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표면의 약 70%를 덮은 물은 13.9억 톤. 이 가운데 약 97%는 바닷물이고 나머지 3%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물(담수)이다. 육지 물은 대부분 빙산과 빙하로 돼 있거나 지하수다.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은 지구 전체 물의 0.03%도 안 된다.
유엔 세계물위원회(World Water Council)는 2025년이면 세계 인구 3명 중 1명꼴인 약 27억 명이 물 기근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1995년 유엔으로부터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됐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재생 가능 수자원 량은 1491㎥로 전체 180개국 중 146위에 불과하다. UN은 1000㎥ 미만을 물 기근 국가, 1700㎥ 미만은 물 부족 국가, 1700㎥ 이상은 물 풍요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서 ‘물 부족’이라는 것은 ‘물 밀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내리는 비에 비해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362ℓ로 독일(132ℓ), 프랑스(281ℓ)보다 월등히 많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이미 2001년부터 지역적 물 부족이 시작됐으며, 2011년에는 물 부족 지역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과학기술부 산하 21세기 프론티어 개발사업단의 김승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 기술개발사업단장은 “이제 물 자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물 부족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5년 1600조 시장으로 폭발적 성장
물산업이 20세기의 석유산업과 같은 21세기 최대의 성장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지 오래다. 세계은행은 21세기에 물산업이 수천조원 규모의 산업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이 세계경제를 뒤흔들었다면 이제는 ‘물 파동(water shock)’이 세계경제를 흔들지 모를 일이다. 석유 대신 물이 자원 분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물이 귀해지면서 막대한 물 이권에 눈독 들인 기업은 물 자원을 장악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다국적기업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미국 GE가 수자원 관련 기업 4곳을 인수했다. 독일의 지멘스는 7개의 수자원 관련 기업을 인수했으며, 이스라엘의 수처리업체인 메케르토와 공동으로 정수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다우케미칼도 중국의 수자원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21세기 황금 산업으로 불리는 물 분야에 앞 다퉈 뛰어들었다.
영국의 물 분야 전문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2004년 세계 물산업 규모는 5400억달러로 추정되며, 연평균 5.5%씩 성장해 2015년이면 1597조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이러한 물산업의 성장은 상하수도 서비스와 산업체의 수 처리 부문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2억 명이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24억 명이 하수 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에 있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는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을 고려할 때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이른바 BRICs국가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열악한 개발도상국들의 물 사정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2002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18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영옥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이제 사람들은 ‘보통 물’보다는 ‘좋은 물’을 원하는 게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앞으로 물과 관련한 산업은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국적기업 물시장 장악
세계 물시장이 형성된 것은 전문기업들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대신해 상하수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다. 1990년대 이후 물 분야 전문기업이 잇따라 등장했으며, 1988년부터 2005년까지 연 평균 29.7%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2005년 현재 세계 10대 물기업은 서비스 인구 기준으로 세계 물시장의 81.5%를 점유하고 있다. 이중에서 세계 1, 2위의 지위를 구축한 프랑스의 베올리아와 수에즈는 전 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의 서비스 인구를 확보해 연간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세계 10위권 물기업 중 5위인 브라질의 사베습을 제외하면 모두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국적 물기업이다.
전문기업들의 물시장 참여가 확대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브라질의 사베습과 이탈리아의 아체아 등 공기업 형태를 한 물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특히 중국 기업이 10위권 안에 들어서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 2위 기업인 수에즈와 프랑스 가스회사인 GDF가 합병을 발표함에 따라 올해 새롭게 탄생할 거대 신규 기업이 향후 물시장에 가져다 줄 변화에 물기업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산업 규모에 있어서는 세계 1, 2위이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사업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세계 10위권 물기업을 단 하나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물 전문기업이 상하수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규모는 2005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5%인 5억6260만 명에 달한다. 2015년에는 세계 인구의 15%인 10억8500만 명이 전문 물기업들에 의해 상하수도 서비스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이는 2005년에 비해 세계 물시장의 규모가 2배 가까이 확대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처럼 상하수도 서비스에 전문기업의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공공재인 상하수도 서비스에도 전문적인 경영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각종 규제의 발달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서비스를 하지 않더라도 서비스의 공공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문기업의 물시장 참여는 WTO의 서비스 시장 개방, 상하수도 서비스의 국제표준 도입, FTA 체결 등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물시장의 개방은 ‘시기상의 문제’라는 것이 대세다. 주요 국가들이 상하수도 서비스를 환경 서비스에 포함해 DDA(도하 개발 어젠다) 협상을 진행 중이며, 민간의 참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시장개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들이 물시장을 개방한 상태다. 그동안 수도사업은 공익성을 내세워 대부분 국가에서 공공 부문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의 시장개방 추세 속에 다국적기업이 세계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정은채 수자원공사 수자원정책경제연구소 과장은 “이미 다국적 물기업들이 해외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물시장이 개방되면 우리나라의 수돗물도 외국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물산업의 민영화 추세는 아르헨티나, 필리핀, 칠레 등 개도국은 물론 프랑스, 미국, 독일까지 확산되고 있다.
