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개인들의 해외 부동산(주택) 직접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시아에서 분양 중인 아포리종합건설의 주상복합아파트가 현지인들 사이에서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여 눈길을 끈다. 그 진상을 알아봤다.

2월27일, 경기도 일산 주엽동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갤럭시타워(주상복합아파트) 분양 홍보관 건물 외벽에는 ‘말레이시아를 분양합니다’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었다. 갤럭시타워의 시공 및 시행사는 아포리종합건설(APOLY construction&engineering는 아포리종합건설의 현지 자회사라고 아래에는 되어있습니다, 말레이시아 현지법인). 아포리종합건설은 지난해 10월 갤럭시타워 홍보관을 개장하고 두 달간 모일간지에 전면광고를 게재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 때문인지 개장 석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분양 상담을 받는 고객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분양 상담을 맡고 있는 강영란 해외사업부2팀 부장은 “이미 청약 계약률이 73%가 넘었다”며 “청약 신청 시 층과 호수가 정해지기 때문에 늦으면 좋은 곳은 분양받을 수 없다”고 청약을 재촉했다.

홍보관 안에는 갤럭시타워를 본뜬 모빌과 홍보 동영상, 말레이시아 부동산 시세판, 임대 수익률 안내판 등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임대 수익률 안내판. 강 부장은 갤럭시타워 투자 수익률 표를 보여주며 “연 19% 이상의 임대 수익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암팡(Ampang)에 위치한 갤럭시타워는 쿠알라룸푸르(Kualalumpur)와 가깝고 또 주변에는 한인타운과 함께 대사관, 국제학교 등이 밀집해 있어 임대 수요가 많다”고 덧붙였다.

투자 수익률과 함께 갤럭시타워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갤럭시타워는 이미 완공된 7층 높이의 쇼핑몰 위에 지어지는 것으로 20~80평형의 30여 가지의 평형대를 갖췄고, 전체 층수는 31층으로 쇼핑몰 위에 24개 층의 아파트가 분양되고 있다. 분양 세대는 437세대로 최고급 가구와 가전 등이 풀옵션(Full Furnished)으로 제공되고 수영장, 골프장 회원권 등 부대 서비스도 갖췄기 때문에 기초 생필품만 있으면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다. 이밖에도 분양 대금 중 70%는 현지 은행(AM뱅크)으로부터 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고 1가구2주택 및 종합부동산세 적용 제외, 높은 임대 수익 등 다양한 금융 혜택도 주어진다.”

기자가 갤럭시타워 홍보관을 찾은 것은 해외 부동산 투자를 중개하는 한 부동산 전문가의 제보 때문이었다. 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갤럭시타워의 분양가와 투자 가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토대로 말레이시아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한결같이 갤럭시타워의 분양가 적정성 및 투자 가치 효과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쏟아냈다. 심지어 준공일까지 공사를 제대로 마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분양가 턱없이 높다’ VS ‘아니다’

말레이시아 현지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먼저 갤럭시타워의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포리종합건설이 책정한 말레이시아의 갤럭시타워의 평당 분양가는 515만~530만원.

말레이시아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P사장은 “말레이시아는 국내와 달리 분양가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없지만 평당 350만원 이상이면 고급 아파트에 속한다”며 “암팡 지역의 일반 주택은 평당 150만원~200만원, 고급 주택의 경우 평당 250만원~350만원 정도”라고 전했다.

현지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말레이시아에서는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등의 공유면적을 제외한 실평수(전용면적)만을 거래(분양??)하는데 아포리종합건설은 한국에서와 같이 공유면적을 포함시켜 분양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평당 분양가는 제시 금액보다 더 비싼 셈”이라고 지적했다.

쿠알라룸푸르 코트라 무역사무소 관계자는 “현지 부동산 시장은 물론 한인들 사이에서도 (갤럭시타워의) 분양가에 대한 잡음이 많아 한국인 주요 투자 지역을 대상으로 부동산 시세 및 임대 수익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선 상태”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남훈 아포리종합건설 이사는 “분양가가 다소 높은 것은 인정하지만 갤럭시타워는 암팡 지역 내에서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최고급 주상복합”이라며 “건물의 내구성을 높이고 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커튼윌(유리) 공법을 이용해 지을 뿐만 아니라 외관, 내관 모두 최고급 자재를 이용하고 LG전자 등 최고급 가전과 가구가 풀옵션으로 제공돼 분양가가 다소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초 말레이시아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최고급 주상복합으로 지어 분양가가 높아지고 국내 분양으로 계획이 바뀌면서 현지인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식으로 분양가를 표시한 것”이라며 “청약 계약 시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분양 방식 및 가격 차이를) 고지하고 계약서에도 나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가 직접 전화 상담은 물론 홍보관을 찾아 면대면 상담을 받았지만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분양 시스템 차이에 대한 설명은 일체 없었다.

