 상담하다보면 퇴근 시간도 매일 밤 8시가 넘기 일쑤다. 13살, 11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일주일에 1-2번은 저녁 약속을 챙길 만큼 바쁘게 산다. 김교란 팀장은 점잖은 외모에 신뢰감 있는 어투가 은행 영업에 적격이란 평가를 듣고 있다.

그는 “낯가림이 많은 편이라 요즘도 처음 보는 고객 앞에선 떨린다”며 웃는다. 그러나 “그래도 해냈지 않느냐”며 “더 중요한 건 고객이 나에게서 신뢰를 느끼는가 여부”라고 강조했다.

:: 김교란 팀장은 ::::::::::::::::::::::::::::::::

계약 금액  500억원(2005년)

연수입  9500만원

영업철학  영업보다는 사후관리로 ‘신뢰’를 쌓자

영업왕 경력  2005년 국은상

특징  금융 자격증만 8개

멘토  아버지

경력  23년차

고객 관리  하루 15명 미팅/10명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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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호텔-이석형 웨스틴조선호텔 지배인                                  

“만난지 5분 안에 고객 파악해야”

이석형(33) 웨스틴조선호텔 판촉 지배인에게 영업의 멘토는 세일즈의 바이블로 통하는 <정상에서 만납시다>의 저자 지그지글러(Zig Ziglar)다. 그가 말한 수많은 세일즈 원칙 중에서도 이 지배인은 ‘백투베이직(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명제를 철칙처럼 여긴다.

여기엔 2000년 5월 JW메리어트에서 호텔리어로 영업에 첫 발을 들여놓았을 때 ‘사건’이 있다. 그는 “영업 초년병 때 나이 지긋한 고객과 약속 시간에 10분 늦었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혼이 났다”며 어제 일처럼 떠올린다. 지금은 끊었다는 담배를 하룻밤 새 몇 갑씩 태우며 내린 결론은 “고객의 말은 옳다. 기본부터 다지자”고 결심했던 것. 2002년 9월 현재의 조선호텔로 말을 바꿔 탄 후 2003년부터 3년 연속 신규 계약 및 신규 매출 달성 1위를 차지한 동력도 그때 그 사건 덕분이라고 들려준다.

이 지배인의 1년 판매액은 약 25억원 가량. 이 가운데 92%인 23억원이 기존 계약의 갱신 매출액이다. 신규 계약액은 2억원 남짓하다. 그는 “호텔 객실 영업은 신규 계약은 물론 기존 계약의 갱신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애프터서비스 강자가 롱런

이 때문에 그는 “호텔 영업은 전자제품 A/S보다 질 높은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불평불만이 많은 고객은 오히려 쉬운데 무관심한 고객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이런 고객을 대할 때마다 ‘영업엔 매직이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재능 있는 영업 사원보다 혼신을 다해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이 결국엔 승리할 것이란 믿음도 강하다.

그는 일반 개인영업이 아닌 법인영업을 한다. 외국계 금융사, 로펌, 항공사, 수입 자동차, 제약사 등 200여 회사가 그의 영업 섹터다. 관리 고객숫자만 600여 명 정도 된다.

그는 “하루 3~5개 회사를 돈다”면서 “만나는 ‘횟수’보다는 미팅의 ‘깊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쟁자보다 더 정확하게 마켓 상황을 읽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 가령 요즘 그는 200여 고객사의 실적을 샅샅이 살핀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화상회의가 많이 늘어나는 불황일수록 어떤 회사가 잘되고 어떤 회사가 어려운지 꿰뚫어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만의 영업 비법을 묻자 그는 “1대1 미팅 때 고객과의 의사소통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는 고객을 만나면 5분 안에 승부를 겁니다. 최단 시간 내에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판단해내는 게 중요하죠. 서로 잘 통하면 다음 약속도 쉽거든요.”

그는 “처음 계약을 맺는 건 쉽다”면서 “사후 관리가 열배는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영업맨들이 소개를 많이 받으려고들 하는데 그 고객이 만족을 못했는데 제대로 된 소개를 해줄리 있겠냐는 게 그의 반문이다.

“요즘은 고객 감동을 넘어 고객을 졸도시켜야 영업에 성공한다고들 합니다. 진짜 프로들은 한 번 계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그 고객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애를 쓰고도 실패하는 경우도 허다한 게 영업직의 애환이다. 이 지배인은 본인 스스로 “A형이라 소심해 슬럼프에도 잘 빠지는 성격”이라고 겸손해 한다.