수돗물도 외국 기업 장악 우려

외국의 물시장 개방은 중국 상하이가 대표적이다. 먹는 물이 부족하고 품질이 떨어지던 상하이 시정부는 50년간 독점적으로 관리하던 상하수도 시스템을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민영화했다. 늘어나는 인구와 샘물시장이 확대되면서 상하수도 시설 개선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게 되자 수에즈와 베올리아, 테임즈워터 등 다국적 물기업의 투자 유치를 성사시켰다.
영국은 90% 정도가 민간 기업에 의해 수도가 공급되고 있다. 프랑스는 76%, 스페인·이탈리아 등의 국가는 40~45% 정도를 민간 기업이 수돗물을 공급한다.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은 10개 유역 단위로 완전히 민영화 됐다. 칠레는 영국식 완전 민영화를 통해 91%의 수돗물이 민간 기업에 의해 운영된다.
우리나라도 시장개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만약 우리나라 물시장이 개방되면 어떤 영향을 받을까. 물시장 개방으로 다국적기업이 우리 수도꼭지를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물시장이 개방되면, 매일 씻고 마시는 수돗물 공급 사업에 다국적기업들이 뛰어든다. 그렇게 되면 다국적기업이 순식간에 우리의 수돗물을 장악하고, 아시아 물시장도 한꺼번에 다국적기업에 잠식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다국적기업이 국내 물시장에 진출하면 그동안 수돗물 공급을 주도해왔던 공공기관의 시스템을 전면 교체해야 돼 혼란이 예상된다. 수돗물의 상업화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모든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수돗물을 민간 위탁할 경우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올해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상·하수도 서비스에 대한 국제표준이 제정될 경우 다국적기업의 설비와 서비스의 기준이 국제표준으로 정해지면 국내 기업과 지자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경쟁력은 상당 부분 타격을 입게 될 지도 모른다.
민영화가 치러야할 가장 큰 대가는 수도 요금 인상이다. 상수도 민영화는 수도 요금과도 직결된다. 1990년대 프랑스 수도 요금은 150% 올랐다. 하지만 수질은 오히려 나빠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도 국민은 소득의 25%를 물 값으로 치르고 있다. 필리핀의 시빅만(Sibic Bay)에서 바이워터는 수도 요금을 400%나 올렸다. 영국에서는 물 요금이 450%나 올랐고 물을 공급하는 기업의 이익은 692%로 급증했지만 물 공급이 중단된 비율은 50% 늘었다.
반면 서울 수돗물은 지난 5년간 요금이 동결됐다. 수도 민영화는 대부분 물 값 인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한 달에 1만~2만원이면 원 없이 물을 펑펑 쓰는 시대도 얼마가지 않아 끝날지 모른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물기업의 상수도사업 참여로 물이 깨끗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물 값도 당연히 오를 것”이라며 “민영화가 진행된 영국이나 프랑스의 물 값만큼 오른다면 현재보다 2~3배는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돗물에 대한 민영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월2일 물산업 육성관련 정책토론회에는 시민단체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반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민단체 측은 수도 분야에서 민간의 참여를 높인다는 민영화는 곧 사유화의 미명일 뿐이라며 거대 자본이 공공 부문을 전유해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결책은 사유화가 아니라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외국계 기업을 비롯한 민간 기업이 상·하수도 사업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첨단 기술과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외국계 물기업이 한국의 상수도사업을 노리고 국내에 진출해 있다.