말레이시아 부동산 투자 및 이민 컨설팅업체 L사장은 “물건(주택)은 말레이시아에 있는데 분양을 한국식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며 “임대나 매매 등 모든 부동산 거래는 말레이시아 내에서 현지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분양 시스템의 차이를 모르는 개인 투자자들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층수와 상관없이 갤럭시타워 모든 층의 평당 분양가가 똑같은 것도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국내 건설사 관계자는 “층수별 집값이 다른 것은 방향 및 조망권 등 이에 따른 수급의 차이가 나기 때문으로 이는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층수와 상관없이 모든 평당 분양가가 같다면 미래 가치도 똑같아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아포리종합건설 측은 “선착순 분양이라는 자사 특유의 마케팅 기법”이라며 “빨리 분양받는 사람이 그만큼 유리한 것”이라고 궁색하게 답변했다.

갤럭시타워의 소재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아포리종합건설은 갤럭시타워가 쿠알라룸푸르에서도 가장 주거 선호도가 높은 핵심 요지인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갤럭시타워가 있는 암팡이라는 곳은 쿠알라룸푸르에서 4~5㎞ 떨어진 셀랑고르(Selangor)주에 속해 있다. 또 한인타운이 있는 암팡에버뉴에 지어지는 것으로 광고하고 있지만 실제는 다소 떨어진 암팡 외곽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타운 관계자는 “쿠알라룸푸르는 한국으로 따지면 특별시고 암팡은 행정구역상 셀랑고르주에 속한다”며 “암팡의 다운타운은 암팡포인트, 암팡에버뉴로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지만 갤럭시타워가 있는 곳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암팡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암팡에버뉴 한인타운의 주택 평당 가격도 300~350만원 내외”라고 덧붙였다.

아포리종합건설 측은 “행정구역상 (쿠알라품푸르가 아닌) 셀랑고르주가 맞다”면서도 “거리상 가까워 생활권은 쿠알라룸푸르라도 봐도 무방하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과연 투자 가치는 있는 것일까.

아포리종합건설의 갤러시타워 투자 수익률 자료에 따르면 31.86평(공용면적 포함)의 예상 월 임대 수익은 137만원 정도로 이중 대출이자 등을 제외한 순수익은 월 82만원에 달한다. 이는 연 19.92%의 수익률이다. 그러나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월 임대료가 너무 비싸 수요자를 찾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갤럭시타워(31.86평)의 월 임대료 137만원을 말레이시아 화폐 단위로 환산하면 5071링깃(1RM=270원 기준)이 된다. 말레이시아 부동산 정보 사이트(www.iprorerty.com.my)를 통해 갤럭시타워와 비슷한 현지 주택 임대 시세를 확인해 본 결과, 5000링깃은 신흥 부촌인 몽키아라 지역의 40~50평형대(풀옵션)에 해당하는 임대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암팡이 속한 셀랑고르 지역의 평균 임대료는 1000~3000링깃에 불과했으며 5000링깃의 월임대료면 60평이 넘는 주택을 빌릴 수 있었다.

또 다른 현지 부동산중개업자는 “몽키아라 등 신도시 개발로 그 지역 국제학교가 신흥 명문으로 급부상하면서 암팡 지역의 국제학교는 위세가 많이 죽었고 최근 수요도 신흥 명문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이사는 “1년 넘게 시장조사를 한 결과 갤럭시타워 인근에 국제학교와 대사관이 밀집해 있고, 쿠알라품푸르가 과밀 지역이라 암팡의 임대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따라서 임대료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갤럭시타워의 준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포리종합건설이 밝힌 갤럭시타워의 준공일과 입주일은 2008년 6월과 8월. 하지만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준공일 내 공사 완료에 대해 부정적이다. 아직 공사가 시작도 되지 않은 데다, 시공을 맡은 현지 건설사가 현지 은행과 소송 중에 있는 까닭이다.