그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운동이다. 요즘은 수영과 마라톤에 열중한다. 사내에서 똘똘하고 튼튼해 ‘똘이 장군’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3년 내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영업이 결국 자기와의 싸움인 이상 운동 중 가장 어렵다는 철인3종 도전에 꼭 성공하고 싶어 한다.

그는 3년 전 호텔 객실왕에 오른 뒤부터 습관이 하나 생겼다. 매일 새벽 5시, 기상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잠에서 깨는 일이다.

이석형 지배인은 “영업은 마인드 게임 성격이 강하므로 항상 좋은 기분 상태를 유지해 고객에게 더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 이석형 지배인은 :::::::::::::::::::::::::::::::::::::::::

연간 계약 건수  약 50건(신규)

연간 매출액  25억원(갱신 포함)

영업철학  ‘기본에 충실하라’

영업왕 경력  ’2003, ’2004, ’2005 조선호텔 신규 매출 1위

멘토  지그지글러

관리 고객수  200여사(법인영업)

별명  똘이 장군

고객관리법  ‘애프터서비스를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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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홈쇼핑-이진아 GS홈쇼핑 쇼핑호스트                                

소비자 반응에 순간적으로 대처

집이 분당인 이진아 GS홈쇼핑 쇼핑호스트(과장)는 일주일에 3-4번씩은 새벽 4시쯤 집을 나선다. 아침 방송이 많은 데다, 최소한 방송 2시간 전엔 분장실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 중 4시간만 빼면 생방송이라 일과가 ‘긴장’의 연속이다. 방송엔 공휴일 개념이 없어 주5일제 근무가 무색하다.

그런 이 과장은 “일이 즐겁다”고 말한다. GS홈쇼핑 내 최고 쇼핑호스트로 성장한 것도 방송(영업)을 즐기는 게 비결이 아닐까.

제품 써보고 ‘진실’ 전해야

이 과장은 1997년 10월 GS홈쇼핑 쇼핑호스트 2기로 입사한 경력 10년차 베테랑이다. 현재 매주 토요일 10시20분 방송되는 ‘이진아, 이영범의 똑소리 살림법’의 진행자로 유명하다.

프로그램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쇼핑호스트는 사내 2~3명에 불과할 정도로 GS홈쇼핑의 간판급 쇼핑호스트로 떴다.

“일반적인 세일즈는 본인이 직접 찾아다니면서 구매자를 찾는 방식이라면 홈쇼핑은 상품 편성부터 시청자 수요 분석은 물론 시간대 편성까지 ‘변수’가 다양한 게 차이점이죠.”

이 과장 지적대로 사실 홈쇼핑 매출액은 쇼핑호스트만의 노력의 결과는 아니다. 시간대가 매출액의 절반을 좌우하는 지표다. 보통 아침 9~10시, 저녁 8시40분부터 10시 등을 프라임 타임(핵심 시간)으로 꼽는다. 그러나 그 시간 이외 방송은 쇼핑호스트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몸값이 비싼 유명 연예인을 호스트로 모셔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홈쇼핑업계에선 “쇼핑호스트가 매출액의 50%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시간당 6억~7억원대를 올리는 ‘똑소리 살림법’ 진행자인 이 과장의 매출액은 이 프로그램 하나만으로도 시간당 3억원을 상회하는 셈이다. 성과가 즉각 나타나기 때문에 연봉 역시 개인차가 많다. 간판급 쇼핑호스트의 경우 억대 연봉자도 많다는 게 업계의 정설.

그렇다면 일반 영업과 다른 쇼핑호스트로서 정상에 선 이 과장의 세일즈 원칙은 어떤 걸까. 그는 “쇼핑호스트는 1인3역을 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송 진행자, 판매자는 기본이다. 이 과장이 강조한 포인트는 “직접 소비자가 되라”는 점이다.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지 못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실감나게 설명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이 직접 소비를 해본 후 그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 ‘돈 되는’ 정보를 알려줘야 1등 세일즈맨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이 과장의 세일즈 비법은 ‘100% 고객 입장에서 판매하라’는 원칙인 셈이다. 가령 책이면 두꺼워도 내용을 대부분 꿰뚫고 있어야 하고 주방용품이라면 써보고 장단점을 파악하는 식이다.

