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출간된 간부론이나 리더십 관련 서적에 자주 등장하는 분류법이다. 모든 리더를 똑똑한 리더와 멍청한 리더, 그리고 부지런한 리더와 게으른 리더로 나눈 다음 서로 조합하여 네 가지 유형을 만들어낸다. 물론 리더십이라 하여 ‘장’자 붙는 사람만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서가 사장을 리드할 수 있고 자식이 부모를 리드할 수도 있다. 무릇 대인관계에 성공하기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가장 절실한 노하우라 생각하면 되는데 어쨌거나  각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똑부

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 이론에 능통하고 실무에도 밝다. 하지만 이런 유형은 업무에 대한 간섭이 심할 뿐 아니라 자기의 판단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부하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여지를 별로 남겨주지 않는다. ‘내 사전에 위임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신조다. 당연히 인기가 없다.

여기 해당하는 부류가 도둑 그리고 그 유사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 세상에 하고 많은 직업이 있지만 도둑만큼 머리 많이 쓰고 부지런해야 하는 직업도 드물다. 도둑에게도 삼강오륜이 있단다. 우선 지식(지혜)이 필요하다. 과연 어느 집이 돈이 많을까, 언제 털어야 하나 선택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용기도 필요하다. 한밤중 철조망을 올라타고 남의 집 담 넘기, 그리곤 개와 마주치기 등 보통 담력으론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이 일이다. 희생정신이 필요하다. 만약 잡히면 끝까지 단독범행이라고 우겨 동료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가상하다. 무엇보다 근면성이 필수적이다. 남 다 잘 때 일어나 작업에 들어가니 얼마나 부지런한가. 이렇게 똑똑하고 부지런한 직업이 바로 도둑인데 그 벌이는 어떨까? 예전에 기자가 희대의 도둑에게 물었다.

“수입은 얼마나 됩니까?”

그러자 그 도둑 한참 헤아리더니

“월급쟁이보단 좀 낫지요.”

안 걸렸을 때를 가정하면 월급쟁이보다 나을 수도 있겠지만 감옥에 갈 때, 도망 다닐 때를 빼면 막노동하는 것보다 오히려 수입이 적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일하는 것 보면 참 미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똑똑한 머리, 부지런한 손발을 엉뚱한 곳에 쓰는 것이 불쌍할 뿐이다.

똑똑하고 부지런해서 망한 사람들이 또 있다. 며칠 전 클린턴이 회갑을 맞이해서 축하를 받고 있다는 뉴스를 읽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 클린턴에 대한 조크. 클린턴과 로마 교황이 장시간에 걸친 정상회담 끝에 성명 발표를 했다. 클린턴이 먼저 말했다.

“교황과 저는 80%의 합의를 보았고, 회담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교황은 낙심한 얼굴로 단상에 올라서서 말했다.

“미 대통령과의 회담은 실패했습니다. 유감스럽습니다.”

한 기자가 물었다.

“교황님, 클린턴 대통령은 80% 성공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러자 교황이 대답했다.

“저는 미 대통령에게 ‘십계명’을 지키라는 내용의 회담을 했습니다.”

미국 대통령 역사상 클린턴만큼 똑똑한 대통령은 드물다. 많은 위대한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근대 이후 미국의 경제를 엄청나게 살려서 세계 경제까지 호황으로 리드한 그의 업적은 실로 탁월하다. 물론 그의 탁월성의 근저에는 현재 막강 대선후보인 힐러리의 내조가 큰 공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가 탁월한 대통령이라는 점 하나는 부인할 수 없다.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 아니던가? 현 대통령 부시와 비교하면 경제리더십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렇다고 매일 서류만 만지는 스타일도 아니다. 예술, 문화 분야에도 그의 부지런함과 탁월성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현직 대통령이 색소폰을 불어대면 누구라도 그 분위기에 감복되고 이윽고 대통령의 사람이 된다.

그러나 이렇게 완벽한 그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었으니 업무 시간은 물론이려니와 업무 시간 이외에도 너무 부지런했다는 것이 문제다. 뿐이랴 상체 하체 공히 부지런한 클린턴 그러나 그로 인해 세상이 다 아는 망신을 당했으니 그야말로 공든 탑이 무너진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해 힐러리가 더욱 유명해졌고 잘하면 대통령의 남편으로 다시 한 번 정계의 스타가 될지도 모른다. 부지런한 것은 좋으나 너무 과도하게 부지런 떤 것이 패가망신을 불러올 수도 있으니 현대인들이 귀감을 삼을 일이다. 남의 나라 정치인만 흉볼 일도 아니다. 다른 나라 정치인들이 서로 모여 안보 이야기 하고 경제 이야기할 때 우린 은밀히 바다이야기만 하고 있었으니.