2003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물시장 규모는 10조9000억원. 상수도 5조1400억원, 하수도 4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국내 물시장에 다국적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 진출해 있는 대표적인 외국계 물기업은 베올리아와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Ondeo)’. 세계 물기업 중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기업은 세계 물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이미 한국의 하수처리 부문과 공업용수 분야에 진출해 있다.
1853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베올리아는 2005년 매출액 98억500만유로로 세계 물기업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전 세계적으로 1억2000만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올리아는 2000년 현대석유화학 대산공장과 하이닉스 이천공장의 공업용수 시설에 대해 20년간 장기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베올리아가 이 두 곳에서 올리는 매출은 2004년 1852억원에 달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던 하수처리사업 분야에도 진출해 2002년 인천 송도·만수 하수처리 시설사업, 인천 검단 하수처리시설사업에 참여했다. 베올리아는 국내 하수도 운영관리 전문 업체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 물기업인 수에즈 역시 2005년 매출액 69억8600만유로로 물사업 분야에서 13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1970년대 한국에 진출한 수에즈의 자회사 온데오는 주로 주요 상하수도 시설 설계에 참여했다. 서울시 시설의 20%, 부산시 시설의 80%가 이 회사가 설계한 것이다. 2001년 한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기도 양주군 신천·장흥·곡릉 하수처리장 건설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다국적기업의 최종 목표는 상수도시장이다. 상수도시장에 대한 진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하수와 달리 상수도에는 진출이 만만치 않다. ‘수돗물만은 외국 기업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의식 때문이다.
베올리아가 지난 2001년 마산시 유수율 제고사업(수도관 누수를 줄이는 개선사업)을 추진하다 지역 시민단체와 공무원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물시장 개방이 대세로 들어선 이상 이러한 다국적기업들은 유수율 개선사업이나 상수도 운영사업을 넘어 수돗물을 직접 공급하는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물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체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광역 상수도망을 확보하지 못한 광역도의 시·군에서는 물시장 개방 시 외국 기업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물기업에 비해 국내 물 공급 기관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167개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 상수도와 관련해 진 빚은 1조9017억원에 달한다. 정관조 서울시 상수도연구소 연구사는 “수돗물에 대한 자체 경쟁력을 높여 일반 국민들이 사용하는 수도를 다국적기업에게 넘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생수·정수기시장 급성장
생수와 정수기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먹는 샘물’이란 형태로 플라스틱 병에 담아 유통하는 생수는 지난 수 년 사이 슈퍼마켓 진열대를 당당히 차지했다.
전 세계 병입수(병에 생수를 넣어 파는)시장은 스위스의 네슬레, 프랑스의 다농, 넵툰 등 3대 메이저 기업이 과점하고 있다. 네슬레는 전 세계 33개국 109개 공장에서 77개 브랜드의 병입수를 생산해 130여 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2004년 매출액은 7조4000억원.
다농은 1969년 에비앙(Evian), 1990년대 초 볼빅(Volvoic)을 인수했으며, 2004년 병입수사업에서 4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생수시장도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연간 20~30% 고성장을 거듭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먹는 샘물 브랜드만 100여 개, 제조업체로 치면 80개에 이른다. 시장 규모는 2003년 1903억원이던 먹는 샘물시장은 2004년에는 2215억원, 2005년 3230억원 시장을 형성했다. 지난해에는 3500억원 가까이 성장했다. 양으로 따지면 262만 톤의 먹는 샘물이 팔린 것이다.
브랜드는 다양하지만 이 중 진로 석수, 하이트 퓨리스, 농심 제주 삼다수, 롯데칠성 아이시스, 동원샘물, 풀무원샘물, 해태 평창샘물 등 7개사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먹는 샘물시장 중 2100억원 규모의 페트병시장에서는 농심이 판매하고 있는 ‘제주 삼다수(제주도지방개발공사 생산)`가 1위를 달리고 있고 롯데칠성과 해태음료, 진로 석수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그리 높지 않아 시장점유율은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
‘제주삼다수’는 한라산 청정지역에 내리는 빗물이 화산현무암층을 통과하는 동안 각종 유익한 미네랄 성분이 용해되면서 만들어져 물맛이 아주 부드럽고 깨끗한 약알칼리수다.
석수와 퓨리스는 충북 청원군 소백산맥 지하 200m의 천연 지하 암반수로 페트병 및 대형통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소비자 편익을 위해 암반수 마크에 온도계를 도입하는 등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 전략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동원F&B의 샘물은 전국의 명산에서 뽑아 올린 먹는 샘물로 이상적인 경도를 유지, 뛰어난 물맛으로 대형통 비중이 크다.