사실 세일즈왕들은 ‘프로 중 프로’다. 이 과장도 예외 없다.

현재 1주일에 7~8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쇼핑호스트 이진아 과장은 “모든 세일즈가 그렇듯 소비자들의 순간적 반응에 대처하는 순발력이 중요하다”면서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서 영업 실적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 이진아 쇼핑호스트는 :::::::::::::::::::::::

영업철학  소비자 입장에서 사고하라

매출액  메인 프로 시간당 3억원

연수입  비밀

경력  10년차

영업 비법  순발력을 키워라

자기 관리법  상품 분석에 개인 시간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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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왕5인좌담   불황기 세일즈 비법은

상품을 팔지 말고 마음을 사라

지난 9월11일 오후 2시30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20층 중식당 ‘호경전’. 자동차, 보험, 은행, 호텔, TV홈쇼핑 등 국내 각 분야 영업 1인자 5인이 모였다. 시간 관리의 달인들답게 약속한 시간에 칼같이 모였다. 서로 초면들이라 어색함은 있었지만 분위기는 금세 수습됐고 자연스럽게 각자 명함을 돌리며 곧바로 좌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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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인상 기자(박 기자)  참석 권효곤 푸르덴셜생명 LP(권 LP)/김경하 현대자동차 과장(김 과장)/김교란 국민은행 팀장(김 팀장)

이석형 웨스틴조선호텔 지배인(이 지배인)/이진아 GS홈쇼핑 쇼핑호스트(이 호스트)/이상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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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자 : 바쁜 시간을 쪼개 참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선 외모 얘기부터 해보면 어떨까요. 사실 고객을 직접 대하는 영업직이라면 요즘엔 외모도 경쟁력 아닙니까.

권 LP : 실제 그렇습니다. 저는 몸매에 좀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밤 12시에 퇴근해서도 1시간씩은 공원을 걷고 뛰고 합니다. 집이 올림픽선수촌아파트라서 공원이 가까워 좋습니다. 뚱뚱한 영업맨보다는 날씬하고 건강한 사람에게 고객은 더 신뢰를 느낄 것 같기 때문이죠.

이 지배인 : 저는 주말에 몰아서 운동하는 편이에요. 파워워킹도 하고 자전거를 많이 타죠. 지난 주말엔 단축마라톤도 경험했고요. 1~2년 안에 철인3종에 도전해볼 계획입니다.

김 과장 : 남들이 저 보고 사는 게 ‘레저 인생’이라고 하던데요. 주말엔 산을 타거나 잠수(스킨스쿠버)합니다.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서요. 놀다 오는 게 최고의 영업인 것 같아요.(하하)

김 팀장 : 요즘엔 정말 성과 좋은 사람들 보면 체력도 좋은 것 같습니다. 40대는 저밖에 없고 가장 필요한 사람도 저인데…. 사실 운동은 거의 못합니다.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 좋은 인상도 갖고 외모도 그렇게 변하지 않을까요.

이 호스트 : 저도 그래요. 방송하랴 애들(아홉 살, 여섯 살) 보다보면 틈을 못내요. 밤늦게 방송이 끝나도 아침 6시면 눈을 뜨죠.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게 위안입니다.

박 기자 : 영업 최일선에 계신 분들인데요, 고객들은 요즘 경기가 어떻다고들 합니까.

김 과장 : 자동차 내수는 2003년부터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작년 하반기부터 좀 풀리던데요. 카드 사용액도 많이 늘었고 요즘엔 특히 현금 구입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최근엔 주문량도 많이 밀려 최소 (발주 후) 한 달은 기다려야 해요. 과거 2002년 때 적게는 석 달, 많게는 6개월씩 대기했던 것에 비하면 약과지만서도요.

이 호스트 : 현대자동차 주가도 많이 올라갔겠죠?

김 과장 : 과거 우리사주를 주당 1만3000원에 받았거든요. 지금은 8만1200원(9월13일 종가) 정도합니다. 저는 2만5000원에 몽땅 팔아서, 뭐.(하하)

김 팀장 : 자동차 경기는 일반 경기랑 좀 다른 것 같군요. 제가 국민은행 압구정동 지점에 근무하는데요. 개인 고객은 주로 (한양 등) 아파트 손님들이고, 뒤쪽에 소호 사업자들이 많습니다. 아파트 대출은 뚝 끊겼고 개인 사업자들도 ‘죽겠다’는 소리를 많이들 합니다. 1년 이상 안 나간 상가 점포도 있으니까요.

