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이 집인 템피아 김용민 대표는 주말부부로 산다. 냉난방기 성수기인 요즘엔 더 바빠졌다. 지난 11월16일 오전, 충남 천안에 있는 템피아 본사를 방문했을 때도 그는 ‘회의 중’이었다.
인터뷰 테이블에 앉자마자 꺼내 놓은 첫마디가 걸작이다. “우리 회사 250여 임직원은 모두 애국자입니다.”
이 회사가 만든 냉난방기가 고유가시대에 에너지 효율화로 절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대표 집무실에 있는 화이트보드 앞으로 나가 펜을 잡았다.
“템피아의 냉난방기는 전기 1kw를 사용해 3~6kw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화석연료를 썼을 때보다 약 77% 이상 에너지를 절감하므로 난방비를 줄일 수 있는 셈입니다.”
그는 “겨울 한철 난방에 쓰는 에너지만 매년 6조6000억원에 이른다”며 목소리 톤을 높였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국내에 보급된 냉난방기를 템피아 시스템으로 바꾸면 5조원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강의’는 이어졌다.
노동운동가서 냉난방기 전도사로 변신
“석유나 가스 등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그 덕분에 청정공기를 실현해 친환경상품이라는 점은 덤이죠.”
한마디로 템피아의 냉난방기가 에너지 절약과 환경오염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그 비결을 “공기를 에너지로 쓰는 일명 ‘공기 과학’의 힘”이라고 들려줬다. 실제 이 회사 1층엔 관련 특허를 비롯, 50여 개의 각종 상패가 전시돼 있다. 2002년 특허청 주관의 우수특허 대상, 2003년 대한민국 기술대전 대상, 2005년 제40회 발명의 날 대통령산업포장, 올해 8월 벤처기업 우수대상 등이 주요 성과물들이다.
그가 강조한 공기 과학이란 기름, 석탄 등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헤어드라이어처럼 전기 열선으로 온도를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공기 자체를 이용해 열펌프로 온도를 조절하는 기술. 즉 공기 중에 숨어 있는 잠열(潛熱)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10여 분간 이어진 ‘기술 강의’는 기자가 “엔지니어 출신이냐”고 묻자 일단 멈췄다. 그는 원광대 법대 출신이다. 특히 이력을 보면 제조업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보증보험 공채 1기 출신이다. 특히 26세 나이였던 1990년부터 1998년까지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그런 그가 템피아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01년 창업자인 왕화식(44) 회장을 만나면서부터다. 2000년 서울보증보험(한국보증보험과 대한보증보험이 합병한 새 회사명) 퇴사 후 광고 기획사인 ‘다인디지털웍스’ 사장으로 근무했을 때였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만나 첫 눈에 서로를 알아봤다”고 말했다. 당시 3일 밤낮을 충북 음성공장서 먹고 자며 왕 회장과 의기투합했다는 것. 그때 ‘템피아 3형제’로 통하는 김남우(41) 영업이사도 합류했다.
김 대표는 템피아 3형제를 삼발이에 비유했다. “사람인자(人)처럼 생긴 삼발이는 둘만 있어 쓰러지죠. 셋이 똘똘 뭉쳐 지금의 템피아를 만들어 왔습니다.”
템피아는 창업자 왕화식 회장이 1998년 국내 최초로 6단계 히트펌프 시스템을 개발, 2000년 제품을 출시한 창업 7년차 회사. 김용민 대표는 2001년 당시 기획본부장으로 입사, 지난해 6월 CEO로 취임했다. 역할 분담은 왕 회장이 제품 개발, 김 대표가 전반적 경영을 맡는 체제다.
현재 템피아는 김 대표가 강조한 ‘에너지 효율성’을 발판으로 연간 3만여 대씩 팔리고 있다. 순수한 히트펌프 시스템을 구현한 냉난방기 시장에선 1위라는 게 김 대표 주장이다. 무엇보다 템피아 냉난방기는 ‘틈새 상품’이 아닌 ‘신규 시장’으로 블루오션이라는 게 그가 몇 번씩 강조한 말이다. 현재 화석연료를 써온 냉난방기가 공기를 연료로 한 열펌프시장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게 김 대표가 보는 ‘미래’인 셈이다.
내년엔 중동 수출 계기로 1000억원 매출 목표
그는 “최근엔 LG, 삼성, 대우, 귀뚜라미 보일러 등 경쟁사들도 공기를 연료로 쓴 제품을 선보였지만 에너지 효율성 면에선 비교가 안 된다”고 말한다. 경쟁사에 비해 10~30%가량 비싼 가격을 덮고도 남을 만큼 에너지 효율성 면에서 앞서 있다는 설명. 특히 “내년엔 ‘템피아’ 브랜드로 해외 수출에 나서 세계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한 대목에선 그의 눈빛이 빛났다.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인터내셔널트레이딩사가 보유하고 있는 중동지역 180여 개 매장을 통해 템피아 제품을 전시 판매키로 한 MOU가 내년부터 판매 실적으로 잡힐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터내셔널트레이딩은 1950년부터 사우디 내 가전 유통업을 시작한 회사로 ‘루나크리스탈’이라는 상표로 사우디는 물론 중동과 유럽 등에 유통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중동 수출을 계기로 내년엔 1000억원 매출액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템피아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500억원. 이 가운데 순이익은 매출액 대비 10%가량. 내년 엔 수출에서 300억원, 내수에서 700억원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특히 해외 수출 시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과 ODM(자체 개발) 방식으로 TV, 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가전과 소형가전, 노트북과 휴대폰 등 통신 가전까지 선보여 ‘종합 가전사’로 변신한다는 계획이다.
노동운동가 출신 벤처기업 CEO인 그가 가장 존경하는 역사 인물은 몽고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 그래서 그는 요즘 해외 수출을 계기로 “세계를 누비는 냉난방기 업계의 칭기즈칸이 되자”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고1 때부터 평전을 비롯, 칭기즈칸 관련 책 20여 권을 샅샅이 뒤졌다는 김 대표의 집무실 책장엔 지금도 <유라시아 유목 제국사>가 꽂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