최근에는 먹는 샘물도 프리미엄급 고기능성 제품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프리미엄급 먹는 샘물시장에서 처음 대히트를 쳤던 것이 일명 ‘해양심층수’다. 고급·기능성 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500㎖ 1병에 5000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마린워터(일본산)’ 등의 수입 해양심층수의 인기가 높다.
일본 등은 무균·비오염 등 청정성과 표층수의 최고 50배에 달하는 부영양성, 최소 100년 이상의 청정성 등의 특성 때문에 10여 년 전부터 개발에 나섰다. 일본의 경우 시장 규모가 연간 2조5000억원에 이를 정도. 현재 국내 시장 규모는 2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심층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동해안 해양심층수를 놓고 경상북도와 강원도 등 지자체간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해양심층수 사업의 선점지는 강원도. 정부는 강원도 고성 지역을 해양심층수 R&D 시범사업지구로 정해놓고 있다. 이 지역은 육지에서 바다로 300~400m만 취수관을 묻으면 지하 200m 이상 지점에서 심층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해저지형을 갖고 있어 비용면에서 유리하다.
경북도는 울릉군, 영덕군과 함께 1560억원을 투입해 해양심층수를 세계적인 차세대 청정무공해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울릉도를 세계적인 해양심층수 생산기지로 활용할 경우 경제성이 높고 원수(原水) 질에서 어떤 지역보다 상품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먹는 샘물시장의 외형은 크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취약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70개 이상이 난립해 있으며, 대기업의 경우 OEM생산 비율이 높다. 또 수출입 규모도 22억~26억원대로 크지 않은 편이다.
2000년부터 국내에 수입된 생수는 국내산에 비해 고가지만 매년 20% 정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별로는 에비앙, 볼빅, 페리에 등 프랑스 생수가 전체 생수 수입 중 89%로 압도적이다. 수입 가격은 미국과 영국에서 수입하는 생수가 가장 비싸며 일본, 캐나다, 프랑스 순이다.
먹는 샘물은 대개 지하 200m 이상 암반층에서 물을 뽑아 올려 먹기에 적합하도록 제조한 물이다. 따라서 어느 지층을 통과했느냐에 따라 성분이나 물맛이 다소 달라질 수 있다. 브랜드 간 수질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국내 정수기시장은 1조원을 넘어섰다. 정수기 제조·판매업체 수는 244개에 달한다. 현재 업계 1위는 57.9%를 점유하고 있는 웅진코웨이. 2002년 말 상장기업 중 종업원 1000명 이하에서 1000명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 중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유일한 회사다. 매출의 50%가 정수기에서 나온다. 웅진코웨이는 제품을 팔지 않고 대여한다. 1만1000명에 이르는 ‘코디(코웨이 레이디)’로 불리는 서비스 전문가들이 두 달에 한 번씩 제품 관리나 필터 교체 등을 무상으로 실시한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렌탈 마케팅’이 7년간 10배 넘는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기반. 렌탈 회원은 지난해 말 410만 명에 이르렀다.
업계 2위인 청호나이스도 웅진코웨이와의 경쟁에서 밀리자 2000년 렌탈 서비스 제도를 도입해 현재 2500여 명의 전문 관리요원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린나이코리아, 노비타, 청풍 등이 신규로 시장에 진입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수기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미네랄’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 이는 국내 정수 방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역삼투압방식이 물속의 미네랄을 모두 제거하는 반면, 미네랄을 통과시키는 정수 방식인 중공사막여과방식은 물속에 녹아있는 염소를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로서는 제품을 선택할 때 헷갈리는 대목이지만 한국환경연구소 등에서 냄새, 맛, 색도, 탁도, 일반 세균 등의 검사를 통과하면 정수기로서 아무런 문제는 없다고 보고 있다.