권 LP : 보험 쪽도 은행과 비슷합니다. 필드에서 느끼는 건 정말 ‘돈이 안 돈다’는 기분입니다. 제가 1500명 고객을 관리하는데요. 업종이 얼마나 다양하겠습니까. 대부분 어렵다는 말들뿐인데, 경기 좋다는 얘기는 오늘 처음 들어봅니다.

이 호스트 : 홈쇼핑은 요즘 찬바람 불면서 조금 좋아졌어요. TV홈쇼핑 매출액은 일반 날씨와 계절에 따라 높낮이가 결정되는 구조에요. 날씨가 화창하면 장사가 덜 되죠. 특히 지난 휴가 시즌 때가 비수기인 셈이죠.

김 과장 : 요즘 자동차 영업 쪽은 (경기가) 정말 괜찮아요. 현대자동차만 그런가요. 차도 날씨하고 상관관계가 높습니다. 무더위가 심하면 에어컨 시설 좋은 대리점 내방객도 늘어나거든요. 7~8월 아주 좋고요. 물론 연식 문제 때문에 12월 연말이 가장 붐비긴 합니다만.

이 지배인 : 호텔 객실 영업의 주 손님층은 외국인입니다. 국내 소비와는 다소 거리가 있죠. 과거 IMF 쇼크 때엔 국내 금융권 M&A(인수합병) 관계로 손님이 많았고요. 작년엔 ‘욘사마’ 덕분에 일본 고객들이 많았죠. 제가 객실 판촉 지배인으로 피부로 느끼기엔 숙박료와 항공료를 줄이기 위해 기업별로 화상 회의가 늘어난 것을 보면 세계 경기도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권 LP : 사실 요즘 제가 만나는 피부과, 성형외과 원장님들도 지갑을 아끼는 추세입니다. 강남권 술집들도 매출액이 떨어져 울상이라고 들었는데요. 소비(홈쇼핑)시장 경기는 어떻습니까.

이 호스트 : 딱 잘라 좋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TV홈쇼핑은 과거 LG(현 GS)와 CJ 두 업체뿐이었잖습니까. 파이(시장)는 같은데 이젠 5개사가 나눠 먹으니까요. 요즘만 놓고 본다면 매출액 볼륨 자체가 크게 늘었다고는 보기 힘들겠죠.

박 기자 : 업계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불황’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군요. 방금 술집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과거 영업직하면 술 접대가 기본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권 LP
: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푸르덴셜 모든 LP들이 그럴 겁니다. 사실 술도 약한 편이라 거의 안 먹습니다.

김 과장 : 저는 좀 다릅니다. 술자리가 일주일 평균 4~5번은 될 겁니다. 과거 ‘단란주점’식 술자리는 아니고요. 저녁 겸해서 반주로 걸치는 거죠. 남자들끼리 커피숍 가는 게 좀 어색하잖아요. 고객들도 접대로 느끼진 않을 겁니다. 영업엔 ‘정()’이 중요한 거죠. (다른 사람들은 코멘트가 없었다.)

박 기자 : 불황일수록 기업들은 보통 영업에 ‘목숨’을 걸죠. 그럴수록 영업직 몸값도 높아질 테고요. ‘불황엔 이런 영업이 통한다’고 할 수 있는 나만의 비법 좀 꺼내보시지요.

권 LP : ‘자기 상품에 확신을 가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도 뼈아픈 경험을 통해 배운 겁니다. 몇 년 전 후배 파일럿 한 명(권 LP는 공군사관학교 출신)이 갑작스럽게 사망했습니다. 그 충격으로 아내도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떴고요. 그때 장례식에 갔더니 3살짜리 꼬마 혼자 있더군요. 제가 보험을 하니까 문상 온 친구들이 ‘저 친구 보험은 들었지?’라고 물었을 때 사실 얼굴을 들지 못했습니다. 제 자존심 때문에 보험 가입을 강하게 권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영업맨이 자기 일에 확신이 없다면 곤란한 거죠.