 똑게

똑똑하긴 하지만 게으른 리더. 전문적인 지식이 풍부하고 업무파악도 정확한 편이나 게을러서 주요 업무를 부하들에게 모두 떠넘긴다. 부하의 입장에서 볼 때 일이 많고 귀찮기는 하나 이런 리더 밑에서 일하면 성장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다. 신세대 사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유형이다.

외신을 타고 미국 등 구미 지도자들의 망중한이 흘러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생각하길 미국 대통령은 참 할 일도 없나보구나 여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일주일 단위로 무슨 목장에 있네, 낚시하고 있네 하는 말들을 들으면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하는 사람이 저래도 되나 의아한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후진국 지도자일수록 엄청 바쁜 것으로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국민을 위해 노심초사, 애절하고  간절하게 봉사하는 것 같지만 그 내막을 알고 보면 기실은 그 바쁨으로 자기 욕심만 차리는 졸장부들인 경우가 많다. 우리 역대 대통령 스케줄도 엄청 바빴다고 한다. 여기서 이 말 저기서 저 말, 이 참견 저 참견 하루해가 다 간다. 밤사이 그 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다음 날 그 말에 대한 변명, 해석, 취소하다 보면 또 하루해가 다 간 게 우리의 현실이었는데….

그러니 우리도 이젠 대통령의 망중한을 나쁘게만 보는 후진국형 국민 수준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젊어도 50대요 보통 60~ 70대에 업무를 수행하는 데 노인의 체력 한계 이상으로 일을 강요하다보면 병이 나거나 국민에게 거짓말하는 위선자가 되기 십상이다. 조금 게으른 것 같은 지도자가 오히려 국민을 위해 더 큰 봉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원칙은 회사의 CEO, 집안의 가장, 프로 야구팀의 감독은 물론 어느 계층 리더에게나 통용되는 것이다.

 멍부

정치인들이 탄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했다. 기자들이 의사에게 묻는다.

“대통령은?”

“가망 없습니다.”

“총리나 장관은?”

“가망 없습니다.”

“여당, 야당 대표는?”

“가망 없습니다.”

“그럼 누가 살 수 있나요?”

“나라는 살아나겠습니다.”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리더. 부하들이 제일 싫어하고 기피하는 유형이다. 업무에 대해 아는 건 하나도 없으면서 부지런만 떨기 때문에 걸핏하면 쓸데없는 일만 벌인다. 그 일이 쓸데없다고 판명나면 즉시 또 다른 불필요한 일을 시작한다. 이런 사람의 밑에 있으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더라도 도무지 성과나 보람이 없다. 체질적으로 부지런해서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노래방에 가면 자기 노래 다 하고도 모자라 남이 노래할 때 기어이 마이크 잡고 더 크게 불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축구할 때 패스는 안 하고 혼자 드리블하고 혼자 슛하고 원맨쇼를 해서 경기를 망치는 사람들도 꼭 있다. 이런 사람은 동네 축구에서는 모르지만 국가 대표급에선 찬밥 신세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남을 존중하고 남을 믿어줘야 한다. 이런 유의 사람들은 부하를 믿지 않는다. 옛 말에도 ‘장수는 자신을 알아주는 군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도무지 사람을 믿지 못하고 모든 것을 일일이 감 놔라 배 놔라 시시콜콜 참견하는 상사들은 명심해야한다. 부하의 업무까지 손을 대면 부하는 일하는 시늉만 하지, 진정 할 일은 안 한다는 것을.

 멍게

멍청하고 게으른 무사안일의 표본. 아는 것도 없고 일도 안 한다. 부하들의 입장에서는 몸 편하고 마음 편한 유형이다. 가끔 시키는 일이 있으면 적당히 시늉만 낸 다음 전문용어를 써서 둘러대면 그만이고, 그나마 지시사항이 없을 때는 그냥 시간만 때우면 된다. 하지만 이런 사람 밑에서 일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똑같은 멍게로 변하기 쉽다.

이상 유형을 종합해 볼 때 가정에서 나랏일까지 무엇보다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선 리더십이 필요하다. CEO는 임원에게 위임하고, 임원은 팀장에게, 팀장은 팀원에게, 가장은 주부에게, 주부는 자식들에게 믿고 위임을 해 줄 수 있는 똑게형 리더십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