백영만 한국환경수도연구소 이사는 “정수기는 먹는 수돗물을 보다 좋은 수질의 먹는 물로 만드는 기구일 뿐”이라며 “소비자가 제품별로 각각의 정수 특성을 판단해 정수기를 올바르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수기업체들은 국내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중국, 일본, 태국에 이어 네 번째 해외법인이다. 웅진코웨이는 말레이시아가 생수 음용 비율이 45%에 이를 정도로 수질이 좋지 않아 정수기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정수기 사용자의 60% 이상이 방문 판매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여, 렌탈 서비스가 활성화 돼 있어 이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웅진코웨이가 공략하기 적합한 시장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미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해외사업 부문에서 4100만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중국 광동에서 광동 메이디(Media)그룹과 정수기 및 필터 생산·판매에 대한 합자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청호나이스는 국내 정수기업체로는 최초로 정수 기술 이전에 따른 로열티를 연간 150억원 이상 받게 된다. 청호나이스는 내년 3월부터 중국 현지 공장에서 역삼투압 정수기와 정수 필터를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 “세계 물시장을 잡아라”
2015년 세계 물시장이 1600조원대로 전망되고, 물시장이 개방된다면 다국적기업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우리나라 기업은 역부족이다. 2004년 국내 물산업 분야의 해외 수출액은 580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하지만 서비스 산업 분야가 아닌 해수담수화(4617억원), 수로건설(283억원), 상하수도 및 폐수처리 기자재(755억원) 등 하부 산업 분야에 의한 것이다. 핵심 분야인 용수 공급이나 하·폐수 처리시설 운영 관리 분야의 해외 진출 실적은 하나도 없다.
이에 따라 중국 등 주변국의 물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어도, 수자원공사 등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다. 다국적 물기업의 경우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신기술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상·하수도, 폐수 등 물과 관련한 전 분야에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계 물시장에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국내 물산업의 성장잠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 관련 연구 인력이나 기술개발을 위한 기반이 성숙돼 있고, 중국 등 아·태지역 시장에 대한 지리적 문화적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 물 관련 기업들도 다양한 사업전략을 마련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물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담수화설비시장 세계 1위 기업인 두산중공업은 수처리사업으로의 사업 확대를 위해 2004년 말 아메리카엔지니어링서비스의 수처리사업부를 인수해 미국에 두산하이드로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두바이에 세운 담수 R&D센터와 두산하이드로테크놀로지를 연계해 담수설비는 물론 정수, 폐수처리 등 수처리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중동지역 등 물 부족 국가에서 담수설비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 예상하고 1978년(당시는 한국중공업) 담수 플랜트사업에 뛰어들었다. 1980년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라잔 프로젝트’에서 담수 플랜트를 건설한 것을 시작으로 1990년대 중반 기술 자립을 거쳐 지금까지 360만 톤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는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공급했다.
특히 2004년 쿠웨이트 사비야를 비롯해 오만 소하르, 리비아 벵가지 등 한 해 동안 총 11억500만달러 규모의 담수 플랜트를 수주하는 등 그 해 나온 중동 지역 발주를 싹쓸이했다. 2005년에도 14억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코오롱건설도 지난해 말 하수 및 폐수처리시설 운영회사인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했다. 환경시설관리공사는 지난 2001년 환경관리공단의 자회사에서 민영화해 국가산업단지 폐수처리장 7개소와 전국 43개 지역의 436개 하수 및 폐수처리장을 관리하는 환경기초시설 분야 국내 1위 업체다. 코오롱건설은 전국적인 사업 네트워크를 통해 시공 분야뿐만 아니라 수처리 분야의 기술 선진화를 확보하게 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 및 동남아 지역을 타깃으로 하·폐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특히 서울시와 같은 광역 자치단체나 수자원공사의 물시장 진출도 점쳐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후발 물기업들이 정부 직영 상하수도 사업자로 출발해 이미 공기업 단계를 거쳤거나 현재도 공기업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물산업 육성에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의 일환이다. 지난해 2월 정부는 ‘물산업 육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현재 11조원 규모인 물산업을 2015년까지 20조원 이상으로 키우고, 세계 10위권 물기업을 2개 이상 육성한다는 것.
동북아 경제권의 성장으로 해외시장 진출에도 유리한 여건을 갖춘 이상,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 물시장 진출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물산업을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해 시장개방에서 국내 시장을 지키고, 세계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정은해 환경부 수도정책과 서기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에 대비해 점진적으로 국내 수도산업을 효율화하고 해외 물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물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하수도사업에 대한 구조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제 1위의 물기업 베올리아워터
1억1500만 명에 수돗물 공급해 매출 10조 달성

베올리아워터는 2006년 기준 전 세계 1억1497만 명에 상하수도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2005년 물 분야 매출액은 89억유로(약 11조5000억원)를 기록해 서비스 인구와 매출액 기준으로 모두 세계 1위 기업이다. 지역별 매출은 프랑스가 50%이며,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 지역이 30%, 북·남미가 7%, 아시아가 6%, 이외 지역이 7%를 차지하고 있다.