이 호스트 : 호황 때 홈쇼핑은 (방송을) 틀어만 놔도 잘 되죠. 시스템 투자도 많고 비싼 모델 불러 멋진 쇼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불황 땐 코스트 절감 차원서 군살을 많이 빼거든요. 그만큼 쇼핑호스트 부담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저는 ‘입장을 바꿔라’를 방송 신조로 삼고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모든 걸 보자는 생각에서죠. 이 때문에 제가 방송하는 모든 상품을 대부분 직접 써보고 방송합니다. 가서 만져보고 입어보지 못한 고객들을 위해 ‘경험’을 전달하는 게 가장 생생한 전달이기 때문입니다.

김 팀장 : 저는 ‘신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VIP팀을 맡고 있다보니 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상품 판매(영업)보다는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죠.

김 과장 : 제가 1997년 3월에 현대자동차에 입사했거든요. 연수 끝나고 나니 바로 IMF가 터졌습니다. 실적을 올려야하는 신입사원 입장에선 정말 난감했죠. 그때 과수원 고객이 한 분 계셨는데, 제가 거금 300만원을 털어 사과 150박스를 샀어요. 승용차에 싣기 어려워 트럭에 실고 150분 고객을 만나 전달하는 데 꼬박 5일이 걸리더군요. 제가 영업왕이 된 것도 그때 고객들이 입소문을 내주신 덕분입니다. 특히 ‘경기 좋을 때는 온갖 선물이 쏟아지는데, 불황 때 이렇게 사과박스를 싣고 온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 영업은 이런 거구나!’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도 김 팀장님의 영업은 ‘관계’를 쌓는 것이라는 말에 동갑합니다.

박 기자 : 김 과장님은 말씀도 재미있게 하시고 그래서 팬도 많겠습니다.

김 과장 : 그러니 매일 밤 약속이죠. 맨날 불려 다녀요. 그런데 그런 개인적 약속에서도 영업이 되니, 저는 참 쉽게 영업하는 것 같습니다.(하하)

이 지배인 : 저는 개인이 아니고 회사를 상대로 영업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다니는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GS홈쇼핑, 푸르덴셜생명도 모두 제 고객사입니다. 호텔 객실 영업은 특히 재계약률을 높이는 게 관건입니다. 단골로 연결하지 못하면 일회성 고객에 그치거든요. 지난해 신규 영업으로 제가 2억원을 올렸지만 기존 계약 갱신 건을 합치면 지난해 매출액은 25억원입니다. 그만큼 고객 관리가 생명인 셈이죠. 저는 ‘애프터서비스 강자가 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계약 후 불평과 불만 처리를 잘하는 사람만이 롱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박 기자 : 판매왕들도 고객 상대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런 사람은 정말 어렵다’ 하는 고객이 있습니까. 그리고 해결은 어떻게 합니까.

권 LP :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상품 비교를 많이 하는 분들이 꼭 있습니다. 사실 모든 보험 상품이 일장일단이 있는 건데, ‘저기엔 있는데, 여기엔 없다’는 식으로 퇴짜를 놓는 것이죠. 거기까지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이 상품 드는 것까지 참견하며 말리는 분들도 계세요. 정확히 알고 있으면 다행인데, 그렇지도 않고요. 솔직히 조금 얄밉죠.

김 팀장 : 은행에서도 수신금리 0.1%에 너무 민감한 분들이 계세요. 사실 연간 1000만원 저축하면 1만원 차이 나는 정도거든요. 불황은 불황인가 봅니다.

김 과장 : 요즘 인터넷에 강한 분들 정말 많습니다. 자동차 계약 전 벌써 동호회에 가입하는 분들이죠. 사실 저희 같은 ‘선수’들이 권하면 그게 정답일 때가 많습니다. 얼마 전 그런 고객 한 분이 아반떼2.0을 샀습니다. 저는 아반떼 1.6을 권했었거든요. 중고차 값도 더 받을 수 있고 세금도 훨씬 싸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구입 후 몇 달 만에 중고차시장에 내놓더니 전화가 온 겁니다. 왜 2.0이 1.6보다 싸냐고 따지더군요.

박 기자 : 소비자 입장에서야 많은 상품을 비교 분석하는 건 기본일 테지만 장고 끝에 악수 두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군요. 정말 다양한 고객들을 상대하다보면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풉니까.

권 LP : 힘들 때 저는 친한 고객들을 찾아다닙니다. 칭찬 한마디면 지친 어깨가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김 팀장 :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영업도 있지만 은행에선 주로 팀 단위로 진행되거든요. 그날 쌓인 일은 꼭 그날 풀고 넘어가는 게 좋아요.

