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증모제(이하 슈퍼밀리언헤어) 하나로 번듯한 회사를 세운 김해석 필코인터내셔날 대표는 상의 주머니에 늘 ‘슈퍼밀리언헤어’ 전단지를 꽂고 다닌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기자와의 첫 만남에서도 그는 주머니 속 전단지를 꺼내며 “10초면 당신의 인생이 바뀐다”고 말했다. 유통업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철저한 영업정신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슈퍼밀리언헤어는 100% 식이섬유로 만들어진 증모제로 뿌리기만 하면 머리숱이 없는 분위나 탈모 부위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말 그대로 10초 정도면 사람이 달라 보인다. 여타 증모제와 달리 슈퍼밀리언헤어는 순수 식이섬유라 알레르기 등 부작용이 없고, 심지어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이 제품은 일본은 물론 유럽 특허를 획득했고, 국내 ISO 품질 인증 등도 취득했다.
“슈퍼밀리어헤어는 100% 식이섬유에 식용 색소를 바른 것이죠. 25그램 한 병에 들어있는 식이섬유가 식이섬유 음료 ‘미에로 화이버’ 600병과 맞먹습니다. 때문에 여타 화학제품 증모제와 달리 부작용이 없죠.”
슈퍼밀리어헤어는 사용이 편리하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장점 때문에 머리숱이 없거나 탈모를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필코인터내셔날이 증모제시장을 석권한 것도 이 때문. 현재 이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80%로 이용 고객만 10만 명에 달한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사실 발모제나 증모제 등은 홍보가 매우 어려운 ‘남 몰래 제품’에 속한다. 입소문조차 나기 힘든 제품이 발모제나 증모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머리숱이 없거나 탈모, 또는 맨머리(대머리)일 경우 놀림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발모제나 증모제를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 좋은 제품을 써도 남 몰래 혼자서만 쓰는 것이 다반사다.
이 같은 열악한 마케팅 환경에서도 슈퍼밀리언헤어가 10만 명에 달하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직접 발로 뛰며 전단지를 돌리는 김 사장의 열정 때문이었다. 여기에 제품에 대한 고객 신뢰까지 합쳐지면서 시너지가 발생한 것.
“처음에는 마케팅이 굉장히 어려웠죠. 제품이 좋아도 고객들이 쉬쉬하고 소문을 안 내주니 판매에도 속도가 안 붙더군요. 뭐 방법이 있어야죠.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요. 어느 정도 입소문이 났다 싶을 때 홈쇼핑, 대리점 등을 확대했죠. 그렇게 어렵게 확보한 고객들이라 더 애착이 갑니다.”
슈퍼밀리언헤어가 큰 인기를 끌면서 필코인터내셔날은 소규모 오퍼상(무역상)에서 12개 홈쇼핑과 800여 개 대리점 망을 갖춘 튼튼한 중소기업으로 거듭났다. 한 해 매출이 얼마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내놓기 창피하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매출 신장률이 연 20%에 달할 정도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머리도 화장 시대… 해외시장 공략 주력
김 사장이 국내에 처음 슈퍼밀리언헤어를 선보인 것은 지난 1995년.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현지 회사를 다니다 1990년대 초반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산업폐기물과 조명회사 등을 경영하다 우연히 대학 선배가 개발한 증모제를 접하게 됐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이 머리카락이 빠져 고민하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당시에도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잠재 고객들은 더욱 많아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탈모의 주원인은 스트레스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아지니까요. 현재 국내에 탈모로 고민하는 고객들이 40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인 거죠.”
김 사장이 단순히 제품 수입 및 판매만 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을 판매하면서 수집된 고객 불편 사항을 종합해 상품 관련 아이디어를 일본 생산 공장과 함께 개발하기도 한다. 현재 슈퍼밀리어헤어의 메인 판매회사는 일본 생산 및 판매사와 한국 필코인터내셔날 뿐이다.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를 이어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상품 업그레이들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용이 편리한 제품 용기나 헤어 미스트(접착용 스프레이) 등은 국내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만들어진 것이죠. 이처럼 일본 현지 생산업체와 공동으로 상품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고객 신뢰도 이어진다고 봅니다.”
올해 김 사장은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첫째는 증모제시장 선두업체로 발모제나 증모제 사용에 대한 국민 인식 계몽 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0초면 달라진다’는 슬로건을 ‘머리도 화장 시대’로 바꿨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맨머리나 탈모 등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에요. 때문에 고객들은 창피할 일이 아닌데도 위축될 수밖에 없죠. 유럽을 보세요. 오히려 당당합니다. 그곳에서는 증모제를 사용하는 것이 일종의 멋 부리기고 화장이죠. 국내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때입니다. 그래서 슬로건도 머리도 화장 시대로 바꿨죠.”
두 번째 목표는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는 글로벌 헤어 전시회 참가 등을 통해 동남아시아 위주로 영업망을 넓혀가겠다는 포부다.
“지금도 해외 판매는 실시하고 있지만 올해는 좀더 주력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헤어 전시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제품을 홍보할 예정이죠. 머리카락에 대한 고민이나 멋 부리기는 어느 나라나 대부분 똑 같습니다. 즉 전 세계가 판매 시장인 셈이죠. 이미 국내나 일본 등지에서 믿을 수 있는 제품으로 인정받은 만큼 해외시장 개척도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