베올리아워터는 베올리아 앙비론느망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베올리아 앙비론느망은 1853년 설립된 전문 물기업인 제네럴데죠(Generale des Eaux)를 모태로 성장했다. 프랑스의 수돗물 공급이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늦어지자 황제인 나폴레옹 Ⅲ세는 수도 서비스 보급 확대를 위해 전문 물기업을 설립토록 한 게 출발점이다.
이렇게 설립된 제네랄데죠는 1853년 프랑스 리옹시와 세계 최초의 상수도사업 양여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사업을 확대해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첫 국외 진출은 유럽의 주요 국가에 자회사를 설립한 1879년부터. 이탈리아, 스위스, 포르투갈에서 상수도사업을 추진했다.
제네랄데죠는 제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다국적기업화의 길을 접고, 프랑스 국내 시장에 집중하면서 기술 축적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창립 100주년이던 1953년부터는 쓰레기 수거사업 등 다른 공공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시작했으며, 1972년부터 하수도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제네랄데죠가 다시 다국적기업화에 나선 것은 1980년대 이후. 1981년 하수처리업체를 인수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1986년에는 영국 상하수도 민영화에 참여했다. 특히 1992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하여, 1999년에는 미국 US필터를 62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대규모 인수합병에도 참여했다.
1998년 사명을 비방디로 바꾸고, 1999년 비방디워터(물사업), 오닉스(쓰레기 관리사업), 달키아(에너지사업), 콘넥스(운송사업) 등 환경 부문을 비방디 앙비론느망으로 통합했다. 2003년 4월 사명을 다시 베올리아 앙비론느망으로 변경했으며, 2005년에는 그룹 내 4대 부문을 베올리아 워터, 베올리아 환경 서비스, 베올리아 에너지, 베올리아 운송으로 통합했다. 이렇게 해서 베올리아 앙비론느망은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종류의 환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룹이 된 것이다. 2005년 매출액은 252억유로(약 32조원)다.
베올리아 워터는 1980년 프랑스에서 2000만 명에게 물 서비스를 하던 지역 사업자에서 2006년 세계 1억1497만 명에게 물 서비스를 하는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했다.
베올리아 워터의 조직은 프랑스의 본사 지원본부와 프랑스, 유럽, 북미, 남미, 아시아·오세아니아, 아프리카·중동 등 6개의 지역본부로 이원화돼 있다. 프랑스 이외의 지역에서는 개별 계약별로 법인을 설립하는 게 원칙. 인력의 상당 부분은 지방자치단체 등과 계약 체결 시 기존 인력을 고용 승계한다. 또 비용 절감과 현지화를 위해 본사로부터의 파견 인력을 최소로 운영하며, 대부분 현지 채용을 통해 신규 인력을 충원한다.
베올리아 워터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오랜 역사와 함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350명의 자체 연구원과 600여 명의 전 세계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투자되는 금액은 연간 1500억원에 달한다.
세계 곳곳에 교육·훈련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중심 교육센터는 프랑스 3개 지역에 있는 베올리아 앙비론느망 캠퍼스로 7만2600평의 부지에 52개의 강의실과 실험실, 작업장을 갖추고 있으며, 130명의 교수와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외에 독일, 호주, 영국, 스웨덴, 체코, 말레이시아, 중국, 이집트, 가봉 등 세계 주요 거점별로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베올리아 앙비론느망의 한국 내 자회사는 7개이며, 2005년 2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자회사로는 베올리아 워터가 100% 지분을 보유한 베올리아워터코리아, 베올리아워터솔루션스앤테크놀로지스, 베올리아워터산업개발, 베올리아워터코리아대산이 있으며, 삼성베올리아인천환경의 경우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또 베올리아 환경 서비스가 에코서비스코리아 지분의 50%를, 베올리아에너지가 한불에너지관리 지분의 50%를 가지고 있다.
INTERVIEW 유제강 웅진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 연구부문장
“정수 기술은 우리나라가 최고죠”
“수돗물도 물론 먹을 수 있는 물입니다. 정수기는 먹을 수 있는 물을 좀 더 깨끗한 물로 바꾸는 것입니다.”