이 호스트 : 저는 ‘수다’로 풀어요.(하하) 방송하는 것도 일종의 수다 아닙니까. 분장실에서부터 계속 떠들다보면 긴장도 풀리고 좋습니다.

(한달 휴대폰 요금을 묻자 “10만원은 넘게 나온다”는 답변. 내근직인 김교란 팀장만 5만~6만원대로 일반인과 비슷했다. 특히 김경하 과장은 과거 매달 45만-50만원씩 썼지만 최근 모 통신사의 12만원대 무제한 요금제로 전환, 통화비를 절감중이라고 밝혔다.)

박 기자 : 최근 자동차 경주 F1의 황제 슈마허가 ‘최고일 때 떠난다’면서 은퇴를 선언해 화제인데요. 은퇴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놓고 있습니까.(잠시 조용해 진 후)

김 과장 : 35살이었던 지난해 ‘10년 플랜’을 짜놓았습니다. 45세에 은퇴할 계획입니다. 취미가 잠수라고 했는데요. 남해에 무인도를 사서 리조트를 운영하며 살 겁니다. 지금 고객들을 초청해야죠.

이 지배인 : 저도 45세로 잡고 있습니다. 호텔을 직접 경영해보고 싶습니다. 호텔이 안 된다면 멋진 레스토랑이라도….

이 호스트 : 사실 초짜 쇼핑호스트 때엔 외워서 전달하기도 많이 했어요. 하면 할수록 제가 소비자들에게 주는 정보의 양도, 질도 개선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와서 더 욕심이 생깁니다. 시점까지 정해놓진 않았지만 나이 오십까지는 하고 싶습니다.

김 팀장 : 저도 10년쯤 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권 LP : 사실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말하면 ‘오버’인가요. 인센티브 여행으로 외국 프로들을 만나보면 대를 잇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저도 5살짜리 꼬마가 있는데 아이가 원한다면 부자(#LP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진 않습니다.

박 기자 : 마지막으로 각 업계 판매왕에 오르기까지 ‘나만의 영업 좌우명’이 있을 텐데요.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지배인
: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찾아옵니다. 그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죠. 저는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고 말하고 싶습니다. 세일즈에 ‘매직’은 없다고 봅니다. 길게 보면 재능보다는 혼신을 다하는 노력이 결국엔 승리하죠.

김 팀장 : 세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첫째 일에 대한 열정, 둘째 10년 뒤 고객 재무 상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임감, 셋째 신뢰입니다. 상품은 그 다음입니다.

권 LP : 푸드덴셜 슬로건이기도 한데요. ‘가족사랑’, ‘인간사랑’입니다. 고객을 진심으로 가족처럼 대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 호스트 : ‘고객처럼’이 제 신조입니다. 왜 저 상품이 안 팔릴까를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죠.

김 과장 : 자동차 판매 10년 하면서 한 번도 ‘이달엔 몇 대 팔아야하는데’라는 목표치를 신경써본 적이 없습니다. 농부의 마음으로 씨를 많이 뿌리면 열매도 많이 거둘 것이란 자연의 법칙을 믿습니다.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 최고의 영업맨’이라고 믿습니다.

좌담회가 끝난 시간은 4시10분. 그들은 모두 시계를 보며 다음 약속 장소로 바로 떠났다.

 

상식 깨는 ‘판매왕’ 5계명

세일즈영업 비결을 뒤집어보자, 더 쉽게 노하우를 발견할 수 있다

01 | 영업 목표치를 두지 말라

자동차 판매왕인 김경하 현대자동차 과장은 “처음부터 영업 목표치에 신경써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말한다. ‘한 달에 몇 대 팔겠다’는 생각은 아예 접었다. 실적 달성 시 챙기는 보조금 맛에 길들여지지 않기 위해서다. 소위 ‘밀어내기식’ 영업에 나섰다가 고객에게 부담이라도 주는 날에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생각이 강하다. 영업직 스트레스의 근원인 ‘초치기’를 안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02 | ‘자주 찾아오겠다’고 말하지 말라

호텔 객실 판매왕인 이석형 조선호텔 지배인은 영업을 할 때 ‘자주 뵙겠습니다’는 인사치레를 하지 않는다. 영업직이 고객을 자주 안보겠다는 말은 얼핏 난센스처럼 들린다. 그러나 속뜻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씩 되는 관리 고객 모두를 ‘자주 찾겠다’는 말은 공공연한 거짓말이 되기 일쑤다. 대신 그는 ‘언제든 불러 달라’는 말을 꼭 남긴다.