실제 아포리종합건설은 당초 1월부터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 밝혔지만 두 차례나 연기돼 2월 둘째 주나 돼야 공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포리종합건설과 함께 공동 시행 및 시공을 맡고 있는 현지 건설사는 갤럭시타워 쇼핑몰 대출건과 관련 현지 은행과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포리종합건설은 갤럭시타워의 내외부 인테리어만 담당할 뿐 전반적인 공사는 현지 건설사가 맡고 있다.

아포리종합건설 측은 “(현지 건설사의) 소송과 갤럭시타워는 무관하다”고 일축하고,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미 지어진 쇼핑몰 위에 아파트를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절약된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같은 해외 부동산 고분양가 논란은 이미 분양을 마친 카장(kajang)의 헤리티지 등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헤리티지 역시 공용면적까지 포함해 분양됐으며 분양가는 (평당??) 600만원이 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국내외 건설사들이 개인을 대상으로 분양한 중국, 두바이 등지의 주택에 대해서도 분양가 잡음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는 지주작업(현지 주민 퇴거 및 토지 매입)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분양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해외 부동산 컨설팅업체 한 대표이사는 “중국, 두바이의 물건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이유로 시세보다 높게 형성돼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해외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현지답사를 통해 투자 물건에 대해 조사하고, 현지답사가 어려울 경우 건설회사나 분양 대행기관이 믿을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하고, 금융기관이나 해외 부동산 컨설팅업체를 통해 현지 시세나 가격 추이 정도는 알아볼 것을 조언하고 있다. 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지급 보상 등 투자 안전장치가 있는지도 꼼꼼히 따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스스로 해외 부동산 정보를 취득, 분석하기 어렵다면 직접투자보다는 펀드 등 간접투자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외 금융기관이 내놓은 해외 부동산 투자 펀드는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안정성도 높다. 또 분리과세 등 다양한 세제 혜택도 주어진다.

김형석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상무는 “개인이 해외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 리스크와 수익성은 분석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해외 부동산 투자는 직접투자보다는 펀드투자가 안정성이나 수익성 모두에서 뛰어나다”고 말했다.

[주요 해외 부동산 국내 분양 현황표 보기]



지난해 해외 부동산 투자자 10명 중 1명 말레이시아 투자

>

지난해 해외 부동산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거주하는 개인의 해외 부동산 취득 신고 금액은 5억1400만달러(1268건)로 전년도 930만달러(29건)보다 55배 가까이 폭증했다.

용도별로는 주거용 부동산(2억7000만달러)이 투자용 부동산(2억4000만달러)보다 많았지만 주거용이 지난해 6월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투자용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5월부터 100만달러 범위에서 개인의 투자용 해외 부동산 구입을 자유화했기 때문이다.

투자 지역별로는 미국, 캐나다, 중국, 말레이시아 순이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 국내 개인 해외 부동산 투자자 10명 중 1명이 투자하는 등 인기 투자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말레이시아가 이처럼 여타 동남아 지역에 비해 인기가 있는 것은 치안이나 인프라가 잘 돼 있는 데다 물가도 싸고 특히 영어권이기 때문이다. 또 경제성장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해외이민업체 한 대표는 “말레이시아에 투자 수요가 집중된 것은 자녀 교육과 함께 투자 수익 확보도 가능하다는 이중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정부가 개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 범위를 100만달러에서 300만달러로 늘려 올해도 개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급증할 전망이다.

Plus Tip 아포리종합건설은?

아포리종합건설(김대연 대표)은 1994년 설립된 건설사로 주로 아파트 등 주택 건설을 많이 해온 회사다. 주력 분야인 주택 건설 부문이외에도 부동산 개발 및 대지조성업 등 토목 분야로도 사업 역량을 넓혀 나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아포리종합건설의 도급 순위(시공능력평가액, 265억500만원)는 573위였다.

아포리종합건설의 해외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및 국내 분양은 이번이 처음이다. 갤럭시타워 시행 및 시공, 국내 분양을 담당하는 아포리컨스트럭션&엔지니어링(APOLY construction&engineering)은 아포리종합건설의 현지 자회사다.