유제강(48) 웅진코웨이 연구부문장 상무는 수돗물은 먹는 물 기준으로 볼 때 적합하지만, 수도관·물탱크의 관리 소홀 등으로 생기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웅진코웨이는 우리나라 정수기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부동의 1위다. 세계적으로도 정수기로만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는 기업으로는 유일하다는 점에서 시장 선두 기업이다. 유럽이나 미국은 생수시장의 발달로 정수기시장이 발달하지 않았고,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 시장은 이제 출발 단계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업이 드문 편.
“지구촌 곳곳에서 좋은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웅진코웨이에 대한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다국적 정수기업체인 브리타 등의 정수기는 수도꼭지에 연결하거나, 주전자형의 조그만 정수기가 대부분입니다. 아직 기술면에서나 매출면에서 웅진보다 뒤떨어지는 수준입니다.”
유 상무는 최근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면서 그는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디자인’과 ‘제품 슬림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용 제품은 지역적, 문화적, 환경적 특성을 고려한 디자인 개발에도 주력한다는 것이다.
웅진코웨이가 국내 정수기시장에서 최강자의 입지를 구축하고, 정수기 분야 매출액면에서 다국적기업과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된 것은 연구개발 덕분이다.
웅진코웨이는 자체 환경기술연구소를 통해 필터 개발과 수질 관리 등 물 관련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고객들의 렌탈 정수기에 대한 수질 분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특히 최근엔 전국 지역별 가정집 수질 분포에 대한 연구·조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렇게 축적된 수질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별 수질 차이에 따라 필터 교체시기를 달리 하는 것과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수 기술은 보편화 된 기술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필터와 같은 부품을 단순히 조립한다고 해서 정수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 사용 패턴, 원수의 종류, 물의 압력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정수기를 만들기는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수돗물
원가보다 오히려 싸 지자체 적자 눈 덩이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률은 약 90%에 이르면서 국내 수돗물 공급은 튼튼한 편이다. 수돗물은 공공재 성격이 짙어 가격 부담도 적다. 하지만 수도 요금은 각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다. 가정용 수도 요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비싼 강원도 영월군은 1㎥(톤)당 1077.1원인데 반해 가장 싼 경기도 과천은 1㎥당 303.6원에 불과하다. 차이는 거의 3배다.
서울의 가정용 수도 요금은 ㎥당 514.5원, 우리나라의 평균 가정용 수도 요금은 ㎥당 563.2원이다. 리터당 0.5원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영국, 프랑스, 일본보다 3배 이상 싼 수준이다.
이처럼 수도 요금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전기 등과는 달리 상수도는 전국을 하나로 묶는 단일망이 아직도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의 수도사업자는 모두 167개. 특별·광역시와 시·군 등 지자체별로 모두 하나의 수도사업자로 돼 있다. 전국의 하천과 댐을 관리하며 대규모의 전국 상수도망을 갖고 있는 수자원공사가 광역상수도사업자 역할을 하고 있다.
지자체가 수돗물을 공급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수자원공사로부터 도매로 물을 사서 자체 배수지와 상수도망을 통해 가정으로 물을 보낸다. 현재 수자원공사가 지자체에 공급하는 수돗물 도매가격은 1㎥당 292.5원으로 동일하다.
또 다른 방식은 서울시처럼 직접 강에서 원수를 취수해 자체 정수한 후 공급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물론 지자체는 수자원공사와의 계약에 의해 매년 취수할 물의 양을 정하고 물 값을 내야 하다. 중앙정부가 건설한 댐으로 인해 안정적으로 원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기 때문에 수돗물 가격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도매가가 같다고 해도 시설 유지비와 정수비, 인건비 등이 합산된 생산 원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돗물의 생산 원가가 수도 요금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수돗물 1㎥당 생산 원가가 영월군은 1931원, 과천시는 930.5원으로 생산 원가는 과천시가 영원군보다 2배 정도 싸지만 수돗물 값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과천시는 1㎥당 930.5원에 생산한 수돗물을 303.6원이라는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공급하는 셈이다.
과천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자체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며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지방 상수도의 총부채액은 1조9017억원에 달한다. 적자 규모가 자꾸 커가고 있지만 지자체들은 수도 요금의 현실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