03 | 소비의 달인이 되라

이진아 GS홈쇼핑 쇼핑호스트는 방송을 진행하면서 상품을 파는 전문직이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많이 써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입장으로 돌아가야 고객들 입맛에 맞는 객관적인 상품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품은 이런 점은 좋은데, 저런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행자의 ‘객관적’ 발언에 소비자들은 불신감을 가질까, 아니면 신뢰감이 높아질까.

04 | 상품 설명이 가장 나중이다

김교란 국민은행 VIP팀장은 “상품 얘기를 가장 나중에 꺼낸다”고 말한다. 초짜 영업맨들이 고객을 만나 “우리 제품은…”으로 시작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소비자들은 일단 제품보다는 그 사람(영업맨)을 먼저 보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돈 많은 고객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는 게 정설이다. 그는 신뢰가 쌓인 뒤 상품 얘기를 꺼내야 효과가 높다고 믿는다. 어떤 보험맨은 고객과 첫 대면 시 아예 명함을 꺼내놓지 않고 ‘친구’가 된 뒤에야 얘기를 꺼내 보험왕에 올랐다는 사례도 일맥상통한다.

05 | 접대를 하지 말라

푸르덴셜생명의 보험 1인자 권효곤 LP는 술을 잘 못한다. 때문에 접대도 없다. 과거 영업직 하면 떠오르는 게 술 접대였고 손금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요즘 판매왕들은 당당하다. 권 LP는 오히려 “저자세는 영업의 적”이라고 생각한다. ‘예스, 노우’가 분명한 영업맨에게 고객은 더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경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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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기역으로 풀어본 5인의 성공인자

① ‘깡’형 : 김경하 현대자동차 과장

그는 엄밀히 말하면 고졸이다. 현재 부천대(야간) 2학년 재학생이다. 그런 그가 연봉 1억9000만원을 받고 있다. 성공 요인을 꼽자면 ‘깡’이다. 자동차 영업에 입문한 1997년 말 그는 당시 월급보다 많은 300만원을 고객(과수원집 사장)을 위해 한방에 썼다. 사과 150상자를 사서 가망 고객에게 썼다. 그 일화로 그는 수많은 고객을 건졌다.

② ‘끼’형 : 이진아 GS홈쇼핑 과장

숙명여대 성악과 출신인 그는 처음부터 전공을 살리지 않았다. 첫 번째 직업은 프리랜서 리포터. 방송 쪽 재능을 살리기 위해서다. 1997년 GS홈쇼핑 쇼핑호스트로 취업, 전문성을 키웠다. 현재 토요일 오전 ‘똑소리 살림법’ 진행자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평소 출퇴근 때도 만원버스에 탄 상황을 설정, 속으로 그 상황을 가상의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연습을 한다. 

③ ‘꼴’형 : 김교란 국민은행 팀장

꼴은 모양새를 나타낸다. 성공하는 사람의 모양새 중 가장 확연한 특징은 신뢰감을 주는 외모와 언행이다. 단기간 성과보다는 대기만성형 성공 형태가 많다. 입행 23년차인 지난해 500억원대 계약 실적으로 국은인상을 수상한 김팀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평소에도 처음 만나는 고객이면 3번 정도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조율 후 신규 가입을 권한다.

④ ‘끈’형 : 권효곤 푸르덴셜 LP

끈은 인맥이다. 아는 사람이 많은 것은 영업직에겐 복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게 ‘꿰는 기술’이다. 공군 대위 출신인 그가 2000년 업계 데뷔 때 인맥은 공사 선후배가 전부였다. 여기서 실마리를 풀었다. 현재는 소개 마케팅 귀재로 불리며 푸르덴셜 내 보유 고객수(1500명) 최다로 3년 연속 판매왕에 올랐다.

⑤ ‘꾀’형 : 이석형 조선호텔 지배인

꾀는 지혜다. 33세 나이에 3년 연속 신규 계약 1위를 차지한 그는 머리를 잘 쓴다. 요즘 같은 불황 때면 200여 고객사의 매출 상황을 면밀히 체크한다. 고객사의 자금 사정에 밝아야 계약 성사율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이를 ‘스멜링 마케팅’이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